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요등산팀에는 남자가 8명인데 양념으로 여자 한명이 추가 되었다.
그것도 최근의 일이다. 3주전 금정산 등산 때 동문에서 4망루로 가기 전에 날이 몹시 더워서
소나무밑 바위 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마침 여성등산객 한명이 쉬고 있다가 동행하게 되었다.
4망루 앞에서 일행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그 여성이 자기가 찍어드리겠다고 해서 폰카를 맡겼다.
그렇지않으면 한명이 교대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 빠져야 하는 처지였다. 고맙다는 인사 치레로 같이 점심식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사양하지 않고 선뜻 따라나서는 것이었다.
속으로는 우리가 낚였는지 아니면 낚았는지 잘 분별이 가지 않았다.
어제 그녀와 세번째 만남이었다. 우중등산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모처럼 우리를 따라 나섰다.
산에는 많이 다녔는지 옷차림및 장비가 프로 뺨칠만했다. 모자,얼굴 가리개,우의,배낭커버,신발,등산복을 완벽하다시피 준비했고
금정산 등산로는 모르는 길이 없었다. 4망루에 올라가 비를 피하면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바로 산성마을로 하산하였다.
산성마을로 내려와서 음식집에 들러 막걸리를 한잔 하기로 하였다.
오리불고기를 안주로 산성막걸리를 주문하였다. 술이 한순배 돌자 각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 내었다.
등산팀에는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여성분들만으로 구성된 팀도 있는가 하면 남여혼성팀도 있다고 한다.
우리팀처럼 여성 한명에 남자가 여럿인 경우에 여성은 공주취급을 받지만 여성 여럿에 남자 한명은 쪼다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여성들이 남자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운전병으로 취급하기 위해서 아니면 대개 물주로 이용하기 위해서란다.
여기서 '쪼다'라고 하는 것은 병신 혹은 등신이라는 의미다. 말하자면 조금 어리석고 모자라서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 또는 그런 태도나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1964년 전후) 자주 썼던 말이다.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좀 어리뻐리 하면 '이 쪼다같은 새끼!'라고 내뱉았다. 당시 껄렁껄렁한 친구들은 불량배 클럽에도 가입한 친구들이 있어 그들이 쓰는 은어들을 서스럼없이 친구들간에도 썼다. '쪼다'라는 말도 그런 부류의 일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 '쪼다'의 어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에 한가지가 고구려의 '고조다' 왕세자에서 유래됐다고 하는 설이다.
'고조다'(高助多 )의 가계도를 보면 다음과 같다.
광개토대왕 ___ 고담덕(高談德)
↓아들
장수왕 --- 고거련(高巨連)
↓아들
--- 고조다(高助多)
↓아들
문자명왕 --- 고나운(高羅雲)
고구려의 장수왕의 아들이자 장수왕의 손자 21대 문자왕의 아버지인 조다는 고추대가의 벼슬로 있다가 장수왕이 장수하자 왕위를 이어받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 그의 아들 나운이 장수왕의 뒤를 이어 문자왕이 되었다. 장수왕은 98세까지(394~491) 살았으며
재위기간도79년(412~491)이나 된다. 왕세자로 있었지만 즉위해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하여 이를 낮잡아서 사람들이 '쪼다'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끌어들여 그럴듯하게 꾸며 낸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서슬이 퍼렇던 왕족의 이야기를 일반 민초들이 감히 언급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외 영화 벤허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괜히 지어낸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