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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에서는 주련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株聯이란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에 걸어 둔 것을 말합니다.
건축 장식이 건물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치장하는 기능을 한다면
주련은 정서적 분위기를 고무시켜 건물의 격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주련은
시문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 보게 되면 단순한 장식 이상의 것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 매력적인 건축 양식은
한자 문화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전각을 고상하고 운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직시문의 내용을 많이 알지 못하여서 그 멋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궁궐 중에서 주련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창덕궁입니다.
주련의 서체는
해서(정자체)보다는 행서(해서와 초서의 중간)나 초서(가장 흘려 쓴 서체)로 쓰여진 것이 많다고 합니다.
낙선재의 주련의 서체 또한 정자라기 보다는 흘려서 쓰고 있어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련의 글을 쓴 사람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나,
드물게 도장 등이 새겨져 있어 작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주련이 있다고 합니다.
창덕궁 낙선재의 주련은
추사 김정희와 친교가 깊었던 청나라 금석학자 '옹방강(담계)'의
사각 양각도장이 새겨진 것이 여러개 있어, 옹방강이 시의 작자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 가장 왼편에 있는 주련은 '문예를 널리 종합하여 이에 근원을 만났도다' 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낙선재의 주련들은 전체적으로 이곳에 길상과 상서의 기운이 곳곳에 서려 있음을 표현하고,
시화와 학문을 즐기는 유유자적한 풍류 생활의 멋을 노래하고 있다고 합니다.
↑ 낙선재 동쪽에 있는 귀갑문(거북등무늬) 장식의 담장입니다.
귀갑문은 거북이 지닌 상징적 의미인 장수·상서(祥瑞)·선수(仙獸)의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은
예로부터 봉황·용·기린·범과 함께 오령(五靈 : 다섯 가지 신령스러운 동물)으로 일컬어져 왔으며,
사신도(四神圖)에서는 ‘현무(玄武)’라 하여 북쪽을 담당하는 신으로 받아들여져 왔다고 합니다.
이렇듯 그냥 지나치기 쉬운 담장 하나하나에도
창덕궁의 사람들과 조선 왕조가 복되길 기원하는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 또한, 위의 낙선재 사진을 확대해보면 합각의 장식이 다른 건물과 다른 문양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합각이란
팔작지붕의 용마루 옆면에 '人'자 모양의 박공에 의해 형성된 삼각형 평면을 이릅니다.
합각은
장식 없이 회벽이나 판자로 마감하는 게 보통이지만,
때로는 아름다운 장식을 가하여 전각의 분위기를 일신하기도 하였습니다.
↑ 창덕궁 대조전의 합각들입니다.
'囍'자를 주 문양으로 시문하고, '卍'자 문양으로 여백을 채우고 있습니다.
'囍(쌍희 희)'자는 '喜(기쁠 희)'가 중첩된 글자로, 기쁨과 경사로움, 축복의 의미로 널리 쓰였다고 합니다.
창덕궁 희정당의 합각입니다.
'康'자를 주 문양으로 시문하고. '卍'자 문양으로 여백을 채우고 있습니다.
'康'자는 건강, 안락, 안정, 태평, 풍족, 부유 등 인간이 바라마지 않는 행복의 조건들을 의미합니다.
만자문은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와 상서를 의미하는 문양이라고 합니다
낙선재 쪽에서 바라본 평원루(상랑정)입니다.
평원루 현판은 추사 김정희와 친교가 깊었던 청나라 금석학자 '옹수곤'의 글씨라고 합니다.
평원루 바로 아래에 보이는 담장에서 회문 장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회문 역시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와 상서를 의미하는 문양이라고 합니다.
창덕궁의 몇몇 편액 사진을 모아봤습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우나,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문양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扁'은 표제*제목을 의미하고, '額'은 이마를 뜻합니다.
윗사진처럼 색이 바래 잘 보이지 않는 현액도 여럿 있었습니다.
昌德宮柱聯(창덕궁주련)
柱聯(주련)이란
원래는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할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그냥 기둥에 붙이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로 기둥(柱)마다 시구를 연달아 붙였다
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얇은 판자에 새겨 걸었던 것이 후대에
발전하여 지금은 일정한 양식을 갖춘 주련으로 발전했다.
법당에 걸려있는 주련은 판 위 아래에 연잎이나 연꽃, 혹은 당초 무늬를 새겨 다
듬고 그 가운데에 글귀를 적는데 검은 바탕에 하얀 글씨로 써 넣어 시각적인 효
과를 극대화 한 특징이 있다.
내용은 부처님 말씀이나 선사들의 법어가 주 내용이다. 사찰의 기둥이나 벽에
성구를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 기둥마다에 부처님 성구나 시구를 연하여 걸었
다는 뜻에서 주련이라 부른다.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할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붙이거나 그 내용을 얇은 판
자에 새겨 걸기도 한다. 판자 아래위로 荷葉(하엽)을 陽刻하든지 연꽃을 새기든
지 당초무늬를 새기든지 하여 윤곽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에 글귀를 적어 새김질
하는데, 글씨의 윤곽만 새기는 기법을 쓰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다. 양각한 부
분과 새김질한 글씨에 색을 넣어 장식한다. 판자 전체에는 보통 密陀僧(밀타승)
을 발라 하얗게 만들고, 글씨에는 먹을 넣든지 群靑을 가칠하고, 양각한 무늬들
은 三彩 정도로 단청하여 화려하게 꾸미기도 한다.
살림집 안채에서는 안마당을 향한 기둥에 주련을 거는데, 生氣福德을 소원하는
내용이나 德談의 글귀를 필치 좋은 사람에게 부탁하여 받아 건다. 아이들의 인
격함양을 위한 좌우명이나, 수신하고 제가하는데 참고가 되는 좋은 시를 써서
건다. 한 구절씩을 적어 네 기둥에 걸면 시한수가 된다 .
주련은 경치 좋은 곳에 세운 樓閣이나 여타의 다락집, 사찰의 법당 등에도 건다.
다락에서 내려다보이는 좋은 景槪(경개)를 읊은 시가 주련에 채택되고, 포교를
위한 부처님의 말씀을 주련에 새기는데, 이들 주련이 기둥 바깥쪽에 달려 있어
서 다락이나 법당 안의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보다는 자연이 보고 읽
어달라는 誥知(고지)의 생각이다. 길가의 牌樓나 정려 등에 주련을 걸어 주인공
을 선양하는 일도 이런 데서 연유하고 있다.
1.樂善齋(낙선재)의 柱聯(주련)
위치와 연혁 :
낙선재, 석복헌, 수강재를 통틀어 낙선재라고 한다.
낙선재는 헌종의 서재 겸 사랑방이기도 하다.
낙선재라는 이름은 영조 때부터 기록에 등장하나 1756(영조 32)년과 1788(정조 12)년에 발생한 화재로 타버려서 『동궐도』에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낙선재는 1847(헌종 13)년에 헌종이 후궁 경빈 김씨를 맞이하면서 왕실의 사생활 공간으로 사용하려고 세운 것이다. 1884년 갑신정변 직후에는 고종이 이 곳을 집무소로 사용했다. 고종은 여기에서 대신들을 만나 갑신정변의 뒤처리를 하고, 일본과 청나라 등 외국 공사들을 접견하기도 했다.
고종의 뒤를 이은 순종(1874~1926년)은 국권을 빼앗기고 나서 1912년 6월 14일이 곳으로 거처를 옮겨 거주하였다. 1963년 일본에서 환국한 영친왕 이은(李垠,1897~1970년)도 낙선재에서 생애를 마쳤다. 그 후 이은의 부인 이방자(李芳子,1901~1989년) 여사가 여기에서 살았다.
낙선재는 정면 6칸 측면 2칸 규모의 익공 팔작지붕집으로, 오른쪽 한 칸을 전면으로 돌출시켜 누마루로 삼았다. 이 일대는 본래 창덕궁과 창경궁의 경계에 있었으나 지금은 창덕궁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뜻풀이 : ‘낙선(樂善)’은 ‘선을 즐긴다’는 의미이다. 『맹자』에 “인의(仁義)와 충신(忠信)으로 선을 즐겨 게으르지 않는 것[樂善不倦]을 천작(天爵)이라고 한다.”<원전 1>고 했다. 임금이 이곳에서 인의와 충신을 지키며 선을 즐겨 하늘의 작록(爵祿) 1)을 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작 정보 :
‘낙선재’ 현판은 청나라때 문인인 섭지선(葉志詵, 1779~1863년)의 글씨이다.
(1)瓦當文延年益壽(와당문연년익수) 와당에는 연년익수(延年益壽)라고 씌어 있고
(2)銅盤銘富貴吉祥(동반명부귀길상) 동반에는 부귀길상(富貴吉祥)이라고 새겨져 있네.
(3)山隨水曲趣無盡(산수수곡취무진) 산이 물을 따라 굽이치니 흥취가 다함이 없고
(4)竹與蘭期坐有情(죽여난기좌유정) 대와 난과 기약하니 자리에 정이 넘치네.
(5)經學精硏無嗜異(경학정연무기리) 경학을 정밀히 연구하여 특이함을 좋아하지 않았고
(6)藝林博綜乃逢原(예림박종내봉원) 문예를 널리 종합하여 이에 근원을 만났도다.
(7)滿襟龢氣春如海(만금화기춘여해) 가슴 가득 화기(和氣)이니 봄은 바다와 같고
(8)萬頃文瀾月在天(만경문란월재천) 만 이랑에 물결 이는데 달이 하늘에 있도다
(9)可釣可畊盤谷序(가조가경반곡도) 낚시질하고 밭갈이할 만하니 반곡서(盤谷序)이고,
(10)堪詩堪圖輞川圖(감시감도망천도) 시 짓고 그림 그릴 만하니 망천도(輞川圖) 라네.
(11)四壁圖書供嘯敖(사벽도서공소오) 사방에 가득한 도서는 득의만만하게 노래하게 하고
(12)半窓風月任吟啄(반창풍월임음탁) 창 한켠의 풍월(風月)은 마음껏 읊조리게 하네.
(13)閒眠東閣修花史(한면동각수화사) 한가로이 동각에서 잠자며 화사(花史)를 수정하고,
(14)偶坐南池注水經(우좌남지주수경) 우연히 남지에 앉아 수경(水經)에 주석을 하네.
(15)名紙勝於求趙璧(명지승어구조벽) 좋은 종이는 조벽(趙璧)을 구하는 것보다 낫고
(16)異書渾似借荊州(이서혼사차형주) 기이한 서적은 형주(荊州)를 빌려온 듯하네.
(17)閒將西蜀團窠錦(한장서촉단소금) 한가로이 서촉(西蜀)의 단과금(團窠錦) 을 가져와
(18)因誦東坡憶雪詩(인송동파억설시) 이어서 동파(東坡: 蘇軾)의 억설시(憶雪詩)를 읊노라.
(19)太史文章臣瓚注(태사문장신찬주) 태사의 문장은 신하 찬(瓚) 이 주석을 하였고
(20)尙書孝友君陳篇(상서효우군진편) 상서의 효도와 우애는 군진편(君陳篇)에 자세하네.
(21)擬寫山經徧大荒(의사산경편대황) 산경 을 쓰고자하여 대황에까지 두루 다니네.
2.애련정 주련(愛蓮亭 柱聯)
위치와 연혁 : 연경당 앞 연못가의 정자이다.
궁궐지』에 따르면
1692(숙종 18)년 연못 가운데에 섬을 쌓고 정자를 지어
‘애련(愛蓮)’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숙종이 지은 「애련정기(愛蓮亭記)」에도 연못 가운데에 지었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의 애련정은 연못가에 있다.
고증을 한다면 지금의 애련정은 나중에 다시 지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네 개의 기둥 중 두 개가 못에 잠겨 건물의 반은 못 위에, 반은 축대 위에 걸쳐져 있다.
애련정의 앞 네모난 연못은 애련지(愛蓮池)라고 한다.
연못 서쪽 옆에는 어수당이라는 건물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뜻풀이 : ‘애련(愛蓮)’은 ‘연꽃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송나라 때 성리학자 염계 주돈이가 연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쓴
「애련설(愛蓮說)」이 유명하다.
숙종은 「애련정기(愛蓮亭記)」에서
“연꽃은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고, 우뚝 서서 치우치지 아니하며 지조가
굳고 맑고 깨끗하여 군자의 덕을 지녔기 때문에,
이러한 연꽃을 사랑하여 새 정자의 이름을 애련정이라고 지었다.”고 썼다.
이는 다분히 주돈이의「애련설」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며
숙종 스스로도 주렴계(周濂溪: 주돈이)와 뜻이 같음을 밝혔다.
(1) 雨葉眞珠散(우엽진주산) 비 맞은 잎사귀에는 진주가 흩어지고,
(2) 晴花粉臉明(청화분검명) 말간 꽃은 화장한 뺨처럼 환하도다.
(3) 亭近如來座(정근여래좌) 정자는 석가여래의 자리와 가깝고,
(4) 池容太乙舟(지용태을주) 연못은 태을주(太乙舟)를 받아 들였네.
(5) 花愛稱君子(화애칭군자) 꽃을 사랑하여 군자라 일컫고,
(6) 龜齡獻聖人(귀령헌성인) 거북의 수명을 임금님께 바치네.
(7) 碧筒供御酒(벽통공어주) 푸른 대궁으로 어주(御酒)를 바치니,
(8) 霞綺散天香(하기산천향) 노을 빛 비단 꽃은 천향(天香)을 발산하네.
3.演慶堂 柱聯
위치와 연혁 :
사료에는 순조에게 존호(尊號)를 올리는 경축 의식을 거행할 곳으로 건축했으며
‘연경’이라는 이름도 이 때에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연경당은 속칭 궁궐 안의 99칸 집으로 유명하지만 순종대에 간행한 『궁궐지』에 따르
면 실제로는 연경당(사랑채) 14칸, 내당(內堂: 안채) 10칸 반, 선향재(善香齋) 14칸, 농
수정(濃繡亭) 1칸, 북행각(北行閣) 14칸 반, 서행각(西行閣) 20칸, 남행각(南行閣) 21
칸, 외행각(外行閣) 25칸으로 모두 120칸이었다.
궁궐 안의 다른건물들이 단청과 장식을 화려하게 한 것에 비하여
이 집은 단청을 하지 않았고 구조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둥 위에 공포 1)를 두지 않은
민도리집이다.
처음 지었던 연경당은 없어지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그 후에 새로 지은 것이다.
‘연경당’은 이곳의 건물군(群) 전체의 이름이면서 사랑채의 당호이기도 하다.
사랑채인 연경당은 정면 6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홑처마 집인데 이 집 주인의 일상
거처이다. 대궐에서 퇴궐하면 이 방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또 문객들과 더불
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뜻풀이 :
‘연경(演慶)’은 ‘경사(慶事)가 널리 퍼진다’는 뜻이다.
‘연(演)’ 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늘이다(延)’, ‘널리 펴다’는 뜻이다.
『동국여지비고』에 의하면
1827(순조 27)년 효명세자가 대조(大朝: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경사스런 예(禮)를 만났고 마침 연경당을 낙성하였으므로 그렇게 이름 하였다고 한다.
(1) 秦城樓閣烟花裏(진성누각연화리) 진(秦)나라 성의 누각은 연화(烟花) 속에 있고,
(2) 漢帝山河錦繡中(한제산하금수중) 한(漢)나라 황제의 산하는 금수(錦繡) 속에 있네.
(3) 臨事無疑知道力(임사무의지도력) 일에 임하여 의문이 없으니 도력을 알겠고,
(4) 讀書有味覺心閒(독서유미각심한) 글을 읽음에 참맛이 있으니 마음 한가로움을 깨
닫네.
(5) 雲裏帝城雙鳳闕(운리제성쌍봉궐) 구름 속 도성에는 한 쌍의 봉궐(鳳闕)이요,
(6) 雨中春樹萬人家(우중춘수만인가) 빗속의 봄 숲에는 수많은 인가로다.
(7) 瑞氣逈浮靑玉案(서기형부청옥안) 상서로운 기운은 아득히 청옥안에 떠 있고,
(8) 日華遙上赤霜袍(일화요상적상포) 햇빛은 멀리 적상포(赤霜袍) 위로 솟아 오르네.
(9) 雲近蓬萊常五色(운근봉래상오색) 구름은 봉래궁(蓬萊宮)에 가까워 늘 오색 빛이요,
(10)雪殘鳷鵲亦多時(설잔지작역다시) 눈은 지작관(鳷鵲觀)에 남아 오랫동안 쌓여 있
네.
(11)山中老宿依然在(산중노숙의연재) 산 속의 노스님은 늘 그대로 앉은 채로
(12)案上楞嚴已不看(안상능엄이불간) 책상 위에 『능엄경(楞嚴經)』을 이미 보지 않고 있
네.
(13)名將存心惟地理(명장존심유지리) 명장이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오직 지리(地理)뿐이
요,
(14)聖門傳業只官書(성문전업지관서) 성인 문하에 업을 전하는 것은 다만 관서(官書)일
뿐이네.
(15)九天日月開新運(구천일월개신운) 구천(九天)의 해와 달이 새로운 운을 열어 주니,
(16)萬里雲霞醉太平(만리운하취태평) 만리의 구름과 노을은 태평에 취해 있네.
(17)千里春風回碧巒(천리춘풍회벽만) 천리에 봄바람은 푸른 봉우리를 돌아오고,
(18)南極祥光兆吉昌(남극상광조길창) 남극성(南極星)의 상서로운 빛은 길상(吉祥)을 알려
오네.
(19)請於上古無爲世(청어상고무위세) 상고 시대와 같은 무위(無爲)의 세상에서
(20)長作天家在野臣(장작천가재야신) 길이 천자의 백성이 되기를 청하네.
(21)功崇六宇郭中令(공숭육우곽중령) 공이 온 세상에 높은 이는 곽중령(郭中令)이요,
(22)荷香風共聖之淸(하향풍공성지청) 연꽃 향기 바람과 함께 하는 이는 성인 중에 맑은
사람일세.
(23)兩京名詔皆高士(양경명소개고사) 두 서울에 조서로 부르는 자는 모두가 고사이니,
(24)四時和氣及蒼生(사시화기급창생) 사시에 온화한 기운이 온 백성에게 미치네.
(25)山靜日長仁者壽 (산정일장인자수)산은 고요하고 해는 길어 어진 이는 장수하고,
(26)月明人影鏡中來 (월명인영경중래)달 밝으니 사람 그림자가 거울 속에 비춰 오도
다.
(27)半窓踈影梅花月(반창소영매화월) 창 한 켠에 성긴 그림자는 달빛에 매화요,
(28)一榻淸風栢子香(일탑청풍백자향) 책상에 맑은 바람은 측백의 향기로세.
(29)山逕繞邨松葉暗(산경요촌송엽암) 산길은 마을을 두르고 솔잎은 짙은데
(30)柴門臨水稻花香(시문임수도화향) 사립문은 물에 가까워 벼꽃은 향기롭네.
(31)於此閒得少佳趣(어차한득소가취) 이 곳에서 한가히 약간의 아름다운 흥취 얻으니,
(32)亦足以暢敍幽情(역족이창서유정) 또한 그윽한 정을 펼치기에 족하도다.
(33)淸興高於將上月(청흥고어장상월) 맑은 흥은 솟아오르려는 달보다 높고,
(34)深情溢比欲開尊(심정익비욕개존) 깊은 정은 열려고 하는 술독에 비할 만큼 넘친다
네.
(35)僮約屢申松菊徑(동약루신송국경) 노복과의 약속도 소나무와 국화의 길에서 자주 하
였고,
(36)水租先報芰荷洲(수조선보기하주) 수조(水租)도 마름꽃과 연꽃이 핀 물가에서 먼저 받
았네.
(37)春雨杏花虞學士(춘우행화우학사) 봄비에 살구꽃은 우학사(虞學士)가 노래했고,
(38)酒旗山郭杜司勳(주기산곽두사훈) 주막 깃발 산 성곽은 두사훈(杜司勳)이 읊었다
네.
(39)樂意相關禽對語(낙의상관금대어) 즐거운 뜻 서로 관계하여 새들은 마주하여 지저귀
고,
(40)生香不斷樹交花(생향부단수교화) 향기 풍겨 끊이지 않으니 나무는 꽃과 서로 어울렸
네.
4.善香齋 柱聯
위치와 연혁 :
연경당 동쪽에 있는 14칸짜리 건물로 책들을 보관하고 책을 읽는 서재이다.
가운데 큰 대청을 두고 양쪽에 온돌방을 두었으며 앞면에 설치한 차양이 다른 건물들
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다.
뜻풀이 :
‘선향재(善香齋)’는 ‘좋은 향기가 서린 집’이라는 뜻이다.
책을 보관하던 곳이기에 좋은 향기란 책 향기를 가리킨다.
(1) 道德摩勒果(도덕마륵과) 도덕은 마륵(摩勒)의 과일이요,
(2) 文章鉢曇花(문장발담화) 문장은 우담바라의 꽃이로다.
(3) 張子野詞伯(장자야사백) 장자야(張子野)는 사(詞)에 뛰어난 문인이고,
(4) 李將軍畵師(이장군화사) 이장군(李將軍)은 그림에 특출한 화가로다.
(5) 汝南尋孟博(여남심맹박) 여남(汝南) 땅으로 맹박(孟博) 1)을 찾아가고,
(6) 高密訪康成(고밀방강성) 고밀(高密) 땅으로 강성(康成)을 방문한다네.
(7) 細讀斜川集(세독사천집) 사천(斜川)의 문집을 세밀히 읽고,
(8) 新烹顧渚茶(신팽고저다) 고저(顧渚)의 차를 새로 달이네.
(9) 養竹不除當路筍(양죽부제당로순) 대 기르기 좋아하여 길에 자란 죽순도 베지 않고,
(10)愛松留得礙門枝(애송유득애문지) 솔을 사랑해 문 가린 가지도 남겨 두었네.
(11)史編作鑑推君實(사편작감추군실) 역사를 편찬함은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은 사 마군실(司馬君實)을 추대하고,
(12) 賦筆凌雲擬子虛(부필능운의자허)
부(賦) 짓는 솜씨는
구름을 뛰어넘는 기상의 자허 (子虛)에게 비기네.
(13) 瀑布之餘雲盡水(폭포지여운진수) 폭포의 밖에서는 구름이 온통 물이 되고,
(14) 茯苓其上樹交花(복령기상수교화) 복령(茯苓)의 위에서는 나무가 꽃과 어울렸네.
(15) 却對眞山看畵圖(각대진산간화도) 문득 진짜 산을 대하니 그림을 보는 듯하도다.
5. 濃繡亭(농수정)
위치와 연혁 :
연경당의 동쪽 돌계단 위에 지은 정자이다.
겹처마 네모지붕으로 꼭대기에 절병통 15)이 꽂혀 있다.
정면 측면이 각 1 칸씩이고 완자[卍字] 무늬의 사분합(四分閤) 16) 문으로 구성하여
모두 들어 올릴 수 있게 했다.
뜻풀이 :
‘농수(濃繡)’는 ‘짙은 빛을 수놓는다.’는 의미이다.
연경당의 구석 깊숙이 자리하여 녹음에 둘러싸인 풍경을 표현한 이름이다.
(1) 五色天書詞絢爛(오색천서사순란)
오색의 임금 조서(詔書)는 글이 아름답게 빛나고,
(2) 九重春殿語從容(구 중춘전어종용) 구중궁궐 봄 전각(殿閣)에는 말씀 조용하시네.
(3) 春水方生華來鏡 (춘수방생화래경) 봄 물은 막 불어나고 꽃은 거울에 비쳐오니,
(4) 吾廬可愛酒滿床 (오려가애주만상) 내 오두막 사랑스럽고 술은 상에 가득하네.
(5) 如斯嘉會知難得 (여사가회지난득) 이 같은 좋은 모임을 얻기 어려움 알겠는데,
(6) 常駐詩人若有緣 상주시인약유연) 항상 머무는 시인은 마치 인연이나 있는 듯하네.
(7) 漢魏文章多古質(한위문장다고질) 한위(漢.魏)의 문장은 예스럽고 질박한 맛이 많
으며,
(8) 春秋風日長精神(춘추풍일장정신) 춘추(春秋)의 풍기(風氣)는 정신을 길러 주도다.
6.규장각 팔경(奎章閣八景) 칠언율시(七言律詩) 8수
기해년 첫가을에 신 덕무(德懋)ㆍ신 득공(得恭)ㆍ신 제가(齊家)ㆍ신 이수(理修)가 검서
관(檢書官)으로 있었는데, 하루는 주상이 규장각 팔경시(奎章閣八景詩)를 지으라고 명
하였다. 신 덕무 등이 송구하고 감격하여 삼가 백배하고 지어 바치었다. 주상이 각신
(閣臣)을 불러 주사(朱砂)로 비점(批點)을 주어 신 덕무의 시(詩)를 제일에 두고, 인하여
신 등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명하여 말씀이 정녕하고 상을 차등 있게 주었으니, 아! 성
하도다. 이처럼 미천한 신하가 어떻게 이것을 얻었는가. 하늘같이 높고 땅같이 두터워
서 종신토록 갚기를 도모하겠다. 신 덕무는 공손히 기록한다.
봉모당(奉謨堂)의 은하수[雲漢]
방대한 왕가의 문헌 후손에 전하니 / 森羅寶帙誕垂昆(삼라보철탄수곤)
성한 덕 천추에 잊을 수 없겠네 / 盛德千秋不可諼(성덕천추불가훤)
성조와 신손이 심법으로 주고받아 / 聖祖神孫心法授(성조신손심법수)
천지의 도를 따른 법도가 남아 있네 / 天經地緯典刑存(천경지위전형존)
아름다운 은하수의 빛 언제나 밝게 비추고 / 休光每護昭回字(휴광매호소회자)
왕성한 기운 뜻 깊은 말씀에 길이 머물렀네 / 元氣長留灝噩言(원기장유호막언)
구름 가에 높은 집 우뚝 솟았는데 / 雲際巋然高閣出(운제귀연고각출)
황성의 옛일은 조정에서 본받은 것 / 皇宬舊事大朝援(황성구사대조)원
서향각(書香閣)의 연꽃과 달
동글동글 연잎에 달빛은 가없는데 / 田田荷葉月蒼茫(전전하엽월창망)
서향각 산들바람에 깊은 밤이 서늘하네 / 書閣微風五夜涼(서각미풍오야량)
달빛 공중에 가득하니 궁중(宮中)에 통하였고 / 素影流空通御氣(소영유공통어기)
연꽃 물 위에 덮여 천향이 흩어지네 / 朱華冒水散天香(주화모수산천향)
금초반 속옷 영롱한 빛 곱기도 한데 / 金貂班襯玲瓏艶(금초반친령롱염)
백수준엔 넘치는 술 출렁이네 / 白獸尊翻瀲灩光(백수존번염렴광)
임금 마음 연락만을 생각함이 아니요 / 不是宸心懷宴樂(불시신심회연락)
주 문왕의 영대 영소 사모함일세 / 靈臺靈沼慕周王(영대영소모주왕)
규장각(奎章閣)에서 선비를 시험하다
새로 지은 규장각 높고 높은데 奎躔新閣鬱嵯峨
허다한 좋은 문장 이미 보았네 卽看文章濟濟多
길사들이 모여 드니 역복을 생각하고 吉士來歸思棫樸
영재가 진작되니 청아를 읊네 英材振作詠菁莪
한 나라는 현량책을 시행하였고 漢庭親發賢良策
당 나라는 때로 박학과를 열었네 唐殿時開博學科
난봉의 풍채 갖춘 사람 그 누구인가 誰是鸞鳳珍彩備
요사이 밝은 조정에서 예로 맞아들이네 熙朝近日禮爲羅
불운정(拂雲亭)에서의 활쏘기[觀德]
질서 있게 무리지어 오르내릴 때 分曹秩秩降登時
북소리 울려 퍼지고 비단 깃발 나부끼네 畫鼓聲傳颺錦旗
푸른 전나무에 구름 개니 표적의 빛깔 뚜렷하고 蒼檜雲晴遙辨鵠
금잔디 깨끗하니 과녁도 번뜩이네 金莎塵宿正翻麋
총명은 이미 순 임금 신하에 경계한 것 살폈고 明之已審虞臣戒
다투면서 생각할 건 공자가 말씀하신 위의일세 爭也須思魯聖儀
좋은 시대 문덕을 닦아 과녁 뚫는 것 숭상치 않으니 昭代修文非貫革
마음 평탄하고 몸 곧음이 활 잡는 바른 자세일세 心平體直把弓宜
개유와(皆有窩)의 매화와 눈
누대에서 바라보니 끝없이 흰데 / 樓臺極望皓無垠
매화는 구슬 같고 눈은 은일세 / 梅是瑗瑤雪是銀
궐문에 빛 움직이니 불야성이요 / 閶闔光搖元不夜
대궐 처마에 향기 도니 봄소식 먼저 왔는가 / 罘罳香護已先春
좋은 인재 얻어 재상의 일 맡겼고 / 黃扉早得調羹手
선비들도 따뜻한 덕화 입었네 / 白屋方推挾纊仁
기다리노니 꽃피는 새봄의 비와 이슬이 / 佇待花時新雨露
모든 생물 모든 사람에게 뻗어갔으면 / 恩覃物物與人人
농훈각(弄薰閣)의 단풍과 국화
가을 풍경 소슬한데 갠 경치 더욱 맑고 風物蕭晨霽景澄
궁중의 단풍과 국화 전각 추녀에 비추네 禁園楓菊映觚稜
서리 내리는 계절에 가장 빛나서 乾坤霜露繁華最
수풀이나 못가를 점점이 물들이네 草樹池臺點染能
표미의 사이에는 국화꽃 또렷또렷 豹尾中間錢箇箇
용트림한 돌계단에 단풍잎 층층이 고와라 螭頭上下錦層層
글 잘하는 신하 비추부를 짓지 않는데 詞臣不撰悲秋賦
법주를 하사하니 기색이 돋워지네 法酒宣來氣色增
희우정(喜雨亭)의 봄빛
높직한 봉각에 상서 구름 덮이니 岧嶢鳳閣霱雲籠
사람들은 요순 시대에 사는 듯 人在唐天舜日中
번성한 군생들 조화의 덕택에 젖고 藹蔚群生霑化澤
소생하는 만물에 화창한 바람 불어주네 昭蘇萬種扇仁風
새해가 창륙에 돌아오니 상서 빛 퍼지고 星回蒼陸祥光遍
봄이 청구에 이르니 맑은 기운 어리었네 春到靑丘淑氣融
꽃피는 궁성에 기름 같은 비 흡족하니 花暖宮城膏雨洽
만년지 위에 꽃이 먼저 붉었네 萬年枝上是先紅
관풍각(觀豐閣)의 추사(秋事)
관풍각 아래 논이 넓은데 觀豐閣下水田寬
왕업은 먼저 농사의 어려움을 알아야 하네 王業先知稼穡難
우공편은 향안에 두어 읽고 禹貢篇留香案讀
빈풍도로 병풍을 만들어 보네 豳風圖入御屛看
소나기 지나가니 농부의 노래 그치고 初收白雨鋤謠歇
누른 곡식 가득하니 베는 소리 쉴새없네 遍滿黃雲銍響乾
인자하신 임금 마음 백성을 걱정하여 惻怛宸情民事軫
언제나 옥식 대해도 맛을 모르네 每當玉食未甘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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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아름다운 …… 비추고 : 《詩經 大雅 雲漢》에 “환한 저 은하수가 밝게 하늘에서 운행한다.” 하였다. 주 선왕(周宣王)이 여왕(厲王)의 뒤를 이어, 혼란했던 정치를 바로잡으려 할 때, 가뭄을 걱정하여 은하수를 바라보며 하늘에게 빌었는데 이 시는 잉숙(仍叔)이 이 일을 아름답게 여겨 지었다 한다.
[주D-002]황성(皇宬) : 명(明) 나라의 장서각(藏書閣)인 황사성(皇史宬)을 말한다. 이 집은 명 나라 궁중에 있었으며, 실록(實錄)과 비전(祕典)을 간직하였다.
[주D-003]금초반(金貂班) : 귀신(貴臣)과 시종(侍從)을 말한다. 조(趙) 나라 무령왕(武靈王)이 처음 만들었다 한다. 북방에서는 춥기 때문에 본래 초피(貂皮)와 난액(暖額)을 관에 붙였는데, 후에 수식(首飾)이 되었다.
[주D-004]백수준(百獸尊) : 뚜껑에 백호(白虎)를 그린 술잔이다. 옛날에 정월 초하룻날에 이 술잔을 대궐 뜰에 놓아 두고 곧은 말을 하는 자가 있으면, 이 잔으로 술을 마시게 하였으니, 말하는 자로 하여금 용기를 갖게 하고자 한 것이라 한다.
[주D-005]주 문왕(周文王)의 영대 영소 : 《詩經 大雅 靈臺》에 “문왕이 영대를 짓는데 백성들이 일을 도와 불일성지(不日成之)했으며, 왕이 영소를 지으니 아름다운 물고기가 뛰논다.” 하였는데, 맹자(孟子)는 이를 찬양하여 “문왕이 백성의 힘을 빌어 대를 짓고 못을 팠으나, 백성들은 그의 덕화에 젖어 도리어 즐거워했다.” 하였다.
[주D-006]역복(棫樸) : 더부룩한 나무로서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편명이다. 이 시에 “더부룩한 나무가 있으면 땔감이 될 것이고, 훌륭한 선비가 있으면 문왕(文王)을 도와 나라일을 한다.” 하였다. 현재(賢才)가 많음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7]청아(菁莪) : 무성한 쑥으로서 《시경(詩經)》 소아(小雅) 청청자아(菁菁者莪)의 편명을 줄인 말이다. 이 시는 인재를 교육하는 것을 읊은 것이다.
[주D-008]한(漢) 나라는 현량책(賢良策) : 한 문제(漢文帝)가 조서(詔書)하여 현량(賢良)ㆍ방정(方正)ㆍ문학(文學)ㆍ재력(材力)의 4과(科)를 두고, 재주 있는 선비를 들어서 차서를 따르지 않고 등용했다.《漢書 文帝紀》
[주D-009]당(唐) 나라는 …… 박학과(博學科) : 당 나라 개원(開元) 19년에 학식이 많고 글 잘하는 사람을 시험보는 박학굉사과(博學宏詞科)를 두었다.《唐書 陸贄傳》
[주D-010]총명은 …… 살폈고 : 《書經 虞書 益稷》에 순(舜)이 말하기를 “완악하고 참소하여 나라의 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과녁을 베풀고 활쏘기를 하여 밝혀낸다.” 하였는데, 그 주에 “이는 활쏘기로서 덕행(德行)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나쁜 사람을 가려낸다는 말이다.” 하였다. 순의 신하인 우(禹)는 이 말을 듣고 경계하여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임금께서 덕으로 온 천하를 밝히면 만방 백성들이 모두 임금의 신하가 되려고 할 것입니다.” 하였다.
[주D-011]다투면서 …… 위의일세 : 《論語 八佾》에 “군자(君子)가 다투는 일이 없지만, 활쏘기에서는 재주를 다툰다. 읍(揖)하고 사양하면서 오르내리고 맞추지 못한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서 벌주를 마시니, 그 다투는 것이 군자다.” 하였다.
[주D-012]과녁 뚫는 것 숭상치 않으니 : 《論語 八佾》에 “활쏘기에 과녁 뚫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 것은 힘이 같지 않기 때문이니 이것이 옛날의 도다.” 하였는데, 그 주에 “활쏘기란 덕을 보는 것이므로 맞추는 것을 중시하고 과녁 뚫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의 힘이 강약이 있기 때문이다.” 하였다.
[주D-013]표미(豹尾) : 천자(天子)의 행차 뒤에 따르는 속거(屬車)를 말한다. 《漢書 揚雄傳》에 “속거의 사이나 표미의 속에 끼어 있다.” 하였다.
[주D-014]비추부(悲秋賦) : 전국 시대의 초(楚) 나라 사람인 송옥(宋玉)이 지은 《초사(楚辭)》구변(九辨)을 말한다. 송옥은 굴원(屈原)의 제자로서 그 선생이 쫓겨남을 민망히 여겨 이 글을 지었다.
7. 승재정(勝在亭)
위치와 연혁 :
폄우사((砭愚榭) 남쪽의 가파른 언덕 위에서 관람정을 굽어보고 있는 정자이다.
뜻풀이 :
‘승재(勝在)’는 ‘빼어난 경치가 있다’는 뜻이다.
‘승(勝)’은 ‘아름답고 빼어난 경치나 고적(古跡)’을 가리킨다.
(1) 龍蛇亂擭千章木(용사난획천장목)
용과 뱀은 천 그루 거목(巨木)을 어지러이 휘감았고,
(2) 環珮爭鳴百道泉(환패쟁명백도천)
패옥(珮玉)들은 백 갈래 샘물을 울리는구나.
(3) 披香殿上留朱輦(피향전상류주련)
피향전(披香殿) 위에서 임금 수레 머무니,
(4) 太液池邊送玉杯(태액지변송옥배)
태액지(太液池) 연못가에 옥 술잔을 보내오네.
8.폄우사(砭愚榭)
위치와 연혁 :
존덕정의 서남쪽 산기슭 언덕에 있는 정자다.
효명세자가 들러서 독서하던 곳이다.
건립 연대는 분명하지 않으나 최소한 1800년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뜻풀이 :
‘폄우(砭愚)’는 ‘어리석은 자에게 돌침을 놓아 깨우쳐 경계한다’는 뜻이다.
(1) 南苑草芳眠錦雉 남원초방면금치
남쪽 동산에 풀 고우니 아름다운 꿩이 졸고 있고,
(2) 夾城雲暖下霓? 협성운난하예모
협성(夾城)에 구름 따뜻하니 무지개가 내려오네.
(3) 絶壁過雲開錦繡 절벽과운개금수
절벽에 구름이 지나가니 수놓은 비단이 펼쳐지고,
(4) 疎松隔水奏笙簧 소송격수주생황
성긴 솔이 물 건너 편에서 생황을 연주하네
(5) 林下水聲喧笑語 임하수성훤소어
숲 속 아래 물 소리는 웃음 소리인 양 떠들썩하고,
(6) 畵閣條風初拂柳 화각조풍초불류
아름다운 누각에 한줄기 바람은 버들을 막 스치고,
(7)巖間樹色隱房櫳 암간수색은방롱
바위 사이 나무 빛깔은 방 창살을 숨기고 있네.
(8) 銀塘曲水半含苔 은당곡수반함태
은빛 연못 물굽이에는 이끼 반쯤 머금었네.
9.존덕정(尊德亭)
위치와 연혁 :
관람정이 있는 연못을 내려다 보는 언덕에 있으며 1644(인조 22)년에 세웠다.
『육모정의 가운데는 여의주를 사이에 두고 황룡과 청룡이 희롱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
어 이 정자의 격식이 상당히 높았음을 보여 준다.
존덕정 북쪽 창방에는 정조(1752~1800년)가 지은
「만천명월주인옹자서(萬川明月主人翁自序)」가 나무판에 새겨져 있다.
참고로 문집총간 무홍재전서에서 다운받아 국역도 함께 올립니다.
(1) 盛世娛遊化日長 성세오유화일장
태평성세에 즐겁게 놀며 덕화(德化)의 날은 기니,
(2) 群生咸若春風暢 군생함약춘풍창
온갖 백성 교화되어 봄바람 화창하네.
(3) 庶俗一令趨壽 서속일령추수역
뭇 백성들 한결같이 태평성대로 나아가게 하고,
(4) 從官皆許宴蓬山 종관개허연봉산
근신(近臣)들도 모두가 봉래산 잔치에 허락 받았네.
(5) 艶日綺羅香上苑 염일기라향상원
고운 봄날 비단 치마는 상림원(上林苑)에 향그럽고,
(6) 沸天簫鼓動瑤臺 비천소고동요대
하늘까지 치솟는 피리소리·북소리는 요대(瑤臺)를 뒤흔드네.
萬川明月主人翁自序 戊午/ <홍재전서에서>
만천명월주인옹자서(萬川明月主人翁自序) 무오년(1798, 정조22)
만천명월주인옹은 말한다.
태극(太極)이 있고 나서 음양(陰陽)이 있으므로 복희씨(伏羲氏)는 음양을 점괘로 풀이하여
이치를 밝혔고, 음양이 있고 나서 오행(五行)이 있으므로
우(禹)는 오행을 기준으로 하여 세상 다스리는 이치를 밝혀 놓았으니, 물과 달을 보고서 태
극, 음양, 오행에 대해 그 이치를 깨우친 바 있었던 것이다.
즉 달은 하나뿐이고 물의 종류는 일만 개나 되지만, 물이 달빛을 받을 경우 앞 시내에도 달
이요, 뒤 시내에도 달이어서 달과 시내의 수가 같게 되므로 시냇물이 일만 개면 달 역시 일
만 개가 된다. 그러나 하늘에 있는 달은 물론 하나뿐인 것이다.
하늘과 땅이 오직 올바른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해와 달이 오직 밝음을 보여 주며, 모든
물건들이 서로 보는 것은 남방의 괘(卦)이다. 밝은 남쪽을 향하고 앉아 정사를 들었을 때 세
상을 이끌어 갈 가장 좋은 방법을 나는 터득할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무(武)를 숭상하던 분
위기를 문화적인 것으로 바꾸고 관부(官府)를 뜰이나 거리처럼 환하게 하였으며, 현자(賢
者)는 높이고 척신(戚臣)은 낮추며, 환관(宦官)과 궁첩(宮妾)은 멀리하고 어진 사대부를 가
까이하고 있다. 세상에서 말하는 사대부라는 이들이 반드시 다 어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금세 검었다 금세 희었다 하면서 남인지 북인지 모르는 편폐(便嬖)ㆍ복어(僕御)와는
비교가 안 될 것 아닌가.
내가 많은 사람을 겪어 보았는데, 아침에 들어왔다가 저녁에 나가고, 무리 지어 쫓아다니며
가는 것인지 오는 것인지 모르는 자도 있었다. 모양이 얼굴빛과 다르고 눈이 마음과 틀리는
자가 있는가 하면 트인 자, 막힌 자, 강한 자, 유한 자, 바보 같은 자, 어리석은 자, 소견이
좁은 자, 얕은 자, 용감한 자, 겁이 많은 자, 현명한 자, 교활한 자, 뜻만 높고 실행이 따르
지 않는 자, 생각은 부족하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자, 모난 자, 원만한 자, 활
달한 자, 대범하고 무게가 있는 자, 말을 아끼는 자, 말재주를 부리는 자, 엄하고 드센 자,
멀리 밖으로만 도는 자, 명예를 좋아하는 자, 실속에만 주력하는 자 등등 그 유형을 나누자
면 천 가지 백 가지일 것이다. 내가 처음에는 그들 모두를 내 마음으로 미루어도 보고, 일부
러 믿어도 보고, 또 그의 재능을 시험해 보기도 하고, 일을 맡겨 단련도 시켜 보고, 혹은 흥
기시키고, 혹은 진작시키고, 규제하여 바르게도 하고, 굽은 자는 교정하여 바로잡고 곧게
하기를 마치 맹주(盟主)가 규장(珪璋)으로 제후(諸侯)들을 통솔하듯이 하면서 그 숱한 과정
에 피곤함을 느껴온 지 어언 20여 년이 되었다.
근래 와서 다행히도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또 사람은 각자 생김새대로
이용해야 한다는 이치도 터득했다. 그리하여 대들보감은 대들보로, 기둥감은 기둥으로 쓰
고,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살게 하여 그 천태만상을 나는 그에 맞추어 필요한 데 이
용만 하는 것이다. 다만 그중에서 그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취하며, 선한 점은 드러내고
나쁜 점은 숨겨 주고, 잘한 것은 안착시키고 잘못한 것은 뒷전으로 하며, 규모가 큰 자는 진
출시키고 협소한 자는 포용하고, 재주보다는 뜻을 더 중히 여겨 양단(兩端)을 잡고 거기에
서 중(中)을 택했다. 그리하여 마치 하늘에 구천(九天)의 문이 열리듯 앞이 탁 트이고 훤하
여 누구라도 머리만 들면 시원스레 볼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트인 자를 대할 때는 규모가 크면서도 주밀한 방법을 이용하고, 막힌 자는 여
유를 두고 너그럽게 대하며, 강한 자는 유하게, 유한 자는 강하게 대하고, 바보 같은 자는
밝게, 어리석은 자는 조리 있게 대하며, 소견이 좁은 자는 넓게, 얕은 자는 깊게 대한다. 용
감한 자에게는 방패와 도끼를 쓰고, 겁이 많은 자에게는 창과 갑옷을 쓰며, 총명한 자는 차
분하게, 교활한 자는 강직하게 대하는 것이다. 술에 취하게 하는 것은 뜻만 높고 실행이 따
르지 않는 자를 대하는 방법이고, 순주(醇酒)를 마시게 하는 것은 생각은 부족하나 고집스
럽게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자를 대하는 방법이며, 모난 자는 둥글게, 원만한 자는 모나게
대하고, 활달한 자에게는 나의 깊이 있는 면을 보여 주고, 대범하고 무게가 있는 자에게는
나의 온화한 면을 보여 준다. 말을 아끼는 자는 실천에 더욱 노력하도록 하고, 말재주를 부
리는 자는 되도록 종적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며, 엄하고 드센 자는 산과 못처럼 포용성 있
게 제어하고, 멀리 밖으로만 도는 자는 포근하게 감싸 주며, 명예를 좋아하는 자는 내실을
기하도록 권하고, 실속만 차리는 자는 달관하도록 면려하는 것이다.
중니(仲尼)의 제자가 3천 명이었지만 각자의 물음에 따라 대답을 달리했고, 봄이 만물을 화
생(化生)하여 제각기 모양을 이루게 하듯이, 좋은 말 한마디와 착한 행실 한 가지를 보고 들
으면 터진 강하(江河)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대순(大舜)을 생각하고, 현명한 덕이 있으
면 서토(西土)를 굽어 보살피던 문왕(文王)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한 치의 선이라도 남이 아
니라 내가 하고 이 세상 모든 선이 다 나의 것이 되도록 한다. 물건마다 다 가지고 있는 태
극의 성품을 거스르지 말고 그 모든 존재들이 다 나의 소유가 되게 하는 것이다.
태극으로부터 미루어 가 보면 그것이 각기 나뉘어 만물(萬物)이 되지만, 그 만물이 어디에
서 왔는가를 찾아보면 도로 일리(一理)로 귀결되고 만다. 따라서 태극이란 상수(象數)가 나
타나기 이전에 이미 상수의 이치가 갖추어져 있음을 이름이며, 동시에 형기(形器)가 이미
나타나 있는 상태에서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이치를 말하기도 한다.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았으나 태극 그 자체는 그대로 태극이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낳으면 양의가 태극이 되
고, 사상이 팔괘(八卦)를 낳으면 사상이 태극이 된다. 사상 위에 각각 획(畫)이 하나씩 생겨 다
섯 획까지 이르게 되고, 그 획에는 기우(奇偶)가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24로 제곱하고
또 제곱하면 획의 수가 1677만여 개에 달하는데, 그것은 또 모두 36분(分) 64승(乘)에서 기
인한 것으로서, 그 수는 우리 백성 수만큼이나 많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한계를 지을 것도,
멀고 가까울 것도 없이 그 모두를 자기의 아량과 자기의 본분 내에 거두어들이고, 거기에다
일정한 표준을 세워 그 표준을 기준으로 왕도(王道)를 행하며, 그것을 정당한 길 또는 정당
한 교훈으로 삼아 모든 백성들에게 골고루 적용하면 여러 방면의 훌륭한 인물들이 배출되
고 오복(五福)이 고루 갖추어질 것이다. 따라서 그 온화한 빛을 내가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니,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깊이 있고 원대한 제도이겠는가.
공 부자가 《주역(周易)》의 계사전(繫辭傳)을 쓰면서 맨 첫머리에 태극을 내세워 후인들을
가르치고, 또 《춘추(春秋)》를 지어 대일통(大一統)의 뜻을 밝혀 놓았다. 구주(九州) 만국
(萬國)이 한 왕(王)의 통솔하에 있고, 천 갈래 만 갈래 물길이 한 바다로 흐르듯이 천자만홍
(千紫萬紅)이 하나의 태극으로 합치되는 것이다. 땅은 하늘 가운데 있어 한계가 있으나, 하
늘은 땅 거죽을 싸고 있으면서 한도 끝도 없다. 공중에 나는 놈, 물속에서 노는 놈, 굼틀거
리는 벌레, 아무 지각없는 초목들 그 모두가 제각기 영췌(榮悴)를 거듭하면서 상대의 영역
을 침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큰 쪽을 말하면 천하 어디에도 둘 곳이 없고, 그 작은 쪽
을 말하면 두 쪽으로 깰 것이 없을 정도이다. 이것이 바로 참찬위육(參贊位育)의 일인 동시
에 성인이 하는 일인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성인을 배우는 일이다. 비유하자면 달이 물속에 있어도 하늘에 있는 달은
그대로 밝다. 그 달이 아래로 비치면서 물 위에 그 빛을 발산할 때 용문(龍門)의 물은 넓고
도 빠르고, 안탕(雁宕)의 물은 맑고 여울지며, 염계(濂溪)의 물은 검푸르고, 무이(武夷)의 물
은 소리 내어 흐르고, 양자강의 물은 차갑고, 탕천(湯泉)의 물은 따뜻하고, 강물은 담담하고
바닷물은 짜고, 경수(涇水)는 흐리고 위수(渭水)는 맑지만, 달은 각기 그 형태에 따라 비춰
줄 뿐이다. 물이 흐르면 달도 함께 흐르고, 물이 멎으면 달도 함께 멎고, 물이 거슬러 올라
가면 달도 함께 거슬러 올라가고, 물이 소용돌이치면 달도 함께 소용돌이친다. 그러나 그
물의 원뿌리는 달의 정기(精氣)이다. 거기에서 나는, 물이 세상 사람들이라면 달이 비춰 그
상태를 나타내는 것은 사람들 각자의 얼굴이고 달은 태극인데, 그 태극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옛사람이 만천(萬川)의 밝은 달에 태극의 신비한 작용을 비유하여
말한 그 뜻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 나는, 저 달이 틈만 있으면 반드시 비춰 준다고 해서
그것으로 태극의 테두리를 어림잡아 보려고 하는 자가 혹시 있다면, 그는 물속에 들어가서
달을 잡아 보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아무 소용없는 짓임도 알고 있다.
그리하여 나의 연거(燕居) 처소에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라고 써서 자호(自
號)로 삼기로 한 것이다. 때는 무오년(1798, 정조22) 12월 3일이다
萬川明月主人翁自序 戊午/ <홍재전서에서>
萬川明月主人翁曰。有太極而後有陰陽。故羲繇以陰陽而明理。有陰陽而後有五行。故禹範以五行而㫼治。觀乎水與月之象。而悟契於太極陰陽五行之理焉。 月一也。水之類萬也。以水而受月。前川月也。後川亦月也。月之數與川同。川之有萬。月亦如之。若其在天之月。則固一而已矣。夫天地之道。貞觀也。日月之道。貞明也。萬物相見。南方之卦也。南面而聽。嚮明而治。予因以有得於馭世之長策。革車變爲冠裳。城府洞如庭衢。而右賢而左戚。遠宦官宮妾。而近賢士大夫。世所稱士大夫者。雖未必人人皆賢。其與便嬖僕御之伍。幻黧晳而倒南北者。不可以比而同之。
予之所閱人者多矣。朝而入。暮而出。羣羣逐逐。若去若來。形與色異。目與心殊。通者塞者。強者柔者。癡者愚者。狹者淺者。勇者怯者。明者黠者。狂者狷者。方者圓者。疏以達者。以重者。訒於言者。巧於給者。峭而亢者。遠而外者。好名者。務實者。區分類別。千百其種。始予推之以吾心。信之以吾意。指顧於風雲之際。陶鎔於爐韛之中。倡以起之。振以作之。規以正之。矯以錯之。匡之直之。有若盟主珪璋以會諸侯。而疲於應酬登降之節者。且二十有餘年耳。
近幸悟契於太極陰陽五行之理。而又有貫穿於人。其人之術。莛楹備於用。鳧鶴遂其生。物各付物。物來順應。而於是乎棄其短而取其長。揚其善而庇其惡。宅其臧而殿其否。進其大而容其小。尙其志而後其藝。執其兩端而用其中焉。天開九閽。廓如豁如。使人人者。皆有以仰首而快覩。然後洪放密察以待通者。優游寬假以待塞者。柔以待強者。強以待柔者。明亮以待癡者。辯博以待愚者。虛曠以待狹者。深沉以待淺者。干戚之舞以待勇者。戈甲之容以待怯者。沕沕以待明者。侃侃以待黠者。醉之以酒。所以待狂者也。飮之以醇。所以待狷者也。車輪所以待乎方者也。圭角所以待乎圓者也。疏以達者。示我堂奧。以重者。奏我和鑾。訒於言者。戒以敏行。巧於給者。籲以退藏。峭而亢者。包之以山藪。遠而外者。奠之以袵帷。好名者。勸以務實。務實者。勸以達識。 如仲尼之徒三千。而扣之則響。春工之化羣生。而著之則成。以至聞言見行。則大舜之沛然若決江河也。予懷明德。則文王之照臨于西土也。寸長不讓於人。萬善都歸於我。物物太極。罔咈其性。性性存存。皆爲我有。自太極而推往。則分而爲萬物。自萬物而究來。則還復爲一理。太極者。象數未形。而其理已具之稱。形器已具。而其理无眹之目。太極生兩儀。則太極固太極也。兩儀生四象。則兩儀爲太極。四象生八卦。則四象爲太極。四象之上。各生一畫。至于五畫。畫而有奇偶。累至二十有四。則爲一千六百七十有七萬餘畫。一皆本之於三十六分六十四乘。而可以當吾蒼生之數矣。不以界限。不以遐邇。攬而歸之於雅量己分之內。而建其有極。會極歸極。王道是遵。是彝是訓。用敷錫厥庶民。而肅乂哲謀之應。五福備具。而康而色。予則受之。豈不誠淵乎遠哉。夫子著易繫。首揭太極。以詔來人。又作春秋。而遂明大一統之義。九州萬國。統於一王。千流百派。歸於一海。千紫萬紅。合於一太極。地處天中而有限。天包地外而無窮。飛者之於空也。潛者之於川也。蠢動之自蠕也。草木之無知也。亦各榮悴。不相凌奪。語其大則天下莫能載。語其小則天下莫能破。是蓋參贊位育之功。爲聖人之能事也。予所願者。學聖人也。譬諸在水之月。月固天然而明也。及夫赫然而臨下。得之水而放之光也。龍門之水洪而駛。鴈宕之水淸而漪。濂溪之水紺而碧。武夷之水汩而㶁。揚子之水寒。湯泉之水溫。河淡海鹹。涇以渭濁。而月之來照。各隨其形。水之流者。月與之流。水之渟者。月與之渟。水之溯者。月與之溯。水之洄者。月與之洄。摠其水之大本。則月之精也。吾知其水者。世之人也。照而著之者。人之象也。月者太極也。太極者吾也。是豈非昔人所以喩之以萬川之明月。而寓之以太極之神用者耶。以其容光之必照。而儻有窺測乎。太極之圈者。吾又知其徒勞而無益。不以異於水中之撈月也。遂書諸燕居之所曰萬川明月。主人翁以自號。時戊午十有二月之哉生明。 |
10.청심정(淸心亭)
위치와 연혁 :
존덕정 뒤쪽 산 중턱에 지은 네모난 정자이다.
1688(숙종 14)년에 천수정 터에 청심정을 짓고, 그 앞의 바위를 네모나게 파서 빙옥지
를 만들어 두었다.
현재 청심정에는 현판은 걸려 있지 않고 네 기둥에 주련이 걸려 있다.
(1) 松排山面千重翠 송배산면천중취
산허리에 늘어선 솔은 천 겹으로 푸르고
(2) 月點波心一顆珠 월점파심일과주
물 속에 비친 달은 한 덩이 구슬이로다.
(3) 巖桂高凝仙掌露 암계고응선장로
바위의 계수나무에는 높이 선장(仙掌)의 이슬이 맺히고
(4) 苑蘭淸暎玉壺氷 원란청영옥호빙
동산의 난초엔 맑게 옥병의 얼음이 비치네.
11.옥류천(玉流川)
위치와 연혁 :
창덕궁 후원 북쪽 깊숙한 곳에 흐르는 개울이다.
1636(인조 14)년 가을에 바위를 뚫어 샘물을 끌어들여 바위 곁을 빙 돌아서 정자 앞에
이르러 폭포처럼 떨어지게 만들었다. 바위에 ‘옥류천(玉流川)’이라고 새긴 세 글자는
인조가 직접 쓴 글씨이다. 그 글씨 바로 위에는 숙종이 직접 지은 오언 절구도 함께 새
겨져 있다.
뜻풀이 :
‘옥류천(玉流川)’은 ‘옥같이 맑게 흐르는 시냇물’이라는 뜻이다.
위쪽에 새겨진 숙종의 어제시(御製詩)는 다음과 같다.
飛流三百尺 비류삼백척
삼백 척 높이에서 날아 흐르니
遙落九天來 요락구천래
저 멀리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듯.
看是白虹起 간시백홍기
바라볼 땐 흰 무지개 일어나더니,
飜成萬壑雷 번성만학뇌
갑자기 온 골짜기 우레 소리 이루었네
12.취한정(翠寒亭)
위치와 연혁 :
옥류천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정자이다.
창건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숙종 이전부터 독서와 휴식의 공간으로 사용된 듯하
다. 8개의 사각 기둥에 본래 12개의 주련이 걸려 있었으나, 현재 1개가 누락되어 11개
만이 걸려 있다.
제작 정보 :
왕유의 위 시 중에서 경련 “雲裏帝城雙鳳闕, 雨中春樹萬人家”는
경복궁 함화당과 창덕궁 연경당, 한정당의 주련으로 걸려 있다.
뜻풀이 :
‘취한(翠寒)’은 ‘푸르고 서늘하다[翠寒]’는 의미이다.
취(翠)는 푸른빛,한(寒)은 차갑다는 뜻으로,
푸른 숲으로 감싸여 서늘하다는 의미이다.
(1) 一庭花影春留月(일정화영춘류월)
온 뜨락의 꽃 그림자에 봄은 달을 붙잡고
(2) 滿院松聲夜聽濤(만원송성야청도)
집안 가득 솔바람 소리는 밤에 파도 소리 듣는 듯.
(3) 九天露湛金盤重(구천로담금반중)
구천(九天)의 이슬이 짙어 금반(金盤)이 무겁고
(4) 五色雲垂翠盖凝(오색운수취개응)
오색의 구름이 드리워 푸른 지붕을 감싸네.
(5) 寶扇初開移玉座(보선초개이옥좌)
화려한 부채 막 펼쳐 옥좌(玉座)를 옮기시니
(6) 華燈錯出暎朱塵(화등착출영주진)
꽃 등불이 어지러이 붉은 장막을 비추누나.
(7) 鸞輿逈出千門柳(난여형출천문류)
난여(鸞輿) 6)가 멀리 일천 대문의 버들을 지나서 나와
(8) 閣道廻看上苑花(각도회간상원화)
각도(閣道) 7)에서 고개 돌려 상원(上苑)의 꽃을 바라보네.
(9) 種成和露桃千樹(종성화로도천수)
이슬 머금은 천 그루 복숭아를 심어 놓고
(10 借與摩宵鶴數群(차여마소학수군)
하늘 높이 나는 학 여러 마리에 내어 주었네.
(11) 拂水柳花千萬點(불수유화천만점)
물을 스치며 버들꽃이 천만 송이 피었고
13.부용정(芙蓉亭)
뜻풀이 : ‘부용(芙蓉)’이란 ‘연꽃’을 가리킨다.
후한의 학자 허신(許愼, 30~124년)은 피지 않은 것을 함담이라 하고
이미 핀 것을 부용이라 한다.”고 하였다.
(1) 千叢艶色霞流彩(천총염색하류채) 천 포기 고운 빛깔은 아름답게 흐르는 노을이요,
(2) 十里淸香麝裂臍(십리청향사열제) 십리에 맑은 향은 배꼽 열린 사향일세.
(3) 閬苑列仙張翠蓋(낭원열선장취개) 낭원(閬苑)의 여러 신선들이 푸른 일산을 펼친 듯,
(4) 大羅千佛擁香城(대라천불옹향성) 대라(大羅)의 일천 부처가 향성(香城)을 옹위한 듯.
(5) 翠丹交暎臨明鏡(취단교영임명경) 푸르고 붉은 빛이 어우러져 거울같이 맑은 물에 임하고,
(6) 花葉俱香透畵簾(화엽구향투화렴) 꽃과 잎 모두 향기로운 채 고운 발에 스며드네.
(7) 晴萼三千宮臉醉(청악삼천궁검취) 말간 꽃잎은 삼천 궁녀의 취한 듯한 볼이요,
(8) 雨荷五百佛珠圓(우하오백불주원) 연잎에 맺힌 빗방울은 오백 나한의 둥근 염주로다.
(9) 龜戱魚遊秋水裏(귀희어유추수리) 가을 물 속에서 거북이 놀고 물고기 헤엄치는데,
(10)露繁風善早凉時(노번풍선조량시) 초가을 서늘한 때 이슬 짙고 바람 좋도다.
14.한정당(閒靜堂)
위치와 연혁 :
취운정 서쪽 담장의 일각문 밖에 있는 건물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 홑처마 7) 팔작지붕으로 동쪽 1칸만 누마루로 구성하였다.
1917년 이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뜻풀이 :
‘한정(閒靜)’은 ‘한가하고 조용하다’는 의미이다.
“진실되며 소박하고, 고요하며[閑靜] 조급하지 않다.”라는 용례가 보인다.
(1) 平安竹每日報信(평안죽매일보신)평안한 대나무는 매일 좋은 소식을 알려오고
(2) 無恙花四時賞春(무양화사시상춘)탈 없는 꽃은 사시에 봄을 감상케 하네.
(3) 萬年枝上花千朶(만년지상화천타)만년 묵은 가지 위에 꽃 천 송이 피었고
(4) 四海雲中月一鑑(사해운중월일감)사해의 구름 속에 달이 하나 비치네.
(5) 春留桃實三千歲(춘류도실삼천세)봄은 삼천 년의 복숭아를 남기고
(6) 秋見靈花八百年(추견영화팔백년)가을에는 팔백 년의 신령한 꽃을 보네.
(7) 瓦當文延年益壽(와당문연년익수)와당에는 연년익수(延年益壽)라고 씌어 있고
(8) 銅盤銘富貴吉祥(동반명부귀길상)동반에는 부귀길상(富貴吉祥)이라고 새겼다.
(9) 未央樹色春中見(미앙수색춘중견)미앙궁(未央宮)의 나무 빛깔을 봄 햇살 속에 보고
(10) 長樂鍾聲月下聞(장락종성월하문)장락궁(長樂宮)의 종소리를 달 아래 듣는다.
(11) 雲裏帝城雙鳳闕(운리제성쌍봉궐)구름 속 도성에는 한 쌍의 봉궐(鳳闕)이요,
(12) 雨中春樹萬人家(우중춘수만인가)빗속의 봄 숲에는 수많은 인가로다.
(13) 長樂鍾聲花外盡(장락종성화외진)장락궁(長樂宮)의 종소리는 꽃 너머로 사라지고
(14) 龍池柳色雨中深(용지유색우중심)용지(龍池)의 버들 빛은 빗속에 더욱 짙다.
(15) 一庭花影三更月(일정화영삼경월)온 정원 꽃 그림자에 삼경의 달이 뜨고
(16) 千里松陰百道泉(천리송음백도천)천리의 소나무 그늘에 백 갈래 샘물이 흐르네.
(17) 不知鳳沼霖初霽(부지봉소림초제)봉소(鳳沼)에 장마가 막 개인 줄은 모르고
(18) 但覺堯天日轉明(단각요천일전명)요천(堯天)에 해가 차츰 밝은 줄만 아네.
15. 閒靜堂 장지문 주련
(1) 春回禹甸山河外(춘회우전산하외)봄은 우 임금의 천하 밖까지 돌아오고
(2) 人在堯天雨露中(인재요천우로중)사람은 요 임금 시대의 우로(雨露) 가운데에 있네.
(3) 凌雲樹有千尋勢(능운수유천심세)구름까지 솟은 나무는 천 길의 형세가 있고
(4) 映日花開百和香(영일화개백화향)해를 받아 꽃이 피니 온갖 향기 풍기도다.
(5) 彩毫閒試金壺墨(채호한시금호묵)채색 붓으로 한가로이 금병 속의 먹을 시험하고
(6) 靑案時看玉字書(청안시간옥자서)청옥(靑玉) 책상에서 때때로 주옥같은 글을 읽네.
(7) 百尺樓臺瞻紫氣(백척누대첨자기)백 척 누대는 자색의 기운 우러르고
(8) 三春花鳥醉東風(삼춘화조취동풍)삼춘의 꽃과 새는 동풍에 취하도다.
(9) 奇石盡含千古秀(기석진함천고수)기괴한 돌은 온통 천고의 빼어남을 머금었고
(10) 異花長占四時春(이화장점사시춘)기이한 꽃은 길이 사계절의 봄을 차지하네.
한국에 기증된 세계 유일본 옹방강의 책
추사 친필 간찰 20건 가량 외에도 매우 이채로운 가치를 지닌 자료가 포함돼 있다.
는 말이 제목으로 들어가 있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조선 금석문에 대해 빠진 기록
을 정리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
옹방강은
자(字)를 정삼(正三)이라 하고,
충서(忠敍)라고도 했다. 호(號)는 담계(覃溪)라 하다가 만년에는 소재(蘇齋)라는 다른 호를 쓰기도 했다.
지금의 베이징인 순천(順天) 대흥(大興) 태생인 그는
건륭(乾隆) 17(1752)에 과거에 합격해 진사(進士)가 된 이후
서적 편찬이라든가, 교육 전문관료로 활동했다
옹방강과 추사가 활약한 18-19세기 조선과 청나라 지식인 간 학술정보 교류는
어쩌면 지금의 한-중 학술계보다 더욱 활발했을 수 있다.
일본에서 기증된 이번 기증품 목록에서 추사 친필 뿐만 아니라
여타 자료 또한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세계 유일본 '해동금석영기'가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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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