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동부권을 다니다보면 가장 아쉬운 것이 들러볼 만한 까페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월정의 아일랜드 조르바같은 운치와 여유를 둘다 잡을 수 있는 좋은 까페가 있긴 하지만 그 지점을 넘어 성산으로 넘어오다보면 까페에 대한 갈증은 점점 커지게 됩니다. 물론 해안도로를 낀 자리에 몇몇 경치 좋은 까페가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제가 펼쳐놓은 정보망에 그닥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 그닥 인상적이지는 않은 듯 합니다. 참고로 제 정보망은 주로 제주에 사는 분들에게서 듣는 입소문에 의지할 때가 많은데 생각해보면 젊은 기혼여성들에게서 많이 듣게 되는 듯 합니다.
그러던 중 성산에 괜찮은 까페가 하나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알아보니 이름도 제주스럽습니다. 커피잇수다. 커피 있다는 뜻이죠. 거기에 주인장이 누군가 했더니 한때 달리도서관에서 달리지기들과 일했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했던 지인이었네요. 동쪽에서 반가운 이가 오픈한 반가운 까페라.. 얼른 달려가보았습니다.
위치는 성산일출봉 주차장 바로 아래편 입니다. 건물이 아담하니까 꾸미고도 아담하고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가정집이었다는데 이를 인수해 까페공간으로 만들었다구요. 일출봉 주차장이 바로 위에 있으니 일방통행의 좁은 길이어도 주차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됩니다. 밖에서도 메뉴를 확인할 수 있죠. 넓다란 벽공간에 메뉴판을 하나의 장식물로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들어가보니 공간은 아담하면서도 아늑합니다. 작지만 분위기는 복잡하지 않은 모습으로 충분히 살려냈습니다. 문득 지붕을 올려다보니 경사진 지붕에 창문이 달려있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창문을 좋아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경사진 지붕으로 난 창을 올려다보며 빗물이 떨어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도 있죠. 지붕을 한껏 내려 경사진 유리창이 정면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의자를 놓고 감상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듯 합니다. 작지만 공간의 활용도는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알뜰한 느낌입니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은 무질서함에도 불구하고 정감이 넘치기 마련입니다. 음료를 주문하고 준비하는 공간도 아담합니다. 의자와 테이블이 크고 안락하지는 않지만 공간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구요. 이 자리엔 하루종일 앉아 노트북을 가지고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공간을 채우는 대부분의 목재가구들은 이렇게 재활용된 것들입니다. 의미마저도 참 아름답습니다. 주문한 고구마 라떼를 받고는 자리에 앉습니다. 그렇게 라떼 한 잔과 함께 저는 포스팅작업을 이어나갔죠. 바로 옆은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일출봉이지만 이곳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아담한 공간입니다. 다시 돌아보면 이곳은 숨은 볼거리들이 있습니다. 제주말을 담은 디자인으로 가득한 제품들을 팔기도 하구요. 버려지는 목재를 재활용하여 만든 제품들도 판매합니다. 그리고 올레관련 상품들도 있구요. 그리고 강정의 외로운 싸움을 외롭지 않게 응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 까페 쥔장님은 까페일에만 전념하지 않습니다. 강정관련 행사나 중요 행사가 있을때면 어렵지 않게 행사장에서 만나곤 했죠. 까페 어떻하고 나왔냐 물어보면 아무렇지 않게 문닫고 왔다 답하곤 했답니다. 제주 동쪽의 공간엔 까페가 별로 없다보니 이 공간은 참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일출봉이라는 관광지의 특성상 주변이 온갖 식당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밥먹고 일출봉 보고 커피 한 잔 아쉬우면 갈데라곤 편의점 밖에 없는 공간에서 이 까페는 정말 소중합니다. 편안히 몸을 맡길 수도 있어 더더욱 고맙기도 하죠.
아쉬움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드립커피가 없다는 것이 아쉽고 영업시간이 좀 짧아 늦은시간엔 들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만 하는 주인장의 의도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시간 늘려달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런 공간이 태부족인 이 동네에서는 정말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관광지의 특성상 낮시간의 활동에 맞추는 것이 당연하겠죠. 이곳에서 다루는 메뉴들은 대부분 믿을만한 재료들이고 효월차같은 제주에서도 인정받는 차를 다루니 공간만큼이나 만족스럽습니다. 성산에 오신다면, 또는 성산의 올레를 걷다가 다리가 아프다면 꼭 한번은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그렇네요~ 제주에 아담한 카페가 편중되어 있던데 성산에 생겼다니 반갑네요..성산을 제일 자주 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