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나이든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거의 없다.
언젠가 한번 명절에 시가쪽의 연세가 꽤 되신 할머니와 얘기를 하다가
할머니의 눈동자를 유심히 본 적이 있다.
얼굴은 반점으로 가득 덮여있고 눈 주변은 골이 깊게 패인 몇겹의
주름살에 윗눈껍풀은 처져 회색빛에 흐릿하고 탁한 눈동자를 보았다.
그야말로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나이가 들어 몸의 기관들이 늙어 제 구실을 못하고 곳곳마다
탈이 나서 병원신세도 져야하는 부분도 많겠지만,
사물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눈마저 노안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인 거 같다.
그에 반해 아기의 눈동자를 늘상 바라보며 느끼는 거지만,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는 무슨 생각에 그리 잠겨있는지
예쁜 보석의 찬란한 어떤 빛과도 비교할 수도 없다.
천연덕스럽게 장난끼가 가득한 말똥말똥한 눈동자를 누구나 보고
있으면 귀엽다 여기지 않을리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연인들은 호수와 같은 눈에 빠져들 것다는
표현 등으로 서로의 절절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얼마나 되는지..
늘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에서 서로의 얼굴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지 못하고 그저 흘려보내는 말투로 서로를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퇴근하여 돌아온 남편은, 아내의 아이들로부터의 시달림과 TV시청으로
그저 몇마디 말밖에는 하지 않고 지나치기가 일쑤이고,
아이들 역시 방과 후에 이어지는 학원이나 공부 등으로
부모님과의 일말의 시간조차 내기가 사실 어렵다.
"사랑을 이야기 할땐 그대의 눈을 바라보면서.." 란 지나간
유행가 가사처럼 꼭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가까운 사람,
소중한 사람과의 이야기를 나누려할때엔 상대방의 옆모습이나,
뒷모습에다가 말하려는 의도를 심으려 애쓰지 말고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며 얘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음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 더욱 확실할테고,
무엇보다 믿음을 주고 있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