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경 대관령 삼양목장 탐방을 마치고
이튿날 찾은 강릉바우길 17구간 운유길 산언덕은
다행히도 아직 푸르고 푸른 초원의 배추밭이었다.
4월 때 황토빛으로 죽죽 선을 그어내던 경작밭.
희망으로 밭을 갈고 땀으로 땅을 엎어가며
풍차를 돌리고 황소를 끌어 눈물바람으로
고랭지 배추를 심으려 다져내던 바우사람들.
모락모락 햇살 타고 올라오던 신령한 기운으로
여름 내내 보람 한가득 채워놓고 어깨좀 펼거라고
그 굵은 땀방울의 푸른 배추밭을 보고싶었다.
안반데기 가는 길 왕산골의 아담한 예쁜집
부부 이름 한자씩을 따서 붙인 '정명수'팬션.
라면에 신김치로 저녁을 적당히 떼우고 누워
별이 쏟아지길 기다리다 하얗게 새벽을 맞는다.
새벽 안개 자욱한 하얀 운무 속의 안반데기는
아침햇살 타고 서서히 연두빛부터 진해져온다.
곧 비워질 안반데기라며 열심히 사진 찍으라고
새벽 일 나온 아저씨들이 트럭에서 내린다.
아, 안반데기가 저렇게 채워졌었구나!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얀 풍차는 뒷전이다.
고랭지 배추밭 다각형의 재미나는 모자이크 풍경.
자랄대로 익을대로 익어 척 벌어진 배추포기들.
열중 쉬어, 차렷! 줄 맞춰 줄줄이 올올이 선 곡선들.
마지막 배추밭 손질 한다시는 아저씨들이
긴 호수줄을 잡고 뽀얀 연기를 뿜어낸다.
쉬지않고 영차 영차 밭골 사이를 오간다.
산안개와 뿌려지는 연기가 하모니를 이룬다.
이렇게 하늘이 돕고 사람이 정성을 다해
내가 사는 서울사람들에게 전해지는구나!
배추 한 포기 실로 이리 아까운 줄도 모르고
잘 요리해 먹지 못하고 그예 썩혀버린적도
산골 사람들의 수고가 하늘을 찌르는지도
농촌을 산촌을 어촌을 모르고 사는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말없이 미안했다.
안반데기에서 내려오면서 작은 폭포들
계곡들이 아기자기 이어진 왕산골 비경.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커피도 마시며
오늘 뭉쿨한 또 하루의 선물에 감사한다.
첫댓글 8월 초순과 중순경에 저도 안반데기를 다녀왔었지요.
비슷한 시기에 다녀왔는데도
전혀 다른 곳 같은 느낌이 들어요.
샘의 글을 읽다가
아주 오래전 기억하나를 퍼올려 쏟아놓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어느 날
부모님께서 집에서 기르던 소를 팔았어요.
소에게 여물을 주고,
꼴을 먹이러 가기 싫었던 저는
속으로 만세 삼창을 불렀지요.
하지만 얼마 후에 알았어요.
소대신 멍에를 져야 한다는 것을.
동생과 저는 소대신 멍에를 지고
어머니께서는 쟁기를 잡으셨지요.
그렇게 비탈밭에 고랑을 타고 이랑을 만들고 나면
어깨에 살갗이 벗겨져 쓰라리곤 했지요.
소대신 멍에를 져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안반데기는 제게 아픔이자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곳이죠.
샘이 담으신 안반데기
가슴으로 잘 품어 읽었습니다.
아. 진센은 실제로
멍에를 지고 살았었군요.
아픔을 견뎌내며 성장했기에
그리도 탄탄한 삶의 철학이
몸에 자연스레 베인거로군요.
소설 속의 주인공인 진센.
짧은 이야기 속에 상당한
삶이 축적되어 있네요.
언제봐도 안반데기는 멋지네요!
실제 삶은 고달프지만....
친구가 그쪽에서 농사를짓고 있어서!!
화인샘님 오늘도 작품 잘보고갑니다
항상 활짝 핀 웃음 그 속엔
남모르는 아픔이 따르는 것처럼
안반데기의 대장관 찬란한 풍경 속엔
얼마나한 고통들이 숨어있을까요?
화보가 따로없네요
정말 멋지게 담으셨습니다.
예쁜 화인샘의 행복한 미소가 안반의 풍경과 더불어 보는이의
기분을 시원하게 해주네요.
멋진 볼거리 고맙습니다.
아띠님의 울바 5구간
리딩하시던 그 짱짱탄탄한 모습
참 많이 그립습니다.
지난 8월12일이었지요.
천근만근의 심신을 풀었던 그곳
헤드랜턴 불빛에 보석처럼 빛나던
배추들을 따라 걸었던 길
이튿날 새벽부터
아침을 건져올리려는
수많은 인파속을 피해 내려오며
눈에 담았던 그 싱그러움의 풍광이
사진속에서 그대로 전해집니다.
보면 볼수록 풍광속에
님의 마음이 스며있는 듯 하여
편안해집니다.
어쩌면 만날수도 만났었을수도
있었을 8월의 안반데기
고맙습니다.^^
8월 14일 월요일에 삼양목장
다음날인 광복절날 15일에
안반데기를 갔으니
정말 간만의 차였네요.
그리메님 그때가 몹시
힘든마음으로 걸었던 그때로군요.
바우길을 연상하면
먼저 떠오르는 그리메님.
항상 지금 그대로 그렇게
바우길에 계셔주실걸 믿어요.
언제라도 바우길 내려가면
함께 할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푸근함 느끼게요.
햐!!!
이 사진 최고네요.
의미 느낌 참 좋은
근사한 한장의 사진!!!!
@화인샘 그날
사진속 사람들이 건져올린
아침햇살입니다.
역시 안반데기는.... 여러가지 실화들이 전설처럼 가득찬 곳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