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이웃사람
석수동에 새로지은 e편한세상에 입주한지도 벌써 22년이니 아파트 나이도 따라서 22살이 되였다
도리켜 생각하니 그당시의 내나이도 마음은 청춘같은 시간이 아니였나 싶다
세월은 이리 쉽게도 가고 있건만 마음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있어 [아직도]라는 올가미에 걸려있다
아내가 이동네에 지인이 있어 놀러 왔다가 뒷산을 보니 경치가 수려하고 앞을 내다보니 널다랗게 쭉뻣은 시흥대로의 교통이 원활할뿐 아니라 남북을 관통하는 전철이 달리는것을보고 이곳으로 이사오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것이다
마침 e편한세상이 삽을뜨는 순간이여서 혹시나 했는데 요행이도 마음에 쏙드는 양지바른 7층이 당첨되었다
입주할때까지 몇달동안은 주변에 있는 칠성 트레빌 연립 4층에서 살았다
엘레베타가없어 높은 계단을 오르 내리는데 불편이 많았지만 그래도 머지않아 새로운 아파트로 간다는 설렘에 빠른 입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아도 화살같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건만 인간들은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기다리고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게 우리 인간인것같다
행복은 천천히 ! 어려운일은 빨리 ! 이것이 인간들이 바라는바가 아닌가
어쩌다 문만 열면 마주한 옆집에는 말 만한 개가 목줄도 없이 불시에 불쑥 튀여나오는 바람에 질겁을 하기도했고 어쩌다 아이들이라도 오면 놀라지 않을가 전전긍긍했다
아니나 다를가 개란놈이 아내의 종아리를 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한바탕 하고 싶었지만 다행히 개가 물린자리에서 탈이없고 이웃이니 바보처럼 참고지냈다
아침일찍 옥상에 올라가서 운동하고 있는데 옆집개가 목줄도 없이 불쑥나타나며 뒤따라 주인이 올라온다
[이집 사가지고 오셨나요 ? ] 나보다는 대여섯살 아래로 보인다
[아 뇨 ] 얼굴을 대하고 싶지 않아 간단하게 대답하고 내려오려는데 다시 말을 건다
[사가지고 오셨으면 좋았을걸 그랬어요 이집값이 많이 올랐어요 ]자기는 집주인이라는 뜻을 은연중 비치고있다
[ 그래요 ? ] 나는 더이상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내려왔다
아파트 바로 앞에 뻐스정거장이 있어 서울과 안양쪽으로 오가는 차들이 줄지어있고 집에서 300m정도 가면
석수역이 있어 늦어도 3~5분이면 전철이 오고가니 이보다 더 원활한 도로망이 있는곳도 드물다
뒤로는 삼성산이 내가 사는 아파트와 이마를 맞대고 있어 더운여름에는 시원함을 제공하여 2~3도의 온도를내려준다
큰길을 건너 100여m가면 안양천이 조용히 흐르고 많은이들이 휴식을 즐기는가 하면 땀을 뻘뻘 흘리는 아가씨들도 자주 볼수있고 자전거 들도 무리지어 달리고 있다 또한 백조 천둥오리 잉어 떼들도 무리지어 즐기고 있다
세월교 다리가 지난 여름에 폭우로 무너저 다시 산듯한 모습으로 바뀌였다
다리를 지나는 아이들이 팝콘이고 빵부스러기를 다리 아래로 던저주면 물 오리떼들은 물론 팔뚝만큼이나 큰 수십마리의 잉어 떼들이 주둥이를 뻐끔거리며 우루루 모여들고 구경하는 재미로 사람들 역시 삥둘러 서있다
산듯한 운동복을 입은 아가씨 몇명이 목에 수건을 두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있다
얼굴도 예쁘고 옷매무새는 물론 이마에 땀이 너무나도 예쁘다
청춘은 봄이라했다 인생의 꽃시절이다 막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다
[안녕하세요 ?] 뒤돌아보니 칠성트레빌에 살든 녀석이 용케도 알아보고 반가운듯 인사를 한다
[예 ] 잉어떼들의 춤을보며 아무 관심없는듯 간단히 대답을 했다
[ e편한세상으로 이사하셨다구요 얼마짜리예요 ? ] 한발짝 앞으로 바싹 다가선다
얼마짜리라니 ! 듣다보니 심히 거슬리어 대꾸도 없이 돌아서려는데 앞으로 온다
[사셨나요 ? ]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한발 다가선다
오라 네놈이 나를 우숩게 보는 모양이구나 전세살다 이곳으로 왔으니 또 전세사는줄 아는구나
[ 예 이앞의 B아파트를 재건축을 하면 입주하려 했는데 마침 e편한세상이 먼저 당첨되여서!]
[아 ! 그래요 ? 다른곳에도 아파트가 있으셨군요]
[예 이사올때 사놓은 것들이 있는데 언제 재개발들어갈지 ]
은연중에 콧대나 죽이고자 [것들이란] 억지표현을 쓰고보니 자책하는 양심의 울림이 들린다
굳이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 내 마음이 시원할가
녀석은 내말이 떨어지자 마자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슬며시 어디론가 사라진다
전세 산다니까 우숩게보며 화물차 운전을 해서 돈좀 벌어 칠성트레빌 샀다며 은근히 자랑하든 녀석이였다
코가 납작하게 되였으니 기분이 좋아야 할텐데 왠지 오히려 씁쓸한 기분이다
사람은 외모로 보지말라는 말이있는데 미처 생각지 못한것 같다 내가 왜 그에게 구태어 그렇게 대응해야 했는가
내나 너나 뱃속에 좁쌀씨 같은 자존심만 들은것은 별수없이 똑같구나
나는 혼자서 속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안양천 물길따라 한참이나 내려갔다
징검다리가 있고 그사이로 맑은 물이 소리없이 흐른다
한참을 물의 흐름을 내려다 보고 있노라니 그렇게 자연스럽고 신기해 보일수가 없다
낙엽 한잎이 두둥실 물위를 타고 내려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멀리 사라진다
수불쟁선水不爭先이라 했나 ? 아니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나 ?
꼬맹이 소녀 둘이서 건너오다가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보더니 슬며시 길을 터준다
얼굴에는 이세상의 모든 구질구질한 잡티가 한점도 찾을수 없고 아주 평화스럽고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들이다
인간이 태여날때는 저리도 곱게 태여나거늘 세상살이에 지지고 볶고 살다보면 늙은 여우로 변하는가 싶다
아무 이유없이 싸구려 옷을 입었다고 괄시하고 공연히 키가 작다고 시비하고 물고 늘어지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 예쁜 애기씨들 쵸크렛 줄가요 ? ]
호주머니에 남아있던 쵸크렛 두개를 꺼내주자 두손으로 얌전히 받드니 손을 가슴에 대고 가볍게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잘먹겠슴니다 ]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듣자니 이리 즐거울수가 없다 그래 잘먹고 건강하게 쑥쑥자라거라
깡충깡충 뛰어 저멀리 사라지는 아기 소녀들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한참을 보다가 안양천으로 다시 눈을 돌린다
어디서 왔는지 또다시 낙엽한닢이 둥실 두둥실 물결을 타고 내려오드니 어느새 저멀리 사라저간다
우리네 인간도 여기 물길에 떠내려가는 저 낙엽과 무었이 다르랴
잠시 왔다가 스처지나가거늘 그순간을 참지 못하고 서로 아웅다웅 하며 살아야 하는지 !
내가 안양천을 나올때는 으례히 호주머니에 쵸크렛 몇개를 넣고 나오는 버릇이 있다
안양천을 걷노라면 이따금 쵸크렛을 나누어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할머니 쵸크렛 드실래요 ?]
[고맙지라우 잘먹을게요 ] 망구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두손을 가즈런히 내밀어 쵸크렛을 받는다
몇년전부터인지 자주 보아온 허리가 바싹굽은 작은 할머니가 밀구루마를 밀고 옆에는 젊은 여인이 따라간다
오늘도 젊은 여인은 할머니를 위해서 자신의 마음속 카렌다에 시간표를 채우고 걸어가고있는것이다
젊은 여인은 착하디 착한 며느리가 아닐가 ? 요지음에도 저런 착한 며느리가 있을가 ?
시금치만 보아도 시집이 싫어서 시금치를 아예 먹지않는 며느리가 있다는말이 있다
요지음 며느리들은 왜 시부모를 싫어하고 시집일이라면 기를 쓰고 외면할가
늙어가는 볼품없는 부모를 좋아할리 없지만 늙은 부모역시 자식들에게 짐이되는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식은 품안에 자식이요 아들도 장가가면 내아들이 아닌 며느리의 남편일뿐이다
부모는 일촌이라는 칸막이가 있지만 아내는 무촌이 아닌가
[어머니 천천히 드세요 ] 옆을 지키는 여인은 엄마를 위하여 자신을 내던진 착한 딸이였다
볼때마다 혹여 누구일가 했는데 쵸크렛이 그해답을 풀어 주었다
살짝 미소짖는 그녀는 엄마를 위하여 시간표를 자신을 내던진 착한 딸이였다
아마도 그할망구와 딸을 보기 시작한것도 5년은 훨씬 지난것 같다
할망구의 모습은 여전하건만 옆을 지키는 딸의 얼굴은 많이 핼쓱해보인다
길가 의자에 앉아 멀어저가는 그들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천천히 천천히 구름 흘러가듯 그렇게 걸어간다
어느새 석양에 기운 태양이 곱게 물들고 길가에 가로수가 길게 그림자를 느리고 있다
석양에 물든 안양천은 우리인간들에게 살아가는 이치를 무언의 메세지로 남기며 무심히 흘러 대지를 향하건만 우리 인간들은 짧은 삶을 살면서 무슨 생각이 그리많은지 ! 다시한번 곱게 물들은 안양천을 바라본다
인간불만백人間不滿百이요 상회 천년우常懷千年憂라 하지 않는가
백년을 못사는 인생들이 마치 쳔년이라도 살것처럼 아웅다웅하며 사는 우리네 인간의 한계점은 어디일가
돌아서 오는 발걸음 아래로 흐미한 땅거미가 내리고 길건너 가로등이 길을 비추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