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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순에 지방지에 소개된 책의 출간소식을 보고 시립도서관에서 그간 진행해 왔던
문학답사와 관련한 책을 낸 줄로 알았다.(7/8일자 자유게시판에 소개된 기사 참조)
그러다가 지난 17일 춘천풍토기 편집회의 때 사무국장이 시립도서관에서 몇 부 가져다
놓은 책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비매품이고 도서관에서 선착순 배포한다는 말을 따라
궁금증을 우선 풀어준 것이다. 책의 필자들인 권혁진 선생이나 김남덕 위원도 이 날 참석
위원이었으나 마침 모두 오지 않았었다.
우선 들추어 보니 춘천의 문화유적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내용이었지만 앞날개의
필자 소개에나 인사말 어디에도 춘천역사문화연구회를 가리킨 말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신간서를 반기는 설레임과 기쁨에 앞서서 의아한 느낌과 그 한편으로 서운한 감이
먼저 들었다. 김남덕 위원은 일찍부터 운영위원이었고 권혁진 선생도 진작 전문위원으로
활동해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전혀 지칭하는 말이 없다는 데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다.
역사문연에서 수 년간 함께 활동하며 답사하고 관심을 가졌던 일들이 이 책의 출간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결과로 간주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그 자리에 참석한 분들에게
일차로 말하였지만 내내 석연치가 못했고 마음도 불편했다. 아래서는 책을 뒤적이며 이런 내
생각과 책 내용에 대한 리뷰를 간단히 적어본 것이다.
책의 편집과 출간에 대하여
책은 시립도서관에서 '춘주 마실과 이야기 2'라는 시리즈임을 표방하였다. 그리고 시장의
인사말에 "지난번 춘천 속 근현대 문학작품의 배경을 엮어 낸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기획
사업으로 선인들의 주옥같은 산수시문(山水詩文)을" 발간한 것이라고 소개하였다. 그것이
이 책의 편집이나 출간에 대한 설명의 전부다. 앞의 간기에는 '책임편집 김옥분'이라는 말과
'감수 허남욱'이란 말이 더 들어가 있다. 결국 책의 출간 경위는 도서관에서 기획하고
필자들에게 맡겨 개인저서 형식으로 책을 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민들에게는 도서관의
기획 이야기도 더 자세히 들려주고, 필자들이 책을 내게 된 경위의 말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말들은 다 생략하고 싣지 않았다.
특히 현재와 같이 지역의 문화재나 유적/명승 들에 대한 관심이 넓고 수준도 깊어진 상황에서는
그런 소개의 말이 중요하다. 문화재나 유적/명승들은 역사 저편에서부터 존재해 온 것이지만
그것을 보고 느끼는 말이나 시선들은 '지금 여기서'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또 거기에는 그 시점의
관심과 그 수준이 포함되어 있고, 주목거리가 뭔지,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등과 같은 배경 설명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소양정은 예로부터 존재해왔고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시를 짓고 입에 올려왔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소양정을 보고 느낀 생각과 발언은 그 자체가 다시
바로 역사가 된다. 도서관에서 지금의 시점에 춘천의 주요 문화유적들에 촛점을 맞추어 문헌자료를 들춰 소개하는 이와 같은 책을 낸 것은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에 부응하고 기대수준을 반영한 좋은
기획이었다고 평가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자세한 언급이 생략된 건 아쉽다. 나 자신 관행대로
그런 책들을 낸 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방정부의 각 기관에서 발행하는 책들의 대부분이
여지껏 책임소관을 모호하게 놔둔 채 자세한 소개의 말을 빼고 발간해온 그릇된 관행은 이제 고쳐
져야 한다고 보인다. 그런 내용이 들어간 책과 뺀 책은 책 자체의 가치에도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사진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처럼 단순한 개인의 서술이 아니라 사진작가의 사진을 통해 주제를 더욱 돋보이고 빛나게
하려는 편집에서는 특히 사진작가의 말이 당연히 들어갔어야 옳았다고 생각된다. 문화재나 문화
유적에 있어서 사진 한 컷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회원들 누구나 다 느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곳곳에서 작가의 그만한 노력이 들어가 있음을 느낄 수 있고, 그렇기에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 책이 되었다고 보인다. 그렇기에 후기라도 한마디 말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나아가
김남덕 작가 역시 몇 년간 사진연구소 회원들과 함께 역사문연의 답사에 참여하며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에 더욱이나 그렇다. 이 책에도 그런 사진이 정확히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저술을 표방했을 경우 이런 말은 반드시 있어야 옳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지금 각 지방에서도 문화재나 유적에 대한 지자체 수준의 책들이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춘천에서도 공식적인 연구서 수준의 문화재/유적 전문서가 나온 시점이 오래
이기 때문에 이런 책의 출간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주저자인 권혁진 선생이 한문학 전공
이라 그런 기대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면서 큰 장점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권 선생은 그간
<춘천읍지>를 꼼꼼히 읽으며 역사문연의 답사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이 나옴으로써
선생은 이제 춘천의 문화유적에 대한 새로운 저자가 된 셈이다. 책 자체가 춘천의 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한 문헌자료의 쉬운 소개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시민들의 현재적 갈증을 상당부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이는 만큼, 비중있는 수준을 지니게 되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역시 저자의 저술에 대한 자기생각을 소개하지 않음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 문화재나 문화유적에
대해서는 시민들 누구나도 관심의 정도에 따라 발언이 가능하고 수준을 높여 여러 가지로 책을
낼 수 있다. 춘천에서는 그간 예술인들이 <문소>지를 시리즈로 냄으로써 그런 예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관심으로 보더라도 매번 안타까운 점은 역사는 깊고 자료를 두루 찾아 읽어
보기는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요한 점은 대상 하나하나를 대하는 느낌도 빼놓을 수 없겠
지만, 그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소개야말로 늘 아쉬웠던 점이다. 70,80년대의 김영기 저술들이
그랬고, 1984년의 <춘주지>가 그랬다. 더구나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가 무한히 복제돼서 여전히
퍼져나가고 있는 현실을 보노라면, 이런 점은 지역문화재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한문학 전공학자의 서술이므로 그런 염려는 일단 배제된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주관적 서술로 홑 목소리란 점이다.
개인저술을 표방하였기에 부득이한 점이 있다고 보이더라도 문화재/문화유적을 대상으로 한 이상,
거기에는 현시점까지의 관심의 역사가 담겨야 옳다고 보이는 것이다. 문화재/문화유적은 그저 문헌
밖에 존재하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다른 기록 자료들이 있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도 섞여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의 문화재/문화유적
에는 이미 동시대인들의 관심과 정보가 함께 포함돼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옛 문헌자료를 풍부
하게 소개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주관적 서술의 에세이 방식을 택하였다. 때문에 호흡이 짧고
시선이 닫혀 있어 보인다. 동시대의 다른 연구자 인용도 오춘택이나 원영환 등 극히 소수로 제한
되어 있다.
등선폭포처럼 역사문연을 언급할 만 했다고 보이는 대목에서도 역사문연은 그저 저자의 무의식
속에서 여러 정보출처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을지는 몰라도 언급이 없다. 시민들이 함께하는 역사
문연의 문은 열려 있다. 하지만 역사문연의 그간 활동들은 이미 역사가 되었고, 이름을 불러주어야
할 대목에서는 정확하게 호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문화재/문화유적을 대하는 주저자로서의
관점에서 느껴진 다소 아쉬운 점이 그것이다. 어느 저술이라도 소통에는 널리 열어놓은, 털어놓은
자세가 좋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옛 기록에 대한 지식의 모자람을 베풀어주는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
많다. 물론 여기에는 저자의 주관적인 선택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고서 보아야 할 것이다. 같은 대상
이라도 역사는 깊고 자료는 더 많을 수 있다. 그만큼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단 대상으로 삼은 문화유적에 대해 대체적인 옛 시문 기록을 함께 참조해볼 수 있도록 꾸민
구미가 당기는 책이라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편집에서 반드시 언급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이 장마다 지도를 그려 넣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편집일을 하는 분들이 늘 아쉬운 점이 바로 지도를 가벼이 여기고 생각해버린다는 점인데,
비록 약도이지만 지도를 넣은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만한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아래는 아직 이 책을 전부 읽지는 못한 마당에 관심이 가는 대로 몇몇 내용들을 본 소감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
-구성 : 책은 소양정부터 백운동까지 모두 15장으로 구성하여 대상마다 여러 소주제로 나눠서 서술
하며 해당하는 사진을 넣었다. 그 중에 신연/모진나루, 문암, 국사봉, 백운동과 같은 주제는 새로운
선택 안목이 돋보였다. 이런 구성은 사실 그간 여태까지의 시민들이나 역사문연의 관심과도 대체로
일치하는 항목 선택이란 느낌도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동시대 춘천시민의 현재적 관점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소양정 : 비석군 가운데 역사문연이 안내문을 짓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범익단죄비를 소개한
점이 돋보였고, 전계심비에 대해서도 새로운 자료를 소개하며 전설과 기록의 차이를 밝힌 점은
역사문연의 답사에서도 소개된 바 있듯이 필자의 돋보이는 대목이다. 기문들을 소개하면서도
누구도 아직 강조해서 소개하지 않은 이계 홍양호의 글을 소개하며 '문명의 기운이 발원하는 곳'
이란 표현을 소제목으로 띄운 점은 절창이라 여겨졌다. 정자에서 바라본 풍경사진을 전폭으로
실은 점도 좋았다. 하지만 최근에 만든 현판들을 당대 명필가들의 글을 받아 문화원에서 달았던
일을 자세히 소개하여 서술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소양정 옛터의 바위벽 옛 비석을 소개하는
대목도 서술이 아쉬웠다. 건물이 철거되고 처음 소개하며 거론한 것이 역사문연이었다.
-봉황대 : 봉황대에서 중암 김평묵의 기문을 소개한 기민함도 돋보였다. '대받이강' 언급을 않은
점은 아쉬움!
-고산 : 고산을 설명하며 중국의 시문들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임포는 말하면서 인근에 있었던
명농정을 소개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이다. 배를 타고 근접해서 찍은 고산 사진은 절창이다!
-문암 : 문암 장에도 배를 타고 찍은 멋진 사진이 들어 있다. 이런 사진은 아마 이 책이 처음인
듯하다. 하지만 서술이 부족하고 아쉽다. 한림대에서 있었던 위치논쟁 소개도 없고 '석문'과의
대비도 없다. 역사는 깊고 시선은 짧음을 느끼게 한다.
-석파령 : 현금의 시에서 한 옛길조성 사업도 더 자세히 소개되어야 했다고 보인다. 이 대목은
역사문연에 더 자료가 많을 것이다.
-봉의산 : 시대별로 역사를 소개한 점은 좋았다. 사적지 지정에 대한 관심이 없어 아쉽다. 또
반석평 비석을 소개한 대목도 아쉽다. 이미 두 편의 논문이 있었으나 언급이 없다. 이 점은
재작년인가 자료를 정리해서 올리겠다는 역사문연의 답사기 언급도 있었듯이 역사문연에서도
아직 정리작업이 미진했던 점이다.
-삼악산 : 이 장이 읽으며 제일 아쉬웠던 장이다. 등선폭포와 관련하여 나 자신이 에세이 글을
발표한 적도 있었고 역사문연의 매년 답사에서도 누누히 말해온 점들이 그저 저자의 시선 하나로
가려진 느낌이 들었다. 입구의 비석은 찾아서 읽으며 왜 '8경지정' 안내문은 소개하지 않는지,
안내판은 보면서 폭포 암각자를 다시 밝힌 역사문연의 일은 언급을 않은 것이다. '소금강'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는 20세기 한때의 일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석파령이나 삼악산은 역시 춘천 근대의 길목이었던 점도 주목해서 볼 대상이다.
-그 밖에 국사봉을 항목으로 넣은 점이라든지 향교나 서원들을 아울러 소개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점은 저자의 노력으로 치하할 점이다. 새로 소개된 내용도 더러 보이지만 역시
이런 대상은 미진한 점들이 많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이다. 백운동에 대해서도 나름으로
현시점에서 정리한 점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자료에 대해서 한마디. 뒤에 색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참고한 자료를 소개했으면 좋았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황의 <춘천읍지>는 <춘주지>라고 써서 혼동을 부추기게 생겨
아쉽다. 춘천시에서 번역해낸 <춘천지리지>(1997년)에도 '춘천읍지'라고 돼 있고, 그 원본이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에서도 원래의 표제가 '춘천읍지'임은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장서각의 <춘천읍지> 서지사항이다.
[다만, 장서각에서도 서명 검색에는 '춘주지'라고 분류명을 넣어 놓았다. '춘주지'란 춘천의 읍지를
가리켜서 한 말로, 즉 일반명사로 쓰인 말이었다. 예를 들어 춘천부사를 지낸 송광연도 그랬다.=이
부분은 아래 댓글 내용에 따라 고치는 것보다 아예 삭제해야 옳음!]
이 리뷰는 역사문연의 관점이라기보다는 나 개인이 그런 관점으로 말할 수 있는 말을 적었을
뿐이다. 저자들은 쓰다면 쓴약으로 알아주길 바라며, 칭찬은 칭찬대로 경청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이다.
또한 다른 회원들의 독후감도 더 기대된다. 댓글 의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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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의 부족한 글에 대한 장문의 평 감사합니다. 새겨듣겠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춘천읍지'라 소개한다고 하더라도, 엄황은 발문에서 '춘주지'라고 밝히고 있으니 '춘주지'가 맞는 표현같습니다. 엄황의 책 첫페이지에도 '춘주지'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송광연의 글 중 "余到春州。得所謂春州誌。卽嚴府使滉 。與邑中老生。相議集成者也"란 부분이 있는데, 역기서 '춘주지'는 일반명사라기보다 고유명사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의 '표제' 표기가 잘못됐다는 말이네요? 책의 표제 표기도 후대의 추가기록일 수 있겠지요.
엄황 자신이 쓴 표현을 확인해보니 분명히 "曰 春州誌"라고 했고 본문의 제목 표기도 그렇네요! 그럼 혼동되더라도 어차피 두 명칭을 경우에 따라 같이 쓸 수밖에 없겠습니다. 장서각 소장의 (후대 기록을 포함한) <춘천읍지>와 엄황이 저술한 원저 부분만을 가리키는 <춘주지>요!
윗글의 언급은 이런 내용으로 바꿔야 맞겠습니다.
송광연 언급도 따라서 당연히 권선생의 정확한 말이 맞습니다~! 윗글도 내가 잘못 말한 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지칭하는 춘천읍지의 구분 기준도 생겼습니다. 시에서 낸 <춘천지리지>에도 이런 설명이 있어야 했는데 없었지요!
뒤에 덧붙이는 말이지만, 윗글에서 삼악산 부분을 언급했는데 사실은 역사문연의 건의에 따라 시에서 8경을 지정한 일을 좀 비판적으로 언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모든 명칭이 그렇듯이 쓰면 익숙해지고 당연시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 자신은 개인적으로 여러 인사들에 의한 폭포들의 명명 자체에 대해서 그리 달갑지 않아함을 표현했었다. 비룡폭포를 선녀탕이라고 한들 더 낫게 들릴지언정 그게 어떻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