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미담_살과의 전쟁_1811111 진효정.pdf
과목명 : 원형으로서의 구비문학
담 당 : 이문성 선생님
제출자 : 진효정 (문학문화콘텐츠 , 1811111 )
제출일 : 2020년 5월 8일
과제명 : 한성 미담
살과의 전쟁
1811111 진효정
나에게는 삶에서 평생 동안 풀지 못한 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다이어트’다. 어려서부터 식욕이 풍성하여 동생에게 음식을 뺏기는 것을 싫어했다. 엄마가 우유 1L를 사 오면 눈 깜짝할 새 동생이 우유 1L를 비워냈다. 나는 동생을 꾸짖으며 엄마한테 우유에 각자의 이름을 써달라 했다. 우유에 유성매직으로 크게 이름이 쓰여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 바로 '나‘였다.
고등학교 때에는 친구들과 급식실에 가면 인사를 항상 열심히 하였다. 원래 인사를 꾸벅꾸벅 잘하지만, 그때만큼은 더 크게, 밝게, 힘차게 내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아주머니들은 식판에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더 훨씬 국자로 퍼서 놓아주시곤 하셨다. 그럴 때 한 번 더 눈도장을 찍어놔야 된다. “감사합니다!!”라고 더 크게 인사를 하며 나의 입술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으며 인사를 하면, 이제 그 급식 아주머니께서는 나를 기억하신다. 이후에는 아주머니께서 먼저 인사를 해주시며 “더 줄까?”라고 하시며 스스로 퍼주시곤 하셨다.
나의 식욕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당연히 세트를 시킨 것은 물론이며 친구의 감자튀김을 계속 눈독을 들였다. 그리고, 그 친구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 친구의 손이 더 이상 감자튀김으로 향하지 않으면, 그때가 기회이다. 나는 친구에게 “너 이거 안 먹어?”라고 예의상 물어본다. 먹는다고 하면 “알았어,,”라고 포기하면 되는 것이고, “응 안 먹어.”라고 하면 친구의 감자튀김도 나의 것이 되곤 했다.
애슐리 뷔페에서도 나는 남달랐다. 친구들은 2-3접시 먹고 배를 두드리며 포크를 놓을 때, 그때부터가 나에겐 진정한 시작이었다. 한 그릇씩 먹어치울 때마다 공들여 그릇으로 탑을 쌓았다. 또한, 여백의 미를 보이지 않는 그릇을 총 10접시를 가뿐히 비워냈다. 그 이후, 배가 부르면 교복 치마의 후크를 풀고 먹었고, 그래도 못 먹겠으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서 또 먹었다. 뷔페에 들어오기 전에, 교복 치마 후크를 앞쪽에 매어있던 것을 나올 때엔 맨 뒤 후크로 채운 뒤 나가야 뿌듯한 ‘나’였다.
무한리필 고깃집에서도 나의 식욕은 발동했다. 고기를 양껏 퍼서 스퍼트가 끊겨서는 안 된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8t 트럭과 같은 속도를 내야 한다. 물론, 절대로!! 공깃밥은 시키면 안 되는 것이다. 무한리필 고깃집에는 ‘고기’를 먹으러 간 것이지, ‘밥’을 먹으러 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더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쌈 채소는 양껏 퍼서 쌈을 싸서 입아귀가 양쪽으로 찢어질 정도로 입을 벌려 먹었다. 고기는 꼭 2-3개가 들어가고, 그 안에 쌈장 깻잎 상추 그리고 양념에 절여진 채소와 구워진 김치를 올려 먹으면 내 머리 위에서 폭죽놀이가 터지곤 했다.
그런 내가 대학교에 와서 ‘다이어트’라는 것을 결심하게 된다. 이렇게 ‘음식’하면 ‘진효정’이고, ‘나’라는 자체가 먹는 것이었는데, 그런 내가 거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대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한 결심은 ‘댄스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댄스부에 들어가면 주목도 받고, 무대도 서며, 제일 중요한 것은 ‘춤’을 추며 살이 빠진다는 점이 제일 메리트가 있었다. 그래서, 댄스부에 들기 위해 신청을 하러 갔다. 그곳에는 선배들이 있었고 나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고식에 들어갔다. 아무 아는 춤이나 선배들 앞에서 췄어야 했는데, 나의 기억으로는 ‘트와이스-TT’를 췄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배들은 신나게 반응을 해주셨고 나는 열심히 췄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다이어트의 첫 다짐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쪘던 살은 빠져서 성공이라고 안주하고 있었지만, 20년 동안 겹겹이 오랜 세월 동안 층층이 쌓인 퇴적암과 같은 살을 무시한 것이었다. 댄스부에서 춤을 추는 것은 나의 몸을 움직여 살이 빠지긴 하였지만, 대학생활 동아리의 꽃은 ‘술자리’인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잦은 술자리와 움직인 만큼 아구아구 먹다 보니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다.
두 번째 다이어트를 곧바로 시작했다. 바로 샐러드 다이어트였다. 밥은 일체 먹지도 않고 샐러드만 먹는 다이어트였다. 주변 가까운 친구들은 주변에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코끼리도 풀만 먹는데 크잖아. 별로 효과 없을걸?”이라며 나를 약 올렸다. 하지만, 샐러드 다이어트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5kg이 훅 빠졌다. 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 또, 요요현상이 왔다. 샐러드만 먹다가 아프리카 TV에 나오는 쯔양이라는 BJ의 라면 먹방(먹는 방송)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이 라면 두봉지를 뜯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다이어트도 물로 갔다.
진짜, 이번은 인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고 생각하고 다짐하였다. 이번에는 필라테스나 요가도 병행을 해가며 정말 열심히 했다. 밥은 1일 1식이었다.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것인데, 치킨이든 피자든 부대찌개든 내가 먹고픈 음식을 먹는 대신에 공복시간을 지키면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다른 다이어트보다 꽤 오래 이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목표 몸무게에 도달하곤 했다. 앞자리가 5에서 4로 바뀌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당연하게 M으로 향하던 손이 S로 향했고, 그 S마저도 입어보면 널널하였다. 배에는 일자의 선명한 선이 두 줄로 그어졌다. 보기 싫었던 체중계 또한 매일 올라가고 싶었다.
나에게는 어떠한 대학 과제보다 다이어트라는 과제가 ‘장기 인생 프로젝트’가 아닐까? ‘다이어트’는 평생 풀어야 될 숙제. 그러한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매일 부지런해져야 한다. 가까운 거리는 걷기, 친구들과 만날 때 적당 선으로 먹기, 폭식하지 말기, 카페에 가면 꼭 아메리카노를 시키기. 그렇게, 작은 습관들을 유지하다보면 생애 태어나 만나보지 못할 숫자들을 당신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과제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쉽게 지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그곳에서 진다면 어느 것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