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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 왜 3번씩 보나” ‘생각하는황소’ 대표 인터뷰 ③
강남 대치동에서 시작한 수학학원 ‘생각하는 황소’(이하 황소)의 입학시험은 ‘황소 고시’ ‘초등 수능’으로 불린다.
실제 지난해 11월 치러진 입학시험(12월 개강반)엔 전국에서 8000명 가량의 초등학생이 몰렸다.
지난 4일 있었던 입학시험(3월 개강반)은 약 5000명이 치렀다. 황소 입학시험을 대비한 수업이나 특강이 열릴 정도니,
양육자들이 이 시험을 수능이나 고시에 비유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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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디자이너
수능까지 ‘수학의 정석’을 세 번 이상 봐야 한다고들 합니다. 왜 그래야 하죠? 대충 봐서 그래요.
제대로 한 번을 보는 게 낫습니다.
대치동을 지배하는 절대 명제는 ‘선행과 반복’이다. 그래야 대입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복을 위해 선행을 하고, 선행을 하니 반복이 가능하다.
그런데 대치동에서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황소의 이정헌 대표는
“지금의 선행 속도가 우려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진도를 빼는 데 급급해 정작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소 역시 선행 학습을 유행시키는 데 일조했다. 황소는 초등 4학년부터 다닐 수 있는데 보통 12개월, 길어도 18개월 안에 6학년 과정까지 마친다. 4학년 3월에 입학하면 늦어도 5학년 9월이면 초등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를 목표로 짠 커리큘럼”이라며 “모든 학생이 이 속도로 공부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포함한 황소 직원 자녀가 다 황소에 다니지도 않거니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모두가 황소의 속도와 정도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한 해 1만 명이 넘는 학생이 입학 테스트를 볼 정도로 많은 학생이 황소에 다니고 싶어 한다. 황소의 공부법은 뭐가 다른지, 황소 대표가 추천하는 수학 공부법은 뭔지 지난달 26일 그를 찾아가 직접 물었다.
Intro. 선행 속도, 우려스러운 이유
Part1. 어렵게 공부해야 실력 는다
Part2. 엄격하다? 잘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Part3. 우리 목표는 수학자 아닌 입시
Part1. 어렵게 공부해야 실력 는다
이정헌 대표는 “선행보다 심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학생이 황소 수준의 심화 학습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각자에게 맞는 심화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학원의 목표는 잘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수학을 잘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 가르치면, 잘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잘 가르친다고 아이들이 다 잘하는 게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일타강사에게서 배우면 다 잘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어디 그런가요?
그럼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운동에 비유해 볼게요. 어떤 종목이든 잘하려면 근력이 필요하잖아요. 잘 가르치기로 유명한 퍼스널트레이너한테 배우면, 근력이 생기나요? 아닙니다. 결국 스스로 운동을 해야 해요.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수학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경험이 필요해요.
수학을 잘하는 데 필요한 ‘근력’은 뭔가요?
오랜 기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개념, 수학적 경험, 그리고 수학적 사고력이죠. 개념은 말 그대로 특정 수학 개념입니다. 수학적 경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유사 문제를 풀어본 경험과 문제를 풀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경험입니다. 후자가 더 높은 수준의 경험이죠. 마지막은 바로 수학적 사고력이에요. 개념을 알고, 경험이 있어도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요. 그런 문제를 풀려면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수학적 사고력이 뭔지 명확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핵심은 논리적 추론 능력입니다. 문제를 풀려면, 주어진 조건과 구하고자 하는 답 사이의 간극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고 메워야 하니까요.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근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약간 더 힘들게 운동해야 해요. 쉽게 운동하면, 아무리 해도 근력이 생기지 않아요. 수학적 사고력도 그렇습니다. 쉬운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보다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좋아요.
황소가 심화 학습을 강조하는 이유인가요?
모든 학생이 황소 수준의 심화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자기 수준에 맞는 심화 학습은 반드시 해야 하죠.
초등 수준에선 굳이 심화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어요. 어려운 문제를 억지로 풀다가 오히려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는 겁니다.
심화 학습이라는 건 절대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같은 문제라도 어떤 학생에겐 기본 문제일 수 있고, 또 다른 학생에겐 심화 문제일 수 있어요. 제가 강조하는 심화 학습은 ‘내 수준보다 좀 더 어려운 걸 공부한다’는 의미예요. 자신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어려운 걸 공부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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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황소 이정헌 대표는 "좀 힘들게 운동해야 근력이 생기듯
어렵게 공부해야 수학적 사고력이 길러진다"며 심화 학습을 강조했다. 김종호 기자
Part2. 엄격하다? 잘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황소는 ‘엄격한 관리’로도 유명하다. 수업이 끝난 후 자습실에서 110분 동안 12개의 ‘미션 문제’를 의무적으로 풀게 하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12개의 미션 문제 중 하나만 틀려도 미션은 완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자습실에 강사가 있지만, 자유롭게 질문할 수는 없다. 수업 중 부여받은 질문권을 사용하면 되지만, 사용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지금은 미션 문제를 다 풀지 못해도 시간이 되면 귀가할 수 있지만, 과거엔 다 풀어야만 집에 갈 수 있도록 해 악명이 높았다. 이정헌 대표는 “엄격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필요한 관리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리가 왜 필요한가요?
황소의 시스템은 “수학을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저의 생각을 규정으로 만들어 놓은 겁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하나씩 필요한 것들을 추가하면서 지금의 시스템이 완성됐어요. 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엉덩이 힘이 확실히 길러진다”는 겁니다. 어려운 문제라고 별표 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니까요. 그렇게 해야 수학적 사고력이 길러지죠.
질문을 받지 않는 것도 그래서인가요?
보통 학원에선 개념을 설명하고, 예제를 풀어준 뒤 숙제를 내주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황소에는 바로 이 ‘질문’이 없다는 게 큰 차이죠. 저는 스스로 질문하는 걸 권해요. 스스로 질문하며, 주어진 조건과 구하려는 답 사이의 간극을 메워보려고 애를 써야 수학적 사고력이 큽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넘어가면서 푸는 건 진짜 푸는 게 아닙니다.
어려운 문제를 마냥 붙잡고 있다고 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럴 때 작은 힌트나 단서를 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자기 수준에 맞는 심화 학습을 한다면, 모르는 문제라고 해도 전혀 모르는 상태는 아닙니다. 일부는 알고, 일부는 모르죠.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아는 영역을 탐색하면서, 모르는 영역까지 아는 영역으로 넓힐 수 있거든요. 힌트를 주면, 그 순간엔 풀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다시 만나면 못 풀죠. 사고력을 활용해 스스로 풀어본 경험, 그게 바로 고차원적인 수학적 경험입니다. 이 경험이 많이 쌓여야 수학을 잘하죠.
황소는 입학하기도 어렵지만, 입학 후 다니는 것도 간단치 않다. 적지 않은 양의 숙제를 감당해야 하기도 하지만, 평가를 통해 주기적으로 반을 조정한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퇴원 조치를 하기도 한다. 아이를 황소에 보냈다가 그만둔 양육자들이 “친절하지 않고, 경쟁적인 분위기”라며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평가를 통해 반을 승급하거나 강등하는 이유가 있나요?
개원 당시 중등 과정을 KMO 수준까지 학습한 후 영재학교·과학고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대부분이었어요. 거기에 맞춰서 지금의 커리큘럼이 개발된 셈이죠. 하지만 이런 커리큘럼이 모든 학생에게 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황소 커리큘럼을 감당하기 힘든데 계속 수업을 듣는 건 학생에게도 손해고, 학원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이죠.
황소가 최상위권 학생만 받아서 좋은 성과를 낸다는 비판도 있어요.
현재 황소의 초등 과정은 4개 레벨로 이뤄져 있는데요. 가장 높은 반부터 조금씩 확장해 왔습니다. 세 번째 레벨을 만들 때부터 보다 많은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입학시험을 따로 보지 않고 학생을 받아서 가르쳐 보려고도 했죠. 하지만 쉽지 않더군요. 2005년 개원 이후 만들어온 황소의 교재와 속도, 수업 운영 방식은 상위권 학생에게 적합했어요. 중위권 학생에겐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황소 안에서 레벨 늘리는 걸 포기한 건 그래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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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엄격한 관리 시스템은 이정헌 대표가 수학을 잘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규정으로 만들면서 생겨났다.
이 대표는 "황소에 보내면 엉덩이 힘은 확실히 길러진다고 학부모들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Part3. 우리의 목표는 수학자 아닌 입시
황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눈길을 끈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문제로만 구성된 교재였다. 교재엔 개념탐구 문제와 예제, 그리고 미션 문제, 확인 학습 문제가 수록돼 있다. 개념탐구 문제와 예제는 수업 시간에 강사와 함께 풀고, 미션 문제는 수업이 끝난 후 자습실에서, 확인 학습 문제는 집에서 숙제로 풀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강사가 개념탐구 문제를 풀면서 칠판에 쓴 내용을 아이가 그대로 노트에 옮겨 적는 모습이었다. 필기할 때 내용을 빠뜨리면 벌점이 부여되기도 했다. 이렇게 운영하는 이유가 뭘까?
일반적으로 수학 교재엔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이하게 황소 교재엔 그게 없더군요.
황소가 문제 풀이 기계를 만든다는 오해가 거기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개념은 수업 시간에 강사가 충분히 설명합니다. 수업의 60% 이상을 개념 설명에 할애하죠. 개념탐구 문제가 바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엄선한 문제예요. 강사가 개념을 설명하기 전에 아이가 먼저 문제를 풀게 합니다. 특정 개념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려는 취지입니다. 그 뒤 개념을 설명하고, 문제에 적용해 보는 것이죠.
엄선했다고 하지만, 문제 하나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개념탐구 문제에 4개의 예제가 수록됩니다. 개념탐구 문제를 통해 배운 개념을 문제에 적용하면서, 해당 개념을 익히고 활용할 수 있게 돕죠. 예제 역시 ‘티칭 포인트’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제를 통해 단순히 정답을 구하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그 문제를 통해 습득해야 할 수학적 사고력을 익히는 게 목적이에요.
개념탐구 문제와 예제를 푸는 과정을 강사가 칠판에 적고, 아이들은 그걸 노트에 적는 건가요?
개념 설명이 교재에 없을 뿐 수업 시간에 설명과 판서를 통해 이뤄집니다. 아이가 선생님의 판서를 노트에 필기하며 교재의 빈 부분을 완성하는 거죠. 혼자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직접 필기한 노트를 들추며 개념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요.
정답은 하나일지 몰라도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은 다양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수업 시간에 교사가 알려준 풀이법을 그대로 필기하고, 그 방법을 따라 풀도록 하는 게 맞을까요?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황소 교재는 시험이 아니라 수업을 위해 설계됐다는 겁니다. 모든 문제엔 티칭 포인트가 있어요. 어떤 문제를 통해 학생이 알아야 할 수학적 사고력을 습득하는 게 목적이죠. 그래서 강사의 풀이법을 따라 쓰게 하는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효율적인 해법이 존재하는 문제도 있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완전히 창의적인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문제를 내는 의도, 시험의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수능 같은 시험은 출제자가 문제 해결의 경로까지 설계합니다. 교육 과정 중 특정 개념을 연결하고 추론하면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이런 문제를 풀 때 출제자의 의도와 다른 경로를 이용하는 건 비효율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석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죠.
수학을 잘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잘 푸는 게 황소의 교육 목표인가요?
황소의 목표가 수학자를 양성하는 건 아닙니다. 입시의 도구로서 수학을 가르치는 기관이죠. 그렇다고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건 아닙니다. 황소에선 문제를 쉽게 푸는 기술이나 편법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에 적용해 풀 수 있도록 교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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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대표는 "수능 정도의 시험은 출제자가 문제를 낼 때 해결 경로까지 설계한다"며
"이런 시험에선 의도한 풀이법이 아닌 방법으로 푸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황소의 엄격한 시스템은 올림픽 선수촌을 떠올리게 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그것도 상당한 난도의 문제를, 질문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끙끙대며 풀게 한 뒤 하나라도 틀리면 과제를 완수했다고 인정하지 않으니 말이다. 만 10세 안팎의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걸까? 취재하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질문에 대한 이 대표의 답은 이랬다.
죽어도 못 풀 것 같은 문제인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 될 거 같아요. 시도를 해보겠죠. 그러면 ‘어, 되네?’ 하는 순간을 만납니다. 이걸 경험하면 달라져요.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죠. 황소는 이런 성공 경험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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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초등 학원도 대입이 좌우” 국‧영‧수 시장 들여다보니(2월 26일 발행)
②“사고력 찍고 황소 간다” 수학학원 대해부(2월 27일 발행)
③“어렵게 공부해야 잘한다” 이정헌 생각하는 황소 대표 인터뷰(2월 29일 발행)
④“수능 영어, 초등학교 때 끝낸다?” 영어학원 대해부(3월 4일 발행)
⑤“사고력 좋아야 영어 잘한다” 김용 PEAI어학원 부원장 인터뷰(3월 5일 발행)
⑥“다독 잡고 정독으로” 국어학원 대해부(3월 7일 발행)
⑦“읽기? 쓰기가 문해력 핵심”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인터뷰(3월 8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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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동네 학원 보내라 단, 영어는 대치동뿐이다?
에디터 정선언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