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103. 다시 사로잡힌 위소보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하다. 멍청해. 위소보, 네 녀석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어째서 수 두타의 내공이 심후하여 물에 떠오른 시체로 가장하는 것쯤은 쉬운 줄 모르고 바보처럼 그의 말을 의심치 않았으며 신룡도에서 정말 내분이 일어났는 줄 알았느냐?) 이렇게 생각한 그는 말했다. [나는 교주와 부인의 계책에 말려들고 말았으니 멍청한 녀석임에 틀림 없소이다.] 수두타는 말했다. [흥! 멍청하지 않다면 네 자신이 총명한 줄 알았냐?] [나는 물론 매우 총명하오. 하지만 천하에서 가장 총명한 사람이라도 교주와 부인 앞에서는 그 누구도 빛이 나지 않는단 말이오. 교주와 부 인께서 어떤 계책을 세우시면 빈틈이 없기 때문에 파죽지세로 이기고 대성공을 한단 말이외다.] 그가 대성공이란 말을 하게 되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미미하게 떨리고 있는 앵두같이 조그마해서 한 입 깨물어 주고 싶은 홍 부인의 입술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홍 부인은 환히 웃으머 고른 치아를 드러내 며 말했다. [백룡사, 그대는 역시 수두타보다 영리하군. 수두타가 그대와 입씨름을 해서 이길 순 없지. 그런데 그대는 어째서 수두타가 멍청하다는 것이 지?] [부인, 이 수두타는 이미 부인의 선녀 같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누구든 지 부인을 한 번 보면 다른 여인을 볼 생각이 나지 않죠. 제가 그를 멍 청하다고 한 것은 그가 마음속으로 다른 여인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 기 때문입니다. 수두타, 그 여자가 누구인지 내가 말해야겠소?] 수두타는 호통을 내질렀다. [말하지 말아라.] 위소보는 웃었다. [말하지 말라면 안 하지. 그대의 사제는 그대보다 고명하기 이를 데 없 소. 그는 부인을 본 후 다시는 다른 여자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지.] 반두타는 말상의 얼굴을 붉히며 나직이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 위소보는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없다구? 그럼 정말로 그대는 부인을 본 이후 다시 다른 여인을 볼 생 각이 납디까?] 반두타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나는 출가인으로 육근(六粮)이 청정(淸淨)하며 마음속에는 이미 남녀 의 구분이 없다.] [쯧쯧쯧! 노화상이 염불하듯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군. 그대의 사형 역시 두타이오. 그런데 어찌하여 매일같이 그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 하지?] 그는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나는 분명히 그와 육고헌에게 북경에서 나를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두 사람은 홍 부인과 함께 이곳에 있을까? 이상한 노릇이 다.) 반두타는 말했다. [사형은 사형이고 나는 나야. 두 사람을 한데 묶어 논할 수는 없네.] [나는 그대들 두 사람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오. 그대 사형의 위인됨은 멍청한 면이 있으나 그래도 그대는 똑똑한 편이오. 하지만 그대들 사형 제 두 사람은 교주와 부인의 큰일을 망쳤으니 실로 지은 죄가 엄청나지 않을 수 없소.] 반두타와 수두타는 일제히 외쳤다. [터무니없는 소리! 우리가 어쩨서 교주와 부인의 큰일을 망쳤다는 것이 냐?] 위소보는 냉소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꺼번에 두 사람을 모함할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바다 쪽을 바라보았 다.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으나 한 척의 배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 다. 간혹 멀리서 터뜨리는 포성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시랑과 황 총병이 여전히 전선(戰船)을 이끌고 신룡교 쪽의 도망치는 배들을 에워 싸고 섬멸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육고헌은 그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 [부인, 저 녀석은 본교의 큰 죄인입니다. 교주께 보고하여 그를 바다속 으로 처넣어 해룡의 먹이로 만듭시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이 소백룡은 가짜이다. 가짜 백룡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목숨이 없어 지고 말지.) 홍 부인은 말했다. [교주께서 그에게 물어 볼 말이 있대요.] 육고헌은 대답했다. [예. 알겠 습니 다.] 그는 위소보의 등을 밀며 말했다. [교주님을 뵈러 가자!] 위소보는 속으로 야난났다고 생각했다. (부인 앞에서는 교묘한 말을 하여 그녀를 기쁘게 할 수가 있다. 처음부 터 교주가 이 배에 타고 있었구나. 만약 지금 이 소백룡이 용궁으로 뛰 어들지 않는다면 하늘의 뜻을 어기는 격이 되겠구나.) 그는 고개를 돌리고 방이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했 으며 기뻐하거나 노하는 빛도 전혀 없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 다. (썩어 문드러질 갈보 같으니. 못된 계집애!) 그는 말했다. [방 소저, 축하하오.] 방이는 말했다. [무슨 축하를 한다는 거예요?] [그대는 본교를 위해 큰 공을 세웠으니 교주께서 그대의 직위를 올려 주시지 않겠소?] 방이는 흥, 하고 코웃음을 한 번 쳤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홍 부 인은 말했다. [모두들 들어오게.] 육고헌은 위소보의 등을 붙잡고 그를 선실 안으로 끌어당겼다. 홍교주는 놀랍게도 선실에 있었다. 위소보는 그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외쳤다. [교주와 부인께서는 선복을 영원히 누리실 것이며 수명이 하늘처럼 길 것입니다. 속하 백룡사, 교주와 부인께 인사드립니다.] 육고헌은 그를 내려놓고 방이 등과 함께 일제히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교주께서 선복을 영원히 누리시며 수명이 하늘처럼 길기를 바랍니다.] 그들 역시 홍 부인에게 잘 보이고 싶었으나 이 한 마디는 언제나 버릇 이 되어 있었고 또 얼굴 가죽도 두껍지 못하여 부인이라는 말을 더 보 태지 못했다. 홍 교주는 선실 밖의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못들은 척하 고 있었다. 교주 옆에는 네 사람이 서 있는데 바로 적룡사 무근 도인, 황룡사 은금, 청룡사 허설정, 흑룡사 장담월이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느끼는 바가 있어 고개를 돌리고 수두타에게 호통쳤다. [그대라는 사람은 어째서 터무니없는 요언을 만들어 냈소? 어째서 나더 러 교주와 부인께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냔 말이오? 나는 모든 것 을 돌보지 않고 구하려고 왔는데 알고보니 교주와 부인께선 아무 일도 없지 않소? 그리고 몇 분의 장문사가 언제 반란을 일으켰단 말이오?] 홍 교주는 냉랭히 말했다.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속하는 교주와 부인의 명을 받들고 황궁으로 숨어 들어가 두 권의 경 서를 얻었습니다. 그 후 운남 오삼계의 평서왕부에서 다시 세 권의 경 서를 얻었습니다.] 홍 교주는 두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다섯 권의 경서를 어쨌다고? 그 경서들은?] [황궁에서 얻은 두 권은 속하가 이미 육고헌을 보내 교주와 부인께 바 치도록 했습니다. 교주와 부인께선 속하가 일을 잘 처리한다고 해서 육 고헌을 통해 선약(仙藥)을 내리시지 않았습니까?] 홍 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운남에서 얻은 세 권은 속하가 북경의 어느 은밀한 곳에 놔두고 반두 타와 육고헌에게 지키도록 했습니다....] 반두타와 육고헌은 안색이 크게 변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은....없습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소? 교주 어르신께선 이 녀석의 말을 듣지 마십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경서는 모두 여덟 권이 있는데 속하가 단서를 얻게 되어 다른 세 권도 십중팔구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모조리 손에 넣은 후 함께 신룡도로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얻은 경서 중 세 권은 남이 훔쳐갈까 두려워 벽돌을 빼내고 벽에다 감춰 두고 육고헌과 반두타에게 한 걸음도 떠나지 말라고 분부했습니다. 육고헌과 반두타, 집안에서 경서를 지키며 외출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대들 두 사람은 어찌하여 이곳에 이르게 되었소? 만약 경서를 잃어버려 교주와 부인의 큰일에 차질을 빛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진단 말이오?] 반두타와 육고헌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 후 육고헌이 입을 열었다. [그대가 벽에 경서를 숨겨 두었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우리들이 어떻게 알겠소?] 위소보는 말했다. [교주와 부인께서 분부하신 일들은 비밀로 할수록 좋은 것이오. 한 사 람이 더 알게 되면 그만큼 누설되기 쉬운 것이외다. 솔직히 말해서 난 그대들 두 사람을 별로 신임하지 않았소.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면 큰소리로 '교주님과 부인께서 선복을 영원히 누리시고 수명이 하늘 처럼 길지어다' 하고 말했으며 매번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도 한 번씩 읊었소. 그러나 그대들 두 사람은 신룡도를 떠난 후 교주의 신통 력이 광대하며 오생어탕보다 못하지 않음을 한번도 말한 적이 없었소.] 그는 요순우탕이 황제를 칭송할 때 사용하는 말인 것도 모르고 불쑥 지 껄였는데 다른 사람들 역시 오생어탕이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육고헌 과 반두타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하며 속으로 여간 놀라지 않았다. 사 실 신룡도를 떠난 후 그들 두 사람은 한 번도 '교주께서 영원히 선복을 누리시고 수명이 하늘처럼 길지어다'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데 뜻밖에도 외소보라는 꼬마 녀석이 그 같은 약점을 잡고 늘어질 줄은 생각지 못했던 일이 아닌가? 하지만 따지고 보면 위소보라는 이 녀석은 언제 그와 같은 귀절을 읊은 적이 있었던가? 육고헌은 말했다. [그대는 하늘같은 큰 죄를 지어 놓고 이제 와서 입을 놀려 교주와 부인 에게 아부를 하여 목숨을 구걸하려 하지만 우리 섬의 늙고 젊은 형제들 이 이번에 많은 살상을 당했고 교주께서 수십 년간 고심하여 경영해 온 위업이 모조리 너에 의해 결단나고 말았다. 어찌 목숨을 구하기를 바라 느냐? 꿈도 꾸지 말아라.]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말은 틀렸소. 우리가 교주와 부인께 투신한 이상 목숨은 벌써 자기 것이 아니오. 교주와 부인께서 우리에게 무슨 일을 시키면 모든 사람은 충성을 다할 뿐이고 만 번 죽어도 사양할 수 없었소. 교주와 부 인께서 우리보고 죽으라면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할 것이오. 우리보고 살 라고 하면 우리는 모두 살아야 할 것이오. 뭐라구? 내가 아부를 한다 고? 그럼 당신은 진정으로 하는 말이 아부로 들렸단 말이오? 당신은 겉 으로만 아부를 해 왔다는 것이오?] 홍 교주는 그의 말을 듣고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 였다. 그는 반두타와 육고헌 두 사람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백룡사가 수군을 이끌고 본교에 불리한 행동을 하려고 한다 고 했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육고헌은 교주의 말 가운데 약간 불쾌한 빛이 서려 있는 것을 보고 재 빨리 말했다. [교주님께 아룁니다. 저희 두 사람은 명을 받들고 백룡사를 감시하며 그의 일거일동을 유의하면서 일각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 날 황제께서 그의 관직을 올리고 시랑이 방문했을 때 속하는 그들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을 자세히 들었고 그 사실을 이미 교주께 품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백룡사는 시랑을 데리고 떠나면서 시랑을 효기영의 조 그만 벼슬아치로 변장시키고 속하와 반두타보고 따라오지 말라고 했으 므로 속하는 마음속에 많은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 교주가 그대들 두 사람을 보내 날 감시했었구나.) 육고헌이 다시 말했다. [며칠 전 속하는 백룡사의 방에서 내버린 물건들을 조사하기 위하여 쓰 레기통을 뒤지다가 많은 종이조각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맞춰 봤더 니 만주나라와 한나라의 글로 쓴 요동 지방의 이름이었습니다. 백룡사 는 글자를 모르거니와 만주의 글은 더욱더 모릅니다. 그러니 그 같은 지명은 자연히 황제가 그에게 써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알아 보니 이번 출행에 많은 대포를 가져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속하 두 사람은 상 의한 끝에 백룡사가 황제의 명을 받고 요동 일대로 가는데 수군의 장병 들과 대포까지 대동한 것을 보면 자연히 본교에 불리한 행동을 할 것이 라고 생각하고서 백룡사가 북경에서 떠나자마자 속하 두 사람은 쾌마를 타고 밤낮으로 달려와 보고를 하게 된 것입니다. 부인께서는 백룡사가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결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만 사람의 얼굴만 보고 마음까지 알 수는 없는 겁니다. 백룡사가 이토록 개 같은 심보를 지니고 교주님의 신임을 저버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육 선생, 그대는 스스로 총명하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결코 교주와 부인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오. 내 그대에게 말하는데 나는 잘못 했소. 오로지 교주와 부인만이 영원히 옳은 것이외다.] 육고헌은 노해 말했다. [그대는 터무니없는....] 그러나 그 한 마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대뜸 알아차리고는 즉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인다는 것이오? 오직 교주와 부인만이 영 원히 옳은 것인데 그대는 이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단 말이오? 설마 하니 교주와 부인께서 잘못이 있고 오로지 육 선생 그대만이 영원히 옳다는 것이오?] 육고헌은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오. 그것은 그대가 말한 것이지 나는 말한 적이 없소.] [교주와 부인께서는 이 백룡사가 충성심이 강해 결코 배반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씀하셨소. 그들 두 분 어른께서는 일을 신같이 헤아리는데 어 찌 틀림이 있다는 것이오? 내 그대에게 말해 두지만 황제는 나에게 수 군과 대포를 거느리고 멀리 요동으로 가라고 말했소. 그리고 장백산으 로 올라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라고 선포했으나 기실....기실은....흥! 그대가 무엇을 알겠소?] 그는 속으로 재빨리 생각을 더듬었다. (황제가 나를 보내 무엇을 하라고 했다고 말해야 할까?) 홍 교주는 말했다. [어디 말해 보게. 황제는 그대를 무엇 하러 보냈지?] [이 일은 워낙 은밀한 일이라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습니다. 누설하 면 황제께서 반드시 저의 머리를 자를 것입니다. 하지만 속하는 마음속 으로 교주와 부인께선 황제보다도 백 배나 더 높으시다고 생각하고 있 습니다. 그가 만세라면 교주님께서는 백만세입니다. 그가 만만세라면 교주님께서는 백만만세입니다. 교주께서 저보고 말하라니 자연 감출 수 가 없지요.]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말해야 교주와 부인을 속일 수 있을까?) 홍 교주는 위소보가 아첨의 말을 마구 지껄여대는 줄 알면서도조금도 낯간지러워하지 않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의기 양양한 모습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교주와 부인께 아룁니다. 황제의 곁에는 두 명의 붉은 털이 난 외국인 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탕약망이라고 하고 한 사람 은 남회인이라고 하는데 벼슬에 봉해졌지요.] 홍 교주는 말했다. [탕약망이라는 이름은 나도 들은 적이 있네. 소문에 들으니 그는 천문 지리와 음양력수(陰陽曆數)에 능통해 있다고 하더구먼.] 위소보는 칭찬의 말을 했다. [교주님께선 문을 나서지 않고도 능히 천하의 일을 알고 계시는군요? 탕약망은 이리저리 헤아려 본 끝에 북방의 나찰국이 대청나라에 불리한 일을 하리라는 것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홍 교주는 두 눈썹을 꿈틀하며 물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지?] 위소보는 몽고인 한첩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오삼계와 나찰국, 그리고 신룡교가 결탁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오삼계는 멀리 운남에 있 으니 그를 끌어들일 수는 없는 일이고 나찰국은 바로 요동 옆에 있지 않은가? 과연 나찰국이라는 석 자를 들먹이자 홍 교주는 표정이 대뜸 굳어졌다. 위소보는 자기의 말에 상대방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속으로 크게 기뻐서 말했다. [소황제께선 그 말을 듣자 마음에 근심을 하였고 곧 탕약망에게 계책을 짜내 바치라고 했습니다. 탕약망은 상주했지요. '신이 돌아가 밤에 천 문을 보고 해를 따져 음양을 계산하여 자세히 헤아려 보겠습니다.' 그 리고 며칠 후 그는 황제께 상주했지요. 나찰국의 용맥이 바로 요동에 있으며 무슨 호타마라는 산과 무슨 아마아라는 강이 있는 곳이라고 했 습니다.] 홍안통은 오래 전부터 요동에서 살아 그곳의 산천지리에는 무척 익숙하 여 위소보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했다. [부인, 저 녀석의 말이 우습지 않소? 호마이와집산을 호타마산이라 부 르고 아목이하를 아마아의 강이라고 하는군. 하하하!] 홍 부인 역시 깔깔 웃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교주께선 모르는 것이 없으니 속하는 탄복해 마제않는 바입니다. 그 붉은 털의 괴물들이 몇 번 말을 했지만 속하는 기억할 수가 없군요. 소 황제는 만주나라 글과 한나라 글로 써서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속 하는 글자를 몰라 이 호타마인가 뭔가 하는 산과 아마아인지 뭔지 하는 강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겠군요.] 홍 교주는 껄껄 웃더니 고개를 돌리고 육고헌을 매섭게 노려보았는데 그 시선이 매우 날카로웠다. 육고헌과 반두타는 속으로 야단났다고 생 각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 탕약망은 말했지요. 반드시 십 문의 홍모(紅毛) 대포를 만들어 바 닷길로 요동에 운반하여 그 무슨 산과 무슨 내를 향해 연달아 이백 번 을 쏴 나찰국의 용맥을 뒤집어 놓는다면 그 후 이백 년간 대청나라는 태평무사하리라 했으며 포 한 방에 일 년의 평안함을 보장한다는 것이 었습니다. 그래서 소황제는 말했지요. '그렇다면 천방을 쏘면 천 년 동 안 평안함을 보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 탕약망은 너무 많이 쏘면 오히 려 부작용이 생기고 또 천기는 누설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황도(黃道) 흑도(黑道)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반나절을 이야기했는데 속하는 반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어 그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홍 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탕약망이 편찬한 대청시헌력이라는 책이 있는데 확실히 이백년의 역법 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청나라의 기운이 기껏해야 이백 년에 불 과할 것 같군.] 위소보는 거짓말을 하는 데 남다른 요령이 있었다. 모든 세세한 부분을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고 상세히, 게다가 사실과 거의 다름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대목은 터무니없는 말로 때우는 것이다. 이것 은 그가 기녀원에서 배운 요령이었다. 교주 홍안통 역시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고 탕약망이 지었다는 대청시헌력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관계로 위소보의 그 같은 거짓말은 완전히 맞아떨어진 셈이었 다. 홍 부인은 말했다. [그렇다면 소황제는 그대를 요동으로 보내 대포를 쏘라고 했는가?] 위소보는 짐짓 놀랍다는 듯 말했다. [부인께선 어떻게 아셨습니까?] 홍 부인은 웃었다. [그대의 말은 진실하다고 할 수 없군. 소황제가 그대를 요동으로 보냈 다면 그대는 어째서 신룡도로 왔지?] [그 외국인은 나찰국의 용맥은 한 마리의 해룡이기 때문에 이십문의 대 포를 해상으로 옮겨 그 용의 입구를 겨냥하고 시간을 맞추어 그 해룡이 막 바닷물을 들이키려고 할 때 즉시 쏜다면 그 용은 중상을 입고 움직 이지 못한다고 했지요. 만약 육지에서 포를 쏜다면 그 용은 포 한 방에 즉시 하늘로 날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포 한 방에 일 년의 평안함을 빌 수 있을 뿐이니 명년에 다시 포를 한 번 쏴야 하는, 귀찮 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죠. 그가 우리를 시켜 대포를 해상으로 운반하게 한 것도 따지고 보면 길을 돌아서 가는 셈인데 그 역시 용맥 을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풍수감여지설(風水堪與之設)에 의해 용맥이 중시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형이 용처럼 생겼다는 것뿐이지 결코 진짜 용이 있다 는 것은 아니었다. 용맥을 놀라게 해서 도망치게 한다는 등의 말은 위 소보가 완전히 지어낸 말이었다. 홍안통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위소보는 눈치를 살피며 그가 의심을 하는 것을 알아채고 재빨리 말했 다. [그 외국의 도깨비들은 중국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몇 장의 그 림을 그려서 소황제께 보여 주었으며 자로 이리저리 재곤 하였습니다. 줄을 긋고 어째서 용맥이 도망을 치는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속하 는 너무 우둔하여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소황제께선 매우 흥미진진하게 들으셨습니다.] 홍안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속으로 외국인이 풍수를 보는데는 어 떤 특별한 재간이 있으며 중국의 풍수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다. 위소보는 그가 인정하자 느긋해져서 생각했다. (이 고비만 넘기면 이후의 거짓말은 막힘 없이 술술 풀려 나가겠구나.) 그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말을 이었다. [어느 날 소황제는 흠천감에게 황도 길일을 선택하도록 하고, 성지를 내려 저를 장백산으로 보내 하늘에 제사를 올리도록 했습니다. 복건성 수사제독 시랑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대만에서 투항해 온 사람 이고 정성공이 한때 그에게 패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사람은 바 다 위에서 포를 쏘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져서 소황제는 그를 딸려 보 내며 천번 만번 비밀을 지키라고 당부했으며 이번 일을 누설하면 큰일 을 망치게 되어 어쩌면 나찰국에서 선박을 보내 막을지도 모른다고 했 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천진에서 바다로 나서게 되었으나 멀리 빙글 돌아 살그머니 요동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후 바다에 시 체들이 떠오른 것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진짜도 있있고 가 짜도 있었습니다. 가짜는 바로 수두타였습니다. 저는 좋은 마음으로 그 를 바닷속에서 끄집어 냈지요. 그는 신롱도가 발칵 뒤집히도록 싸움이 생겼고 교주께서 사람을 보내 청롱사 허설정을 죽였다고 했습니다.] 수두타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거짓말입니다. 나는 교주께서 청룡사를 죽였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 다.] 홍 부인은 아름다운 눈으로 그를 한 번 노려보더니 말했다. [수두타, 교주 앞에서 큰소리를 지르지 마세요.] [예.]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청룡사가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말하지 않았소.] 수두타는 말했다. [그렇다. 교주께선 나에게 그같이 말하여 그대를 속이라고 분부하셨 다.] [교주께서 그대를 시켜 나에게 잘못 말할 수도 있는 것이겠으나 그대는 교주가 원수를 갚기 위해 청룡사를 죽였다고 했소. 교주께서는 대공무 사(大公無私)하시고 대인대의(大仁大義)하신 분이니 결코 부하들에게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오.]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수두타는 부르짖었다. [거짓말!]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교주가 복수를 하기 위해서 청룡사와 적룡사를 죽였다고 말했 소.] [거짓이오! 난 말하지 않았소.] [교주께선 대공무사하신 분이오.] [거짓말이오.] [대인대의하신 분이오.] [거짓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결코 부하에게 감정을 갖고 원수를 갚지는 않소.] 수두타는 말했다. [거짓말이오.] 육고헌은 수두타가 고지식하고 성질이 급해 이미 위소보의 함정에 빠져 들어 연신 거짓이라고 부르짖고 있는 것을 알았다. 매번 한 번씩 부르 짖을 때마다 교주의 안색은 한 푼 정도씩 일그러졌다. 육고헌은 수두타 가 한 번만 더 부르짖는다면 교주가 성질을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 습할 길이 없게 된다는 것을 알고 수두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 다. [그가 교주께 말씀드리는 것을 얌전히 들으며 그의 말을 가로채지 말도 록 하시오.] 수두타는 말했다. [저 녀석은 터무니없는 말만 지껄이고 있는데 그냥 듣고만 있으란 말이 오?] 육고헌은 말했다. [교주께선 총명하고 지혜로워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는 분이 아니시오? 그대는 너무 서두르지 마시오. 교주께선 이미 다 알고 계시오.] 수두타는 말했다. [홍, 그렇지 않을걸....] 그 한 마디를 내뱉고 나서야 그는 갑자기 입을 벌리고 얼굴에 당황하고 곤혹스런 빛을 띠었다. 위소보는 그를 노려보고 있다가 용용 죽겠지 하 는 얼굴을 지었다. 수두타의 키는 위소보보다 더욱 작은 편이었다. 위 소보가 고개를 숙이고 용용 죽겠지 하는 표정을 지으니 다른 사람은 그 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수두타는 똑똑히 볼 수 있어 즉시 화를 터뜨리 려고 했다. 하지만 교주를 격노케 할까봐 억지로 성질을 누르고 참고 있자니 자연 얼굴이 일그러졌다. 선실 안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고 수두타의 씩씩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홍 교주가 위소보에게 물었다. [그는 또 무슨 말을 했느냐?] [교주님께 아룁니다. 그는 교주가 일을 꾸며 적룡문을 이간질시켜 청룡 문을 공격했다고 했습니다....] 수두타는 부르짖었다. [저는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홍교주는 그를 노려보더니 호통쳤다. [아가리 닥쳐라! 네가 한 번만 더 괴성을 질러대면 나는 너의 제기랄 놈의 동그란 대갈통을 두 쪽으로 쪼개버리겠다.] 수두타는 온 얼굴이 시뻘겋다 못해 자주색으로 변하였고 육고헌과 반두 타는 아연실색했다. 사람들은 홍 교주의 심기가 매우 깊어 희노애락을 좀처럼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이토록 거친 말을 하며 신경질을 부리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고 수두타를 크게 꾸짖고 욕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극도로 분노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위소보는 크게 기뻤다. 수두타가 입을 열고 말을 하치 못한다면 자기가 아무리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여도 그는 좀처럼 반박할 수 없을 것이었 다. [교주님께선 노여움을 푸십시오. 수두타는 교주님을 모욕하는 말을 별 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교주님께서 속이 좁다고 했을 뿐입니다. 지 난 번에 모두들 모반을 꾀하였으나 일을 이루지 못했는데 속하라는 한 명의 어린애 때문에 큰일을 망치게 되어 모든 사람들이 속으로 분노를 느끼고 있는데 교주께서는 그 기희를 빌어 원수를 갚으려 했다고 하더 군요. 그는 교주님이 하성이라는 사람을 시켜 일을 저지르도록 했는데 그 사람은 무근 도인의 제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본교에 그 같 은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가 말해줘서 비로소 알았지요.] 홍 부인은 말했다. [하성이란 사람은 있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지?] 위소보는 속으로 짐작했다. (하성은 무근 도인의 제자이니 젊은 녀석일 것이다.) [수두타는 하성이 부인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이 몇 년 동안 부인과 어 쩌구저쩌구 했다는 등 해괴한 말을 많이 했습니다. 속하는 대노했지요. 그가 등 뒤에서 부인에게 불경스러운 짓을 하는 것을 보자 화가 나서 그의 주둥이를 후려쳤습니다. 그때 그는 소가죽 끈으로 묶여 있었기 때 문에 반항할 수 없어 십여 차례 매를 맞은 후에야 비로소 아가리를 닥 쳤죠.] 홍 부인은 치미는 울화 때문에 안색이 새파래져서 매서운 얼굴로 말했 다. [어째서 나를 끌어들였지?] 수두타는 말했다. [저....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교주께서 그대보고 입을 열지 말라고 했으니 그대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시오. 내 그대에게 묻겠는데 그대는 하성이란 사람이 있고하지 않았 소?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없으면 고개를 가로저 으시오.] 수두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하성이 허설정을 죽이자 부인께서 매우기뻐했으며 교주는 아무 것도 모르고 계신다고 했소. 그대는 청룡사가 하성에게 죽음을 당했으 며 방안에는 한 자루의 칼이 던져져 있었고 그 칼은 하성의 것이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 말을 했소, 아니했소?] 수두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앞쪽의……]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이미 말한 적이 있었으면 됐소.] 기실 수두타가 말한 것은 뒤의 말이고 앞쪽의 반 토막은 위소보가 보탠 것이다. 그런데 수두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말을 수두타가 전부 한 셈이 되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청룡문, 적룡문, 황룡문, 흑룡문, 그리고 우리의 백룡문까지 모두 난잡하게 얽혀 싸우게 되었고, 교주는 이미 권세를 잃어 진압할 능력도 없다고 하지 않았소?] 수두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가 말했다. [그대는 신룡도의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교주와 부인마저 사로잡았으 며 부인은 옷을 다 벗기어 뭇사람들 앞에서 나신으로 걸어 보이는 행동 을 했다고 했소. 그리고 교주의 수염은 다른 사람에 의해 모조리 뽑혀 지게 되었고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이미 사흘 밤낮을 물 한 모금 마시 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한다고 했소. 이 같은 말을 그대는 인정하지 않 겠지?] 이 한 마디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고개를 가로저을 수도 없어 수두타는 온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살갗에서 피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대는 그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겠지?] 수두타는 노해 말했다. [나는 말한 적이 없소!] [그대는 그대가 교주와 손을 쓰게 되었으며 그대는 교주를 두 번이나 차고 교주에게 석 대의 따귀를 갈겼지만, 교주의 무공이 그대보다 고강 해서 그대가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교주에게 오히려 던져져 바다에 떨 어지게 되었다고 하지 않았소? 그리고 그대는 본교가 이미 발칵 뒤집혀 서 크게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했소.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주에 의해 바다로 던져졌다고 했소.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고 있다고 했 소. 교주와 부인은 이미 지극히 낭패한 지경에 도달해 있어 지금은 죽 지 않았다 해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소?] [나는....나는....나는....] 수두타는 위소보의 수작에 그만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골이 빠개지는 것 같아 어떻게 대답할 줄을 몰랐다. 그는 확실히 교주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교주에 의해 바다로 던져졌다고 했으며 또 신룡도의 오룡문이 서로 죽고 죽이는 등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했으나 위소 보의 말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교주님께 아룁니다. 속하는 본래 수군과 배를 이끌고 요동으로 가서 나찰국의 용맥을 대포로 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이르렀 을 때 속하는 교주와 부인을 생각해 냈으며 또한 방이 소저도 생각났습 니다. 속하는 본래....본래 그녀를 처로 맞아 들이려고 했지요. 그렇기 때문에 역시 그녀를 만나고 싶었으며 교주와 부인께서 그녀를 제가 데 려가도록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천천히 항해하 도록 했으머 멀리서 섬을 바라보는 것만 해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 니다. 그리고 만약 교주와 부인을 한 번 뵈올 수만 있다면....] 홍 부인은 미소를 띄웠다. [사실은 방이 소저를 볼 수만 있다면이겠지?] [예, 속하가 사사로운 욕심을 가지고 한마음 한뜻으로 교주와 부인께 충성을 다하지 않았으니 실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던 말을 계속해라.] [바닷속에서 수두타를 구해 냈는데 그는 교주와 부인을 저주하는 것이 었습니다. 속하도 멍청하지요. 그 같은 말을 듣고 손발이 어지러워져서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 신롱도로 달려갔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으며 교 주와 부인 곁에 서서 반역도들과 결사일전을 벌이고 싶었습니다. 속하 는 그 당시 크게 욕을 했지요. 그날 교주께선 지나간 일을 다시 따지지 않기로 하셨고 들먹이지도 말라고 분부했는데 어찌 감정을 품고 교도들 을 배반하겠느냐고 물었지요. 속하는 교주와 부인의 위험만을 생각하여 교주가 반역도들에게 잡혀 거꾸로 매달려 있으며 부인께서 그들에게 옷 을 벗기운 채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일각도 지체할 수 없다 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정말 멍청해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교주께서 신통력이 넓으시니 만약 누가 배반한다면 교주께서 손가락만 뻗쳐 내도 그들을 개미처럼 눌러 죽일 수 있어서 반역도들에게 욕을 당할 리 없다 는 사실을 미처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속하는 마음속으로 초조해져 즉 시 모든 전선에게 명하여 신룡도를 공격하도록 했습니다. 저는 그들에 게 말했지요. 섬에 살고 있는 좋은 사람들이 모조리 나쁜 사람들에게 잡혀 있으니 만약 누가 나서서 저항하면 너희들은 포를 쏴서 공격하라 고 했습니다. 그리고 언덕 위로 오르는 즉시 한 분의 위풍이 늠름하고 풍채가 당당하시며 옥황상제를 닮은 신선보살과 같은 어르신을 찾아라. 그분이 바로 신룡교의 홍 교주이시니 모두들 그분을 잘 모셔 오라고 말 했습니다. 그리고 속하는 섬의 모든 여자들에게는 일절 죄를 짓지 말라 고 명했으며 옥과 같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으며 하늘의 선녀가 내려온 것 같은 여인이 바로 홍 부인이니 반드시 공경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홍 부인은 깔깔거리며 말했다. [그대의 말대로라면 그대가 병사를 보내 신룡도를 공격한 것은 교주에 게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이군. 그렇다면 그대는 잘못이 없고 오히려 공 이 있는 셈인가?] [속하는 공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교주와 부인께서 평안하시고 사람들이 층성심이 강하여 교주와 부인을 잘 모시고 있는 것을 보니 마 음이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속하가 첫 번째로 바라는 것은 바로 교주 와 부인께서 영원히 선복을 누리고 수명이 하늘처럼 길게 되는 것입니 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바라는 것은 본교의 모든 사람들이 진충보국(盡 忠報國)하고 교주께서 무슨 말씀을 하든지 그 말대로 따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세 번째는....] 홍 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세 번째는 방이 소저를 마누라로 삼겠다는 것이겠지?] [그것은 조그만 일에 지나지 않으며 속하는 마음속으로 이미 작정한 바 가 있습니다. 애써 일을 처리하여 교주와 부인의 환심을 사면 교주와 부인께서는 속하를 소홀히 대접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홍안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는 정말 말도 잘한다. 그러나 나와 부인을 염려했다면 어째서 스스 로 군사들을 이끌고 신룡도로 올라오지 않았지? 어째서 사람을 시켜 포 를 마구 쏘게 하고 그대 자신은 멀리 뒤에 숨어 있었지?] 그 한 마디의 말은 급소를 찌르는 말인지라 위소보는 일시 입을 벌리고 대답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그는 이 한 마디를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 면 교주도 의심을 하게 될 것이고 먼저 한 거짓말은 모조리 들통이 날 뿐 아니라 목숨마저도 보전할 수 없게 될 것임을 알았다. [속하는 만번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실로 교주와 부인에 대한 충성심 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수두타가 섬의 사람들이 그토록 흉악하게 날뛰 며 교주와 부인마저 잡아갔다고 하는 말을 듣고 무척 무서웠습니다. 지 난 번....지난 번 그들이 교주를 배반하려 했을 때도 속하가 그들의 음 모를 저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판국에 그들에게 다시 잡히면 제 힘줄 을 뽑으려 들 것이고 저의 가죽을 벗기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속하는 죽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뒤에 숨어 수하 장수와 군사들을 보내 교 주와 부인을 구하도록 한 것입니다. 저는....저는....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습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