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혹은 둘이 사회적 거리 두며 여행할 수 있는 곳
여행 풍속도가 달라졌다. 여럿이 다니는 여행은 점차 사라지고 혼자 혹은 둘이 떠나기 좋은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게 훌쩍 떠나서 갑갑했던 마음을 해소하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강화도는 매력 넘치는 곳이다.
강화도령이 살던 터전, 용흥궁(龍興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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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했던 용흥궁, 강화도령의 이야기가 스며 있는 그 마당에 가을이 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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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25대 왕 철종(哲宗)이 강화도령이었던 시절에 살던 곳이다. 임금으로 추대된 사람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을 잠저(潛邸)라고 한다. 당시 아버지와 형이 모반 사건에 연루되어 14살 때 이 곳 강화로 유배되어 살던 곳이다.
150년 고택의 안채와 사랑채, 별채, 마루, 작은 정원, 우물, 반질반질한 문고리에서 강화도령 이원범으로 살던 그 모습이 느껴져 짠해진다. 14살부터 19살까지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며 땔감 구하러 산에도 가고 평민의 삶을 살았던 그 터전에 가을볕이 내리고 있다.
한옥의 멋, 성공회 강화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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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지를 걸어들어가는 문보다 계단을 오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는다. 가파른 계단은 오르며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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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흥궁 담 넘어 바로 건너편 언덕에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이 독특하다. 얼핏 성당으로 보이지 않는다. 절의 형태를 한 성당의 모습은 바실리카 양식과 동양 불교 사찰 양식의 융합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옆으로 불교를 상징하는 보리수나무가 10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고, 사찰의 범종처럼 생긴 종이 있다. 분명 성당인데 절의 분위기도 느껴지는 100년이 넘는 종교적 건축물이다. 각기 다른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남다름을 본다. 주변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강화도 성공회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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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창길 코스: 중앙시장 관광플랫폼을 출발해 심도직물 굴뚝-천주교 인천교구 강화성당-이화 직물터-금융 상사-조양 방직-동광 직물-남화 직물-상호 직물-경도 직물-소창 체험관, 2시간 정도 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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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흥궁과 강화도 성공회 성당을 나와 내려오다 보면 길가에 커다란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60~70년대에 강화의 산업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심도직물의 흔적이다. 직물 공장은 강화의 경제에 기여한 상징적인 징표다.
주변에 강화도서관 옆으로 이화 직물터가 있고, 아기들의 기저귀감으로 많이 쓰였던 친환경 직물 '소창'을 만들어 내던 유명한 직물업체들이 터를 잡고 있다. 그래서 이 골목에 '소창길' 코스가 새롭게 생겨났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 주춤하다.
빈티지 감성 카페 조양 방직
예전의 방직공장을 그대로 살려서 빈티지한 매력을 보여주는 레트로 '갬성' 카페다. 1933년 홍씨 형제가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방직공장으로 한때 엄청난 전성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둔 채 지저분한 듯 빈티지한 듯 옛 멋이 나는 핫한 카페로 변신했다. 그 옛날 우리네 언니 누나들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기계를 돌리던 상상을 해 볼 수 있다.
평화로운 궁궐터 고려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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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궐은 1270년 송도로 환도할 때에 몽골의 압력으로 모두 허물어졌고, 행궁과 장녕전, 만녕전, 외규장각 등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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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저항한 우리 민족의 역사가 있는 곳, 고려궁지다. 고려왕조가 몽골에 대항하기 위해 고종 19년부터 원종 11년까지 39년간 머무르며 고려의 운명을 지켜온 궁궐터로서 사적 제133호다. 지금은 강화유수가 업무를 보던 동헌과 유수부의 업무를 보던 이방청을 볼 수 있다. 지금은 푸른 잔디가 시원하게 깔린 자연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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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동시장을 느리게 돌아보는 시간이 좋다. 이런 가을에 더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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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옛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시간이 멈춘 듯한 교동으로 가볼 일이다. 지치고 복잡했던 마음을 하루쯤 예스럽고 정감 있는 교동마을을 둘러보며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강화읍에 위치한 고려 전기에 창건된 강화 향교와,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인 교동 향교와 강화향교도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강화나들길 1-18코스다).
이색적이고 따뜻한 '동네 책방'
'국자와 주걱'은 한적한 마을의 한옥을 책방으로 꾸며놓은 시골 책방 겸 북스테이다. 책방 소개에 "작은 책방. 작고 불편함. 그러나 좋은 책. 따뜻한 밥상. 깨끗한 잠자리. 그리고 많은 정"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
쥔장의 푸근한 인심에 책만 보러 갔다가 다시 찾는 곳이다. 큰 도로에서 마을길로 접어들어 꼬불거리는 좁은 길로 주춤주춤 운전하며 들어가면 책방이 나타난다.
해안도로 따라 의미 있는 드라이브 코스, 덕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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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에는 월곶진, 제물진, 용진진, 덕진진, 초지진의 5진(鎭)과 광성보, 선두보, 장곶보, 정포보, 인화보, 철곶보, 승천보의 7보(堡)를 합쳐 강화 12 진보(鎭堡)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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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진은 덕포진과 더불어 해협의 관문을 지키는 강화도 제1의 포대였다. 거리두기로 가까이 가기는 어렵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나들길 2코스 호국돈대길'의 전적시설 풍경은 드라이브 코스로 의미 있다.
섬에서 즐기는 '소확행', 한옥 도솔 미술관, 해든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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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떠나 작품 전시를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고즈넉한 강화 땅에 개성 있고 멋진 미술관, 언택트 여행으로 강화도 미술관 나들이로 유유자적 멋진 시간을 누려보자. 친구와 둘이 미수로간 창가에 앉아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듯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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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 미술관은 초지진과 가깝고 고즈넉해서 좋은 사람과 조용히 산책 겸 가보면 좋다. 강화 들판을 달려 소나무가 예스러움을 더해주는 작은 마을에 다다르면 단정한 한옥 갤러리가 맞는다.
이곳엔 총 4개의 전시관이 있는데 야외전시관과 2개 층의 실내 전시장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장의 창가에 걸터앉아서 강화 들녘을 내다보며 누군가와 조용조용히 이야기하는 다정한 풍경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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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자연속의 교육, 문화, 예술공간. 해든뮤지엄의 멋을 느껴볼 수 있는 계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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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의 긴 경사면에서부터 기대가 된다. 실내 촬영은 안 되지만 야외의 조각 작품이나 설치미술, 그리고 대형 미러가 볼 만하다. 정원의 휴식공간과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로 그 멋스러움이 개관 당시 올해의 건축물 베스트 7에 뽑히기도 했다.
아름다운 일몰에 반하다, 장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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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장화리 일몰, 두근거리며 전율을 느껴보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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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마지막 코스는 누가 뭐래도 짜릿한 일몰의 장화리다. 강화 남부 해안도로를 따라 강화 갯벌과 서해의 해넘이는 여행자들의 관심사다. 아름답게 저무는 일몰의 시간은 아주 짧다. 찰나의 장화리 노을을 바라보며 두근두근하면서도 경건한 시간을 맛보며 마무리하는 강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