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가? 청사포
‘행복한 도시어촌 만들기’ 준공식을 보며
지난 23일 해송보도교와 청사포 마을상징물, 마을회관 창작공방 준공식을 가진 바 있다. 해운대구는 지난 2009년 청사포를 국토교통부 경관협정 시범지역으로 지정받았다. 그동안 국·시비 38억 원을 투입해 해송보도교, 마을상징물, 마을회관, 창작공방 건립과 보도정비에 나서 이날 준공식을 가졌다.
청사포 진입로에 상징조형물과 경관구조물도 설치했다. 해맞이·달맞이 명소를 방문한 이들을 환영하는 메시지와 망부송 전설 등 청사포의 유래를 담았다.
청사포 주민의 숙원사업이었던 마을회관도 건립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경로당과 문화예술 창작공방,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두고 있다. 특히, 마을회관 지하 1층에 문을 연 창작공방은 주민과 관광객 누구나 도자기, 판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운대구청은 밝혔다.
이와 함께 청사포 진입로부터 해안도로까지 구간별로 도로 중앙 분리화단을 설치하고 노후된 보도를 정비해 청사포 일대 일부 구간이 안전하게 걷기 좋은 곳으로 변모했다. 해운대구는 청사포 주민과 관광객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시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파도소리를 해와 달의 원형인 소라모양으로 디자인한 청사포 상징 조형물
●입구 조형물에 새겨진 청사포 이름 유래에 대하여
‘푸른 모래의 포구, 청사포라 함’은 한번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다. 원래 청사포의 유래는 푸른 뱀에서 시작한다. 도심 속 작은 어촌마을인 청사포는 그 이름에서부터 색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푸른 뱀이 나타났다’해서 붙여진 청사포는 뱀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청사(蛇)에서 청사(沙)로 개명을 했다. 1900년 경 이후 주민들의 뜻에 따라 뱀에서 모래로 바뀐 것이다.
●청사포전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청사포에 금슬이 좋은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그 부인의 성이 임씨였다. 그 임씨는 매일 남편이 바다로 고기잡이로 하러 나가 돌아올 무렵이면 오늘날의 망부송 앞 바닷가에 있는 바위 위에서 남편을 기다리다가 마침내는 그 바위 옆 소나무에 올라 아득하게 먼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렸는데 어느날,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되는 사람은 이승이 아닌 저승의 바다 속 궁정이란 용궁으로 가서 이승을 바라보니 아내가 바닷가 소나무에 올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자기를 기다리고 있더란 것이다. 남편으로 보아서는 가슴이 저미는 안타까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용왕께 하소연하고 용왕은 그 임씨부인과 남편의 정성을 가상히 여겨 푸른 뱀인 청사(靑蛇)를 이승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이승의 임씨 부인은 용궁에서 보낸 청사를 맞이하고 청사를 타고 용궁으로 가서 남편을 만나 다시 부부의 정을 다시 일구었다고 한다. 현재의 청사포의 이름은 이 전설에서 보이는 청사에서 유래한 것인데 뒤에 사(蛇)라는 글자가 좋지 않아 사(沙)로 바꾸어 청사포(靑沙浦)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 부산지명총람 제 3권에서 발췌
이 전설에서 등장하는 푸른 뱀은 실제 청사포에 뱀이 자주 출몰한 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앞은 바다요, 마을 옆은 숲으로 이루어진 청사포는 지형상 뱀이 많이 서식한 환경이라 보여진다. 옛부터 뱀들은 주 먹이인 개구리와 쥐 등을 찾아 논밭 주위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 주변까지 몰려들었다고 추측해 보면 자연 청사포 근처에 서식하는 뱀들이 먹이활동으로 이곳에 자주 출몰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청사포에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출토된 점에 비추어보면 청사포는 아주 오래전부터 형성된 자연마을이다. 지금은 한자어의 개명을 하였지만 뱀이 들어간 지명은 오히려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청사포 입구 조형물 아래 설치된 청사포의 유래에 대한 안내는 현재 지명의 단순한 해석인 <푸른 모래>로 볼 것이 것이 아니라 <푸른 뱀>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푸른 뱀’이 졸지에 ‘모래’를 뒤집어 쓴 꼴이다. 그리고 실제 청사포는 암반지대라 푸른 모래는 고사하고 아예 모래 자체가 귀하다.
●청사포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지난해 말 청사포 해변마켓에서 가진 경관조성사업 주민공청회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입구에 조형물과 차도에 중앙분리대 화단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주민들과 공청회를 주관하는 해운대구청과의 의견충돌이었다.
당시 주민들은 좁은 인도를 넓혀줄 것과 어두운 해안도로를 밝혀줄 것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해운대구청에서는 “부산시에서 내려온 예산이라서 이번 경관조성사업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이번 사업이 진행되어야만 다음 사업도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공청회에서는 뚜렷한 결말을 맺지 못한 채 공청회가 끝이 나버렸다. 그후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해운대구청의 주장과 더불어 현재의 조형물과 중앙분리대를 비롯한 인도확충공사가 강행되었다.
청사포 진입로에 설치된 중앙분리화단
●경관 조성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
먼저 해송교 아래와 구 도로, 신 도로가 갈라지는 지점 두 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중앙부리대화단을 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해놓고 보니 좋다”와 “이런 것을 할 바엔 해안도로 정비부터”라는 반응으로 나뉘고 있다. 차도 폭을 줄이면서 설치한 중앙분리대 화단은 청사포 입구 부분과 중간 지점에 설치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은 “중앙분리대화단이 갖는 시각적 면과 안전 대비책 역할도 함께 불법주차예방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확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입구 일부 구간에 그친 점에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다. ‘향후 해안도로도 정비하고 진입로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도 인도가 넓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주민들은 원하는 사업의 우선 순위가 바뀐 점이 조금 아쉽다는 반응이다. 해안도로에 더 밝은 조명과 더불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은 청사포 주민들이 늘 가지는 숙원사업이다.
그리고 새롭게 지어진 마을회관의 규모와 외형에 있어서는 다들 반기는 기색이지만 구조에 있어서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먼저 계단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계단의 높이가 높고 또 경사가 심해 오르내리기가 힘들다는 점도 꼽았다. 실제 계단을 오르내려보니 계단턱이 높아 힘이 들 뿐 아니라 경사가 심해 위험해 보인다. 하나 더 이쉬운 점은 어르신들의 동선을 따라 안전바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계단을 이용할 때나 복도를 지날 때도 안전한 손잡이 역할을 할 부분이 없다.
주민쉼터의 기능이 많은 마을회관의 주 손님은 누구인가? 바로 마을 어르신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을 위한 편리하고 안전한 시설이 갖춰져야만 사랑받는 공간이 될 것이다.
비단 마을회관 뿐만이 아니다. 향후 진행될 청사포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에는 주민들의 의견이 우선시 되길 기대한다. 청사포 행복마을 만들기, 바로 주민들이 행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