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산숲이란 이름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왜 아홉산인가? 아직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으나 9대째 후손들이 이 산을 가꾸어왔다고 얼핏 들었다. 그래서 아홉산인가? 400년 가까이 가꾸고 지켜왔다는 아홉산은 2004년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산행을 즐기는 나에게 아홉산 숲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드디어 이 곳의 터주대감격인 유치원 이 샘이 탑승하고 버스가 정차했다. 아홉산 숲 가까이 주차장이 있으나 수원보호지역이어서 주차가 통제되고 있었고 승용차와 25인승 이하의 차량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 주차장 마저도 연 6천만원의 벌금을 물고 있다고 한다. 하차한 곳에 무밭이 있다. 무가 잘 자라고 있었다. 먹음직스럽다.
아홉산 숲의 입장료는 5천원이다. 비싼 편이다. 조상 잘 둔 덕에 후손이 덕을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있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마친 후 산행에 들어갔다. 유달리 대나무가 많다. 입구에는 검게 보이는 대나무가 있어 '이게 오죽인가 보다'라고 했더니 그건 '자죽'이란다. 자줏빛이 돈다는 뜻이라 그 보다 조금 위에 오죽이 있었다. 여름철에 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산행을 시작하면 주변의 풍경감상보다는 걸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더 밀려온다.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걸었다. 길 양 옆으로 대나무숲이 보인다. 그 곳은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사이사이에 꺾어진 것들도 보인다. 밀도가 너무 높아 대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산엔 대나무가 많다. 하필이면 왜 대나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잘 번식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2~30년전까지만 해도 죽세품이 인기가 있었다. 솜씨 좋은 사람들이 대나무로 돗자리를 만들고 생필품들을 만들어 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생활에 상당한 보탬이 되었을 것이다. 혹시 그런 목적으로 심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멋진 사진 찍기 미션이 있어 가다가 중간중간 사진 찍고 그저 걷기에 촛점이 맞추어져 주면 풍경을 세세히 즐기지를 못했지만 왕대가 있는 곳에는 저절로 느낌이 왔다. 이름처럼 굵은 왕대가 제법 길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참으로 실하고 장대했다. 이 풍경을 놓칠 수 없다. 찰칵! 여름철이었다면 단추를 풀며 시원함에 큰 감탄사가 나왔겠지만 지금은 서늘한 가을날씨이나 되려 옷깃을 여민다. 내려오는 길에 다람쥐 한 마리가 팬서 위를 달리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간다. 마치 '나 잡아 봐라' 놀이를 하는 것처럼.
다시 출구로 나오니 관리인들이 사는 듯 싶은 주택이 있다. 작게 단장한 정원도 보인다. 그 곳에서 아주 느긋한 토끼 한 마리를 보았다. 배를 깔고 누워있다. 일행이 사진을 찍어댔으나 그 포즈대로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한 번 멋지게 찍어보슈'하는 듯이. 이렇게 한 바퀴를 돌아나오면서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쩌면 이 아홉산을 정원처럼 상상했는지 모른다.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상상을 했던 것이다. 이름이 주는 묘한 호기심과 함께. 아직은 더 개발할 여지가 많은 것 같다. 편백림이나 금강송 숲도 더 가꾸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숲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목이 아픈 교장선생님은 산행대신 개울가에서 다슬기를 패트병에 잡아서 자랑을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