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사진제
"한여름밤의 꿈"
'한여름 밤'은 삶의 궤적이 그리는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으로 향하는 시간이다. 그곳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꿈은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교차하면서 융합하는 웅장한 서사라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시간 속에서도 현실과 내면이 교차하는 전시작품을 통해 무뎌진 내면의 감각을 깨우시길 바란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적인 사진가인 로저 발렌과 안드레스 베르타임, 김용호, 리자 암브로시오, 토마즈 라자르, 원성원, 이정록, 요하네스 보스그라가 함께 했다. 이들 국내외 사진 예술가들은 자신의 모든 감각을 한껏 곤두세운 채 사진과 영상, 설치작품 등 다양한 시각적 언어로 무의식을 찾아가는 미묘하고 다채로운 여정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국제사진축제'란 행사 명칭에 맞게 부산의 7개 대교를 Seven Bridge'란 타이틀로 소개해했다. 광안대교~부산항대교~영도대교~남항대교~을숙도대교~신호대교~가덕대교까지. 가덕국제공항이 준공되면 가덕대교는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한때 부산항대교가 준공되면서 그 명칭을 뭐로 할 것인가 논란이 일었다. 당시의 부산대교 명칭을 바꾸고 새로 생긴 다리를 부산대교로 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어느 기발한 이가 '항'자 하나를 넣어 부산대교는 이름이 바뀌는 일 없이 명칭이 잘 정리되어 끝날 수 있었다.
부산의 세계적인 사진가로는 작고한 최민식 선생이 있다. 그는 국제사진전에서 리얼리즘 작가로 대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동란 직후 부산의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이 그의 활동무대였다. 판잣집이 몰려있는 산복도로 골목도 찾아 고단한 삶에 지친 상이군인과 거지, 신문팔이에 렌즈를 들이댔다. 당시 새마을운동으로 한국을 홍보하는 정부에 맞섰다고 큰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번 행사 안내장에 든 최부길 작가도 부산이 낳은 인물이다. 서면지하상가가 오픈했을 때 그 안에다 카메라점포도 내면서 의욕을 보였는데 80년대 중반 이후론 만날 수 없다. 그땐 예술가들의 삶이 춥고 배고팠다. 서면 부전시장 골목 산부인과 의사 신민균은 출근 때 카메라 가방을 메고 출근하면서 병원 건물 계단참에 흑백사진 현상소까지 갖춘 괴짜였다.
전시장소인 '부산항 제1부두'는 흘러간 노래 가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이름이다. 60년대 중반, 영주동 하숙에서도 가까웠다. 당시 부산역은 중앙동에 있었다. 전철에서 거리가 다소 먼 역사 속 창고를 국제사진제 행사장소로 정한 때문인지 관람객은 만나기 어려웠다. 1회에 포스팅할 수 있는 분량이 제한되어 갈무리한 작품이 남은 안타까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