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y LA (엘에이를 차지하자) 3일째 방문기

[smokybear]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여러 나라들이 시장에 자율성을 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것이라는 기존의 경제논리가 더이상 먹혀들어가지 않는 현실속에 미국의 경제상황에 자극받은 시위가 뉴욕을 포함 여러 대도시에서 열렸다. 미국의 평균 실업율보다 2%나 실업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주의 불만도 이례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실직은 민란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분석으로도 나왔다.

엘에이에서의 시위는 토요일에 시작돼 오늘로서 3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일정상 주말에는 참여가 불가능해기도 했지만, 이전에는 이런 시위가 일어나는지도 전혀 모르다가 일요일 밤에 소식을 접하고, 어떤식의 시위인지 궁금해서 오늘 찾아가봤다.

퇴근 직후 먼저 리틀도쿄에서 사업을 하는 어느 지인에게 잠시 인사를 나눈 이후 실제 시청에 도착한건 6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리틀도쿄에서 시청으로 향하던중 시위용 피켓을 여러개 들고가는 어느 백인 남자를 만났기에 말을 걸어봤다. 무슨 시위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궁금해서 참여해보는데 소개를 해달라고 했다. 초반 대화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대화는 되려 반감으로 이어졌다. 이 남자가 약간 자신이 남이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는 우월함(?)을 자랑했다.

그의 논조를 보면 9.11은 미국 정부의 자작극인데, 이 내용을 처음 접하는 초보인 내가 보면 너무 놀랄테니 이부분은 나에게는 너무 수준이 높은 정보다. 좀던 간단한 내용부터 배워나가라. 관련된 정보는 온라인에서 슬슬 공부해봐라 등등이었다.

한동안 9.11이 자작극이나 아니냐에 대한 고민은 나도 했었다. 물론 9.11 사건에 특이하고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나는 자작극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결국 심증이 일부 남긴 하지만 내가 그것이 진실이다라고 주장할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본다. 어느 한방향으로 못을 박는 주장을 하는데, 이를 그냥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설사 이사람의 주장에 솔낏할만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내가 너보다 더 잘났다라고 자랑하듯이 하는 설명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아낼지 궁금하다.

민주주의는 결국 내편 머리수 늘리기 게임이다. 진보라는 대안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야 할지 다시한번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거리를 잠시 점거하고 시위에 참여한 인파들)

시청앞에 도착한건 6시 20분쯤. 막 시위대가 시청앞을 지나칠 무렵니다. 단순히 조직되지 않은 시위가 아닐까 했는데, 경찰이 시위대를 보호하면서 시위가 진행되는걸 보면 이미 시로부터 시위 허가를 받은것 같다. 예상보다 조직적이다. 하지만 내가 본건 가두 시위의 끝자락이었다. 내가 시위대를 따라간지 한블록도 지나기 전에 시위가 끝나버렸다.

(시청 뒷편에 자리잡은 시위대들)

시위대의 주요 행사장은 시청 북쪽 잔디밭이었다. 이곳에서는 언론을 위한 보도공간이 따로 준비되기도 했고, 노숙을 하면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준비한 탠트가 수십여개 설치 되어있었고, 아직도 몇개의 탠트가 추가되고 있었다. 시위대와 시위대가 준비한 피켓들, 그리고 탠트로 잔디밭에는 사실상 빈틈이 없었다.

시위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기존의 자본주의는  빈익빈 부인부 현상을 부채질하며, 은행 및 경제쳬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나도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다. 기존의 경제체계는 더이상 지속 불가능하다. 최근 미국의 경제위기에 사실상 근거를 제공한 금융계는 정부의 지원금만 챙기고 구조적인 개선을 하지 않았다.

아직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총 참가자는 아직 규모가 적은 편이라 수백명 수준인듯 하다. 1천명도 되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글정적인 구조개선을 초구하는 이런 목소리들에 힘입어 미국을 포함한 세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면 한다. 어떻게 여러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낼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대안이 제시도어야 하는것인가? 이런 것들은 다같이 고민해봐야할 숙제가 아닐가 싶다.

참고1: 이 시위에 탠트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실제 엘에이 시청 잔디에서의 노숙은 위법이라 실제로 잠을 잘수는 없다고한다.

참고2: 자전거로 돌아오는길은 솔찍히 좀 불안했다. 엘에이 다운타운 하면 왠지 우범실제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이다. 실제로 낮에는 바글바글하던 다운타운 상가지역도 해가 지는 5~6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 분위기고, 보행자가 워낙 적어서 왠지 을시년스러운 분위기마저 만들어낸다. 차도에는 교통량이 있지만, 텅빈 인도만 보자면 좀비가 한번 휩쓸고간 인적 드문 영화의 배경이라고 해도 믿을만 할정도... 간혹 보이는 홈리스도 불안감을 더한다. 그래서 보통 밤에 다운타운에서 자전거를 타지는 않는데, 오늘 달려보니 딱히 위험할 일은 없었다.

[엘제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갑자기 오늘 낮에 본 이정환님 글이 생각이 나는군요.

영화 '인사이드 잡'이 말하는 경제 위기의 본질.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20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