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월요미사에 함께하신 사제 |
주례 : 이영훈 신부(부산교구 초량성당)
강론 :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남밀양<구 예림>성당)
부산교구 : 조성제, 이영훈, 이동화, 강정웅, 김준한,
이균태, 김태균 신부
서울교구 : 김홍진, 박동호, 이강서, 나승구, 이영우, 조해붕 신부
대전교구 : 심백철, 노호영, 오세정 신부
의정부교구 : 맹제영, 상지종 신부
전주교구 : 문정현 신부
원주교구 : 박무학 신부
안동교구 : 김영식 신부
청주교구 : 김인국 신부
수원교구 : 최재철 신부
마산교구 : 하춘수 신부
인천교구 : 김동건 신부
예수회 : 김정대, 최영민, 김정욱, 박종인 신부
작은형제회 : 유이규 신부
골롬반 : 남승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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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월요미사에 함께하신 수도회 |
베네딕도회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
성가소비녀회
성심수녀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예수의 까리따스 수도회
예수 성심 전교 수녀회
순교복자수녀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전교 가르멜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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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복자수도회
작은형제회
글라렛선교수도회
성바오로수도회
구속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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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정의가 꽃피는...
지향 : 이영훈 신부(부산교구 초량성당)
저희는 따뜻한 부산에서 왔습니다. 부산교구 사제단 안에서는 요즘 재미있는 영성이 생겼습니다. 영성이 많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난의 영성이 생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때는 서울을 가야하고 어느 때는 제주도를 가야하고 어느 때는 밀양을 가야하고...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다 보니 사제들의 통장 잔고가 비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제는 가난을 살아야 한다는 뜻 깊은 일 때문에 저희는 감사하게 살아갑니다. 어느 분이 5년 동안 이 나라를 맡은 덕분에 저희는 가난을 배웠지만 온 몸이 피곤함에 절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제들의 피곤보다 국민들의 피곤이 얼마나 더 힘들겠습니까? 피눈물이 얼마나 더 가슴 아픕니까?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 또한 우리들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오늘 미사 동안 5년 동안 자행되었던 불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불의가 만연한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정의가 꽃피고, 잘못되었던 민주주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전국 방방곡곡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자연을 위해서, 위정자들의 회개를 위해서 함께 마음 모아서 기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늦기 전에 가야 합니다... 내 이웃이 아파하는 곳에
강론 :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남밀양<구 예림>성당)
오늘 저는 오전 11시 창원시에 있는 경상남도 도청 프레스룸에서 밀양 송전탑 경과지 지역 어르신 50여명과 경남지역 시민단체 대표분들과 함께 한전을 상대로 국회에서 송전탑 문제와 관련한 끝장토론식 공청회를 열자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고 올라왔습니다.
7여년을 싸워오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배운 게 없고, 가진 재산이 없으며, 이렇다 할 사회적 배경 하나 없는 어르신들이 이렇게 어느샌가 투사가 되어 온 나날들이 끔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큰 반대 없이 국가주의를 받아들이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 반발하지 않는 이유는 참으로 단순합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을 최소한이나마 지켜주리 라는 단순한 믿음 때문입니다.
더더구나 시골의 순박한 어르신들의 시각에서는 그저 외세의 침략을 막아주고,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노동에 대한 가치가 그럭저럭 지켜지는 정도만 이루어져도 높으신 양반들의 정치 놀음에 대해서도 그저 그러려니 박수를 보내줍니다. 바로 이러한 최소한의 성의도 거부하는 이들을 나라의 지도자라고 여기며 박수치고 장단을 맞춰주기에는 우리 밀양의 시골 무식한 촌부들의 시각에서도 도저히 용납되지 않아서 7년간을 싸워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억울한 마음이 가시지가 않습니다.

싸워서 다쳐 산에서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는 경우도 수 십 번이요. 종교인인 태고종 여스님을 상대로 음부를 주먹과 발로 가격하며 음부를 찢어죽이니 하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들어 경찰에게 가면 강간할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성폭력 범죄가 아니라 단순 상해로 쥐꼬리만한 벌금형을 받은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급기야는 20대 용역들의 폭력에 저항하여 어르신 한분이 분신자살 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국가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자행하는 폭력에 온전히 노출된 밀양의 어르신들에게 더 이상 국가는 국가가 아니라 동네 깡패만도 못한 양아치 짓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이신 분들도 바로 그러한 국가의 폭력에 노출된 이웃의 아픔이 바로 나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오셨을 겁니다. 용산, 쌍용차, 4대강, 콜트콜텍, 강정... 그 어느 곳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가 더 이상 국가이기를 거부하고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언젠가 강정에서 미사 중 정문 앞에 앉아 레미콘 차량 출입을 막고 있을 때 어느 경찰이 저에게 “신부님,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놀라서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경찰은 가톨릭 신자인 듯 했는데 도대체 그에겐 뭐가 부끄러운 것이었을까, 생각하면 서글픈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 신자 경찰에겐 거북한 가톨릭교회의 성직자가 체통 없이 저잣거리에서 필부들과 악다구니를 벌이는 것이 민망했었나 봅니다. 아름답지 않은 모습은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버리고, 고상하고 깔끔해서 더 거룩해 보이는 격조 높은 그림을 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서 볼품없는 눈먼 거지가 거리 한 구석에 주저앉아 그 더러운 몰골로 감히 예수님께 하소연하는 꼴이 싫어서 그를 꾸짖는 사람들도 이 신자 경찰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예루살렘 성전 밖 쓰레기나 버리는 골고타 언덕에서 비루하게 한 생을 마감하셨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럽고 추하고, 그래서 내 일상에 그 비루함이 침범해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그곳이 바로 주님이 머무시는 진정한 현장입니다. 그래서 다시 말합니다. 강정은 더럽습니다. 용산은 참으로 비루합니다. 쌍용차 사태는 체통이 없어 보입니다. 4대강도 더 이상 발길을 돌리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콜트콜텍도 고상하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서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모인 우리도 다시 한 번 회개해야 합니다. 오늘 독서인 묵시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정말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 위해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저희 밀양의 어르신들이 머무는 산 중턱 농성장에 가야해서 바쁘지만 강정을 다시 방문해야겠습니다. 밀양 영남루 앞에서 추위에 떨며 매주 수요일 촛불문화제를 하고 송전탑 백지화를 위한 미사를 해야 해서 바쁘지만 오늘로 단식 41일째인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님을 방문해야겠습니다. 한전과의 끝장토론식 국회 공청회를 준비해야 해서 바쁘지만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아픔을 그리고 4대강의 아픔을 찾아가야겠습니다. 고리와 월성의 핵발전소 수명 연장 반대를 위해 움직여야 해서 바쁘지만 용산의 어르신들을 위해 매일 기도해야겠습니다.

지난 10월 말경 울산시 북구 명촌동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장을 다녀왔었습니다. 최병승, 천의봉 이 두 분은 오늘로 34일째 154,000V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며 비정규직 철폐를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밀양에도 철탑이 꽂힌다면 누군가 철탑에 올라가야 하지 않겠냐고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인지 참으로 착잡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집회가 끝나고 지난 2010년 11월 20일에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했던 황인하 노동자와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밀양의 어르신들이 그렇게 고생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더 늦기 전에 꼭 찾아보겠습니다.” 제가 이 말을 듣고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밀양보다 더 아픈 싸움을 하는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늦기 전에 가야 합니다. 내 이웃이 아파하는 곳에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처럼 점잖은 양반들이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더라도 굴하지 않던 눈먼 거지의 부르짖음에 동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첫마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현장에서 서로 만나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다면 혹독한 조건과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그리스도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눠서 이번주 수요일 영남루 앞에서 하는 송전탑백지화 미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너무 마음이 짠해서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 농성장에 연대 방문을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도 너무 바쁘지만 그래도 품앗이 하는 마음으로 그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어르신들과 함께 가게 되는데, 모두가 이렇게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도 아프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그 연대 의식으로 끝까지 싸워 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