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해전에 벗과 나는 약속을 했었다 .
다음에 만나면 꼭 화성의 융. 건릉을
함께 가자 했다.
우리는 지난 따스한 봄날 약속했던 대로
그곳에 갔다.
그리고 또 다른 약속을 했다.
어느 가을날 다시 오자 했다.
세 번 이상 보았다는 친구가 추천해 준
(이산)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 때
어떤 인연의 끈이 우리를 이어주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 되어 빛이 바랜 그 드라마였지만
내게는 신선했다 .
무엇이 그토록 그 드라마가
벗의 마음에 와 닿았을까
보는 내내 벗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
많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방법도 방향도
천차만별 다르다고 생각한다 .
벗이랑 나는 비슷한 곳을 바라본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떤 때는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어
그럴 때는 말없이 그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내가 보지 못했던 다른 것을 보고
느껴 볼 수도 있었다.
늦은 가을날 그곳에 다시 갔다.
두 번째로 가는 그곳은 첫 번째보다 여러모로
어렵지 않았다.
경험은 편안함과 지혜를 준다.
우리네 삶도 그럴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한번뿐이니 참 아쉽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봄에 갔을 때 보다 방문객이 더 많았다.
병아리 떼 같은 유치원생들 , 관광버스로 온
교회팀, 넷 , 셋 , 우리처럼 둘 , 혼자.
어떤 생각으로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을까
무엇을 보고 느끼며 그곳을 떠날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지난번 방문 때 가보지 않던 길도 걸어보고
그리 많지 않은 책이 꽂여 있는 야외 도서관에서
벗은 책을 골라 책장을 넘겨 보고 있었다 .
나는 짙은 가을냄새를 맡으면서 풍광을
마음에 담았다 .
내 또래로 보이는 산보 차림새의 여인이
그곳에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할 듯하더니
하지 않았다.
그냥 눈이 마주쳐져서 웃었다.
이런 분위기가 미국 같으면 서로 이 말 저 말을
하는데 문화의 차이가 느껴졌다.
봄에 왔을 때 부끄러웠던 생각이 떠 올랐다.
그늘이 있는 의자에 잠시 쉬면서
내가 가져온 호두과자와 음료수를 조금
맛보고 있었었다.
그곳 관리자로 보이는 분이 다가와서 여기서는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했다.
몰라서 죄송하다고 말을 하고 다시 걸으면서
주기적으로 하는 안내방송을 들으니 음식을
먹는 것은 금지사항 이었다.
유적지 관람의 기본도 모르고 있었다는것이
내내 부끄러운 마음으로 가시지 않았다.
그 의자는 여전히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푸르렀던 잔디가 누렇게 변해 있었는데
잔디 줄기에 매달린 씨앗이 보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잔디씨를 모으는 숙제를
했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그저 어렴풋하기만 했다.
잔디씨를 손톱으로 쭉 훑던 놀이를 했었던
기억은 났다 .
작은 돗자리를 만드는 놀이도 했었다 .
미국에서 자주 잔디를 밟는 운동을 하지만
잔디씨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한국토종 잔디와 서양 잔디의 종류는
다른가 보다.
몇십 년 동안 한 번도 생각조차 못했던
잔디씨를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가웠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을 걸으며
우리는 영조 , 정조 임금님 , 사도세자,
효의 왕후. 의빈성씨, 정순왕후,
조선의 당파 싸움 등등..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의 이야기도 …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벗이 말했나 내가 말했나 모르겠다.
다시 또 오자고 약속했다.
돌아오는 봄이 될지 가을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다시 또 오자 했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봄에 왔을 때 갔던
융, 건릉 입구에 있는 한식집에 갔다.
점심 식사는 끝났다는 팻말이 우리를 반겨
허기진 몸에 더 기운이 빠졌다
반찬이 많이 나오는 한식을 먹는 즐거움을
흠뻑 즐길 수 있는 곳이었는데 아쉬웠다.
조금 더 걸어 나오니 식당이 많았는데 우리는
‘코다리 찜’을 하는 음식점으로 가자고
마음을 합했다 .
궁여지책으로 고른 그곳이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음식 맛이 좋았었기에 가끔 통화 중에
그 이야기를 하며 다음에도 그곳에 가지고 한다.
살면서 어쩌다 놓쳐버린 크고 작은 일들이
훗날에는 다행인 일도 더러는 있었다.
살아보니 계획대로 되는 일만 있던가.
그렇게 되지 않은 일도 허다했다.
한평생 사는 일이 길과 같다 생각해 보면
쉬다 가는 길도 있었고
때로는 돌아가야 하는 길도 있었고
영영 가지 못하는 길도 있었다.
이제는 평평한 길을 천천히 걸으며 내가
걷고 온 길을 뒤 돌아보고 싶다 .
융. 건릉 그 길을 우리는 그렇게 걸었다.
내년에 또 그 길을 그렇게 걷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부는 바람을 걸어 한 약속 같았지만
나는 꼭 지키고 싶다.
나의 벗은 건강해져야 하고
나는 떠나는 몸이 자유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약속 하나는
봄에는 갔었지만 가을엔 갈 수 없었던
양수리 (정약용 기념관)에 다시 가는 것이다.
그곳에 들렀다가 근처의 두물머리에도
가보자는 약속이다.
(아녜스 뒷모습 )
첫댓글 우리동네 인근 융건릉
다녀가셨군요.
약속을 하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렵더군요.
친구간 우정 영원하시길
첫댓글에 대한 답이 한해를 넘겼습니다.
신미주님께서 화성부근에 사시는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요 .
제가 화성과 인연이 좀 있어서요 .
그곳 중에도 특히 남양쪽 ..
댓글 주심에 감사 드리며
올 한해도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
@아녜스 감사합니다.
두물 머리가 참
유명한곳..
운무 안개 멋진 사진이
인상 깊어요...
친구분과 좋은곳에서
좋은시간 가지셨네요...💝💝
수샨님도 두물머리를 아시는군요.
저도 한번 가보았던 곳입니다 .
한국에 친구들이 많아서 한국가면
바쁘답니다 .
미국엔 주로 성당 , 골프 친구들이
많아서 대화가 한정적이긴 해요.
카페에서는 수샨님이 친구지요 ㅎㅎ
새해에도 건강 하세요 수샨님 .
아녜스님은 역사 탐방에 취미가 있으신거 같습니다
훌륭합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귀국하시면 번개라도 쳐서 우리 수필수상방 글벗님들과 한번이라도 만나면 좋겠어용
충성 우하하하하하
역사 탐방을 목적으로 하기보담은
한적한 곳을 걷는것을 좋아합니다 .
그중에 역사가 있는곳이면 배움도 되고
좋더군요 .
수필방 식구들도 만나고 싶긴해요.
언젠가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태평성대님 행복한 2023년 되세요
충성 !!!
잔잔한 글이군요
글의 내용이 부대끼지 않으며
가파르게 내세우지 않는 글체라 읽는 내내 편안합니다
말없이 다른 쪽을 보아도 내가 미쳐 보지 못했던 것을 느낀다는 구절이 참 좋네요
가 보지 못한 길을 아쉬워 않고
천천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마음가짐, 새겨 듣게 되구요
유적지에서 음식물 금한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저도 고국 방문하게 되면 사람들이
'니는 그런 것도 모르나' 하고 쳐다볼 것 같은데요 ~ ㅎ 오랜만입니다 ~~~
절대 꾸며낸 말 못하는 단풍님께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
오랜만에 글로 마주치게 되었지요?
저도 반갑습니다 .
수필방에 오셔야 저랑 마주칠수가 있으니
자주 글 올려 주세요 .
2023년 한해가 단풍님 가정에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
아녜스님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친구 분은 건강해지실 것입니다.
약속한 곳을 함께 가고 그 다음 약속을 또 정하고
그렇게 그렇게 따뜻한 우정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세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멀리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지만 늘 친구를 위한 기도를 합니다 .
해도네님의 따스한 댓글에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
새해가 되었네요.
해도네님이 소망하는 모든일이 다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
함께 공감을 나누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친구분을 가지고 계시니
또 다른 약속이 다음에 이루어질지 아무도 모르더라도
행복하신 분이 틀림없습니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레 전개되는 글이 읽기 편하고
잔잔한 여운이 있어 더욱 좋습니다.
또 다른 약속이 안 지켜 지더라도 실망은 하지 마세요.
약속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 지기도
하니까요. 새해에도 건필 하시고 행복하세요.
제게는 아주 소중한 벗입니다
만나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아마도
약속이라는 핑계를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리에게 함께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멀리 있어서 ... 자주 만날 수 없어서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지요 .
올 한해도 행복하세요~~ 한스님
단백하게 써내려간 친구와의 짧은 여행기네요.
이렇게 맘이 맞는 친구와 함께 한다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겠죠.
역사탐방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여행기라기 보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다가
쎴습니다 . 추억이 된 날들이 때로는 몹시도
그리울때가 있더라고요 .
친구와 한 약속대로 또 만나야 하고 가야겠지요 .
새해 복 밚이 받으세요 리진님
울아녜스님 다음 한국에 오시게 되면 꼭 뵙고 싶습니다.
코로나 연관 평소 지병있던 제 딸이 몹시 위중해 하던 일도 잠시 접고 울딸 간병 그리고 어린 울외손녀들 케어해 주느라 모든 관계가 소원해졌었습니다.
울아녜스님 곁에 늘 건강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
순수수피아님 많이 반가워요 .
제가 쪽지 보내겠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좋은 친구는 내가 그의 좋은 친구가
되어야 둘 수 있다는데
참으로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양수리 다산 기념관 두물머리 다산길
참 좋은 곳입니다
감사합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제게 늘 가르침을 주는 친구지요 .
저도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하는데
저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니 많은곳을
여러곳을 다니는데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
그곳의 씨티버스(?)가 매우 인상적이었기에
다시 타 보고 싶습니다 .
다음엔 돌비님께서 추천해 주신곳을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올 한해의 나날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정조와 의빈성씨의 사랑이야기가 애틋해서인지 '이산'과 '옷소매 붉은 끝동'이란 제목으로 두번이나 드라마로 제작되었네요.
수원 화성이 풍광도 수려하지만 역사적 의미도 깊고 왕릉의 정취와도 잘 어울리니 산책하기에 참 좋은 곳 같습니다.
다음 고국 방문길에 두물머리에 가시거든 가까이 수종사도 꼭 들러보시면 좋겠습니다. 그곳에 가면 두물머리를 입체적으로도 볼 수가 있습니다. 아주 나이 많은 은행나무 곁에서요.
해외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게 쉽지를 않다보니
저는 '옷소매 붉은 끝동'은 아직 못 보았습니다 .
기회가 되면 그 드라마도 꼭 보겠습니다 .
수종사 도 가보라는 추천을 받았는데 여러가지 애로 사항이 있어
가질 못했습니다 .
다음에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은행나무도 꼭 보고 싶군요.
올 한해도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원 합니다 .
아녜스님 소식이 뜸하다 느껴젔는데
짠 ,나타나시니 많이 반갑습니다.
차분하게 펼처진 글
걸음걸음 알찬 이야기
포근하네요.
고궁을 함께 걷고
이런저런 설명이 따뜻 했던,친구
언제나 적극적으로 믿어 주었던
내 좋은,친구가 26일,하늘나라로,갔었네요.
그의 영정 앞에서 잘가라는 인사는
한없는 눈물의 이별 이었어요.
아녜스님, 좋은 친구랑
만나고, 더,깊은 우정,나누세요.
평안하시기를
내 믿음의 주인이신 그리스도님 앞에
기도드립니다.
아멘
조윤정님 친구분과의 이별 소식을 듣고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저는 올해는 진실한 신앙인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새해에 저와 약속을
헸습니다 .
조윤정님께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길 ...
아녜스님의 글을 보면,
잔잔한 호수의 물결에 비치는 하늘 구름 같습니다.
호수변에는 둘레의 초목이 보이고,
하늘은 더 손이 닿지 않는 곳이지요.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와는 다른,
호수는 하늘의 구름을 그대로 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한 맘인 것 같습니다.
봄에도 그냥 가시고
가을에도 그냥 가시고...^^
제 성격이 그럴까요 ?
잘 모르겠습니다 .
아직 오프라인에 익숙치 않다보니
낯가림이 있습니다 .
언젠가는 수필방 식구들을 만나 뵐 날이
있겠지요 .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 한해도 콩꽃님이
수필방을 잘 이끌어 주시겠지요 .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필방에 오겠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정조에 미쳤던적이 있어요.
올 가을에는 창덕궁 후원을 가고 창경궁을 가보고
수원화성을 갔다와서 정조를 쓰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한 해가 무기력하게 갔어요.
넘 좋은 구경 하셨네요.
양수리 두물머리는 언제 가도 좋은데요.
특히나 전철이 두물머리 코 앞까지 가서
더 좋은 것같아요. 차를 안가져 가도 되니까요.
연꽃이 피는 계절도 좋구요.
지난봄에 한국에 갔을때 나무랑님이
가보고 싶다는곳을 다 다녀 왔어요 .
제게도 뜻 깊은 나들이 였답니다 .
올해는 나무랑님이 계획하신곳을 가보시고
정조 임금님 이야기도 써 주시길 바랍니다
다산 정약용의 묘를 내려 오는 계단에서 본
연못의 연꽃이 필 때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두물머리는 한번 가보았지요 .
영화에서도 나온 곳이라 낯설지가 않더군요 .
늘 신선함을 주시는 나무랑님이
올해도 변함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같이 여행할 친구가 있어서 좋겠습니다.
나도 다닐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겠어요,
제게는 축복이기도 하지요 .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
푸른비님처럼 저도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즐기는 나날을 살고 싶습니다 .
올 한해도 그런 나날 되세요 .
건강과 웃음이 늘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