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3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축구 대표팀과 아프리카의 튀니지의 경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인구에 회자가 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하다 드디어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그것도 아프리카의 강호라고 평가되는 튀니지를 상대로 무려 4대0으로 이겼으니 그럴 만도 하다. 또한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선수 이후 한국 공격라인의 흐름을 이강인이라는 젊은 선수가 이어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후에 언급된 한국대표팀 감독인 클린스만이 말한 대목이 요즘 이런 저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바로 연예인병이란 병이다. 클린스만은 경기후 이강인 선수에게 어린선수가 연예인병에 걸리면 안된다는 투로 언급했다. 자 그러면 여기에 어떤 것이 숨어 있는 것인가.
지난 10월 23일 튀니지 경기는 전반전에 정말 답답함을 이어갔다. 안그래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래저래 구설에 올라 이미 경질여론이 팽배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그가 과연 특정국가의 대표팀 감독이 맞는지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고도 한국축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하긴 독일의 초특급 연예인급 인기를 끌던 클린스만 스타이니 오죽했겠는가. 그는 자신이 한국이라는 아시아 변방에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할 일을 다한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튀니지와의 전반전은 정말 답답했다. 오히려 튀니지에게 공을 먹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튀니지 감독의 말대로 48시간동안 날아온 튀니지 선수들이니 제 콘디션일 수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후반전에 이상하게 변했다. 한국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결국 4대0이라는 상상도 못한 성적을 올렸다. 튀니지는 어떤 나라인가.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프랑스에 1대 0으로 이긴 나라이다. 당시 튀니지는 난리가 났다. 튀니지를 식민지한 프랑스에 대한 앙갑음이라던 당시 그 튀니지 열기를 지금도 기억이 된다. 그런 나라와 대결에서 아무 전략도 없이 등장한 한국이 튀니지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후반전에 상황이 역전됐다. 경기후 이강인의 언급에서 전후상황이 드러났다. 전반전후 라커룸에서 이강인이 클린스만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했고 클린스만이 그러지 뭐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강인의 위치를 변경해 달라는 것이다. 어린 선수의 당돌한 태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통했고 갑자기 바뀐 한국의 포지션에 튀니지는 당황했고 무려 4골이나 헌납한 것이다. 클린스만은 엄청 흥분했고 후반 교체되는 이강인을 갈비뼈가 으스러지라고 포옹했다.안그래도 경질설에 오른 그이니 얼마나 이강인이 예뻤겠는가.
그런데 경기후 있은 감독 인터뷰에 요상한 표현이 나온다. "이강인 잘했다. 하지만 그는 연예인같은 그런 마음가짐을 버려야 한다. 자칫 그의 앞날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요점으로 한다. 이것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언급이 별로 없지만 추론해 보면 이렇다. 전반전 경기가 안풀리자 라커룸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다. 왠만한 공격수들이면 왜 그런지 알았을 터다. 감독이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엉뚱한 자리에 가 있으니 그냥 공만 돌리다 만 것이 전반전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린 이강인은 참지 못했다. 그래서 통역을 통해 감독에게 자리를 바꿔줄 것을 요구했고 한국어와 독일어에 능통한 차모 코치가 전달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래서 위치가 변경됐고 그냥 팍팍 공이 들어갔다. 결국 클린스만은 한 것 하나도 없이 승리 감독이 됐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괘씸했다. 어린 선수놈이 감히 감독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지가 무슨 음바페인가...그는 결국 인터뷰를 통해 연예인 운운한 것이다. 앞으로 자신에게 그러지 말라는 엄청난 경고를 퍼부은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앞으로 선수들 누가 감히 감독에게 조언을 하겠는가. 절대 하지 못한다.손캡도 절대 하지 못한다.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에게 작전에 대한 언급은 그냥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감독이 까라면 그냥 깐다. 감독 눈밖에 나면 기용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감독이 어린 선수에 대해 지적을 할 수 있다. 당연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리 생제르맹에서 음바페처럼 된다. 음단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 스스로 곰곰히 생각해 보야야 한다. 클린스만이 과연 이강인에게 연예인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말이다. 스스로 국제 축구계에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자신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특정 국가의 감독이 되면 거의 모든 시간을 그 나라의 축구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 그러라고 고액을 들여 모셔오는 것이다. 그냥 적만 걸어놓고 자신은 온세계를 떠돌면서 하고 싶은 것 다하라고 모셔온 것이 아니다. 한국의 역대 감독중에 클린스만 감독같은 이가 없다. 스타급 선수 출신은 많았지만 클린스만 같지는 않았다. 그는 그냥 국제 축구계에 연예인이다. 그런 그가 어린 이강인에게 너 연예인처럼 놀지 말라고 한 것이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클린스만에게 묻는다. 당신은 한국 축구선수들의 이름을 제대로 외우고 있는가. 영국 맨시티 감독이 황희찬에게 코리안 가이라고 했듯이 클린스만도 한국 선수들에 헤이 가이 이렇게 부르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현재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 보기나 하는가. 한국 K리그 선수들 가운데 발군의 실력을 가진 선수를 찾아내기 위해 단 몇시간이라도 집중적으로 투자한 적이 있는가. 그들의 경기를 보려고 삼고초려가 아닌 한번이라도 찾아간 적이 있는가 말이다. 자신에게 꼴같지 않은 직언을 했다고...그리고 국내에 팬들이 자신보다 월등히 많다고 공개석상에서 연예인 운운은 참으로 기차찰 일이다. 이강인은 그렇게 나서기 좋아하는 친구가 아니다. 팬들의 광적 호응을 오히려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선수이다. 어린 선수가 자칫 자기 스스로 도취되어 성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벤투감독처럼 고용하지 않으면 된다. 이강인 없으면 안된다면서 온갖 언급을 다하던 클린스만이 자신에게 승리의 감독을 선물하고 위기에 처한 한국대표팀을 구해낸 선수에게 할 말을 정말 아닌 듯하다. 그리고 당일 한국대표팀 감독인 클린스만이 소개됐을때 수많은 관중이 야유를 보낸 이유를 클린스만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2023년 10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