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는 눈이 흩날리고 있다. 겨울에 일사병 이야기를 하니 우습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읽다보니 일사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사병이라 하면 나에게도 단편적인 추억이 있다.
내가 신세계 백화점에 근무 할 때다. 군입대 영장이 나왔다. 그것도 일반 군대영장이 아니라 방위소집 영장이다. 나는 군대 신체검사에서 갑종을 받았는데 영장이 나오지 않더니 늦게사 직장에 중견사원으로 있을 때 나왔는데 왜 방위소집영장이 나왔는지 그 까닭을 모른다. 친구들은 나에게 야 너 어디다 빽을 넣은거 아니야 하고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내가 무슨 집에 큰 빽이 있어야지. 아마도 그때 징집자 수가 많아 일부는 자동적으로 뒤로 밀렸는가 싶다.
한 여름에 경기도 소사 33사단으로 훈련을 받으러 갔다. 가만히 보니 대부분이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로서 나이도 25세 이상이 많고 심지어는 서른살 정도 되는 회사의 간부도 있었다. 내무반에서 분대장들은 현역들이며 다른 사람들은 3년이나 군대생활을 하는데(그 당시 3년 가까이 된것 같다) 너희들은 왜 6주간 훈련 받고 1년동안 이틀에 한번씩 근무를 하고 때우느냐고 기합이란 기합은 다 받아 봤다. 그런데 이 훈련기간 동안에 더구나 찌는듯한 삼복더위에 제일 힘드는 게 구보였다. 나는 유난히 구보에 약하다. 선착순 구보를 하면 제일 꼴찌로 끝까지 돌아야 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인하대학 ROTC 학생들이 여름 훈련을 하러 왔다. 그 무더운 더위에 완전 군장을 하고 훈련을 시키더니 며칠 되지 않은 날 그 학생들중 둘이가 구보도중 일사병으로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단장이 강등돼서 어디로 전출되고 그 다음날부터 모든 구보가 금지돼 버렸다. 자동적으로 우리훈련에도 구보가 중지되었다. 덕분에 나는 아이구 살았구나 싶었지만 운명의 아이러니인가 ! 사망한 아이들의 부모들은 그 심정이 어땠겠는가 ? 그 덕분으로 우리는 훈련이 가벼워졌지만. 젊었을 때였지만 참 인생사란 알수 없는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사병이라 하니 그 ROTC 학생들의 구보 사망사건이 생각나서 한 마디 적어 본다. 23.12/16 |
첫댓글 아 가슴아픈 일이네요
그 부모님들 정말 하늘이
무너진 심정이셨을 거예요
모두 평안 하시길 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