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충북 제천시 장평천 인근.
위급한 외침을 들은 경찰관이 황급히 뛰어갑니다.
"도와주세요."
"어디야, 어디?"
수풀을 헤치고 황급히 물가로 다가가는 경찰관.
물속엔 남자아이와 아이를 지키고 있는 한 성인 남성이 있습니다.
경찰관이 남성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물속에서 끌어냅니다.
"아이 좀 주세요. 다리 힘주고 아저씨 꽉 잡아. 어깨 잡아 목 잡아, 목. 목을 잡아. 오케이."
벙거지 모자를 쓴 성인 남성은 아이가 무사히 구조된 뒤에야 물속에서 나왔습니다.
"선생님은 수영가능하십니까? <예.>"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아이를 구해낸 이 남성은 다름 아닌 현직 소방관, 엄주환 소방위였습니다.
강원 영월소방서 소속인 엄 소방위는 비번이던 이날 장평천 인근에서 산책을 하다 아이들 5명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일단 지나쳤는데, 최근 집중호우가 내렸던 터라 뭔가 마음이 쓰였다고 합니다.
[엄주환 소방위/강원 영월소방서]
"이번 폭우 때 모래가 이제 흘러내려와가지고 하천의 중간 부위에 이렇게 모래가 쌓여서 수심이 낮으니까 얘네들이 거기서 5명이 이제 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걸 보고서 이렇게 지나쳤는데 이게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거죠. 그래가지고 다시 되돌아왔거든요. 그러니까 일어나지 말아야 될 일이 그때 일어나고 있었죠."
수심 0.7미터의 얕은 곳에서 놀던 10살 아이가, 물살에 떠밀리면서 순식간에 수심 2미터가 넘는 하천 중심부로 떠내려간 상황.
엄 소방위는 곧장 물로 뛰어들었지만 예상보다 수심이 깊어 당황했다고 합니다.
[엄주환 소방위/강원 영월소방서]
"수영을 해서 가면서 제가 생각했던 거는 제 키를 수심이 제 키를 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갔거든요. 맨 처음에는 그런데 막상 그 학생한테 도착해서 섰는데 이게 제 발이 닿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래서 당황을 일단 하긴 했고…"
놀란 아이가 구조하러 온 엄 소방위를 끌어안으면서 아이와 함께 물에 빠지는 아찔한 상황까지 있었습니다.
[엄주환 소방위/강원 영월소방서]
"이 아이가 저를 이제 끌어안으면서 저를 이제 누르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이제 제 몸이 이제 물속으로 잠기고요, 제 얼굴이. 제가 이제 정신을 차리고 올라와가지고 애를 이제 물가 쪽으로 밀어가지고 여러 번 밀어가지고 이렇게 구조를 했죠."
사투를 벌이며 아이를 조금씩 물가 쪽으로 밀고 자신도 빠져나오던 중, 출동한 경찰관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엄 소방위는 망설임은 없었냐는 질문에, 자신의 7살 난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곧장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마철에는 지형이 일정하지 않아 평소 수심이 얕던 곳도 갑작스레 깊어질 수 있다"며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고, 들어가더라도 꼭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