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전라북도 행정부지사였던 정헌율은 예결위에 출석하여 “전북이 대형 국제행사나 대형 행사를 유치하지 못해 지역발전을 못 하고 있다”고 탄식했다고 합니다.
“수용시설이나 (개최) 능력을 따지다 보니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저질러 놓고 시설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봐서 국제행사를 신청하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세계잼버리 대회”라고 밝혔습니다.
2017년 도의회 제348회 행정자치위원회(11~12월)에서 전북도의원이었던 이도영(1978)은 “세계잼버리를 유치하는 가장 큰 목적이 뭐냐”고 묻자 전북도 관계자는 “새만금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도영 도의원도 “항만이나 철도, 공항 등 인프라를 좀 더 빨리 하기 위해 예산을 빼 오기 위한 명분으로 새만금에 유치한 것 아니겠냐. 그건 굉장히 잘했다고 본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결국 2019년 1월 2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목록에 새만금 공항의 신설이 확정되었다. 기사 이에 송하진 전북지사는 "도민 모두가 이뤄낸 결실이자 위대한 승리"라며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측은 예상 수요가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드는데, 수요가 낮으면 활주로에서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격하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라북도의 인구는 대구광역시의 인구보다도 적고, 전라도 전체로 봐도 대구와 경북을 합친 인구와 비슷합니다. 국내 4대 공항을 제외하고 그나마 가장 사정이 나은 대구국제공항의 선례를 참고하면, 전북보다 더 많은 배후인구를 가진 대구국제공항은 개항 이래 2015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새만금은 이보다 더 불리한 조건이며, 아예 광주광역시, 전라남도를 포함해서 전라도 전체를 배후인구로 확보하지 않는 이상 흑자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확한 예측일 겁니다.
그러나 기존 전라도의 거점공항인 무안국제공항조차도 상황이 영 좋지 않은 것을 보면, 설령 새만금이 무안국제공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전라도 전체 수요를 확보한다 해도 전망이 밝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전북의 낙관과는 다르게 전남역시 무안국제공항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전라도의 거점공항이 두 곳으로 쪼개진다면 남은 것은 함께 망하는 것뿐입니다.
<“또 고추나 말리겠죠.”
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과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한 지방공항 임원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보안지역인 공항서 고추 말릴 일은 없지만, 이용도가 워낙 낮으니 활주로를 고추 말리는 용도로 쓴다는 우스갯소리다. 실제 전남 무안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평균 0.1%. 순손실이 지난해 200억 원 등 최근 10년간 1300억 원을 넘는다.
전국에 공항이 15곳이지만,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곳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공항이 가덕도공항, TK신공항, 새만금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 8곳이다.
여기에 경기도와 포천시도 경기남부국제공항(수원)과 경기북부공항(포천)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기존 대구공항이 TK신공항으로 이전하는 걸 감안해도 신공항 9곳이 추진되거나 논의 중이다. 모두 건설하면 공항이 24개 된다.
신공항이 모두 필요한 것일까. 공항 개발이 타당한지 따져보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가 있는데 예타에서 탈락해도 당정이 끼워 넣는다.
충남 서산공항이 올해 5월 예타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탈락했지만, 23일 당정 협의를 거치며 부활했다. 서산공항은 인천공항이나 청주공항과도 멀지 않아 제 역할을 하겠느냐는 걱정이 벌써 나온다.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하는 경우도 많다. TK신공항은 지역 숙원 사업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광주 군공항 이전과 TK신공항 추진을 원샷으로 처리하는 법을 검토하겠다”고 하며 급물살을 탔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시가 10년간 추진했던 숙원 사업. 올해 4월 여야가 모처럼 손잡고 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여야 빅딜’로 20조 원이 넘는 초거대 국책사업을 결정했다.
잼버리 사태에도 발주돼 여전히 추진 중인 새만금공항도 2019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가 면제됐다. 차로 10분 거리인 군산공항이 서울과 제주 운항을 목표로 했다가 서울 운항을 중단한 상황에서 새만금공항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사업비 15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공항도 특별법으로 추진돼 이쯤 되면 특별법은 ‘예타 면제법’으로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대구와 부산에 ‘메가 공항’이 생기는데, 여객이든 화물이든 수요 분산으로 상충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본도 과거 정치권 주도로 공항이 건설돼 지방공항이 100곳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부분 적자일 정도로 애물단지가 됐고 국가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됐다. 우리도 나랏빚이 여전히 1000조 원을 넘는다. 이미 경북 예천공항은 승객이 없어 문 닫았고, 울진공항은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꿨다.
공항 유무는 지역 위상을 드러내는 징표여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공약이 쏟아진다. 공항이 생겼다고 없던 수요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항공사가 무조건 취항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단 유치하면 나랏돈으로 지어주니, 지자체도 정치인도 공항에 혈안이다.
한번 지으면 돌이키기도 힘들고 유지 관리 비용도 꽤 되는 게 공항이다. 공항 연결성을 강화해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고 국제 환승도 유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97%가 공항 반경 100km 안에 살고, 전국이 KTX 등으로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 인구 소멸 시대에 24개 공항이 모두 필요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동아일보. 김유영 산업2부장
출처 : 동아일보. 오피니언, 대한민국에 공항이 24개나 필요한가
정치인들의 선동에 국민이 놀아난다는 표현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자기 고장 발전을 위해 정부로부터 무엇인가 끌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는 줄고 있고, 지방은 노인들만 계셔서 소멸될 지역이 많다고 걱정인데 정부와 국회는 무슨 생각으로 지방에 공항을 만들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공항 하나 만들려면 수 천 억에서 조가 넘는 세금이 들어가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일에 열을 올리고 혈세를 낭비하는지 전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명절 때 비행기를 타고 고향에 가다고 해도 공항에서 다시 이동하려면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닐 겁니다. 정권과 국회의원들이 혹 공항과 버스터미널을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있는 공항도 김포, 인천, 김해, 제주를 제외하면 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엉뚱한 일을 계속 추진하는지 정말 걱정입니다.
새만금공항은 잼버리대회를 위한 것이었다니 그게 끝난 지금 전면 철폐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