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은 저마다 술을 마시는 이유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이는 풍류를 즐기기 위해서, 이태백은 달을 좋아해서, 또 어떤이는 세월을 낚기 위해서...
그렇다면 난 뭔가? 가만이 생각해 보면 딱히 댈만한 이유는 없다. 그저 어릴 때부터 마셔오던 습관이랄 수밖에.
어릴 때 논 매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막걸리를 손에 들고가면서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한모금씩 빨아 마셨던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내가 술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된 셈이다. 동기라면 단지 호기심과 배고픔이었다.
술에도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 맛이 달라진다.
같은 소주라도 증류식이 있고 희석식이 있으며 메어커마다 만드는 방법도 달라 맛의 차이가 난다.
내가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배를 탈 때 항해중에 마실 소주나 맥주가 동이 났을 때를 위해 스페어로 실었던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일본에서 올린 다까라 소주가 떨어지면 값이 싼 포도주로 대신했다. 포도주는 일본에서도 샀고 미국에 가면 수퍼에 캘리포니아산 와인들이 헐값에 많이 나와 있었다.
얼마전에 'Carpe Diem'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로마시대 서정시인 퀸투스 호라티우스의 시에도 나오는 이 말의 뜻은 '현재를 잡아라'라는 뜻이다. 가는 세월을 그 누가 잡을손가? 쏜살같이 날아가는 시간인데 현재의 순간을 직시 내지 인식하고 즐기라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지금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바로 아래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나라가 몰도바이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1/3정도에 인구는 350만 정도란다. 그런데 거기서 전세계 포도주생산량은 세계 20위정도라고 하니 대단하다. 몰도바 와인중에 브랜드 라벨이 'Carpe Diem'이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코스트코에 가서 'Carpe Diem'을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 중동역 앞에 있는 이마트 와인코너에 가서 물어봐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혹시 몰도바 와인이 있느냐고 물어봐도 없다고 했다. 얼마전에 문을 연 우리동네의 와이너리에 들어가서 물어봐도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부산전포동 카페거리에 와이너리가 있는데 제법 크다고 해서 어제 시내에 나갔다 오다가 들렀더니 매장 진열장 제일 끝쪽에서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2017년산은 병당 32000원, 2018년산은 59000원이었다. 당장 두 병을 사서 들고 왔다. 저녁때 2017년산부터 마개를 따고 와인글라스에 반쯤 따룬 다음 맛을 보니 약간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그런대로 맛은 괜찮았다. 가는 세월을 카르페 디엠으로 잡아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