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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때에 일찍이 전생의 옛 인연으로서, 오직 한 사람, 이 한 사람은 악마의 방해에서 빠져나온 한 장자의 따님이었다. 이 따님은 이층에서 보살의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다가, 너무 심한 광경에 충격을 받아 자기 몸도 잊어버리고 달려 내려왔다. 그 산산이 찢어진 보살을 안아 일으키고, 우선 무엇보다 먼저 그 사실 전말을 물었다.
' 나는 한 마음으로 법을 구해 여기까지 왔으나, 지금 스승인 법용보살께 드릴 공양을 위해 이 몸을 팔고 있는 중입니다.'
' 공양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니, 그 목숨보다 더 중한 스승이란 이는 대체 누구입니까?'
' 그이는 반야바라밀의 지혜를 구족하고 있어서, 나를 위해 보살이 행할 바를 주실 분입니다. 나는 그이의 지도를 따라 위없는 정각을 열어 중생의 귀의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빛 몸을 갖추고 대자대비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혹은 십력ㆍ사무애지ㆍ육ㆍ신통 등, 모든 여러 가지 공덕을 갖추어 모든 일에 자재하게 되어, 생각 그대로 중생을 구제하는 몸이 되는 것입니다.'
이 대답은 참으로 이 세상에 다시없는 높은 가르침이었다. 그녀는 이 말을 듣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참으로 절실한 말이라 생각하나이다. 그렇게도 높은 법이라면, 비록 바닷가의 모래처럼 이 몸이 되더라도 어찌 수로 따지겠습니까? 공양할 물건이라면 내가 소원대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청컨대 내가 드리는 물건을 기뻐게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 법용보살이 계시는 곳에 나도 같이 데리고 가 주십시오.'하고 충심으로 바랐다.
그때 제석천은 바라문의 자태를 감추고 본래 자태를 나타내어 말했다.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여. 너의 굳은 구도심에 나는 감동했다. 나는 실은 제석천이다. 다만 너의 결심이 어떠한가를 시험한 것이요 결코 본심으로 학대한 것이 아니다.'
바로 그때 보살의 몸도 온전히 전과 같이 되어 조금도 상처가 남아 있지 않았다. 장자의 딸은 보살을 문전에 기다리게 하고 양친에게 가서, 이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보고하고, 될 수 있는 대로 공양할 도구를 달라고 청하였다. 양친은
' 참으로 네 말과 같이 높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소원대로 무엇이든지 바치리라. 너는 참으로 좋은 곳에 눈이 뜨였구나. 지금부터 그 사람과 같이 공양의 길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 고 격려하였다.
8 이렇게 준비가 다 되어 칠보로 만든 오백 수레에 하늘 진기한 수륙의 꽃과, 값진 의복, 향료와 영락, 또는 여러 가지 음식물을 싣고, 보살은 한가운데에 그 여자와 많은 시녀에게 둘러싸여, 동쪽 중향성으로 출발하였다. 중향성이 가까워지자 칠보의 장엄, 칠보의 둘레 칠중으로 에워싼 칠보의 참호, 칠중으로 늘어선 칠보의 가로수, 참으로 그림보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마침내 성안으로들어가 높은 누대 위에서 백 천 만억의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 법용보살을 예배할 수가 있었다. 보살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행은 천천히 차에서 내려 법용보살에게로 갔다. 거기에는 칠보의 누대가 있어서 우두전단 향나무로 장식해 있고 위에는 진주의 발이 드리워 있었다. 그 네 모퉁이에는 마니 보배구슬이 등불을 대신해서 빛나고 있었다. 또 사방의 향로에는 명향이 타고 있었다. 그 누대 한가운데에는 칠보로 된 큰 평상이 있고, 위에는 사보의 작은 요가 펴져 있어, 거기에 금색으로 쓴《반야바라밀》이 안치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또 여러 가지 장엄구와 깃발이 덮여 있었다. 이 장엄한 높은 대 위에 맞은 편에 제석천은 권속인 천자들을 데리고, 하늘의 만다라꽃과ㆍ 구슬부서러기를 섞은 명향을 뿌리고, 하늘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보살은 일찍이 보지 못한 광경에 놀라 제석천에게 물었다.
'교시가여, 어째서 이 누대를 즐거워해야 하는 것입니까?'
'이 누대야말로 실로 모든 불ㆍ보살의 어머니이신 반야바라밀을 모셔 둔 곳입니다.'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모셔 둔 곳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것이야 말로 내가 목숨을 버리고 찾은 것입니다. 결정코 여러 부처도 그 가운데 계시리다. 청컨대 뵙게 해주소서.'
'그것은 안됩니다. 여기에는 법용보살이 칠보의 봉인을 찍어 놓아서, 우리에게는 여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보살은 거기서 장자의 따님과 오백 시녀와 함께, 가지고 온 많은 공양 거리를 둘로 나누어, 하나는 반야바라밀에 하나는 법용보살께 공양하려고 그 위를 향해 뿌렸다. 그때 화향과 보배옷은 허공에 달려 꽃의 대가 되고, 가루의 전당향과 금은의 꽃들은 보배의 장막으로 변해 그 대에 걸리고, 그 위에 뿌린 것은 보배일산이 되고, 또 어떤 것은 보배깃발이 되어, 보배일산의 사방에 드리워졌다. 이것은 다 법용보살의 신통력이었다. 시녀들은 하도 기뻐서 다 보리심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도 이 법용보살처럼 부사의한 신통력을 갖추어 반야바라밀을 설하는 몸이 되고 싶다' 고 원을 일으켰다.
9 이때 상제보살은 시녀들을 데리고 법용보살이 계신 곳 가까이 가서 예배를 드리고, 법용보살께 오늘까지의 생긴 일을 자세히 말씀하고, 다시 말을 이어 '나를 위해 부처님을 가르쳐 주신 시방의 여러 부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셨습니까? 또 나로 하여금 항상 여러 부처님의 곁을 떠나지 않게 해 주소서. 나는 아직 완전히 깨지 못한 탓인지, 어느 때에는 부처님이 이 앞에 나타나시고 어느 때에는자태를 감추십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부처님의 앞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내게는 무엇보다도 슬픈 일입니다.' 하고 말했다.
법용보살은 간곡하게 말했다.
'선남자야, 여러 부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간다는 일은 없다. 여러 법의 참다운 모양은 공한 것으로서, 집착하는 눈으로 본 것처럼 났다가 없어졌다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집착하는 마음을 따라서 착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또는 마음을 따라 더럽고 깨끗하며 밉고 고운 것이 아니다. 곧 집착하는 마음에 물들여지지도 않고, 거칠게 쏘대는 번뇌 밑에서도 가만히 고요하게 있어서 조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생과 멸, 선과 악 등의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집착 때문이다. 부처는 그 집착심을 없애고, 적멸 부동의 공한 모든 법의 진성을 보라고 설하는 것이다. 모든 부처는 이 여러 법의 공한 진성을 깨치신 어른이므로, 여러 부처에게서는 온다든가 간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 모든 법의 진리와 모든 부처의 진리는 오직 하나뿐으로서 둘이나 셋이 있을 턱이 없다. 마음대로 분별하면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로 분별할 수 있으나, 진리는 그렇게 분별로 포착되는 것은 아니다. 봄 한낮에 솟아오르는 아지랑이 뒤를 따라가면서, 물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어찌 지혜로운 사람이 하는 짓이라 하겠는가. 그 물로 보이는 아지랑이를 못 가운데의 물, 시내 가운데의 물이라 하겠는가. 그러고 동ㆍ서ㆍ남 ㆍ북 어느 쪽 바다로 흘러간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 큰 스승님이시여, 아지랑이 가운데 물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간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10 '그도 그럴 것이다. 너무 뜨거움과 목마름의 피박을 받아 아지랑이를 물로 보고 기뻐함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여러 부처를 가지고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 등을 생각하는 것도 그와 같다. 여러 부처의 체는 방편으로서, 잠깐 중생에게 그 형상을 나타낼 뿐이므로, 그 체에 의해서는 참다운 부처는 볼 수 없다.
참다운 부처는 참다운 도리와 하나다. 체의 부처는 그 담는 그릇으로서 그 가운데 깨침을 담아서만 그 체까지 부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참다운 깨침에는 간다 온다 하는 것이 없으므로, 여러 부처에게도 온다 간다 하는 일은 없다. 선남자야, 요술쟁이가 코끼리와 말, 마차와 여자를 보여도, 그것을 실무로 믿고, 온다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꿈에 그것을 보는 때에도 또 깨어서까지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법은 꿈과 같다는 것은 항상 부처가 설하신 것이다. 그 꿈과 같이 잠깐 방편으로 자태를 인간에게 보여 준 여러 부처를 가지고, 그 깨쳤다는 참다운 도리를 모르고 그 이름과 체에 집착해서 부처를 추구하는 것도, 전혀 이 어리석음과 같은 것이다. 이야말로 참으로 여러 법의 진상 을 모르고, 길이길이 오도에 유전해서, 여러 부처의 법을 싫어하고, 반야바라밀을 멀리해 온 벌이라 할 것이다.
선남자여, 그러므로 생멸ㆍ거래가 없는 적멸 부동인 모든 법의 진리를 알아 무슨 일에나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이익이 되는 일이 되지 않는다면, 사람에게서 보시를 받지 않는다. 또 보시를 받아서 그 사람에게 복을 심어 주게 된다면, 기뻐게 그 보시를 받아 복밭이 되는 것이 좋다. 집착을 버리고, 자기를 위해서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위한다면 보시와 공양을 받아도 좋다. 거기에 방편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야말로 참다운 부처의 제자라 할 것이다. 선남자여,큰 바다에는 가지가지의 보배가 차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아니요,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니다. 또 동ㆍ서ㆍ남ㆍ북의 어디서도 온 것이 아니다. 모두 인연이 있어 난 것이다.
인연이 다하면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저 미묘한 소리를 내는 거문고도, 홈통ㆍ목ㆍ가죽ㆍ줄ㆍ막대기 등으로 된 것도 아니요, 또는 사람의 손만으로 되어서 소리 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이런 것들의 인연이 화합해서 비로소 저와 같은 미묘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지금 여러 부처가 생멸하고 거래하는 것도 어떤 한 가지 인, 한 가지 연, 한 가지 공덕에 의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연이 익어서 중생을 제도하기 좋은 때가 올 때에 세상에 나타나시는 것이다. 그리고 인연이 다하면, 이 세상에서 숨는 것이다. 다만 인연에 의해서만 생멸ㆍ거래가 나타날 뿐이요, 그 진성은 적연해서 변함이 없다. 이 이치를 알면, 부처가 생멸ㆍ거래하는 것도 조금도 놀랄 것 없고 슬퍼할 것 없다. 이 이치를 알아서만 참으로 위없는 정각도 열리고, 반야의 지혜, 방편의 행도 성취되는 것이다.'
11 이 친절한 설법이 끝난 뒤에 제석천은 하늘의 만다라 꽃을 보살에게 건네 주었다.
' 선남자여, 이 꽃을 법용보살에게 공양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꼭 너를 수호하리라. 너는 실로 한없이 긴 동안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고생해 온 것이다. 너와 같이 착한 사람은 쉽게 얻을 수 없는 사람이다. 네가 열심히 구해 왔다는 그 인연만으로도 아마 백 천억의 중생을 이익하게 했으니, 아무 때 언젠가는 무상의 정각을 얻을 것이다.'
보살은 제석의 말을 듣고 기뻐해서 그 꽃을 받아, 법용보살의 머리 위에 뿌리면서 말했다.
'대사여, 나는 오늘부터 몸으로써 대사께 봉사하겠습니다.'
이와 동시에 장자의 따님과 오백 시녀들도, 보살께 말했다.
'우리들도 오늘부터 몸으로써 대사께 봉사하겠습니다. 그래서 이 좋은 인연에 의해서, 대사가 얻은 것과 같은 법을 얻어, 또 같이 세세생생에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보살은 그 시녀들이 가져온 오백 수레의 여러 가지 보배를 수레와 같이 법용보살께 바치면서 말했다.
'대사여, 청하건대 이 오백 사람의 여자들을 곁에 두시고, 아침저녁으로 시중을 들게 하여 주십시오. 또 이 오백 수레의 보배를 일상생활에 써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제석천은 말했다.
' 참으로 좋은 일이다. 모든 법의 진성이 공이란 것을 알고, 어떠한 착한 일에나, 어떠한 공덕에도 집착을 갖지 않고, 그 착한 일과 공덕을 보리를 위해서 보시한다는 것은 참으로 높은 일이다. 모든 보살이 다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 과거의 모든 부처도 다 이와 같이 수행해서 반야바라밀을 얻었고, 방편력을 구비하신 것이다. 이 보살도 반드시 그와 같이 될 것이다.'
법용보살은 선근을 심어 주기 위해서, 기뻐게 그 공양을 받아 주었으나, 본래 닦은 선근은 비록 보리에 회향한다 해도 역시 그 사람의 선근으로서, 다만 보리에 회향한다는 것뿐이요, 그 선근에 집착하지 않는 진실행이 되는 것이므로 선근을 닦는 보살에게 다시 그 공양을 주셨다. 그래서 해가저물어서야 궁중으로 들어왔다. 그때 보살은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법을 구하러 온 것이다. 결코 이 세계에 꿈같은 즐거움을 탐내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눕거나 앉아서는 아니 된다. 법사가 다시 나와 설법해 주시기까지는, 여기서 거닐면서 기달리라.'
12 법용보살은 궁중에서 선정에 든 지 칠 년 동안 반야바라밀의 수행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상제보살은 조금도 게으르거나 피곤한 일이 없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키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보리 그것에 빠지지 않고 근근자자하게 수행을 쌓아, 한갓 스승이 설법할 시간산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칠 년이 끝나려 할 때, 스승의 설법을 들으려고 장자의 따님과 오백의 시녀들과 같이, 칠보의 법좌를 만들고, 그 위에는 각각 옷 저고리를 깔고, 그 위에서 설법하시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를 깨끗이 하려고 물을 찾았으나, 그때 악마가 모든 물을 없애 버렸으므로, 보살은 매우 슬퍼했다. 그래서 드디어 자기 몸의 피를 짜서 점점 티끌을 없애 갔다. 보살의 그 마음은 먼 과거로부터 욕심을 위해서 몸을 희생한 일은 자주 있었으나, 법을 위해서 희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도리어 기쁨에 넘쳤다. 오백의 시녀들로서도 마음을 뒤집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악마는 드디어 방해할 방법을 잃어버렸다, 제석천은 여기에 감동하여
' 참으로 존엄한 일이다. 이렇게까지 정진해서 보리를 구한다면, 악마가 하는 짓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따라서 무상의 정각을 얻을 것이다. 실로 과거의 여러 부처도 다 이와 같았다.'
고 칭찬하고, 보살이 공야믈 위해 꽃을 구하고 있음을 알고, 삼천 석의 하늘 만다라 꽃을 주었다.
상제보살은 그것을 받아 가지고, 반은 땅에 뿌리고 반은 법용보살이 나올 때에 쓰려고 남겨 두었다. 그 동안에 칠년의 세월은 차서, 법용보살은 무량 백 천만의 사람에게 둘러 싸여, 베풀어 놓은 법좌로 나아가셨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되어 스승의 자때를 예배할 때에 보살의 가슴은 기뻐 뛰었다. 조금 있다가, 장자의 따님과 오백 시녀와 같이 법용보살의 곁에 나아가 하늘의 만다라 꽃을 뿌리고, 공손하게 예배를 드린 후, 한 구석의 자리에 앉았다. 법용보살은 그들이 앉는 것을 기다려 상제보살을 위해 법을 설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