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토요병이 있다.
젊어서는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하여 놀 사람이 귀할 때 토요일은 외로웠다
결혼 하고도 남편의 공부로 하여 주말이 없었다.
공부를 마치고도 아르바이트로 늦은 출발을 메꾸느라 일에 시간을 바쳐야 했다.
토요병은 치유되지 않고 고질병이 되었다.
해서 수필반 수업을 토요일로 정하고 토요병 치료에 들어갔다.
교실을 접었더니 고질병이 또 도져 남편이 있어도 토요일에는 약간의 방황을 하는 편이다
오늘도 그런 날, 마음 끌리는 대로 서울 시내로 돌아보리라 작정하고 나섰다.
버스비 지원 받는 첫 날이라 기분도 그럭저럭 좋았다.
가장 먼저 오는 버스를 탔다. 멀리 가면 돌아올 일이 불편하여 선정릉 역에서 내렸다
얼마 걷지 않아 시집을 파는카페가 보여 들어가 라떼 한 잔을 시켜 나왔다.
직원이 장애인 인 듯한데 시킨 것이 틀리게 나왔다. 되레 잘 되었다
오후에는 조금 달달한 카라멜 마키야또가 좋다. 날씨는 맑고 날을 듯 가볍고 상쾌하다.
거리에서 만난 B가 나를 자극한다.
혈액형이 B 형이라고 통제가 필요한 혈액형이라고 느낀 아버지는 7시 전에 귀가 명령이 떨어졌다.
25세까지는 시키는대로 들었으나 이후 왜 그러시냐고 묻게 되고 허락하시거나 아니거나 나는 자유를 선포하였다.
내가 잘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라고 권하였다. 기억을 소환한 저 B가 기억에 저렇게 저장 되었을 것같다
엄마는 아기 머리를 정원삼아 꽃을 피운다.
무슨 선물이 이렇게 좋을까. 마음에서 향내가 솔솔 풍겨나온다.
교회 앞을 지나는데 누가 손을 잡는다. 모처럼 마련한 가을 음악회이니 즐기고 가란다.
들어갔다. 내 안에 멜로디가 꿈틀거리는 곡으로 선정되었다 김효근의 첫사랑, 10월의 먼진 날에, 김희갑의 향수,
손경민의 충만에 이어 오페라 아리아를 몇곡 부르고 합창을 해주었다
악보에 커피 한통 과자 빵을 주시니 온통 가을 선물이다.
나는 나누어준 사탕 스틱을 꽂아두고 앞의 아기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내가 살아가는동안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즐겨 부르고 자리를 떴다.
거리에서 본 밍크 코트가 옷으로 보이지 않고 이멜다로 보인다.
근무처를 최대한 춥게 만들어 놓고 밍크 입기를 즐겼다는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선릉역 역시 무료 입장, 나이들다 보니 좋은 것도 참 많다.
초입에서 본 이미지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어놓고 보면 모두가 경쟁자다 널찍널찍 이서 살라고 이른다
멈칫하다가 잘리운 꿈 자리에서 뒤늦게 기어히 일가를 이루고 만다.
내 안의 나를 옮겨놓은 듯하여 한참 쳐다 보았다.
해질녘의 숲을 통과해 내리비치는 태양은 종종 은총으로 접수하게 된다.
낮은 자리로 빗물 흐르고 골깊어지면
바람이 몰아다주는 검불들로 가득해지지
사람 사는 것도 그래.
슬픔 지나고 나면 골이 패이고
그리로 고여드는 축복도 있어
불덩어리가 가득해지는 시간이다
결코 누워서는 불경스러워
기어코
균형잡기 위해 삼각대로 서는 것 좀 봐
한 쪽에서는초록초록 자라고
한 모퉁이에서는 제 몸 삭히며 녹을 만들고 있네
이 것봐
여기는 이제 흙으로 가는 마지막 과정으로 해체되고 있어
흡족한 나를 보았다는 듯 목젓까지 보이며 웃네
어느새 마음 들에 무지개가 뜨고 나는 집으로 향하는버스를 타러 간다
무지개등받이를 둔 자리에 잠시 앉아 감사기도를 하고 일어났다.
아무리 열어두어도 빛이 없이는 보이지 않아
내가 밝으면 말하지 않아도 내가 보일 거야 아마도
남편과 만나 해물순두부 찌게로 저녁을 먹는데 건너편 식탁이 보인다
저들은 취중에 기분이 모두 소실점에 도달했을까
골목길에서 하루를 묵상하는 그림자를 만났다.
사는게 아니라 더 큰 힘에 이끌리는것이구나.
노래가 담겨 있으니 음악회를 만나고 시가 들어있으니 시집 카페를 만나고
모두가 좋은 것 뿐인 하루
꽃이 있는 스틱 사탕은 가게 여직원을 주었다 환하게 웃는다
나도 웃어주었다.
첫댓글 가지런한 책도
상상력 가득한 조형물도
의자 뒤에 꽂힌 사탕과 꽃 한송이도 머물만한 특별한 이유들이네요~~😍
쓰는 중에 보셨군요
사는 게 아니라 이끌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을 담고 살면 좋은 인연이 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치료 안받으셔도 될병을
가지고 계십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걷는 세상
저도 함께 거닐어 봅니다
몸이 요일을 알더라고요 ^^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ㅡ사는게 이런거군요. ㅎ
모든 게 내안의 것과 조우를 하는 겁니다
좋은 생각과 좋은 경험을 담고 살면
더 좋은 일들이 연이어 만나게 되더라는것 오늘 또 느꼈습니다
불평 불만 노굿
으르렁거리는 경쟁 노굿
잠시 마음 기울다가도 얼른 제자리 데려다 놓아야 합니다
@오정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토요일을
함께 한 느낌입니다.
세상 모든 것, 모든 순간들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시선과 마음을 봅니다.
제가 수필 마당에 첫 발을 들였을즈음 썼던 꽁트
토요우울증이 생각납니다.
새댁시절이었는데도 그 나름의 시름은 있었던 모양이구나,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데요.ㅎ
매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잘 안될지라도 마음을 정하게 먹는 자세가 우선인 듯해요.
그리고 어긋나고 살짝살짝 비틀리더라도 제자리에 돌려놓기 습관,
그리고 마음 시키는대로 사는 것이 제 방식입니다
역사는 사라지지 않지만
색을 빼내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집을 나섭니다
순간순간 마음 끌리는대로 따라가다 보니
아주 특별한 하루가 되었네요.
그러게요
도무지 내가 무엇이건데
이토록 이끄시는지요
ㅇ와우~~!!!!!!
어쩌면 이렇게 멋진 하루를 보내셨을까
저는 너무 바빠 집 밖을 나가 돌아다닐 시간이 좀체 나질 않아서
집안 증후군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내일 이른 아침에는 거미줄을 찍고
오후에는 섬진강 나들이 다녀와야겠어요
선생님만큼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얻어오는 게 있지 않을까요 ㅎㅎ
잠시나마
선생님 발길 따라다니며
행복했어요
감사합니다 ~~!!!^^*
그랬다니 다행입니다
건강하다면 곳곳에 아름답고 멋지고 재미난 일이 널려 있어요
마으밍 안열려서 그렇지요
이렇게 기록해 보는 것도 참 좋겠습니다
저는 사진으로만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