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영 개발 추진 나섰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만 최소 수년 걸려
주민들 반대 집회...1만여 명 청원
'8년 기다렸는데 노른자 땅에 흉물'
사업에 7000억 들인 CJ라이브시티
지연 배상금 두고 법적 분쟁 가능성
'우리 동네에 세계적인 K팝 공여장이 들어선다는 생각에 소음, 먼지도 참았는데 이렇게 무산되다니...희망 고문이 따로 없네요'
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만난 이동규(47)씨는 요즘 속이 터진다고 했다.
그가 말한 사업은 'CJ라이브시티' 사업이다.
CJ가 킨텍스와 일산호수공원 근처 32만6400m2(약10만평) 부지에 2조원 이상을 들여 세계 최대 K팝 공연장과 스튜디오,
호텔 등을 짓는 사업이다.
'컬처밸리' 조성사업이라고도 불린다.
지난달 1일 경기도가 CJ측과 협약을 해지하면서 사업 추진 8년 만에 백지화됐다.
경기도는 공여 개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고양 주민들은 '고양에 라이브시티를 돌려달라'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양시 곳곳에 'CJ라이브시티 원안이 답이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무산 결사반대'라고 쓴 현수막도 내걸렸다.
주민들은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도 열고 있다.
지난달 1일 경기도민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글에는
보름 만에 1만명이 동참했다.
놀란 걍기도가 지난달 16일 '(CJ가 추진하던) 원형 그대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태우 일산연합회 상임대표는 'CJ라이브 시티 사업은 100만 고양시민의 숙원 사업'이라며 '주민 의견을 모아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본격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찾은 장항동 CJ라이브 시티 건설 현장은 모래 먼지만 날렸다.
'K팝 성지'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공연장은 없고 건물 뼈대만 앙상하게 서 있었다.
이마저도 군데군데 시뻘건 녹이 슬었다.
올 6월 완공을 목표로 3년 전인 2021년 10월 착공했으나 공정률은 3% 수준이다.
CJ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며 작년 4월 이후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62)씨는 '아파트만 잔뜩 들어선 고양에서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 이곳'이라며
'세계적인 공연장을 지어 관광객을 끌어모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흉물이 됐다'고 했다.
주민들이 부글부글하자 지역 정치권도 합세했다.
여야가 대립하던 고양시의회는 지난달 30일 만장일치로 'K-캘처밸리 완성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시의회 차원에서 사업을 재추진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부위원장인 손동숙 시의원(국민의힘)은 '공영 개발을 하면 예비타당성 조사에만 2~3년이 걸린다'며
'주변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K팝 공연장을 짓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늦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시와 카카오는 지난달 2일 도봉규 창동에서 '서울 아레나' 착공식을 열었다.
인천시와 경기 하남시도 K팝 공연장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의 분쟁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J라이브시티가 지난달 9일 경기도에 협약 해지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기도는 이를 거부했다.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협약 해지의 원인이었던 지체상금(기한 내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배상금)을 두고
CJ측은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인허가나 전력 공급 등 문제로 공사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경기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체상금은 1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경기도가 공영 개발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CJ,측이 지어놓은 시설들도 숙제다.
협약을 해지하면 철거해 원상복구하는 게 원칙이지만 CJ가 공영 개발에 참여해 경기도에 기부채납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원상복구 비용이 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CJ 입장에서는 지난 8년 간 들인 매물 비용도 부담이다.
CJ는 이 비용이 7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창원에 참여한 주민이 1만명을 넘으면서 오는 19일 김동연 경기지사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관계자는 'CJ가 지체상금을 감면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사업 추진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공공이 책임 있게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고양=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