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들 계시죠?ㅎㅎ
오늘 홍성에는 비가 오네요.
어제처럼 바람은 없어 다행이에요.
다들 비 피해는 없으신지...
게시판 불이 꺼졌길래,
별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껀! 올려볼랴구요..헤헤..
그날 기억하시나요?
이문원 교수님 실습수업하던,,, 토요일 말입니다.
모두들 손에 식물을 안고 들고 가던 날 말이에요.
기억 안나실까봐 인증샷! 하나 골랐네요.
저는 아니지만, 우리 예쁜 태백댁 사진을 보시면
아하! 하실거에요.
(태백댁~~ 허락없이 사진 올려서 미안...^ ^! )
그날, 저는 기차를 타야 했기에,
부피가 큰 것을 가져올 수 없었어요.
작은 제라늄 화분과 바이올렛을 골랐죠.
...
그런데, 모든 식물이 다 주인을 찾아갔는데,
마지막 하나 남은 식물이 있었답니다.
그게 뭔지 기억하시나요?
알로카시아 한 뿌리 였습니다.
그런데 좀 싱싱하지 못했어요.
줄기 가운데가 썩어서 움푹 패인 상처가 있었고,
새순도 거의 나오지 않은 상태라 누가봐도 별로 갖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알로카시아였지요.
마지막에..
그걸 제가 잡았답니다.....(감정 좀 추스리고...)
... 장애아 키우면서 갖게 된 심각한 병이 하나 있는데요..
세상에서 별로 눈길 받지 못하는, 여리고 약한 것들을 보면
본능적으로 사랑이 끓어올라 참을 수가 없는...흑흑...
그런 병이 들어버렸답니다.
그래서 그 알로카시아 덥썩 잡았지요.
"너, 우리 집에 가자" 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와서 보니,
여엉~ 살 것 같지가 않았어요.(요 부분은 인증샷이 없네요.. 서운...)
그런데 줄기 옆모퉁이에 새순이 튀어나올 것 처럼 봉긋봉긋 부푼 자리가 있었어요.
삽목이라도 해볼 마음으로 그 자리를 봐가며 뭉턱뭉턱 잘랐어요.
그리고 모래에 꽂았죠.
... 기다렸습니다.
4월 17일.. 그러니까 딱 한 달되었을 때,
모래를 파보니 아래와 같은 상태였어요.
가운데 어두운 골이 파여진 부분이 원래 가져올 때부터.. 썩었던 부분이에요.
우리집에 와서는 더 이상 썩지는 않았구요.
네 덩인가 잘랐는데, 저렇게 썩어버리기로 결심한 녀석도 있었구요.
뒤집어 보면, 뿌리가 하나도 안났어요. 살지 않겠다는 표시죠.
그런데.. 그나마 줄기의 맨 위쪽 부분,길게 잘랐던 녀석은, 뿌리를 내었더라구요
요녀석은 그 아래부분에 있던 녀석인데, 이녀석도 뿌리가 났어요.
그러니까 네 덩어리 중에 두 개는 뿌리가 나고 두 개는 감감 무소식..
뿌리가 난 녀석을 다시 모래에 심었어요.
아직 잎이 나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양분 있는 땅은 썩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곤 잊어버렸어요.
수업받고 실습하고, 동기들하고 행복하게 지내느라
이 녀석을 깜빡 잊었어요.
그리고 장마가 왔죠. 온도는 높고 공기는 습해지고...
그런데 어느날, 정말 거짓말같이
뭔가 초록색이 보인 거에요.
뿌리가 난 두 녀석 중에 하나는 죽고, 하나가 살아난 거에요.
기특하게 며칠을 바라보다가...
잎이 조금씩 커지길래
양분 있는 화분으로 옮기려고 캐어냈죠.
그 날짜가 7월 8일, 그러니까 얼렁뚱땅 삽목한 지,...두 달 반 정도 지난 거에요.
이렇게 줄기 옆 봉긋했던 부분에서 새순이 나와서
잎을 피운 거에요. 뿌리도 굉장히 자랐죠?
지금은 이렇게 이쁜 화분에 옮겨졌고,
동기들이 가져간 건강한 알로카시아에 비해 약해보이긴 해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답니다.
이 녀석 볼 때마다..
위로가 되고, 어려워도 참고 견디자.. 다짐도 하고.. 뭐 그러네요.
식물의 끈질긴 인내심...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동기님들, 그날 가져간 식물들은 잘 살고 있나요?
첫댓글 역시!! 둘란씨네
둘란씨 사랑을 듬뿍 먹고 잘자랐네^^^^
사람이나 식물 이나 모두 사랑이 필요해^*^
사랑.. 좋지요.. 언니의 댓글도 사랑이 가득한데요.. ㅎㅎ.. 오늘은 사랑에 취하는 날!!
둘란씨의 열정과 끈기에 박수를 보내요~
저는 그냥 잘라서 모래에 꽂고 내버려 둔 것 밖에 없어요. 알로카시아 혼자 끙끙거리며 오랜 시간을 버틴 거니까... 알로카시아에게 박수를.. 그런데, 사실 저도 살리는 식물도 있지만 또 죽인 식물도 굉장히 많답니다. 역시 식물은 주인을 잘 만나야..ㅎㅎ..
아주 ~~~ 특별한 알로카시아군요! 사연 읽어내려가는 동안 가슴이 콩닥거렸답니다. 선생님께 가슴에서 우러나는 박수 보내드리고 싶어요
어머나~~감사해라 선배님이 댓글까지 달아주시다니...감사감사
너무 멋져요... ^^ 그날 저도 알로카시아를 아주 작은 걸 가져왔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커서 저희 3살 아들 키만해 졌다는 ㅋㅋ 인증샷은 조만간 올릴께요.
정말 식물의 생명력은 대단한듯. ... 그래도 언니를 만난 식물이 더 사랑을 많이 받았나봐요. .. 너무 놀랐습니다.
멋져요 ... ^^
고마워요, 영주 씨.. 영주 씨 갈쳐준 '햄버거 아저씨' 때문에 주진행 하다가, 대박났잖아요? 재미있는 손유희 더 없슈?
저도 키가 작은 알로카시아 가져왔는데
그때는 찢어진 아주 조그마한 볼품없는 잎하나만 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잎이 네개나 나고 그중 하나는
제 얼굴 만해졌어요. ㅎㅎㅎ
응? 혜정 씨 얼굴만 하면....그건 얼마 안큰 건데...(얼굴 작으니까 미인이라는 칭찬 하고 있는 거라우...ㅎㅎ)
알로타시아역시 잘 견디는 식물로 새롭게 재확인 되는 글이네요. 감동이 있는 글 사진 잘 감상하고 갑니다. 샘께 박수를 ㅉㅉㅉ ㅉㅉㅉ ㅉㅉㅉㅉㅉㅉㅉ
아이고.. 이렇게 여러 선배님들께 박수를 받다니.. 감사감사..그리고.. 꾸벅..
감동먹고 갑니다..
특히 이부분 "이 녀석 볼 때마다..위로가 되고, 어려워도 참고 견디자.. 다짐도 하고.. 뭐 그러네요. 식물의 끈질긴 인내심...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멋져요 언니~ 언니의 따뜻한 미소가 생각 나네요~ 약한 이들을 바라보는 그 선한 눈빛이 보고 싶어집니다~~
그려요? 정말로요? 나 보고 싶다구요? 헤헤.. 기분 좋아지네요.
햄버거 아저씨를 내가 언제 갈켜줬지..ㅋㅋ 혹시 정연이 한테 들었남... ㅎㅎ 다른거 더 있어요... 서울가면 갈켜 드릴께요..
네. 정연씨한테서 듣고, 동영상으로 마스터 했죠. 기대되어요. 많이 많이 갈쳐줘요.
가슴 뭉클한 새 탄생이내요...다정한 손길을 알아 보았나봐요...고놈이...ㅎㅎ 예쁘기도 해라!! 축하합니다!!
부회장님!! 잘 계시죠? 보고 싶어용.. 다정한 거야... 부회장님 따라갈 사람 없는데, 부회장님 손길로 자라고 있는 식물들도 행복할 거에요.
한게 없다고 하시지만 깨끗이 털어서 모레에 심어 주신 정성에 살아난 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정말 친구가 된거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
특별한 관계.. 의미있는 관계.. 식물과도 라포가 형성된 거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