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아끼던 베이스를 한국에 가서 팔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팔면 2배이기 때문입니다!!
뮬이나 중고나라나 당근에서 팔 수도 있지만.. . 온갖 진상님을 경험한 후로 직거래가 무서워졌습니다.
따라서 결론은.. . 매장에 위탁!! !
낙원 던전으로 출발
도착
축축하게 비가 오는 낙원상가 던전. 이럴 때는 낙원상가 아래의 머릿고기집이나 2000원 국밥집에서 국밥에 소주 한 잔 먹으면 기가 막힌데.. .
하청업체...가 아닌 위탁업체에 도착
가게에서는 판매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지만, 가게에서 맘에 안 들면 위탁 해 주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으니 위탁자가 철저히 을인 상황 - 따라서 적당한,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을 2만원 이하의 뇌물을 준비해 갑니다.
점장님이 유부남이기 때문에, 준비한 뇌물은 사모님도 마음에 들어할 스위츠*...! - 저도 유부남이기 때문에, 사모님까지 챙기는 뇌물이 더욱 감사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Sweets(스위츠). 달콤한 과자(제과류)를 뜻하는 일본식 영어 단어로, 90년대 후반부터 주로 양과자를 일컫는 데 사용된다.
가게에는 마침 외국분이 오셔서 시연하고 계셨습니다. 이렇게 생기신.. .
마침 500만원대의 마요네즈 베이스를 치고 있었습니다.
Wow! This is so good. But 4 string.. . I want 5 string and like this one.
그래서 점원이 워윅을 꺼내준...
한참 치더니...
Oh! Sound is good. But neck is very thick.. .
덩치도 크고 손도 큰 분이.. . 그래서 제가 끼어들어서!! !
How about this Japanese Fodera? There's one here.
외국분:
Oh. It's impossible. Fodera is very expensive.
Me:
Japanese Fodera is cheaper than your budget. Under 400 man Korean won.
외국분:
Ooops! I heard that is over 500 man Korean won.
Me:
Ah.. . That is mistake. Try it.
외국분:
Fodera is first. (열심히 침)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습니다.
Wow!! ! It's for you!! !
It was made for you!! !
Great!! !
오! 아나나티 빗따리! (이건 안 했습니다...)
외국분:
(10분 후에.. ) Hmm.. . Sound and neck is really good. But not for me.
다들:
(절망)
외국분:
(하지만 미련이 남았는지 포데라 사진을 찍으며 - 하긴 400 이하에 이런 사운드와 넥은 포데라 뿐이기 때문입니다!)
OK. Thank you very much. I'll think. (포옹)
저:
you’re welcome! See you again~ any time come here~
외국분:
(가게 밖에서 가게 간판도 열심히 찍는 걸 보니... 다시 오려는 듯도~!?)
그러고 보니 까먹고 있었습니다... . 저는 알바뛰러 온 게 아니고 팬더 재즈 베이스를 위탁하러 온 거였습니다.. !! !! !
위탁하고 집에 가려는데, 밖에서 머뭇거리는 여학생과 아버지로 보이는 노신사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침 가게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 .
저는 이런 상황을 잘 압니다. 저도 학생 시절, 낙원상가에 오면 가게에 무서운 아저씨들만 있어서 선뜻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물건 안 사고 나가면 무서운 아저씨들이 손님 맞을래요 하는 짤)
특히 여성분들은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많은 낙원상가를 더욱 무서워합니다!
여성 오너가 있는 데이사, 조치원수제악기 등... 도 있지만.. . 여성 사장님들이 직접 시연을 하거나 하지는 않으니.. . 그런 가게를 찾아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 어린 시절, 무서운 낙원에 혼자 왔을 때 제가 이끌려 들어가서 기타를 샀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훈남이 천사미소로 친절한 멘트를 날리면 경계를 풀고 부담없이 들어갔던!! ! (들어가서 친절하게 덤탱이 쓴 건 비밀...)
따라서 저도 훈남이기 때문에, 아빠미소를 지으며 이럇샤이마세!!가 아니고.. . 훈훈한 멘트를 던지니 경계를 풀고 들어오셨습니다.. !
(인터넷에서 찾은, 저와 가장 비슷한 사진)
저: 찾으시는 것 있으신가요~~
학생: 팬더요.
느낌이 왔습니다. ..!! !! 위탁한 것을 팔 수 있겠다는 것을!! !
저: 어떤 팬더를 찾으시나요~~ 팬더는 길쭉한 픽업이 2개 들어가는 재즈와 짧은 게 2개 들어가는 프레시전이 있답니다. 여기 있는 10여 대가 다 팬더입니다~
학생: 프레시전요. 짧은 픽업이 예쁘네요.
(뜨허헉.. . 제가 팔아야 하는 건 재즈입니다.. . .)
저: 좋아하는 게 어떤 사운드인가요?
학생: 퀸요.
저: 아... 그래서 프레시전을...!
마침 멕시코 팬더, 일제 팬더, 미제 팬더, 미제 레릭까지... 70만원에서 550만원까지 다양한 모델이 10여개 있는 상황이었습니다만.. . 다행히 제가 위탁하는 미제 팬더가 딱 중간의 가격이었습니다!! !
저: 이건 70, 이건 550, 이건 100.. . 어느 정도가 괜찮으신가요?
학생: 중간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저: Nice. (속으로)
퀸이라.. .
기억을 더듬어서.. . 20년 전에 썸녀.. 가 아닌, 사모하는 여성분 따라서 퀸 카피밴드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분은 키보드, 전 베이스.. .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서.. . 프론트 픽업을 몽땅 열고, 리어픽업은 살짝 열어서 존 디콘의 프레시전 사운드를 내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
열심히 톤을 잡아서 Under Pressure의 인트로를 '뿅뵹뵤뵤뵹 뵤뵹~'하고 연주했는데 표정이 영 심드렁합니다.. .
https://youtu.be/eRwfPJdmN4k?si=t-je566g-u7TxuFT
젊은 분들이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를 보고 퀸에 빠진 경우가 많은데.. . 보헤미안 랩소디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 젊은 분들이 좋아할 만한 레파토리가 뭐가 있을까 하고 열심히 머리를 굴렸습니다!
마침 떠오른 게 누키타시 오프닝!! 프레시전으로는 이런 청아한 슬랩소리가 안 난다고 하면서 후렸습니다!
https://youtu.be/zEwCkdpoSj0?si=N84CIk7eJvggQwgp
.. .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곡이라서인지.. 심드렁... .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곡 중에 젊은이들도 잘 아는 곡을 생각했을 때 떠오른 곡!! ! 아이도루!! !
https://youtu.be/mgVWlWVkhM8?si=JBNCSmX_mQvJoetz
사가셨습니다. 이런 짜릿함에 장사를 하나 봅니다. 그런데 장사로는 역사에 남을 수 없으니.. . 하던 일을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
뭐 일단 돈 벌었으니 파티
(평소에는 비싸서 못 먹었던 골뱅이 통조림 사진)
2차는 군만두
3차는 찐만두
*상호, 상황, 사진은 픽션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첫댓글 잘 봤어요 ㅎ 항상 재미난 글 좋으네요 ^^
아조씨귀국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