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이름을 부른 것도 아닌데</p><p>여름이 온다</p><p> </p><p>어른이 되기도 전에 벌써</p><p>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감각들이</p><p>유빙처럼 떠내려갔지</p><p>애인을 기다리며 마시는 커피의</p><p>얼음이 녹는 속도라든지</p><p>그 사람과</p><p>이별한 후 마시게 될</p><p>맥주의 온도라든지</p><p>우리는 우리의 이마와 코끝이 </p><p>얼마나 가까운지도 알지 못했지</p><p>앨범에 넣어둔 사진이</p><p>눅눅해지는 건지도 몰랐지</p><p>그때 네가 입고 있던</p><p>반팔 티는 무슨 색이었나</p><p>벽지에 말라붙은 </p><p>모기의 핏자국을 보면서</p><p>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p><p> </p><p>장마처럼 햇볕이 쏟아진다</p><p>운동장엔</p><p>새로 자란 그림자들이 무성하다</p><p>다음 여름도 그랬으면 좋겠다</p><p>여름이 오는데</p><p>여름에 죽은 친구의 얼굴이</p><p>기억나질 않는다</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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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