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전화는 계속 울렸다. 무용 연습 도중 무릎이 돌아간 고등학생부터 머리가 찢어진 20대 대학생까지 응급 환자들의 수용 요청이 119 구급대를 통해 연신 이어졌지만 의사는 "상급 병원으로 가세요"란 말을 반복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오후 CBS노컷뉴스가 방문한 서울의 2차 병원인 A병원 응급실은 경증 환자 위주로 대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10개 병상에는 경증 환자 3명과 격리환자 4명이 동시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날 수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의 전화는 지속적으로 들어왔지만 전문의는 '능력 밖'의 일이라며 수용을 거절했다. 오후 7시25분 타 지역 119구급대로부터 "17세 고등학생이 무용 연습을 하다 무릎이 아예 돌아가 변형이 눈에 보일 정도로 위급하다"는 전화에 의사는 "진료를 보지 못합니다. 주변 상급병원으로 안내주세요"라고 대답했다.
오후 9시 45분에는 "20대 대학생이 하키볼에 맞아 머리가 찢어졌다"는 구급대원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대답은 같았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의 중증 환자 수용률이 낮아지면서 2차 병원으로 해당 환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2차 병원에선 이들을 수술하고 진료할 전문의가 더 부족하다는 게 의료 현장의 설명이다.
이날 A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우리 쪽에서 상급 병원으로 보내는 환자 수가 두 달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라면서도 "일부 과가 부재한 우리 병원에서 손쓸 방법이 없기에 상급병원으로 전원 요청을 한다. 평균적으로 10통 넘게 전화를 돌리고, 불가피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전원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