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팬덤 형성해 추종, 증권사 상대 집단 행동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증권사 등 기존 금융사를 대신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며 이들을 지칭하는 '핀플루언서'라는 신조어까지 확산됐다. '금융(Finance)'과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말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팬덤(열성 지지자 모임)'까지 형성해가며 이들을 추종한다. 이차전치, 초전도체 등 핀플루언서가 찍은 종목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몰리며 수백%씩 주가가 뛰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쏠림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 핀플루언서의 조언에 따르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가 좌지우지 하는 핀플루언서
일명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씨는 일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가 지난 5월 한국거래소 공시 위반 제재를 받고 이차전지 소재 기업 금양 홍보이사직을 그만둔 후에도 그가 나서는 강연회에 인파가 운집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는 믿을 수 없고, 박씨 추천을 따랐더니 실제 도을 벌었다"며 그를 옹호한다.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증권 분석가) 출신인 박씨는 이차전지 주식 8종을 대표 종목으로 꼽았고, 이 중 에코프로는 올 들어 750% 폭등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런 분이 고위 공직자면 대한민국 국력이 크게 신장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무조건 찍어주고 싶다'는 댓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11일 박씨는 투자 일임사의 운용본부장과 이차전지 회사(금양) 임원을 겸직하면서 이차전지주를 추천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게 됐다.
구독자 50만 주식 유튜버이자 개인 투자자 김정환씨도 핀플루언서로 인정받았지만 뒤로는 증시를 교란한 행위가 적발됐다. 검찰은 지난 6월 김씨가 미리 특정 종목을 몰래 사놓은 뒤 개인들을 꼬드겨 투자하게 해 5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경제 분야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 10위권에 들었을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전문가로 소개돼 왔다. 범행이 알려진 후 김씨는 유튜브 동영상을 모두 내렸다.
회원수 6000여 명 주식 카페 운영자 강기력은 대주주 지분이 커서 거래가 잘 안되는 종목을 선정해 2~3년간 주가를 꾸준히 올렸다. 그는 2012년부터 투자 카페에 2000건 넘는 글을 올리며 2020~2023년 만호제강, 동일산업 등 4종목 주가를 3~$배 끌어올렸다. 하지만 검찰은 강씨가 시세조종 등을 한 것으로 보고 구속했다.
한탕 꿈 좇는 개인들, 집단 행동까지
주택과 코인 가격 폭등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인생 한 방'을 노리며 핀플루언서 주위로 몰려드는 바람에 이들의 입김은 더 세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증시 개인 투자자느 502만명에서 1424만명이 돼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조선경제 23년 9월 13일 수, 최형석, 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