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호 지음 _ 피천득 문학세계 / 1. 시의 세계
<아가의 오는 길>(1931) : 아동 문학
금아 피천득의 시 세계는 어린아이들의 세상이다. 금아 본인이 일생을 어린아이처럼 순박하고 단순하게 살고자 노력했다. 금아는 “무지개를 보고 소리 지르는 어린아이”를 좋아했다. 금아는 갓 태어난 아기를 생명의 역동성이 충만한 존재로 보았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이러한 활력을 잃어버린다. 금아의 ‘아기’ 시에는 당연히 추상적 개념어들보다는 특별히 의성어나 의태어와 같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원초적 몸동작에 관한 어휘들이 많다.
시 〈아가의 오는 길〉에서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재깔대며 타박타박 걸어오다가
앙감질로 깡충깡충 뛰어오다가
깔깔대며 배틀배틀 쓰러집니다
뭉게뭉게 하얀 구름 쳐다보다가
꼬불꼬불 개미 거동 구경하다가
아롱아롱 호랑나비 쫓아갑니다 (전문)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가의 모습이 한국어 특유의 의태어로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타박타박”, “깡충깡충”, “배틀배틀”, “꼬불꼬불”, “아롱아롱”은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의 모국어이다. 거의 동물적 수준의 어린 아가들의 활기찬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데, 이는 자랑스러운 인간 문명의 여명이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