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아니면ㅇ 견디기 어려웠던 엄마는 공부도 열심히했고 무엇이든 열심히 했고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달려갔다 버버리 체그무늬 상품과 스와르브스키 작품을 좋아했고 명품 옷과 주방기구들을 사용했다
아빠는 키도 크고 잘 생기고 마음도 천사였고 서울대학 졸업의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남자였다 고등학교 2학년때 돌아가실 때까지 아빠는 오로지 엄마만을 위하여 살다 가신 정의의 기사였다 최고의 남편을 가진 엄마가 되었다
나는 최고의 딸을 가진 엄마를 만들어주지 못하였다 엄마가 내게 잘해주었지만 이상하게도 엄마에게 서운했던것만 기억이 난다
아빠는 나를 무척 귀여워 해주시고 잘 놀아 주었지만 엄마보다 더 사랑해주지 못하였다 엄마는 아빠의 큰딸같아서 막내딸인 나와 경쟁을 하였나보다
중학교 과학선생님이었던 엄마는 3년마다 전근을 가게되는데 그때마다 몇개월씩 익숙해 질 때까지 사표를 몇번이나 쓰고 찢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다시는 떠나지않을것처럼 학생들을 좋아하고 애착이 깊었다
아빠가 돌아가실때 엄마는 아빠의 이별도 슬퍼했지만 어찌 살아야 할것인가가 더 걱정이었다
빈곤하지는 않았지만 여주인공으로 어찌 살아가야 할 지 걱정이 컸던것 같다
더욱 자유로워진 엄마였지만 홀로 살아가는것에 익숙하지 못했던 엄마는 울며 세월을 보냈다
나는 울고싶어도 엄마가 먼저 울고있으니 마음놓고 울지도 못하고 엄마의 언니가 된 것처럼 엄마를 돌보아야했다 학교공부는 점점 어려워지고 결국 가기싫었던 지방대학을 가게되고 자존심도 구겨가며 세상 기쁠것 하나도없이 살아지고 있었다 집에도 가기 싫었다 다행히 용돈은 넉넉히 주셔서 집근처 카페에서 혼자 보내는 것이 익숙해져 갔다 친구들과 전화하고 지내다보니 친구들이 많아지고 엄마 혼자있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언제부터인가 엄마의 남자친구인지 애인인지 매일 집에 와 있었다 다행인것은 한분이 아니라 두분이었다는 것이다 정분이 났다기보다 혼자 살기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살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숨을 돌렸지만 집에 들어가 얼굴을 마주볼 수가 없었고 엄마도 용서가 되지않았다 언제 안그랬던가 엄마는 언제나 주인공이었으니 주인공을 만들어주기위한 조연들이었다
아저씨는 엄마가 주인공이 되어야한다며 무엇이든 배워 무대에 오르기를 권했다 연극과 노래와 글쓰기며 꽃꽂이며열심히 찾아다니며 내게 자랑하며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날 국내 최고의 시낭송 선생님을 만나고 시낭송인들과 어울리며 엄마는 물만난 고기처럼 펄펄 뛰었다
이제 엄마의 프리마돈나의 욕심을 채워졌나 했는데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같이 온다고 간암 판정을 받고 큰 수술을 하게되었다
나는 아직 사회적으로 안정되지 못했고 결혼도 못했는데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인생을 정리하듯 시인으로등단을 하고 시집을 내고 시낭송 유튜브를 만들어 올리고 세종문화회관의 <열두명의 성난사람들>의 연극무대에 올랐다 암으로 아프다는 것도 숨기고 목소리는 잔뜩 쉬어 홀로 마이크를 차고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첫무대이자 마지막 무대였다
그것이 인생의 마지막 무대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엄마가 마지막에 나를 의지했지만 병은 악화되고 저승가는 길을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떠나셨다
최고로 산다고 했지만 자신의 삶의 무게 많큼 살다간 엄마를 보며 이제 나의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해야겠다
그래도 엄마는 비극적 희극을 쓰고갔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가는것을 알려준 엄마는 멋진 프리마도나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