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에 '시방제국토十方諸國土'라 했다 시방이라면 곧 시간과 공간 세계다 시간에 관한 언급이 없다지만 여기에 시간이 깃들어 있다 동서남북東西南北과 북동北東 북서北西와 남동南東 남서南西와 사이사이 네 간방間方과 하늘上과 땅下 모두를 가리킨다 쉽게 이야기한다면 하늘과 땅 모두다
공간은 사방팔방으로 쭉 펼쳐졌으나 시간은 위아래로 이어진 느낌이다 그러므로 공간은 오감 세계나 시간은 오감 이전의 세계다 공간은 느낌 이후 세계고 시간은 느낌 이전의 세계다 미학美學은 어떻게 표현할까 진眞과 선善과 미美를 느끼는가 경혐이 아닌 선험적先驗的 세계다
미학자 칸트(1742~1804)는 묻는다 첫째 인간관에 관하여 둘째 최고선에 관하여 셋째 도덕률에 관하여 순수이성비판에서 인식을 묻고 실천이성비판에서 윤리를 물으며 판단력비판에서 미학을 묻는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하고 있는가
이를 불교에서는 경위經緯로 엮는다 알고 보면 경은 곧 경전經典이며 세로로 이어진 날줄에 해당한다 그러나 단지 날줄 하나만으로 세상을 쓸모 있게 엮지는 못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씨줄이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날줄이라면 눈에 띄는 공간은 씨줄이다 날줄 없는 씨줄이 있을 수 없듯 씨줄 없는 날줄도 상상 밖일 뿐이다
손수건 하나에도 날줄 씨줄이 있고 양말짝에도 날줄과 씨줄이 있다 하물며 우리 태양계와 함께 온 우주를 마주 대하며 이른바 날줄과 씨줄이라는 시공간을 벗어나 설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방제국토'라는 한마디에 깃들어 있는 아주 소중한 의미를 시답잖게 덮어버릴 수는 없다 사방十方 그대로 불국토佛國土니까
[사족蛇足] 만일 파충류 뱀에게 발을 붙여 준다면 뱀은 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고맙다기보다는 성가시다겠지 위에서 시방十方을 얘기하다 보니 문득 '시방時方'이 떠오른다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로 '말하는 바로 이때가 시방'이다 이를 만일 사족으로 푼다면 때 시時가 곧 시간에 해당하고 모 방方은 결국 공간에 해당한다 시방十方과 시방時方은 연인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