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황용석
우주의 에너지 핵융합에 대한 연구는 핵융합 성능지표가 매 1.8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빠른 증가세로 2000년대 깨끗하고 안전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기여가 기대될 정도였으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 7개국이 프랑스 카다라쉬에 함께 짓고 있는 과학 실증 장치인 ITER(국제열핵융합로)에 이르러 장치의 대형화 복잡화에 따른 비용 상승과 건설 지연으로 2050년 탄소중립에의 기여가 불확실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반면에 2020년대 급격하게 늘어난 핵융합 분야의 민간 스타트업의 수는 50개를 넘기면서 2030년대 전력 생산을 목표로 공격적인 접근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민간의 공격적인 투자에 호응하여 선진 각국의 공공 핵융합 연구도 민관 협력의 새로운 전략으로 상용화를 앞당기는 길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다양한 핵융합 스타트업들의 빠른 상용화를 위한 혁신적인 접근을 분석해 보면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최근 큰 발전을 이루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 고온초전도 자석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의 관련 기술의 발전을 활용한 접근이 있다. 고온초전도 자석 기술의 발전을 적용하여 20T의 높은 자장을 내는 대형 자석을 개발하여 토카막 핵융합로의 소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CFS가 대표적이다. 연속운전이 쉬워 토카막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복잡한 자장 구조로 구현이 어려운 스텔라레이터의 경우도 3D 프린팅 기술의 적용과 자장 최적화를 추진하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접근은 기존의 다양한 핵융합 개념들의 장단점을 고려한 융합적 방식의 새로운 핵융합로의 구현을 추구하는 것이다. 고밀도 플라즈마의 구현에 장점은 있으나 펄스 길이가 짧은 FRC(Field Reversed Configuration)와 같은 자장 가둠 핵융합 방식을 레이져 핵융합과 같이 반복적인 펄스를 이용하는 관성 핵융합 방식과 결합한 헬리온 에너지가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빠르게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키워드는 소형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핵융합 연구를 주도해 오던 공공 중심의 핵융합 연구는 가둠 성능이 우수한 대형 토카막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핵융합로의 구현에 필요한 높은 가둠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장치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커왔고 그 중심에 현재 건설 중인 ITER가 있다. 그러나 장치의 대형화는 건설 기간의 상승과 그에 따른 비용 상승 등으로 핵융합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가속화를 위한 접근은 CFS의 경우처럼 고온초전도 자석 기술을 이용한 높은 구속 자기장으로 소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장치의 크기에 비하여 높은 자장 가둠 효율을 보여주는 구형 토카막(Spherical Tokamak, ST) 방식을 적용하여 더 작은 핵융합로를 구현하고자 하는 Tokamak Energy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소형화를 통해 핵융합 상용화를 가속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스타트업에 국한되지 않고 2040년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영국도 정부의 선도 아래 공모를 통해 사이트를 정하고 STEP(Spherical Tokamak Energy Production)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공공 주도의 대형 장치 핵융합을 추진하고 있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ITER 회원국들도 민간 스타트업의 공격적인 접근을 접목하여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가속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KSTAR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공공 인프라와 연구의 성과를 가진 우리나라도 소형화를 위한 고온초전도 자석 기술, ST 등 민간의 혁신적인 연구가 더해지면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학사, 석사
미국 프린스턴대 플라즈마 물리학 박사
(현) ST핵융합메타웨어연구단 단장
(전) ITER 국제기구 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
(전)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