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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13세기. 유라시아 대륙에 몽골군의 말 발굽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죽음의 군대로 불리는 그들은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지배하며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몽골 제국의 영토는 알렉산더 (348만㎢), 나폴레옹 (115만㎢), 히틀러 (219만㎢)가 정복한 땅에 4배에 이를 정도로 광활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지배한 몽골 제국, 거기에는 세계의 정복자로 손꼽히는 칭기즈칸이 있었다.
최원정/KBS 아나운서: 역사저널 그날,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했던 몽골제국에 대해서 알아보는 첫번째 시간입니다. 몽골제국의 영토 도대체 얼마나 넓었던 건가요?
최태성/한국사 강사: 다시 한번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화면에 지도등장) 미주와 아프리카 빼고 다라고 보시면 돼요. 유라시아 전 지역을 휩쓸고 있고요. 면적을 본다면 3300만㎢=대한민국 영토 330배인데 느낌이 안오실 거예요.
이시원/배우: 먹고 살만한 땅은 다 차지했다.
허준/방송인: 말 발굽 닿는 데는 다 간 거에요.
이시원: 칭기즈칸을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복군주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허준: 아까 독소전쟁 했잖아요. 거기에서 독일이 사용했던 전격전, 이게 바로 칭기즈칸의 기마부대가 롤 모델인 거고, 이들이 한번 말을 타고 진격을 하면 하루 100km 이상을 진격했다는 거구요. 말도 그냥 한 마리가 간 게 아니고, 다섯, 여섯 마리가 같이 가서 말이 지치면 말을 바꿔 타고 달린 거죠.
이시원: 1995년에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에서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천년 동안 가장 위대한 사람을 뽑자해서 뽑은 게 바로 칭기즈칸이거든요. 그래서 가장 많이 읽은 위인전이 칭기즈칸이에요.
허준: (이시원을 향해) 그때부터 땅 많은 남자가 이상형 이었죠?
최원정: 오늘부터 몽골제국에 대해 자세히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서 모신 분이에요. 이익주 교수님, 나와계십니다.
이익주/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저는 고려시대를 전공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고려 몽골관계 그래서 고려사와 몽골사를 같이 공부하게 되었는데 세계는 농경을 하는 정주지역의 역사와 유목을 하는 초원지대의 역사가 마치 수레의 두 바퀴처럼 굴러가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한 바퀴만 알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바퀴에 대해서도 아는 게 꼭 필요하겠구나 그게 바로 몽골사인 거죠.
최태성: 중국을 통해서 아시아 역사를 보는 습관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그런데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몽골제국을 통해 새로운 관점의 아시아 역사를 살펴봐야 되겠다.
최원정: 그러면 또 한 분 모셨습니다. 단국대 북방문화연구소에 권용철 박사님, 안녕하세요?
권용철/단국대학교 북방문화연구소: 북방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권용철이라고 합니다. 몽골이라고 하면 인류 최초에 세계사를 만든 주역입니다. 또는 최초의 세계화를 만든 주역입니다. 콜럼버스가 대항해 시대를 여는데 영향을 끼친 원인을 계속 찾아올라 가다 보면 몽골제국이 나옵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1506)-이탈리아 제노바 출신 탐험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발견).
최태성: 어마어마한 영토를 차지하게 되면서 나라와 나라를 경계 짓는 선이 다 지워버린 거에요.
이시원: 국경이 없어지는 군요.
최태성: 국경이 지어버리니까 이동하기가 편하죠. 유럽이라든지 이슬람 사이의 어떤 교류, 왕래가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서 육상과 해상의 교통로가 만들어지는 전무후무한 인류 최초의 세계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허준: 발코니 확장을 3300만㎢헀어요.
최원정: 몽골제국을 알아보는 첫번째 시간, 오늘의 주제는 칭기즈칸입니다.
-----------------동영상: Dschinghis Khan (1979) (제공: 독일 ZDF)----------------
노래
들판에 부는 바람과 다투며 달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이 맨 앞을 달린다 나머지 사람들은 군말없이 뒤를 따른다 칭기즈칸
저 말 발굽 소리 채찍을 휘두르며 사막을 달리는 소리
온 세상에 두려움과 공포를 몰고 온다
벼락도 천둥도 저 자들을 멈추지 못한다
칭, 칭, 칭기즈칸
마병(馬兵)들이여, 마병들이여, 마병들이여, 더 멀리
칭, 칭, 칭기즈칸
위하자 형제들이여, 마시자 형제들이여, 싸우자 형제들이여, 한번 더
술을 가져와라
우린 몽골 사람들이다
악마가 이미 우리를 사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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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언제 들어도 신난다~
이시원: 잘 보니까 말 달리는 거 흉내 내는 것 같애요.
최태성: 너무 놀라는 게 노래 부르는 분들, 이 분들이 어떤 분들이냐하면 독일 사람들이에요. 칭기즈칸(Dschinghis Khan)-1979년 결성된 독일팝 그룹,
최원정: 칭기즈칸 그룹이잖아요?
이시원: 아시아인도 아니고 유럽인이 칭기즈칸 노래를 부른다는 게 너무 신기한데요.
최원정: 침략자였잖아요? 침략자의 노래를 부르면서 기린다고요, 가사가 엄청 뛰어주는 노래잖아요.
최태성: 정말 현대 유럽인들 한테도 칭기즈칸이란 그 인물이 영향력이 엄청나구나 하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이익주: 칭기즈칸에 대한 평가는 아주 극단적으로 둘로 갈립니다. 아주 훌륭한 리더라는 이미지가 있고 또 하나는 잔인한 정복자입니다. 어떤 이슬람 세계의 역사가는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은 아무도 남겨두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역사가인데 이 역사를 차마 기록으로 남기는 것 조차 힘이든다.
최태성: 칭기즈칸의 부대가 지나가면 남는 건 오로지 먼지 밖에 없었다.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인데 출생연도는 1162년, 이건 확실하지는 않는데 어쨌건 간에 12~13세기에 걸쳐서 등장했던 인물인데요. 이름이 테무진이에요. 이 테무진의 이름의 뜻이 무어냐 하면 바로 쇠와 관련이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 아닌가요?
칭기즈칸 프로필
이름 테무진
출생 1162(?)~1227년
아버지 예수게이 (보르지긴 씨족 족장)
어머니 호엘룬 (옴기라트 부족)
특징 주먹에 핏덩어리를 쥐고 태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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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스탈린? (스탈린(1878~1953)-구소련의 독재자)
최태성; 그렇죠, 레닌이 지어준 그 강철 같은 남자 스탈린=강철인간, 테무진도 쇠, 아버지가 지어주었는데 다른 부족을 정복하고 그 부족의 전사의 이름을 따 와가지고 아들한테 이름을 지어준 거예요.
이시원: 적장을 기리는 건가요? 그런 의미도 있는 건가요?
최태성: 그렇죠
권용철: 대표적인 적장을 사로잡은 걸 기리는 거죠.
허준: 순전히 자기 중심적이네요.
이시원; 칸이 황제에게 붙이는 칭호로 알고 있는데 왜 테무지칸이라고 안하고 칭기즈칸이 되었는지 궁금하거든요.
권용철: 칭기즈 라고 하는 말이 과연 무슨 뜻인가 이것에 관한 여러가지 주장들이 있습니다. 원래는 위대한, 위엄을 갖춘 이라고 해석을 하는 주장도 있고 또 하나는 바다 라고 주장하는 해석도 있습니다. 바다와 같이 넓은 세계를 다스리는 군주라는 뜻이었겠죠. 새소리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시원: 지저귀는 새요?
권용철: 지저귀는 새소리~
허준: 몽골 새는 창기즈~칭기즈~ 이렇게 짖어요?
권용철: 칭기즈칸이 이제 칸으로 즉위를 할 때 그때에 상서로운 새가 한 마리 날아와 가지고 칭기즈~ 칭기즈~ 그랬다는 거죠.
허준: 통상 뭔가 위대해 지면 나중엔 수식이 붙죠. 그래서 꼭 탄생설화가 있어. 몽골비사中-(테무진은) 태어날 때 오른손에 주사위 뼈만한 핏덩어리를 쥐고 태어났다. 이것도 전설 아닙니까?
권용철: 당시 몽골에서는 피를 손에 쥐고 태어난 자는 초원의 영웅이 된다. 그런 속설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죠.
이시원: 궁금한 게 또 있어요. 아버지랑 어머니가 씨족이 달라요.
최태성: 몽골이 유목민족이잖아요. 부족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다섯 부족만 기억하세요. 다섯개 부족이 있는데요. 몽 타 나 메 케,
일동: 웃음
최태성: 몽타나메케, 이게 뭐냐면, 테무진이 속한 몽골이 있구요. 타타르가 있는데 타타르는 나중에 많이 나오니까, 기억해 주세요. 그 다음엔 나이만, 메르키트, 케레이트~
이익주: 이제 알아두면 좋을 몽골말 두 가지만 얘기하면 울루스 라는 말이 있어요. 울루스=부족으로 번역하면 됩니다. 그 다음에 씨족은 오복, 그래서 오복이 모여서 울루스가 된다. 여러 개의 울루스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다섯 개 구나. 몽타나메케, 저도 벌써 외웠어요.
최원정: 그러면 예수게이가 속했던 보르지긴 씨족은 여기 5개 부족 중에 하나인가요?
이익주: 그 중에 몽골 울루스 몽골 부족의 보르지긴 씨족 이렇게 돼죠.
권용철: 저 넓은 초원에서 농사라는 건 지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물자 자체가 풍부하지 않고 그래서 사람들 끼리 서로 약탈을 하면서 부족들 내에서 서로 싸우면서 난리가 났어요. 그래서 당시 이때 초원의 혼란할 때의 상황을 몽골 비사에서 뭐라고 그러느냐 하면 하늘의 별들도 돌아눕고 사람들은 서로 노략질했으며 대지 또한 잠 못이루고 뒹굴고 있다—몽골비사中—별들도 지금 죽겠고 땅들도 서로 전쟁하느라고 가만히 못있고 이런 상황을~
이시원: 아수라장 이네요.
권용철: 그게 일상적인 삶이었다는 거죠.
허준: 흔히 우리는 방어가 가능 하잖하요. 그런데 저기는 사방팔방 방어가 안되는 평야예요. 누구든 나를 공격할 수 있는데 수비가 편할까요 공격이 편할까요?
이시원: 공격이 편하죠.
허준: 그러니까 먼저 털러 가는 거예요. 그 시기에 중국인들은 이런 말을 했다구요. 天高馬肥다. 하늘이 높아졌네, 가을이 왔네, 그럼 이제 말이 살찌겠네, 그 살찐 말 타고 이제 저 유목민들이 쳐들어오겠네~
이시원: 이게 그렇게 좋은 말이 아니네요.
최원정: 오죽했으면 중국에서 만리장성을 쌓았겠어요. 이게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막고자 쌓은것이라면서요.
권용철: 가을이 오는 것도 이유가 있어요. 가을에 추수를 하니까 식량이 있으니까 그리고 정주국가들은 겨울에 추우니까 전쟁을 잘 하지 않는데 유목국가들은 겨울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보통 동물가죽으로 만든 방한복을 든든하게 입고 있으니까 추위는 문제없고 중요한 건 뭐냐고 하면 강이 얼어요. 강이 얼면 쉽게 건너 갈 수 있으니까
최태성: 가을에 수확한 거 탁탁 털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거죠.
이익주: 이때 상황을 보면 여진이 금(金) 나라를 세운 다음에는 중국식으로 몽골을 통제할려고 했어요. (금(1115~1234)-여진족이 중국 북부에 세운 국가). 그게 뭐냐하면 이이제이(以夷制夷), 몽골 부족 중의 하나를 자기 편에 끌어들여서 이 부족을 앞세워서 다른 몽골부족을 관리하는 거죠. 그게 저기 나오는 타타르부족이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우리가 힘을 합쳐서 뭔가를 해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때 칭기즈칸이 출현하는 거에요 (내부분열과 金의 압박).
해설: 어린 시절 테무진은 옹기라트 부족의 부르테와 결혼을 약속한다. 당시 몽골의 풍습에 따라 테무진은 약혼녀 부르테의 집에 머무른다,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는 마을로 돌아가던 길에 타타르 부족과 식사를 같이 하게 된다. 타타르 부족과는 평소 적대관계였으나 예수게이는 그들이 내어주는 음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게이가 먹은 술에는 타타르 족이 탄 독이 들어 있었고 그는 최후를 맞이한다.
최원정: 독살 당한 거에요.
이시원: 아니 타타르족이 적대국이었는데 왜 주는 음식을 그냥 받아먹은 거죠?
최원정: 원래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배웠는데~
권용철: 타타르족과 예수게이는 아주 오랫동안 깊은 원한관계에 있었습니다. 아까 잘 기억해 보시면 테무진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나왔느냐?
이시원: 적장을~
권용철: 적장을 죽인 다음에 그 적장의 이름을 갔다 붙힌 거라고 말했잖아요. 그 적장이 타타르족입니다 (테무진=패배시킨 적장이름=타타르 부족)
이시원: 서로 복수전하는 거네요.
권용철: 타타르족도 10년전에 자기 부족의 전사를 죽였던 예수게이의 얼굴을 탁 알아보고 저렇게 독살을 한 거죠.
이시원: 그런데 저는 이해가 안 가는 게 왜 테무진 아버지 예수게이는 저렇게 쉽게 받아 먹은 거에요? 의심할만한데도~
최원정: 테무진의 아버지가 타타르족이 권한 술을 받아 마신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이광용/아나운서: 지금까지 유목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몽골엔 우리가 잘 모르는 독특한 풍속들이 많다.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몽골 사람들은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술이나 차를 먼저 대접한다. 오늘은 테무진의 아버지가 타타르족에게 대접받은 술을 직접 만나 보기로 한다----------------
--------------이광용: 한국에서 전통 몽골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안흐바야르/아버지(42) 그리고 봄에르덴/아들(16)씨입니다. 어서 오세요------------------
이광용: 테무진의 아버지가 마셨다는 술이 바로 이건가요?
안흐바야르: 몽골역사에서는 이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테무진 아버지 독살시 쉬밍아르히를 이용했다는 설과 아이락(말젖술)을 이용했다는 설입니다. 테무진 아버지가 마신 술이 쉬밍아르히 또는 아이락(말젖술)인지 판단 할 수 없지만 아이락(말젖술)을 마셨을 가능성도 있는 거죠.
이광용: 아이락(마유주-말젖)을 이용해 만든 몽골의 전통주인데요. 이걸 어떻게 만드는 거죠?
안흐바야르: 암말의 젖이나 소의 젖을 원료로 발효시켜 만듭니다. 여기 가져온 건 소의 젖으로 만든 아이락입니다. 몽골 서부지역에서 주로 만듭니다. 후후르 라는 통에 소젖(또는 말젖)을 넣어서 수천번 저어야 합니다. 많이 저을수록 발효가 잘 됩니다.
봄에르덴: 발효가 되면 아이락이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술이라고도 하지만 도수가 낮아가지고~
최태성: 몇도 정도가 되는데요?
봄에르덴: 1~3도, 그래서 어린 아이도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건강음료입니다.
최태성: 진짜 신기한 게 농경민족은 곡물을 가지고 술을 만드는데 유목민들은 소 또는 말젖으로 술을 만드네요.
--------------이광용 아나운서와 봄에르덴이 6명 패널들에게 아이락을 배댤하다------------------
최원정: 완전히 한 사발을 주셨는데~
이시원: 보니까 색깔이 뽀얗고 막걸리~?
최태성: 원래 이렇게 꽉 담아서 주세요?
봄에르덴: 네, 원래 다 채워야 돼요.
최원정: 향이 정말 막걸리랑 똑 같애, 마셔 보겠습니다.
허준: 굉장히 뭔가 세다~
최원정: 완전 시큼한~
이시원: 우리 막걸리에 요구르트 섞으면 이 맛 날 것 같애요.
최태성: 이거는 건강식입니다.
최원정: 맞아요, 시큼한 향이 강해서 독을 타도 모르겠어요. 엄청 강해요.
이광용: 제가 궁금한 건 그냥 말젖을 마시면 되지 굳이 발효시켜 술로 만드는 이유는?
봄에르덴: 말젖에는 유당이 많아요. 그래서 유당 분해효소가 없는 사람이 마시면 배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락을 발효시켜서 먹어야지 쉽게 말하면 비타민이 더 많아지는 거죠.
이시원: 여기 유산균도 많을 것 같아요.
이광용: 근데 아무리 몸에 좋아도 원수가 주는 술은 선뜻 내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 테무진의 아버지는 타타르족이 주는 술을 받아 마셨을까요?
안흐바야르: 몽골 사람들은 유목민족입니다. 유목민들은 손님을 잘 대접합니다. 그래서 주인은 손님을 공경해야 하고 손님은 그 음식을 맛있게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합니다. 손님은 주인에게 선물을 주고 주인도 손님에게 선물을 주고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문화가 있어서 그 음식을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광용: 상대불문하고 대접받은 음식을 무조건 먹어야 되는 것이 몽골의 예의인 거죠.
권용철: 사실 몽골 사람들이 손님을 귀하게 여기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몽골 유목민들은 항상 거친 땅을 계속 이동하고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자기가 손님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였던 거죠. 그리고 손님이라고 하면 저 멀리 떨어진 어느 지역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굉장히 고마운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유목민들의 풍습이 있었기에 예수게이도 타타르족이 준 독주를 크게 의심하지 않고 마셨다 라고 보는 거죠.
이광용: 오늘 친절한 설명을 해주신 두분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독살과 함께 테무진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요-----------------------
권용철: 사실 테무진에게는 아버지의 독살이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 왔을 겁니다. 나중에 1206년칸의 자리에 오르고 법령을 만들 때도 머리 속에 그 기억이 남이 있는 거죠. 그래서 주인이 독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먼저 먹어보고~ (칭기즈칸 제정 몽골 대법령 中-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은 그 음식에 독이 없는지 먼저 먹어본 다음 권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손님에게 권하는 식으로 법령을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몽골인들 사이에서는 은반지나 은잔 이런 걸로 독이 들었나 안들었나 확인하는 거죠.
최원정: 테무진은 아버지를 잃은 거지만 씨족 같은 경우에는 리더가 없어진 거잖아요. 테무진이 이걸 이어 받나요?
이익주: 이어 받아야 되는데 그때 테무진이 너무 어렸어요. 그러니까 씨족 사람들이 테무진을 오히려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버립니다. 기르던 양, 말, 재산도 모두 가지고 이동을 하고 테무진에게 남은 것은 어머니와 형제 등 9명이 남는데 그 중에 성인 남자는 한명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막막한 초원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요.
최태성: 죽으라고 그런 건데요, 뭐
이익주: 맞아요, 몽골비사에는 이렇게 표현을 해놓습니다. 그림자 외에는 동무가 없고 꼬리 이외에는 채찍도 없다.
권용철: 그래서 테무진과 나머지 가족들은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동물도 없고 키울게 없으니까 산에 들어가서 들쥐 잡아먹고 강이 있으면 생선 잡아먹으면서 굉장히 처참했다. 몇 년의 시련이 그렇게 흘렀다. 그런데 테무진을 버리고 떠났던 씨족들이 테무진을 잡으러 옵니다. 그래서 당시 15세 무렵 테무진은 포로로 잡혀가게 됩니다.
최원정: 왜 잡으러 온 거에요?
권용철: 성인이 되는 테무진이 언제 복수할 수도 있다.
이시원; 씨앗을 자르는 거군요.
권용철: 어떻게 보면 아까도 몽골초원의 비정한 복수 얘기를 계속 했잖아요. 그래서 이때 테무진을 잡으러 온 사람들이 말했던 얘기가 병아리들이 털을 갈았다. 어린애들이 조금씩 컸다. 그 다음에 두삽배기 양들이 질금거린다 이건 중세 몽골의 표현에서 어린 아이가 다 컸다. 복수를 걱정했어야 됐던 거죠. 이 부족에게 포로로 잡힌 테무진은 죄인한테 목에 씌우는 거 있죠. 칼이라고 하나요. 그걸 씌우고 식량도 잘 안주고 때리기도 하고 이런 수난을 겪게 됩니다.
이시원: 학대와 고문이네요.
최태성; 죽으라고 초원에 버려뒀는데 죽지 않고 살아남은 거야. 그러면 제가 나중에 복수할 거아냐? 안돼지~ 제거해야지. 이런 스토리가 지금 나온 거죠.
허준: 아버지 독살에도 버렸죠. 친척들이 자기를 초원에 버렸는데도 살아남았죠. 그리고 목에 칼을 차도 테무진 마음 속에는 내가 버틴다! 나 산다! 라는 마음으로 이를 갈았을 것 같애요.
이시원: 테무진 뜻이 철인이잖아요. 어떻게든 담근질을 견뎠겠죠.
최태성: 맞아요, 잔칫날, 사람들이 술 먹으면서 풀어지고 경비가 느슨해지니까 도망을 갑니다.
최원정: 그게 쉽지 않았을텐데~
최태성; 추격대가 붙습니다.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는 거야. 마침 물이 있는 거야 그 물 속으로 풍덩~ 들어 갔습니다. 계속 숨을 참고 있어야 되는데~ 도저히 못 참겠써서 쑥~ 나와서 파~ 하고 있는데 마침 그때 추격대 한명이 딱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눈을 마주친 거죠.
최원정: 잡혔네
최태성: 눈을 마주친 추격대가 못본척하고 그냥 가버렸어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행운이 오나봐요.
허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 한 명 전에만 숨을 못참고 나왔어도 죽는건데~
최태성: 말이 있어야 되겠다 그래서 결국은 결심을 해요.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또 다른 주사위를 던집니다. 어떤 결심을 하는지 아세요?
이시원: 말을 훔쳐야죠
최태성: 바로 아까 눈을 마주쳤던 그 사람 집을 찾아갑니다.
최원정: 그야말로 배팅인데!!
최태성: 모 아니면 도 잖아요.
최원정: 성공해요?
최태성: 성공합니다. 가족들이 테무진을 잘 보살펴 줘요. 먹을 것을 주고 말도 내어줍니다. 이렇게해서 테무진은 살아났어요.
이시원: 보통 인물이 아니네요.
이익주: 고차원의 전략이죠. 어떻게 보면 자기를 살려준 사람을 협박한 것이에요. 지난번에 나를 발견했을 때 신고하지 않은 죄를 끝까지 같이 지고 가야잖아요. 놀랍게도 이때 테무진의 나이가 10대 중반 정도예요.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에 이런 일을 벌리고 있는 겁니다.
최원정: 기지가 대단하다.
이익주: 어떻게 배웠을까. 그 초원에 책도 한 권 없고 칭기즈칸은 글을 몰랐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책에 모든 진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이 사람들은 그 상식을 깨어버려요. 순전히 자기의 경험으로 내가 살기 위해서 나의 삶의 원칙들을 만들어 나갑니다.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했던 테무진이 나중에 나이든 황제가 되었을 때 얼마나 대단한 결정을 하게 될까 이걸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해요.
허준: A와 B가 있습니다. 어떤 것 선택하시겠습니까> A~ 죽었습니다. 이건 모든 동물적 감각으로 키워야 돼요.
최원정; 진짜 하늘이 도운 사람 같애요. 보통 못빠져 나가고 죽겠죠.
권용철: 테무진은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는데 사실 돌아갔다고 해도 예전에 들쥐 잡아먹고 생선 잡아먹고 그때하고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래서 이때 테무진이 떠올리는 것이 약혼자 부르태였습니다.
허준: 춘향전의 이도령도 장원급제 했으니까 돌아갈 수 있는 건데~ 거지꼴인 상태로는 못돌아가 거든요. 현재 테무진은 거지꼴이잖아요.
이시원: 약혼도 어렸을 적에 한 거고 잊을 법도 한데 갑자기 찾아간다고 이걸 받아줄까요.
이익주: 이 상황에서 테무진이 생각할 수 있는 곳은 또 거기 밖에 없었을 거예요. 이 세상에 자기를 아는 사람들은 거기 밖에 없다는 거죠. 게다가 부르테 집안이 잘 살았어요. 옹기라트 부족의 위치가 어디나 하면 타타르 보다 조금 아래에 금나라 하고의 접경지역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금나라와 무역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고 그 전에 테무진의 아버지가 아들의 결혼 상대를 정할 때 이미 그 생각을 했겠죠. 옹기라트와의 결혼이 우리에게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테무진이 다시 어릴 때 결혼했던 부르테를 찾아갑니다. 거기에서 내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 꺼야. 이렇게 판단을 하는 거죠.
이시원: 그건 이게 테무진의 사정이고요. 장인 어른의 생각도 한번 들어봐야죠.
최태성: 장인 어른, 어렸을 때 테무진을 봤어요. 봤을 때 뭐라고 표현을 했냐면 눈에는 불이 있고 얼굴에는 빛이 있는 소년이다.
최원정: 관상을 보셨네요.
최태성: 장인 어른이 테무진을 만나는 전날 꿈을 꿔요. 어떤 꿈을 꾸었냐면 송골매, 이 솔골매가 자신한테 날아들어 오는데 한 발에는 해 그리고 한 발에는 달을 움켜쥐고 자기한테 쭉 날라 오는 거예요. 이 때 뭘 느꼈냐면 아~ 이 송골매가 테무진이다. 너~ 내 사위야 바로 허락을 합니다.
이익주: 유목민족한테 결혼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거는 부족과 가문의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해요. 말하자면 정치적인 동맹 같은 의미로도 가게 되는 건데 이런 점에서 테무진의 이 계획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던 것이죠. 또 결혼선물로 단비가죽으로 만든 검정코트를 선물로 받는데~ 이게 그 당시 몽골에서 매우 값진 물건이었어요.
최원정: 담비 가죽은 혹시 고려에서 유명한 수출품이 아니었나요?
이익주: 그거는 수달피~ 그런데 수달피도 몽골에서 매우 값진 물건이어서~ 고려에 어마어마하게 요구를 하죠. 결혼을 통해서 재산이 늘었죠. 테무진의 인생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가는 아주 결정적인 계기를 여기서 만듭니다.
이시원: 테무진 혼테크 성공했네요.
해설: 부르테와 결혼 후 테무진은 또 한가지 중요한 선택을 한다. 당시 초원의 강자였던 케레이트 부족의 수장, 옹칸을 찾아간 것이다. 테무진은 부르테가 결혼하며 가져온 담비 가죽을 옹칸에게 선물하며 도움을 청한다. 옹칸은 테무진의 후원자가 된다. 이제 테무진에게 도약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최원정: 테무진에게 상당한 조력자가 나타났네요. 옹칸, 어떤 사람이에요?
최태성: 테무진 아버지와 옹칸은 의형제를 맺은 사이 이었다. 의형제를 몽골어로 뭐라고 하느냐 하면 안다 라고, 안다 라고 하는데 처가에서 받은 담비 코트를 옹칸에게 선물로 주는 거에요. 그리고 옹칸에게 아버지처럼 제가 섬기겠습니다. 그때 옹칸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의 흩어진 백성을 내가 찾아주겠다. 이러면서 이제 테무진은 엄청난 조력자를 갖게 됩니다.
허준: 이게 사실은 없이 살았던 것에 비해서 투자를 할 줄 아는 거예요. 그렇게 하나도 쥔게 없이 살다가 결혼하고 나서 겨우 담비가죽 코트를 받았는데 이걸 주면서 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
이익주: 테무진이 옹칸을 찾아가서 마치 부자와 같은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퍼지니까 사람들이 다시 테무진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테무진이 자기 세력을 키워나가는 거죠.
최원정; 의형제를 맺고 혼인을 잘 하고 이게 일종의 이 사회에서는 군사동맹을 맺는 것처럼 중요하네요. 그것을 테무진은 잘 활용할 줄 알았어요.
권용철: 유목민족은 세력이 약하면 어디서 죽는 지도 모르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의형제 안다 라는 장치를 만들어서 가족이 아닌 내 편을 만들고 공동방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든 거죠.
이익주: 안다가 나왔으니까 쿠다 라는 말은 사돈이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아주 절친한 친구끼리 아들 딸을 결혼시켜서 쿠다가 되는 거죠. 안다(의형제) 쿠다 (사돈) 이게 같이 가게 되는데 이 쿠다관계는 나중에 고려와 몽골의 왕실결혼에도 적용돼요. 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다와 함게 쿠다를 기억해 주세요.
최원정: 나쿠다 안다. 테무진은 이렇게 해서 세력을 넓혀가는데 시련이 닥칩니다. 바로 아내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이광용: 메르키트 족에 납치된 테무진의 아내 부르테, 메르키트족이 테무진의 아내를 납치해간 배경엔 복수심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테무진의 아버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테무진 아버지의 아내는 메르키트족의 아내였다. 사람을 납치해서 자신의 아내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테무진 아버지가 약탈혼을 했던 그 대상, 그 여인이 바로 테무진의 어머니, 메르키트족은 이 사실을 20년 넘도록 가슴에 품고 내가 언젠가 복수하리라 하다가 결국은 결행에 옮긴 것이죠.
최원정: 아니 이런 약탈혼이 몽골에서는 흔했던 거예요?
권용철; 몽골은 같은 부족 사람끼리는 절대결혼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반드시 다른 부족의 여성이든 남성이든 찾았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 보면 몽골초원이 넓고 인구밀도는 낮기 때문에 신부감이든 신랑감이든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였을 것입니다.
허준; 여기에서 만약 이 여인을 내 아내로 삼지 않으면 앞으로 한달이 될지 두달이 될지 모르는 여정을 또 출발해야 되는 것이니까 지금 여기서 승부를 짖자~ 싸워서 뺏자 이렇게 된 것이죠.
------------이광용: 몽골 남자들이 결혼을 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것이 기적처럼 운명의 여인을 만나서 결혼을 결심했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것들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쌍봉 낙타 1마리 그리고 검은 담비가죽으로 장식한 백마 한필, 은잔 한짝 그리고 진주 목걸이 등 이런 것들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여인을 만나서 정식으로 혼례를 치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시원; 너무 어렵겠다
허준: 재물이 없으면 정식으로 결혼을 하기가 힘드네
이광용: 아버지가 메르키트족의 오랜 원한으로 아내를 빼앗긴 테무진, 과연 그는 아내를 되찾아 올 수 있었을까요?
최태성: 메르키트족이 5대 부족 중에 하나였잖아요. 너무 힘이 센거야 그러니까 테무진 혼자의 힘으로서는 부딪쳐서 도저히 찾아올 수가 있다~ 없다?
일동: 없다~
최태성: 힘든 거예요. 그래서 자기의 절친 자무카의 도움을 빌려 가지고 아내를 찾으러 갑니다.
권용철: 테무진과 자무카 두 사람은 한창 어렸을 때 처음 만나서 의형제(안다)를 맺습니다. 그 후로도 세번에 걸쳐서 의형제 맹세를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각별한 사이가 됩니다.
최원정: 멋 있다! 절친~
권용철: 옹칸 그리고 자무카의 군사와 함께 메르키트 부족을 공격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서 부르테를 극적으로 찾아서 구해옵니다. 그래서 테무진이 메르키트 부족을 응징했구나 하는 소식이 점점 몽골초원으로 퍼져나가게 되면서 테무진의 위상이 그전 보다는 한껏 높아지는 계기가 됩니다.
최태성: 아내를 찾았다.
이익주: 아내를 찾았는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그 아내가 임신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당시로서는 알 수가 없죠. 그런데 사람들이 수군댔겠죠. 하지만 어쨌거나 테무진은 자기 아들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 아들은 내 아들이다. 이 아들이 테무진의 장남이 되는 조치예요. 그래서 이 일화는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는 가운데 자기의 맏아들과 자기 부인을 감싸 않은 거죠.
이시원: 이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테무진은 정말 대인배 같아요.
권용철: 장남 이름이 조치라고 했습니다. 조치는 몽골어로 손님이라는 뜻입니다. 온갖 뉘앙스가 풍기는 묘한 이름입니다.
최태성: 어쨌던 간에 테무진은 점점 성장하고 있습니다. 성장을 하니까 몽골족의 부족장들이나 귀족들이 테무진을 찾아옵니다. 찾아와서 몽골부족의 칸이 되어 달라고 추대를 하는 겁니다. 물론 아직은 칭기즈칸은 아니고 테무진칸 이지만 어쨋거나 이제부터 몽골족을 이끌게 됩니다.
권용철: 항상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유목민들은 자신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유능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테무진의 이전 경험,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잃었고 탈출도 하고 혼자 힘으로 지도자의 위치까지 올라온 테무진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됩니다.
이시원; 테무진의 생존력을 높게 평가했던 것 같애요.
허준: 테무진과 함께 있으면 안죽어~
최원정: 아내도 되찾고 몽골족을 이끄는 칸도 되고 이제 부터는 인생이 승승장구를 하는 거죠?
이익주: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깁니다. 안다(의형제) 자무카와 갈등이 시작돼요. 처음에 테무진이 아주 불우했을 때 자무카와 의형제를 맺었을 때 그때는 테무진이 자무카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 테무진이 단계 단계를 가치면서 성장을 해 나가요. 몽골 울루스의 칸이 되잖아요. 이렇게 되면서 자무카가 볼 때에는 뭔가 역전이 됐다고 생각할만 했겠죠.
최원정: 시기, 질투가 발동됐다.
이익주: 이때부터 자무카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해설: 1190년 자무카는 13개 몽골 부족을 모아 3만 병력으로 테무진의 지역으로 진격한다. 달란 발주트 평원에서 펼쳐진 대격투, 테무진-공격하라! 테무진 세력 VS 자무카 세력, 그러나 테무진의 군대가 자무카 연합군 병력에 맞서 싸우기에는 부족했다. 후퇴하라! 열세를 인정하고 후퇴를 결정한 테무진 군대, 첫 전투는 테무진의 패배였지만 자무카와 테무진 둘의 운명은 점점 바뀌기 시작한다.
이시원: 어떻게 보면 떠 있는 태양에 떠오르는 태양이 부딪친 거네요. 보통 그렇게 되면 떠오르는 태양이 이기는데 여기서는 안되네요.
권용철: 이때 자무카와 테무진의 세력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자무카의 세력이 훨씬 더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테무진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이제 막 뜨는 태양이라고 볼 수 있다면 자무카는 이미 몇만 이상의 충분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면으로 맞부딪친다면 테무진이 자무카를 이기는 것은 무리지 않았을까.
이익주: 그런데 이 전투에서 승리한 자무카가 결정적인 큰 실수를 합니다. 자기를 배신하고 테무진의 편을 들었던 사람들을 잡아서 죽이는데 삶아서 죽여요.
이시원; 너무 잔인하다,
최원정: 어디서 들었는데 몽골에서는 삶아서(烹刑) 죽이는게 영혼까지 증발시키는 것이래요. 그래서 철전지 원수가 아니면 절대 안한다고 하는데~ 자무카가 자기 부하였던 사람들에게~
이익주: 이걸 바라본 몽골 사람들의 생각이 당연히 자무카에게서 떨어져 나갔죠.
최원정: 민심을 잃었네.
이익주: 그런데 그것과 대비되는 테무진의 모습이 있단 말에요. 테무진 같은 경우에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하층 몽골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가면서 자기세력을 구축해 갔거든요.
최태성: 성공하는 사람들의 방정식이 나왔네.
이시원: 주위에 잘 해야!
이익주: 그러니까 이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자무카가 전투에서는 이겼는데 전쟁에서는 진 거죠.
권용철: 그리고 사람들이 테무진에게 마음이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테무진이 아주 중요한 전쟁의 규칙을 바꾸게 됩니다.
이시원: 장군이나 서열이 높을 수록 뒤에서 지시만 하잖아요. 공격하라 공격하라 그런데 테무진은 자기가 먼저 앞장을 섰어요.
허준: 테무진은 규칙 중 암호를 바꾸었다?
이익주: 누구를 속이려고? (아군이 속을 수도--)
권용철: 정답은 전리품의 분배방식입니다. 원래 유목민족들은 자기가 약탈한 전리품을 자기가 가져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 중에 싸우지 않고 자기 것을 챙기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이시원: 정말 누구는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챙기고 있으면 진짜 배 아플 것 같애요.
허준: 몽골만 그랬던 게 아니에요. 유럽에서도 전리품 줍다가 패배한 군대가 굉장히 많아요. 전리품 주어서 그냥 탈영하고 도망가는 군사도 많았구요. 이건 원래 그랬었어요. 이러한 전리품에 대한 규칙을 부하들이 지키도록 만들었다는 게 테무진이 대단한 거에요.
권용철: 그래서 테무진은 전쟁 중에 전리품을 챙기는 걸 절대금지 한다. 굉장히 엄한 규칙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전쟁이 다 끝난 다음에 전리품을 다 모아서 획득한 것을 각자의 전공을 공정하게 따져서 전리품을 분배합니다.
이시원: 어떻게 보면 성과급제를 도입한 거네요.
허준: 그래서 실제로 몽골에서는 전공을 지키는 인사과장들이 있었대요 (몽골군의 전쟁터에는 전투공적 기록자가 있었다는 설). 그래서 열심히 전투를 체크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그래요.
이익주: 공정한 배분 중에 하나가 전사한 사람에게도 배분한다. 가족에게 배분하는 거죠.
이시원: 이건 사망보험까지 들어준 거네요.
이익주: 이렇게 되면 군인들이 죽음을 무릎쓰고 싸울 수가 있죠.
최태성: 내가 죽더라도 우리 가족은 보장 받을 수가 있으니까
이익주: 1201년에 또 한번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역시 테무진과 자무카의 전투인데 여기서 테무진이 이겨요. 최종적으로 테무진이 승리를 거둔 거지요. 이러면서 한 단계 더 도약을 하게 됩니다.
최원정: 그야말로 테무진은 혁신가와 같아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고 그런데 이러다 보면 항상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잖아요.
최태성: 귀족들의 불만이 많죠. 배신마저 하는 귀족들이 나오죠. 테무진이 본 거예요. 귀족들은 믿을만한 사람들이 아니구나. 이런 판단이 들면서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신분이 아니라 능력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신분 < 능력).
권용철: 여기서 귀족이라고 하면 몽골사회에서 혈연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을 얘기하거든요. 앞에서 살펴 보았던 칭기즈칸 테무진의 인생을 살펴보면 예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자기 친족들 씨족들 다 자기 버리고 도망갔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아~ 혈연 필요 없다. 능력 위주의 인재등용을 시행하게 되는 거죠.
이시원: 배신이라 하면 지긋지긋할 테니까 능력위주로 사람들을 모우는 거잖아요. 이걸 보면 칭기즈칸은 요즘 시대에 기업운영에도 탁월했을 것 같애요.
최태성: 테무진은 모든 걸 직접 겪은 거예요. 안 다음에 내리는 명령이니까 받아들이는 쪽 입장에서도 너무 현실적인 직무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애요.
이시원: 신뢰도 가고~
권용철: 테무진이 신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제 자무카가 졌잖아요. 자무카가 나중에 자기 부하들한테 테무진 앞으로 끌려옵니다. 그런데 이 부하들은 이제 테무진한테 자무카를 끌고 가면 우리는 엄청난 포상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정작 테무진은 주군을 배신한 부하는 나한테 필요없다. 그러면서 다 죽여 버립니다.
최태성: 심지어는 이런 경우, 자기를 죽이려 했던 인재들 마저도 품으려고 했는데 전투 중에 테무진이 적화살에 맞습니다. 거의 죽음 일본직전까지 가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다음에 찾은 거예요. 도대체 누가 나한테 화살을 쏘았느냐 잡혀온 포로 중에서 솔직하게 손을 들고 나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냐면 당시 몽골에서 가장 화살을 잘 쏜다는 명사수 제베라는 인물이었거든요. 그 인물 마저 품어버려요.
권용철: 솔직하게 자기가 했다고 고백을 했다. 이런 사람은 믿을 수 있다 라고 하면서 제베라는 이름을 하사해 줍니다. 제베라는 이름이 몽골어로 화살촉이라는 뜻입니다. 제베=화살촉
이익주: 테무진 리더쉽의 특징은 신분 또는 가족관계 혈연에 연연하지 않는다. 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리고 신뢰가 가는 거예요. 자기에게 충성을 할 수 있느냐 이런 건데 제베한테서 그걸 본 거죠. 능력 당연히 있어요 그리고 그 용기있는 행동에서 나에게 충성할만한 사람이구나 하는 판단을 해서 제베를 자기 부하로 만드는데 제베는 나중에 칭기즈칸의 몇대 명장을 꼽을 때 들어가는 사람이다. 이렇게 해서 자무카를 이기고 제베라는 명장을 얻게 되고 이후로 테무진의 세력이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몽골고원의 동부지역을 거의 장악할 정도로 세력이 성장을 합니다.
최원정: 오늘 몽골제국을 세운 칭기즈칸의 성장기 위주로 살펴 보았는데 한편의 영웅전을 읽는 느낌이잖아요. 온갖 고난과 시련을 다 이겨내고 기가 막히게 극복해 내는~
최태성: 위인전의 종합선물세트 같애요.
이시원: 그래서 제가 위인전을 많이 읽을 수 밖에 없었던게 칭기즈칸은 읽어도 읽어도 재밌어요.그리고 요즘 세상은 한 군데 정착되어서 사는 게 아니라 헤쳐 모여~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유동성이 진짜 중요하잖아요. 그런 시초가 몽골제국 같거든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좋은 직관력을 주지 않을까.
권용철: 13세기 유라시아 세계의 대부분을 정복한 몽골제국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칭기즈칸의 쓰라린 경험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형성된 제국 초기의 성격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늘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이익주: 칭기즈칸을 통해서 유목의 역사, 초원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는데요. 수핫 시간에 -1이라는 숫자를 배웠을 때 그 느낌이 나요. -1 이라는 숫자를 배웠을 때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숫자는 모두 자연수 였구나. 이제 음의 정수를 알게 되고 그 다음에 분수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무리수를 알게 되면서 유리수를 알게 되는 거죠. 이렇게 인식의 폭이 확대되어 가는데 내 것만 알아가지고는 내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어요. 나와 다른 역사를 앎으로서 나를 상대화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정주-농경지역의 역사에 아주 익숙한 우리가 초원의 역사를 배움으로서 전체 역사 속에서 우리의 자리를 잡고 그럼으로서 우리 역사를 객관화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세계사, 특히 그 중에서도 유목의 역사를 꼭 공부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최원정: 자연수에서 유리수 무리수 나오면 수학 포기자가 되잖아요. 역사는 세계사로 확장할수록 더 재미있다 거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느끼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드네요. 몽골고원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테무진, 테무진을 둘러싼 배신과 복수는 끝나질 않았습니다. 끝. (KBS 역사저널 그날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제국 제1편 테무진의 등장에서 정리).
① 13세기 유라시아 대륙에 몽골군의 말 발굽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죽음의 군대로 불리는 그들은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지배하며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몽골 제국의 영토는 알렉산더 (348만㎢), 나폴레옹 (115만㎢), 히틀러 (219만㎢)가 정복한 땅에 4배에 이를 정도로 광활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지배한 몽골 제국, 거기에는 세계의 정복자로 손꼽히는 칭기즈칸이 있었다. 독소전쟁에서 독일이 사용했던 전격전이 바로 칭기즈칸의 기마부대가 롤 모델이다. 이들은 한번 말을 타고 진격을 하면 하루 100km 이상을 주파했다. 말도 그냥 한 마리가 간 게 아니고, 다섯, 여섯 마리가 같이 가면서 말이 지치면 말을 바꿔 타고 달렸다. 1995년에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에서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천년 동안 가장 위대한 사람을 뽑자해서 뽑은 게 바로 칭기즈칸이었다. 가장 많이 읽은 위인전이 칭기즈칸이다.
② 지금까지는 중국을 통해서 아시아 역사를 보았다. 이제는 몽골제국을 통해 새로운 관점의 아시아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몽골은 인류 최초 세계사를 만든 주역이다. 최초의 세계화를 만든 주역이다. 몽골제국은 나라와 나라간의 경계선을 지워버린다. 국경이 없어지는 거다. 국경이 없어지니까 이동하기가 편하다. 유럽과 이슬람간의 왕래가 이루어졌다. 육상과 해상의 교통로가 만들어지는 전무후무한 인류 최초의 세계사가 탄생하였다. 그래서 몽골제국은 특히 콜럼버스에게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1506)-1492년 아메리카 대륙발견).
③ 칭기즈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둘로 갈린다. 하나는 아주 훌륭한 리더다 또 하나는 잔인한 정복자다. 어떤 이슬람 세계의 역사가는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아무도 남겨두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역사가인데 이 역사를 차마 기록으로 남기는 것 조차 힘이든다. 칭기즈칸의 부대가 지나가면 남는 건 오로지 먼지 밖에 없었다.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인데 출생연도는 1162년, 이건 확실하지는 않다. 어쨌건 간에 테무진은 12~13세기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출생-1162(?)~1227년, 아버지-예수게이(보르지긴 씨족 족장),어머니-호엘룬 (옴기라트 부족), 특징-주먹에 핏덩어리를 쥐고 태어남. 당시 몽골에서는 피를 손에 쥐고 태어난 자는 초원의 영웅이 된다는 속설이 있었다. 테무진은 쇠, 아버지가 지어주었는데 다른 부족을 정복하고 그 부족의 전사의 이름을 따 와가지고 아들한테 이름을 지어준 거다.
④ 몽골 유목민족은 굉장히 많다. 그중 대표적인 다섯 부족은 몽 타 나 메 케, 이게 뭐냐면, 테무진이 속한 몽골이 있고 타타르가 있고 나이만, 메르키트, 케레이트가 있다, 몽골말 두 가지만 얘기하면 울루스, 울루스=부족이다. 씨족은 오복, 오복이 모여서 울루스가 된다. 여러 개의 울루스가 있는데 대표적인 다섯 개가 몽 타 나 메 케, 예수게이가 속했던 보르지긴 씨족은 몽골 울루스(몽골 부족)의 보르지긴 씨족이다. 몽골 초원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물자 자체가 부족하여 사람들 끼리 서로 약탈을 하면서 부족들 내에서 서로 싸우면서 살아가는 상황, 당시 초원의 혼란한 상황을 몽골 비사에서는 하늘의 별들도 돌아눕고 사람들은 서로 노략질했으며 대지 또한 잠 못이루고 뒹굴고 있다. 그게 일상적인 삶이었다. 초원은 사방팔방 방어가 안되는 평야, 누구든 나를 공격할 수 있다, 먼저 털러 가야한다. 그 시기 중국인들은 이런 말을 했다. 天高馬肥다. 하늘이 높아졌네, 가을이 왔네, 그럼 이제 말이 살찌겠네, 그 살찐 말 타고 저 유목민들이 쳐들어오겠네,
⑤ 중국의 만리장성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막고자 쌓은 것이다. 정주국가들은 겨울에 추우니까 전쟁을 잘 하지 않는데 유목국가들은 겨울을 좋아한다. 보통 동물가죽으로 만든 방한복을 입고 있으니까 추위는 문제없고 중요한 건 겨울에 강이 얼면 쉽게 건너 갈 수 있다. 가을에 추수 하면 식량이 있으니까 수확한 거 털어갈 수 있다. 이때 상황은 여진이 금(金) 나라를 세운 다음에 중국식으로 몽골을 통제할려고 했다 (금(1115~1234)-여진족이 중국 북부에 세운 국가). 몽골 부족 중의 하나를 자기 편에 끌어들여서 이 부족을 앞세워서 다른 몽골부족을 관리하는 거다. 그게 타타르부족이다. 이 부족들이 우리가 힘을 합쳐서 뭔가를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때 칭기즈칸이 출현하였다(내부분열과 金의 압박).
⑥ 테무진은 어린 시절 옴기라트 부족의 부르테와 결혼을 약속한다. 당시 몽골의 풍습에 따라 테무진은 약혼녀 부르테의 집에 머무른다,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는 마을로 돌아가던 길에 타타르 부족과 식사를 같이 하게 된다. 타타르 부족과는 평소 적대관계였으나 예수게이는 그들이 내어주는 술을 받아 마셨다. 예수게이가 먹은 술에는 타타르 족이 탄 독이 들어 있었고 그는 죽었다. 타타르족과 예수게이는 오랫동안 깊은 원한관계에 있었다. 테무진이라는 이름은 타타르족의 적장의 이름, 적장을 죽인 다음에 그 적장의 이름을 테무진에게 주었다 (테무진=패배시킨 적장이름=타타르 부족). 타타르족도 20년전에 자기 부족의 전사를 죽였던 예수게이의 얼굴을 알아보고 바로 독살을 하였다.
⑦ 테무진의 아버지는 왜 타타르족이 주는 술을 받아 마셨을까. 몽골 사람들은 유목민족이다. 유목민들은 손님을 잘 대접한다. 그래서 주인은 손님을 공경해야 하고 손님은 그 음식을 맛있게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한다. 손님은 주인에게 선물을 주고 주인도 손님에게 선물을 주고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문화가 있어서 그 음식을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불문하고 대접받은 음식을 무조건 먹어야 되는 것이 몽골의 예의인 거다. 아버지의 독살과 함께 테무진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테무진에게 아버지의 독살은 큰 충격이었다. 테무진은 아버지를 잃었지만 씨족 같은 경우에는 리더가 없어진 거다. 테무진이 씨족의 리더를 이어 받아야 되는데 너무 어렸다. 그러니까 씨족 사람들이 테무진을 오히려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 버린다. 기르던 양, 말, 재산도 모두 가지고 이동을 하고 테무진에게 남은 것은 어머니와 형제 등 9명이 남는데 그 중에 성인 남자는 한명도 없었다. 그러니까 막막한 초원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테무진과 나머지 가족들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들쥐 잡아먹고 강이 있으면 생선 잡아먹으면서 처참하게 몇 년의 시련을 보냈다. 그런데 테무진을 버리고 떠났던 씨족들이 테무진을 잡으러 와서 당시 15세 무렵 테무진은 포로로 잡혀가게 된다. 테무진이 성인이 되면 복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⑧ 부족은 포로로 잡힌 테무진에게 목에 칼을 씌우고 식량도 잘 안주고 때리기도 하였다. 죽으라고 초원에 버려뒀는데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제가 나중에 복수할 텐데 안돼지 제거해야지. 테무진은 친척들이 자기를 초원에 버렸는데도 살아남았다. 목에 칼을 차도 마음 속에는 나 산다 라는 결의로 충만했다. 잔칫날 사람들이 술 마시면서 경비가 느슨해지니까 도망을 갔다. 추격대가 따라 붙었다.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었고 마침 물 웅덩이가 있었다. 그 물 속으로 풍덩 들어가서 계속 숨을 참다가 도저히 못 참겠써서 머리를 쑥 내밀었는데 마침 그때 추격대 한명이 딱 바라보고 있었고 눈을 마주쳤다. 눈을 마주친 추격대가 못본척하고 그냥 가버렸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행운이 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테무진은 말이 있어야 되겠다 그래서 결심을 한다. 바로 아까 눈을 마주쳤던 그 사람 집을 찾아갔다.
⑨ 가족들이 테무진을 잘 보살펴 줘고 먹을 것을 주고 말도 내어준다. 테무진은 살아났다. 테무진 보통 인물이 아니다. 고차원의 전략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를 살려준 사람을 협박한 것이다. 나를 발견했을 때 신고하지 않은 죄를 같이 지고 가야한다. 놀랍게도 이때 테무진의 나이가 10대 중반 정도다.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다. 기지가 대단하다. 어떻게 배웠을까. 그 초원에 책도 한 권 없고 칭기즈칸은 글을 몰랐다. 우리는 책에 모든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 상식을 깨어버리고 있다. 순전히 자기의 경험으로 내가 살기 위해서 나의 삶의 원칙들을 만들어 나간다.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했던 테무진이 나중에 나이든 황제가 되었을 때 얼마나 대단한 결정을 하게 될까를 엿볼 수 있다. 테무진은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으나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이때 테무진이 떠올리는 것이 약혼자 부르태였다. 이 상황에서 테무진이 생각할 수 있는 곳은 거기 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자기를 아는 사람은 부르테 밖에 없다. 부르테 집안은 잘 살았다. 옹기라트 부족의 위치가 어디나 하면 타타르 보다 조금 아래에 금나라 하고의 접경지역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금나라와 무역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고 그 전에 테무진의 아버지가 아들의 결혼 상대를 정할 때 이미 그 생각을 했겠다. 테무진은 처가를 통하여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을 하였다.
⑩ 테무진의 장인, 테무진을 어렸을 때 봤다. 그때 표현을 보면 눈에는 불이 있고 얼굴에는 빛이 있는 소년이다. 장인 어른이 테무진을 만나는 전날 꿈을 꾸었다. 꿈에 송골매가 자신한테 날아들어 오는데 한 발에는 해 한 발에는 달을 움켜쥐고 날라 오는 거다. 이 때 뭘 느꼈냐면 아~ 이 송골매가 테무진이다. 너, 내 사위야 바로 허락을 했다. 유목민족한테 결혼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부족과 가문의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정치적인 동맹 같은 의미도 있는데 테무진의 이 계획은 효과적이었다. 그는 결혼선물로 단비가죽으로 만든 귀한 검정코트를 받는다. 결혼을 통해서 재산이 늘었다. 테무진의 인생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가는 아주 결정적인 계기를 여기서 만든다. 부르테와 결혼 후 테무진은 또 한가지 중요한 선택을 한다. 당시 초원의 강자였던 케레이트 부족의 수장, 옹칸을 찾아간다. 테무진은 담비 가죽을 옹칸에게 선물하며 도움을 청한다. 옹칸은 테무진의 후원자가 된다. 이제 테무진에게 도약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⑪ 테무진 아버지와 옹칸은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다. 의형제를 몽골어로 안다 라고 하는데 처가에서 받은 담비 코트를 옹칸에게 선물로 주고 아버지처럼 섬기겠다. 그때 옹칸이 얘기한다. 너의 흩어진 백성을 내가 찾아주겠다. 이제 테무진은 엄청난 조력자를 갖게 되었다. 테무진이 옹칸을 찾아가서 부자와 같은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퍼지니까 사람들이 다시 테무진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이제 테무진이 자기 세력을 키워나간다. 의형제를 맺고 혼인을 잘 하고 이게 일종의 군사동맹을 맺는 것처럼 그것을 테무진은 잘 활용할 줄 알았다. 유목민족은 세력이 약하면 어디서 죽는 지도 모르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의형제(안다) 라는 장치를 만들어서 가족이 아닌 내 편을 만들고 공동방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든 거다. 테무진이 이렇게 세력을 넓혀가는데 시련이 닥친다. 아내가 납치되는 사건이다. 테무진의 아내 부르테를 메르키트족이 복수로 납치해 갔다. 테무진의 아버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테무진 아버지의 아내는 메르키트족의 아내였다. 그 사람을 납치해서 자신의 아내로 삼았다. 테무진 아버지가 약탈혼을 했던 그 대상, 그 여인이 바로 테무진의 어머니다, 메르키트족은 이 사실을 20년 넘도록 가슴에 품고 있다가 결국은 실행에 옮긴 것이다. 몽골은 같은 부족 사람끼리는 절대결혼을 하지 못한다. 반드시 다른 부족에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찾았어야 한다. 몽골초원이 넓고 인구밀도는 낮기 때문에 신부감이든 신랑감이든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였다.
⑫ 몽골 남자들이 기적처럼 운명의 여인을 만나서 결혼을 결심했다 하더라도 결혼을 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것이 어마어마한 재물을 준비해야 했다. 쌍봉 낙타 1마리 그리고 검은 담비가죽으로 장식한 백마 한필, 은잔 한짝 그리고 진주 목걸이 등 이런 것들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여인을 만나서 정식으로 혼례를 치를 수가 있었다. 재물이 없으면 정식으로 결혼을 못하였다. 아버지가 메르키트족의 오랜 원한으로 아내를 빼앗긴 테무진, 메르키트족은 5대 부족 중에 하나였다. 테무진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찾아올 수가 없다. 그래서 절친 자무카의 도움을 빌려 가지고 아내를 찾으러 갔다. 테무진과 자무카는 어렸을 때 부터 처음 만나서 의형제(안다)를 맺었다. 그 후로도 세번에 걸쳐서 의형제 맹세를 한다. 그러면서 점점 더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옹칸 그리고 자무카의 군사와 함께 메르키트 부족을 공격한다. 그 와중에서 부르테를 극적으로 찾아내서 구해온다. 테무진이 메르키트 부족을 응징했다는 소식이 몽골초원으로 퍼져나가게 되면서 테무진의 위상이 그전 보다는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아내를 찾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그 아내가 임신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수군댔다. 테무진은 자기 아들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다. 그 아들이 테무진의 장남이 되는 조치다. 테무진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는 가운데 맏아들과 자기 부인을 감싸 않았다. 테무진은 정말 대인배다.
⑬ 장남 이름이 조치다. 조치는 몽골어로 손님이라는 뜻이다. 온갖 뉘앙스가 풍기는 묘한 이름이다. 테무진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성장을 하니까 몽골족의 부족장들이나 귀족들이 테무진을 찾아온다. 찾아와서 몽골부족의 칸이 되어 달라고 한다. 물론 아직 칭기즈칸은 아니고 테무진칸 이지만 이제부터 몽골족을 이끌게 됐다. 항상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유목민들은 자신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유능한 지도자가 필요했다.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잃었고 탈출도 하고 혼자 힘으로 지도자의 위치까지 올라온 테무진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 안다(의형제) 자무카와의 갈등이다. 처음에 테무진이 자무카와 의형제를 맺었을 때 그때는 테무진이 자무카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못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테무진이 단계 단계를 가치면서 성장을 해 나가고 몽골 울루스의 칸이 되었다. 자무카가 볼 때 역전이 됐다고 생각할만 했다. 이때부터 자무카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1190년 자무카는 13개 몽골부족을 모아 3만 병력으로 테무진의 지역으로 진격한다. 달란 발주트 평원에서 펼쳐진 대격투에서 테무진의 군대가 자무카 연합군에 패배한다. 테무진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이제 막 뜨는 태양이라면 자무카는 이미 몇만 이상의 충분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⑭ 그런데 이 전투에서 승리한 자무카가 큰 실수를 한다. 자기를 배신하고 테무진의 편을 들었던 부하들을 잡아서 죽이는데 삶아서 죽인다. 이걸 바라본 몽골 사람들의 생각이 당연히 자무카에게서 이탈하였다. 그런데 그것과 대비되게 테무진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능력위주로 하층 몽골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가면서 자기세력을 구축해 갔다. 이 상황은 한 마디로 자무카가 전투에서는 이겼는데 전쟁에서는 졌다. 사람들이 테무진에게 마음이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아주 중요한 이유는 전쟁의 규칙을 바꾼다. 전리품의 분배방식이다. 전리품에 대한 분배규칙을 부하들이 지키도록 만들었다는 게 테무진이 대단한 거다. 테무진은 전쟁 중에 전리품을 챙기는 걸 절대금지 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 전리품을 다 모아서 획득한 것을 각자의 전공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했다. 전사한 사람 가족에게도 배분하였다. 1201년에 테무진과 자무카간에 또 한번의 전투가 벌어진다. 테무진이 이긴다. 테무진은 이러면서 한 단계 더 도약을 한다.
⑮ 테무진의 신뢰에 대한 일화가 있다. 자무카가 자기 부하들한테 체포되어 테무진 앞으로 끌려왔다. 부하들은 엄청난 포상을 기대했는데 정작 테무진은 주군을 배신한 부하는 나한테 필요없다. 그러면서 다 죽여 버렸다. 전투 중에 테무진이 적화살에 맞았다. 죽음 일본직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다음에 잡혀온 포로들에게 도대체 누가 나한테 화살을 쏘았느냐 하자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나왔다. 그 사람이 제베였다. 테무진은 그에게 제베라는 이름을 하사한다. 제베라는 이름은 몽골어로 화살촉이라는 뜻이다. 제베=화살촉, 테무진 리더쉽의 특징은 신분 또는 가족관계 혈연에 있지 않았다. 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신뢰가 중요했다. 이렇게 해서 테무진의 세력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몽골고원의 동부지역을 거의 장악할 정도로 세력이 성장한다.
ⓐ 13세기 몽골제국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칭기즈칸의 쓰라린 경험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형성된 제국 초기의 성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칭기즈칸을 통해서 유목의 역사, 초원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농경지역의 역사에 아주 익숙한 우리가 초원의 역사를 배움으로서 전체 역사 속에서 우리의 자리를 잡고 우리 역사를 객관화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역사는 세계사로 확장할수록 더 재미있다. 몽골고원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테무진, 그는 삶의 밑바닥으로 부터 처절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를 얻고 시련을 극복해 나가며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