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사랑, 고추 완전정복
- 취재_ 김민정 월간헬스조선 기자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아는 만큼 건강하게 즐긴다! 한국인의 사랑, 고추완전정복
보건복지가족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먹는 고추 섭취량은 1998년 5.2g에서 2005년에는 7.2g으로 40% 가량 증가했다. 1인당 1년 고추 소비량은 4㎏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추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풋고추가 제철인 7월을 맞아 고추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푼다.
Part 1 고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고추에는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고추의 성분을 통해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고추의 성분과 효능
고추를 구성하는 성분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캡사이신이다.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고추 특유의 매운맛을 낸다. 고추씨에 가장 많이 들어 있고 껍질에도 들어 있다. 종류와 경작조건에 따라 고추의 캡사이신 함유량이 달라진다. 캡사이신은 몸속 지방을 분해하고, 장내에서 살균작용을 하며, 식욕을 좋게 한다. 젖산균의 발육을 돕기도 하는데 이 기능을 이용한 것이 김치다. 고추에는 비타민도 풍부하다.
비타민A는 야맹증과 냉방병을 예방하고, 호흡기 계통의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고추에는 웬만한 과일보다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다. 감귤의 2배, 사과의 30배가량 된다. 비타민C는 피로해소에 효과적이고 괴혈병을 예방한다. 비타민P(바이오 플라보노이드)는 말초혈관을 촉진하고 피부를 보호하며, 노화를 막는 항산화 효과와 항염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도록 돕는다.
고추를 먹으면 좋은 이유 1. 진통효과 1940년대 후반, ‘캡사이신이 처음에는 매운 자극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캡사이신은 체내 신경말단에서 통증전달물질로 알려진 ‘P물질’을 따로 떨어뜨려 고갈시킴으로써 진통효과를 보인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캡사이신 유도체를 합성해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추진됐다. 1999년 말, 한국화학연구소는 기존의 캡사이신 계열 화합물과 달리 자극성이 적은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했다.
대상포진 후 통증이나 당뇨성 신경통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진통제다. 덴마크의 통증 전문의 에스케 아스방 박사는 2007년 미국마취학회 학술회의에서 ‘개복 탈장수술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일부에게서 봉합 전 수술 상처에 캡사이신을 투여한 환자가 수술 후 3일 동안 다른 환자에 비해 통증을 덜 느꼈다’고 밝혔다.
고추를 먹으면 좋은 이유 2. 항암효과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는 ‘캡사이신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교수 팀이 피부암 세포를 주사한 쥐에게 캡사이신을 바른 결과, 그 중 60%만 피부암으로 발전했다. 캡사이신을 바르지 않은 쥐는 100% 피부암에 걸렸다. 영국 노팅엄대학 의과대 티모시 베이츠 교수 팀도 ‘캡사이신이 암세포에서 에너지를 생명활동에 필요한 형태로 전환시키는 미토콘드리아는 파괴하지만 건강한 세포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세다스-시나이 메디컬센터의 소렌 레먼 박사는 ‘캡사이신이 전립선암 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를 2006년 《암연구》에 발표했다. 레먼 박사는 ‘유전조작을 통해 사람의 전립선암 세포를 갖게 된 쥐들을 대상으로 캡사이신을 투여한 결과, 암세포의 80%가 스스로 죽고 종양이 크게 축소됐다’고 했다. 흔히들 한국인이 위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고추와 같은 매운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미 1990년대에 ‘한국인의 고추 섭취량과 위암 발생률은 상관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매운맛 자체는 위염이나 위궤양, 위암 같은 위 질환과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으며, 때로는 위를 보호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단, 위궤양 등이 있는 사람은 매운 고추나 매운 음식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추를 먹으면 좋은 이유 3. 스트레스 해소 효과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더욱 그렇다. 고추를 먹으면 운동한 직후처럼 땀이 나고 개운하다. 캡사이신이 신체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류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또한 뇌신경을 자극해 엔돌핀을 분비시킴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추를 먹으면 좋은 이유 4. 식욕증진 효과 캡사이신은 입안의 침샘을 자극해 침을 돌게 하고 위액분비를 높여 식욕을 자극한다. 또한 빨간 음식은 시각적으로도 침샘을 자극해 식욕을 느끼게 한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의 음식이 맵거나 빨간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고추를 먹으면 좋은 이유 5. 다이어트 효과 한때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김치 다이어트’가 큰 인기를 얻었다. 고추의 다이어트 효과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뒤 일본에서는 김치는 물론이고 고추 성분이 들어 있는 약과 음료까지 등장했다. 김치의 다이어트 효과는 고추 안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 덕분이다.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에게 고추 발효 추출물을 8주 동안 먹였더니 체중은 2.7kg, 체지방은 1.8kg이 감소했음이 드러났다.
캡사이신이 지방세포에 작용해 몸속 지방을 연소하고, 결과적으로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군산대 식품영양학과 주종대 교수는 ‘캡사이신은 지방을 연소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생고추나 고춧가루, 고추장 등 매운맛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살을 빼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운맛을 싫어한다면 별로 맵지 않은 피망을 활용한다.
고추를 먹으면 좋은 이유 6. 정력증진 효과 캡사이신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부신피질에서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아드레날린은 심장박동을 높이는데 이로 인해 피의 흐름이 원활해져 정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특히 아드레날린은 모세혈관을 수축시키고 에너지 대사를 좋게 하기 때문에 고추를 먹으면 흥분제로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 맵게, 더 맛있게! 고추의 무한변신
최근 들어 건강에 좋은 기능성 고추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전남대 김길용 교수팀은 일반 고추보다 캡사이신이 2~4배 많은 친환경 기능성 고추를 선보였다. 직접 개발한 게 껍질과 쌀겨 등을 이용한 미생물 제제를 사용해 고추를 재배한 결과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이 고추를 분석한 결과, 일반 고추에 비해 캡사이신은 2~4배, 세로토닌은 4배, 페루로일세로토닌은 5.8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천연식물 추출액(NPGC)으로 재배해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고추도 있다. 이 고추는 경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 일반 고추보다 폴리페놀 성분이 47% 가량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에 도움이 되는 고추도 출시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가 개발한 당조고추가 그것이다. 당조고추에는 탄수화물 소화흡수 저하물질(AGI)이 많이 함유돼 있다. 색은 연노랑색이고 매운맛이 강하지 않아 생으로 먹어도 된다.
Part 2 재미있고 놀라운 고추 이야기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우리 혀가 느낄 수 있는 미각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뿐이다. 매운맛과 떫은맛은 맛이 아닌 느낌 즉, 감각이다. 매운맛은 구강 점막을 자극할 때 느껴지는 통증이다. 매운 음식을 뜨거운 음식과 먹으면 아주 맵게 느껴지지만 시원한 음식과 먹으면 덜 맵게 느껴진다. 온도가 낮을수록 통증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매운맛은 통증이므로 먹으면 먹을수록 내성이 생긴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유전자 2005년 세계 최초로 고추의 매운맛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서울대학 농생대 식물분자 유전육종연구센터 김병동 교수팀이 캡사이신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병동 교수팀은 고추 생체 내의 여러 단백질을 매운맛의 원인 물질인 캡사이신으로 최종 합성 작용을 하는 ‘캡사이신 신세테이즈(CS)’를 발견했다.
매운맛에 중독되는 아주 특별한 이유 매운 음식을 먹으면 신경세포는 매운맛을 경감시키기 위해 엔돌핀을 내보낸다. 엔돌핀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운 것을 먹지 않으면 허전하고 힘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결과 뇌 속에 있던 매운맛의 경험이 자꾸 매운맛을 먹도록 명령한다.
우리가 매운 음식을 먹고 탈이 나도 얼마 안 있어 또다시 매운 음식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매운맛은 내성도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운 것을 찾게 된다. 위궤양 등 위장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은 매운맛 중독이 위험할 수 있지만 매운맛을 즐긴 후 소화나 신체에 별 이상이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감기에는 고춧가루 띄운 소주가 좋다? 그렇지 않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알코올과 캡사이신의 영향으로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땀구멍이 열린다. 그렇다고 열이 내려가거나 바이러스가 죽지는 않는다. 술은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약물이다. 술과 고춧가루를 동시에 먹으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콩나물국을 먹으면 낫는다는 것도 틀리다. 고춧가루가 혈액순환을 도와 땀구멍을 열어주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고추에는 비타민C가 들어 있으므로 감기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다.
매운맛 최적의 온도를 찾았다! 우리 혀는 단맛은 35℃, 신맛은 25℃, 짠맛은 37℃, 쓴맛은 40℃, 매운맛은 60℃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다. 맛있기로 소문난 음식점의 매운 음식이 대개 뜨거운 것도 이런 이유다. 매운 음식을 60℃ 이상으로 조리하면 매운맛이 살아나서 입맛을 아주 강하게 자극하고, 그 결과 음식이 맛있게 느껴진다.
매운맛은 고추가 진화한 결과다? 노던 애리조나대학 연구팀은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고추의 매운맛은 고추가 진화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포유류가 고추를 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고추의 씨앗은 파괴돼 발아되지 못하나, 조류는 고추를 먹어도 씨앗을 온전히 배설할 수 있어 발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추는 포유류가 고추를 먹지 못하게 하고, 번식을 돕는 새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조류는 매운맛을 통증으로 느끼지 않고 맛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매운맛을 증가시켰다는 설명이다.
매운맛을 좋아하면 다혈질이다? 한국, 멕시코, 태국, 이탈리아 국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흥분을 잘한다는 것, 즉 다혈질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더운 나라에서 매운맛을 즐기는 것과 관련이 깊다. 예로부터 반도국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다 보니 전쟁이 잦았다. 오랜 세월 동안 전쟁을 치러야 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다혈질일 가능성이 높다. 재미있게도 위 열거한 나라들 모두 고추요리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어 다혈질과 고추의 상관관계를 엿보게 한다.
매운맛을 없애는 데 좋은 음식 매운 음식을 먹고 입안이 화끈거리며 매울 때는 따뜻한 밥을 먹는 게 좋다. 매운 음식으로 자극된 통증의 감각이 따뜻함을 느끼는 온각(溫覺)으로 분산되면서 덜 맵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탄수화물과 만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분해되므로 탄수화물이 풍부한 따뜻한 밥이나 빵이 매운 맛을 가시게 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나 요구르트를 먹어도 좋다. 단백질은 캡사이신 분해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풋고추와 붉은고추, 고춧가루 그리고 고추장 고추보다는 고춧가루, 고춧가루보다는 고추장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섬유소와 비타민은 붉은고추, 단백질과 인은 고춧가루, 칼슘과 철은 고추장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Part 3 모양도 맛도 제각각, 다양한 고추의 세계
‘고추’라고 다 같은 고추가 아니다. 그 모양만큼이나 맛과 질감, 조리법이 다양하다. 고추의 종류별 특징과 맛있게 먹는 법을 살펴본다.
풋고추_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의 고추로 색이 푸르러 ‘청(靑)고추’라고도 한다. 다 익으면 붉은고루(홍紅고추가 된다. 수분이 많고 약간 맵다. 비타민C가 풍부하고 매운맛이 교감신경을 자극해 먹으면 힘이 난다. 생으로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생선요리를 할 때 넣으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맛이 좋아진다.
꽈리고추_풋고추에 비해 길이가 짧고 가늘다. 표면이 꽈리처럼 쭈글쭈글하게 생겨서 ‘꽈리고추’라고 이름 붙었다. 풋고추에 비해 질감은 부드러운 편이나 매운맛과 아삭함은 떨어진다. 날것으로 먹는 것보다 조리해 먹기에 알맞다. 몸에 좋은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돼 있다. 기름을 넣고 볶으면 베타카로틴 성분이 더 잘 흡수된다. 조리 시 너무 오래 익히면 맛과 향이 떨어지므로 마지막 단계에 넣고 살짝 익힌다.
청양고추_우리나라 고추 가운데 가장 맵다. 풋고추에 비해 짧고 가늘다. 원산지는 충남 청양으로 알려져 있으나 ‘청송과 영양 고추를 합쳐 청양고추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 충남 청양에서 난 청양고추는 적합한 기후조건 덕분에 빛깔이 곱고 과육이 두꺼우며 매운맛이 강하다. 또한 다른 지역 청양고추에 비해 캡사이신 성분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충남 청양의 청양고추 생산량은 전국의 1.2%, 충남의 11.5%를 차지한다. 청양고추는 너무 매워서 생으로 먹기 힘들다. 곱게 다져 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칼칼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오이고추_풋고추와 피망 등을 교잡해서 만들어낸 고추로 일본 품종이다. 풋고추보다 과육이 2배 이상 두껍다. 수분이 많아 씹으면 아삭하다. 고추 특유의 매운맛보다는 단맛이 많이 난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생으로 먹거나 겉절이를 해먹기에 적당하다. 샐러드, 피클 재료로도 이용한다.
피망과 파프리카_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 ‘아지’가 유럽에 퍼지면서 생긴 변종이다. 나라에 따라 ‘(파프리카)Paprika’ ‘(스위트페퍼(Sweet Peppe)r’ ‘벨 페퍼(Bell Pepper)’ ‘피망(Pimento)’ 등 다양하게 불린다. 일본에서는 피망과 파프리카를 다른 품목으로 구분하지만 식물분류학상 종이 다른 것은 아니다. 굳이 피망과 파프리카를 구분하자면, 피망은 녹색과 빨간색 두 종류고 파프리카는 녹색과 빨간색 외에 노란색, 주황색도 있다. 피망과 파프리카 모두 매운맛은 거의 나지 않고 단맛이 강하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식물성 섬유, 철분, 칼슘도 많다. 샐러드로 먹을 때 영양소를 가장 많이 섭취할 수 있다. 볶거나 튀겨 먹어도 좋다.
아삭이고추_씹으면 ‘아삭아삭’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다른 고추보다 길이가 짧고 동그랗다. 매운맛보다는 단맛이 강하다. 고추 열매가 처음 생겼을 때는 보라색이었다가 차츰 초록색으로 변한다. 다 여물면 표피에 그물 같은 선이 생기는데 그때는 상당히 맵다. 금이 생긴 것은 피클 등으로 사용한다. 소금에 절여도 아삭한 맛은 그대로 유지된다. 생으로 먹으려면 금이 생기지 않은 것을 구입한다.
녹차고추_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서 생산된다. 고추를 재배할 때 녹차 추출액에 함유돼 있는 카테킨 성분을 주기적으로 뿌림으로써 생육을 좋게 하고 병충해 발생을 줄인 고추다. 일반 고추에 비해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다. 과육이 풍부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가격은 10kg 1박스를 기준으로 할 때 2~3만원 선으로 높다.
Part 4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품고추 BEST 5 청양고추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듯, 전 세계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누리는 고추가 있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품고추 5가지를 소개한다.
타바스코 고추_멕시코가 원산지로 우리도 애용하는 타바스코 소스의 원료다. 서양인은 참을 수 없이 맵다지만 매운맛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청양고추보다는 맵다. 수확한 고추의 껍질과 씨, 섬유질 같은 불순물을 제거한 뒤 소금과 섞어 참나무통에 3년간 숙성시키면 타바스코 소스다. 여기에 여러 가지 향신료를 첨가하면 우리가 먹는 타바스코 소스가 완성된다.
할라피뇨 고추_멕시코가 원산지다. 노란색과 초록색이 있는데 노란색이 더 맵다. 씹을 때는 덜 맵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운맛이 서서히 증가한다. 불에 구우면 매운맛이 깊어진다. 할라피뇨 고추를 불에 구워 말린 양념을 ‘치포틀(chipotle)’이라고 하는데, 멕시코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할라피뇨 피클로 많이 먹는다. 스파게티나 피자 등을 먹을 때 할라피뇨 피클을 곁들이면 입맛이 개운하다. 할라피뇨 피클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천고추_중국 속담에 ‘사천 고추씨 한 알로 장정 열을 쓰러뜨린다’는 말이 있다. 중국 사천지방이 원산지로 그 정도로 맵다. 톡 쏘는 매운맛이 특징이며 단맛도 많이 난다. 사천지역에서 사천고추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재료다. 중국 사천요리의 매운 맛을 내는 요소가 바로 사천고추이기 때문이다.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에 들어가는 기름도 사천고추로 만든 고추기름을 사용한다.
하바네로 고추_멕시코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아바네로’라고도 불린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졌으나, 인도의 졸로키아 고추류(나가 졸로키아, 부트 졸로키아)가 등장하면서 세계 3위로 밀려났다. 청양고추보다 30배 이상 맵다. 따로 먹기보다는 아주 잘게 썰어 요리에 넣는다. 하바네로 소스의 원료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하바네로를 이용해 만든 살사소스를 구입할 수 있다.
프릭키누 고추_태국의 대표적인 고추다. 길이가 1cm 내외다. 쥐똥처럼 작다고 해서 ‘쥐똥고추’라는 이름도 붙었다. 고추는 땅을 향해 자라는 게 일반적인데, 프릭키누 고추는 신기하게도 하늘을 향해 자란다. 매운맛은 청양고추의 5배 정도다. 먹으면 처음에는 맵지만 매운맛은 오래 가지 않고 뒷맛은 개운하기까지 하다. 태국 음식에 많이 들어간다. 태국인은 고추를 무척 좋아해 고추로 만든 각종 인스턴트식품을 밑반찬으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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