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9일(금) 오전 11시경..... 남들은 잔인한 4월이라 말하지만 지난 겨울은 나에겐 몹시 추운 고통의 계절이라 따듯한 4월이 좋기만하다. 이제 황사도 다 지나 갔는지 하늘은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드러내 40대 후반의 내가슴을 설레게 한다. 집앞 정원엔 어느새 진달래,개나리,벗꽃이 지고 붉은색,분홍색,보라색,흰색의 철쭉꽃이 제철을 만나 아름답게 피기 시작해 나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 누가 꽃을 보고 감탄을 하지 않겠는가? 난 특히 남보다 더 꽃과 음악을 좋아해 내 택시 안엔 꽃과 음악으로 장식해 하루종일 운전하는 피로를 달래고 또 손님들께도 서비스 차원에서 시각,청각적으로 기쁨을 드리고 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학생들이 집에가느라 평소보다 터미널 가시는 손님이 많다. 서울 집에가는 학생을 터미날에 내려 드리고 막 출발하려는데 터미널 대합실에서 등산복 차림의 아주머니 네 분이 막 뛰어나오며 손을 흔든다. 방금전 앞에 기다리던 한 손님이 있었는데 학생이 택시요금 계산이 늦어지는 동안 다른 택시를 잡아 타고 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라서 뜻밖의 반가운 손님이다. 기분이 싹 가신다. 손님이 창문 밖에서 뭐라고 하셔 창문 유리를 내렸다. " 택시 여기서 타도 돼요?" " 그럼요. 어디든 모셔 드리죠." 아주머니들은 우루루 몰려와 뒷 좌석에 세 분 앞 좌석에 한 분이 타셨다. "어서 오세요.반갑습니다. 손님! 어디로 모셔 드릴까요?" " 오봉산 갈려고 하는데 얼마예요?" "예?" 땡이로구나! 조금전 앞 손님을 놓친게 다행이로다. 내 손님은 여기 따로 있는데 인간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 요금은 메타기로 가시면 정확 해요." " 예, 그럼 오봉산까지 가요." 핸들 돌리는 느낌이 가볍다. 오늘 날씨도 좋고 웬지 야외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던 터라 기분이 날씨 많큼이나 상쾌하다. " 어! 이 택시는 꽃차네요?" " 차 안이 넘 아름다워요." " 이게 다 뭐야요? 누가 써 붙인거예요?" " 아저씨는 인기가 좋은가봐요." " 와~ 이런 택시 처음 타네...." " 이 사진들은 무슨 사진이예요?" " 음악 신청하면 다 틀어 주는거예요?" " 오늘 웬지 춘천에 오고 싶더라니...." 손님들은 어린 소녀들 처럼 내 택시를 타고는 놀라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낸다. 택시안은 한 순간에 씨끌뽁짝 아수라장이다. 그런데 갑자기 뒷좌석 오른쪽에 타신 한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 맞다. 이택시 TV에서 봤는데...." " 예? TV에서 보셨어요?" 한 순간 그 아주머니에게 시선이 쏠렸다. " 작년인가 TV에서 이런 음악 틀어주는 택시 본적이 있어요. 달리는 음악감상실.....그 택시 맞아요?" 오~ 내 택시를 기억해 주시다니..... " 맞아요. 이 택시가 TV에 몇번 나왔어요." " 와~ 그럼 우리가 TV에 나온 택시를 탄거야?" " 진짜?" " 그러길래 내가 무조건 춘천으로 가자고 했잖아. 좋은 일이 있을꺼라고....." " 와~ 아저씨 멋져요." 택시 안은 걷잡을 수 없는 탄성과 비명으로 수습이 안될 정도로 분위기가 들떠 있었다. 그런데 TV에서 봤다고 한 그 아주머니가 어딘가 갑자기 전화를 한다. " 병수 아빠 나야요. 춘천에 도착했어요. 저기 저번에 TV에서 달리는 음악감상실 이라고 음악 틀어주는 택시 같이 봤잖아요. 예..... 그 택시 지금 탔어요. 예... 그택시 맞아요. 오~ 이런 행운이.... 테이프하고 CD하고 꽃하고 장난이 아냐요. 예 사진 찍어 갈께요. 가서 얘기 할께요. 그래요." 오~ 이런 남편께 내 택시 탔다고 자랑하는 전화였다. 왜 내기분이 덩달아 좋은고...... 이게 택시 운전하는 보람 아닌가.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 손님들 어디서 오시는 거예요?" " 우린 안양에서 등산할려고 춘천에 왔어요." " 그런데 오봉산은 어떻게 아시고요?" " 그냥 춘천에 가면 어디든 등산 할 수 있을꺼 같아 무작정 왔어요. 그런데 터미널에서 물어보니 등산하기에 오봉산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예~ 오봉산 등산하기도 좋고 청평사 소양댐 구경하시면 좋지요. 잘 오셨어요." " 그런데 오봉산 여기서 멀어요?" " 한 3~40분 가야해요. 춘천에 처음 오세요?" " 아냐요. 애네 둘은 춘천에 와 봤고 재하고 나는 처음이예요. 재가 춘천에 잠간 살았다고 춘천 가면 좋다고 해서 무작정 왔어요." "아 예~" " 거봐 내가 춘천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거라 했잖아." 춘천에 가자고 했던 아주머니의 어깨가 으쓱 올라 간다. " 내 친구 남편이 춘천 사람인데 사람이 그렇게 좋더라! 춘천와서 아저씨를 보니 춘천 사람은 다 좋은가봐.하하하하 " " 맞아, 내가 어릴때 잠간 춘천에 살았는데 나중에 나이 먹으면 춘천에 다시 와서 살고 싶어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고......" " 그럼 우리 이 다음에 춘천에 모여 같이 살까?" 어느듯 신나게 이야기 듣다보니 공지천이 한 눈에 들어온다. " 공지천이 이렇게 변했네?" 춘천에 잠시 사셨다던 아주머니가 옛생각이 나는지 입을 연다. " 아저씨! 옛날에 공지천에서 스케이트 타 보셨어요?" " 그럼요. 춘천 사람치고 스케이트 못타면 간첩이지요. 그땐 전국 빙상대회도 춘천 공지천에서 열기도 했지요. 스케이트 잘 타세요?" " 잘은 못타지만 어릴때 밤이면 공지천에 나가 스케이트 타던 생각이 나요. 친구들하고...그 추운줄도 모르고 손 호호 불어가며... 남학생들이 졸졸 쫓아 다녔는데....." " 야! 너한테 무슨 남학생이 졸졸....." " 아냐 진짜야" 앞에탄 아주머니가 면박을 준다. " 손님! 혹시 이노래 아세요?" " 무슨 노래요?"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린다. " '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영화' 이 노래요. 4월과 5월이 불렀던가?" " 아~ 그 노래요. 알아요. 저도 그 노래 부르며 스케이트 타던 생각이 나요." 나도 모르게 노래가 시작 되었다. " 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영화 선녀처럼 스케이트 타던 영화와 부딪치고 나서 미안하단 말하자 무표정 했던 영화 그후 우리는 슬픈 일이나 즐거운 일이나 같이 얘기 했죠. 우리의 사랑이 익어 갈때면 4월이 오겠죠 그리고 5월이 라라라라라 라라랄 라라라라라 라라라~ 부딪치고 나서 미안하단 말하자 무표정 했던 영화" 우리는 어느새 하나가 되어 노래를 같이 불렀다. 행복한 순간이다. " 와~ 아저씨 멋쟁이다. 노래도 잘 부르고...." " 감사합니다. 가끔 이렇게 좋은분들 만나면 노래도 같이 부르기도 해요." " 저도 택시 타고 노래 부르기는 처음이에요." " 참! 이노래를 아실 정도면 저하고 연배가 비슷하겠네요?" " 어! 비밀인데......" " 우린 40대 중반이예요. 이웃집에 살고 있는데 오랜만에 바람 좀 쐐러 가자고 했어요. 그치 언니?" " 맞아요. 난 오늘 우리 딸한테 거짓말 하고 왔어요. 우리 남편한텐 얘기 했는데.... 우리 딸이 고3 이거든요.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엄마는 놀러 다닌다 할까봐 옷도 외출복 그냥 입고 모자는 가방에 숨겨 나왔어요. 하하하" 나도 고등학교 다니는 딸 가진 사람으로 충분히 이해가 갔다. 공지천을 지나 강변도로를 신나게 질주하였다. 소양강의 맑고 푸른물 그리고 삼악산과 먼 이름모를 산봉오우리들의 어울림이 한폭의 그림이다. 춘천 사시는 분들이 이런 자연속에 파묻혀 살다보니 자연인처럼 마음씨가 곱고 끈끈한 정이 많은가보다. 맑고 따사로운 햇살이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고 맑게 씻어준다. 손님들은 들뜬 마음에 무엇이 그리 할 얘기들이 많은지.... 꼭 봄소풍가는 여학생들 보는 기분이다. 나도 덩달아 소풍 간다고나 할까...... 소양2교가 한눈에 들어 오면서 강변 인도에 일본 관광객들이 겨울연가 촬영지안 욘사마 배용준과 최지우가 처음 만났던 그 자리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좌판기를 펴고 기념품 파는 아줌마도 신이나는지 분주하게 움직인다. " 아저씨 저기 웬 사람들이예요?" " 예~ 일본 관광객들이예요. 겨울연가 촬영지 보려고 하루에도 몇 백명씩 춘천을 찾아요. 저 자리가 욘사마 배용준과 최지우가 버스에서 내려 처음 만난 자리래요. 그리고 시내쪽으로 조금만 가면 준상이 배용준이가 살던 집도 있고요. 배용준이가 춘천에 이사와서 우리 모교 춘천고등학교에 다녔는데 배용준이가 학교지각할때 몰래 담장 넘어 다니던 바로 그 담장 보러 일본 관광객이 많이들 와요." " 와~ 그래요?" " 그리고 춘천 명동 거리는 일본관광객과 중국관광객들로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 더 많아요. 명동 뒷골목에 춘천 닭갈비 골목이 있거든요. 한 50여개 닭갈비집이 한 곳에 모여 있는데 외국 관광객이 더 많아요." " 야! 우리 있다가 갈때 명동에서 닭갈비 먹고 가자" 앞에 탄 이쁜 아줌마가 일행한데 앞으로의 일정을 수정하자 한다. 물론 100% 찬성이다. 난 내친김에 춘천 자랑을 신이나 더 했다. " 춘천 명동엔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해서 종업원들도 간단한 영어는 물론 일본어,중국어는 조금씩 할 줄 알아요. 민간 외교관이라고나 할까? 춘천시에서 종업원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교육도 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명동 거리엔 조형물도 많이 설치해 놨어요. 안내문 ,겨울연가 사진,포스터 또 외국인 한테는 별도의 선물까지 주고 있고요. 춘천 전체가 외국인 관광지나 다름이 없어요. 춘천 시민은 안내원이고요. 저도 겨울 연가 포스터를 창문 유리에 붙이고 다니잖아요. 보세요." " 와~ 대단하네요." " 이따 가실때 준상이네 집하고 담장 구경하시고 명동에 가셔서 닭갈비 막국수 드시고 가세요." " 춘천 닭갈비 막국수 드셔본 사람 있어요?" 일행중 세분은 맛보았지만 한분은 못먹어 보셨다 한다. " 그런데 우리 안양에도 춘천 닭갈비집이 있는데 춘천에서 먹는 맛하고 전혀 틀리던데요?" " 하하하. 그게 노하우이기도 하지만 춘천엔 물이 좋잖아요. 닭도 국산닭만 쓰고 메밀도 손수 인근 중도에서 재배해서 직접 가루를 만들어 만드니 맛이 틀릴 수 밖에요." " 맞아! 거기서 먹는맛하고 춘천에서 먹는 맛하고 완전 틀려" 옆에 탄 아주머니가 맞장구 치고 나온다. " 그래서 제가 권해 드리는 겁니다. 춘천엔 매년 닭갈비 축제와 막국수 축제를 열어요. 참! 몇일 있다 음~ 5월 4일부터 5월 8일까지 닭갈비 축제가 있어요. 또 7월엔 막국수 축제가 있고요. 전국 미식가들이 많이들 오세요. 그때 한번 다시 오세요. 제가 안내 해 드릴께요." " 야! 우리 오늘은 닭갈비 먹고가고 7월달엔 막국수 먹으러 오자" " 좋았어!" 의견이 척척 맞는다. " 손님! 춘천까지 어렵게 오셨는데 기념사진 한장 찍고 가시죠? 제가 찍어 드릴께요." 손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차에서 내렸다. 우린 일본 관광객 틈에 끼어 배용준과 최지우 사진 앞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기념품으로 핸드폰고리 한 개씩 사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덕분에 나도 핸드폰 고리 한 개를 선물로 받았다. 손님들 기분이 한껏 고조돼 있었다. 우리는 다시 오봉산을 향해 출발 하였다. 소양2교 앞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하고 있는데 춘천 마임축제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 손님! 춘천엔 축제가 몇개 있는데 5월 말엔 마임 축제가 있어요. 매년 20여개국에서 참가하는 국제적인 마임 축젠데 몇일 동안 밤새도록 공연하는데 춘천 시내가 기간 내내 축제 분위기예요. 저도 작년에 가족들과 공연 보고 왔는데 감동이었어요. 춘천 인형극장에서도 하고 위도 섬,춘천 명동거리에서도 해요.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구경하러 오세요." " 춘천엔 구경 할 축제가 많네요." " 그럼요. 참! 이번 일요일엔 전국 인라인 스케이트 대회가 있구요. 가을이면 그 유명한 국내 최대 조선일보 마라톤 대회가 있지요. 아마 몇천명 아니 몇만명이 전국에서 마라토너들이 가족과 함께 왔다가 몇일 묵고 가시는분들도 많아요. 그때는 춘천 인근의 여관까지 손님들로 꽉 차 많원이예요. TV로 중계하는데 의암댐풍경이 장관이예요. 울긋불긋 단풍이 푸른 호수와 어우러져 건각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내 가슴도 덩달아 뛰는지....." " 경숙아! 저기 미영이네 아빠도 매년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잖아. 풀코스 뛰어서 메달도 타왔다 하던데?" " 오~ 그래 남편자랑 디게 하던데. 하하하" 우리는 잠시 들녁 새싹들의 푸르름을 만끽하며 흐르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 근데 아저씨! 이 사진들은 다 뭐래요?" " 아~예 이사진은 세자매라고 제가 돕고 있는 아이들이예요. 그리고 이 사진은 다음카페 '달리는 음악감상실' 정기모임 단체 사진이고요. 이건 춘천 명동 이건 서울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이 아주머니가 이 모임에 참석하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 타고 오신 비해피님이세요. 그리고 이분이 우리 운영자 갯마을님이시고 이분이 운영자 안개님, 이분이 스카이님, 감동이지요? 혹시 누가 인터넷 하세요?" "와~ 대단하시다. 제가 하는데 함 들어가 봐야겠네요." " 다음 카페 taxilover 달리는 음악감상실 이예요." 다른 분들은 인터넷을 못하나보다. " 참! 제가 명함 드릴께요. 제 명함에 우리 카페 주소가 있구요. 함 들어와 보세요." 나는 명함 네장을 손님들께 하나씩 나눠 드렸다. " 제 택시 타신 분들을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 회원은 전국에 또 해외까지 한 3천명 되구요." " 제가 명함 드리는 이유는 손님들께서 혹시 제 택시에 소지품을 놓고 내리시면 저한테 연락하셔서 찾아가시라고 드리고요. 또 택시가 급할때 콜하셔도 돼구요. 또 밤 늦게 여성분들 택시 타시기 겁나시잖아요. 안심하고 가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 와~ 이런 배려를.... 연예인이시네요?" " 제 팬클럽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 세자매 네티즌 부모이기도 하구요. 이 세자매는 13년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양부모를 여의고 고모 할머니와 같이 어렵게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손님들이 콜부르시면 콜비 천원과 손님이 놀고 내리신 잔돈은 여기 돼지저금통에 넣어 카페 정기모임때 회원님들과 같이 세자매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이 사진이 세자매가 돼지저금통 들고 있는 사진이예요." " 와~ 아저씨 진짜 멋쟁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 야! 너희들 돈내" 제일 맏언니가 동생들한테 성금을 내라 종용한다. 맏언니가 걷어 저금통에 넣어준다. " 고맙습니다. 잘 전달 할께요. 이 저금통이 65번째 저금통인데 울 카페 회원님들도 다달이 얼마씩 온라인 통장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까지 한 1400만원정도 되구요." "와~ " 모두들 입을 딱 별리고 다물지 못한다. " 참! TV에서 이 세자매도 봤어요. 애들이 그 세자매구나...... 애들이 다 이쁘네요?" " 예, 다 하나같이 이쁘고 착해요. 카페 정모때 항상 같이 모여요. 춘천하고 서울에서 번갈아가며 모이니까 서울 정모때 꼭 참석 하세요." " 그래요. 꼭 가입하고 정모에 참석 할께요." " 김미화,유정현,안선영 이 연예인들도 이 택시 타셨어요?" " 그럼요. 제가 SBS 고향에 가다 프로에 춘천의 명물로 선정 됐을때 제택시 취재하러 춘천에 오셔서 제 택시 타고 싸인 한거예요." " 와~ 어디 앉았었어요?" " 바로 그자리에 유정현씨가 앉았었어요." " 와~ 영광이네?" " 나도 앉아보자 하하하" " 이 사진은 가족 결혼 사진인가봐요?" " 아냐요? " "그럼이요?" " 그 사진은 제가 '2003년 대한민국을 빛낸 사람'에 선정돼 청와데에 갔을때 노무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예요." " 와~ 진짜 우리가 영광이네? 이런 택시를 타다니." 택시안은 환호와 감탄으로 아수라장..... " 이런 택시가 많아요?" " 아니요. 대한민국에서 한 대 밖에 없는 유명한 택시를 타신거예요." " 와~ 와~ 짝짝짝" 박수를 치며 난리다. " 아저씨! 이 포스트 용지엔 누가 이렇게 글 쓴거예요?" " 아~ 그거요? 손님들께서 제 택시 타서 영광이라고 저에게 한 마다씩 남기고 간거예요." 내 택시 천장엔 손님이 남기고간 포스트용지가 형형색색으로 붙어 있다. 연인들이 타면 사랑의 맹세로 남기기도하고 아니면 친구나 형제, 부모한테 남기고 싶은 글도 써 놓기도 한다. " 야! 우리도 쓰자. 아저씨 종이 있어요?" " 그럼요. 볼펜도 여기 있구요." 손님들은 서로 한장씩 쓰느라 정신이 없다. " 언니! 우리 이름도 쓸까?" "이름은 뭐하러" "난 빨간 종이에다 써야지..." "빨리쓰고 볼펜줘" "글씨가 뭐이래 다시쓸래" "괜찮아 흔들리는 차 속에서 쓰는데 뭐" 손님들은 꼭 유치원생들 처럼 호들갑을 떨며 글을 쓴다." " 됐다. 아저씨 여기다 붙이면 돼요?" " 아무데나 붙이세요. 붙이고 싶은데다" " 넌 뭐라고 셨는데...." " 언니 보지마 ..." " 하하하 한분씩 쓴거 일거봐요. 누가 제일 잘 썼나" " 너부터 읽어" " 큰언니부터 읽어야지" " 이거 쑥스럽구먼 하하하" 큰언니부터 읽어 간다. "40대 처녀들의 봄나들이 멋진 오빠와 감미로운 음악 행복한 날들만 늘 있길.... 안양 옥분이..." " 와~ 우리가 처녀야. ㅎㅎㅎㅎㅎ" " 다음 두번째 언니...." " 음~ 상쾌한 기분 호숫가 긴 의자에 앉아 감이로운 음악들으며 편히 쉬었다 가노라 승차하신 모든분들 늘 행북하세요. 2005,4,29 안양의 순미가" " 야! 너 글 잘 쓴다 야 짝짝짝" " 달리는 음악감상실 택시를 타다 행운의 날 와우~ 우울함이여 안녕 행운만 있길.... 2005년 4월 29일 안양의 경숙이가 춘천에 다녀가며..." " 막내 이쁜 아줌마 읽어 봐요." " TV에서 봤는데 너무 신기하고 편안했습니다. 언니들! 우리의 우정 변치말자! 다음 춘천에 오면 꼭 다시 타고 싶어요. 영...." " 다들 이쁘게 잘썼어요. 제가 특별한 손님들께 선물 드리는게 있거든요? " 뭔데요?" 선물을 준다니 모두들 화들짝이다. " 책갈핀데요. 아무한테나 드리는 선물이 아냐요. 멀리 안양에서 오셨고 글도 다 잘쓰셨고해서 선물로 하나씩 드릴께요." 나는 서랍에서 책갈피를 꺼내 하나씩 나눠 드렸다. 앞면엔 "아름다운 호수 따듯한 정이 넘치는 곳 호반의 도시 춘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05년 4월 달리는 음악감상실 허남수 드림." 뒷면엔 다음과 같이 써 있다. " 달리는 음악감상실은 음악을 좋아하고 따듯한 정이 있는분이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머무시는 동안 좋은음악 들으시며 사랑과 행복을 가득 채워 가시길...." " 고마워요. 이런 선물까지 받아 가다니......"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다. " 손님! 선물도 받았는데 누가 노래 한곡 해 보시죠?" " 언니! 노래하면 언니잖아 전에 노래자랑에도 나갔었고...." 언니는 슬그머니 뺀다. " 그러면 노래 신청하세요. 의자 앞에 음악 차림표를 보시고 신청하면 돼요. " " 내가 먼저 신청할께 음~ 조관우의 늪 있어요?" " 저는 이수영의 노래 립스틱 짖게 바르고요." " 난~ 안재욱의 친구요" " 언니들! 그래도 달리는 음악감상실인데 그런 노래보다 비발디의 사계 전곡 틀어주세요. ㅎㅎㅎㅎㅎㅎ" " 야 니가 음악을 아냐? ㅎㅎㅎㅎ" " 그래요. 순서대로 틀어 드릴께요." 난 순서대로 음악을 틀어 드렸다. 신청곡 '늪'이 끝나고 다음노래 '님은 먼곳에'가 나오자 모두들 잘 안다는 듯이 일제히 합창으로 부른다. " 사랑한다고 말할껄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것을 사랑한다고 말할껄 그랬지 망설아다가 가버린 사랑~" 어느새 체면도 잊은채 제 목소리가 크다는듯 자랑하고 있었다. 어느 아주머니는 반주까지 어느 아주머니는 박수도 치고 어느 아주머니는 화음도 넣고 어느 아주머니는 장단도 마추고.... 신들이 났다. 윗샘밭을 지나 굽이굽이 경사 도로를 따라 흔들리며 노래 부르며 정신 없이 올라 갔다. 올라 갈 수록 간간이 춘천시내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언제 보아도 아담하고 정기가는 도시다. 울산 현대그룹인 현대알루미늄에 취직해 25년간 근무하다 사표내고 외주업체로 등록해 사업을 하다 모기업인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로 덩달아 부도나 사업을 접고 춘천에 온지 5년.... 신용불량에 월급의 50%를 압류당하고 있지만 맘편히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 다행이다. 손님들께 친철을 베풀 수 있다는 것과 세자매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고 행복이다. 벌써 도로변 나눗가지엔 짖은 녹색의 잎으로 갈아잎은 나무들과 나무그늘에 숨어 수줍듯 피어난 철쭉꽃이 어우러저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 신청곡인 비발디 사계 봄 1악장의 바이올린 선율과 이름모를 봄꽃들과 어우러져 우리는 어느새 자연의 신비로 황홀함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느덧 양구와 오음리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해 우회전 하였다. 가면 갈 수록 전방에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몇 십년 묵은 원시림에 계곡이 어우러져 갈수록 자연의 신비로 빠져들었다. 손님들도 자연경관에 감탄사 연발이다. " 제택시 써비스 소개를 해 드릴께요. 제가 CD로 녹음을 해 놨거든요. 들어보세요," 사전에 녹음된 서비스 소개가 차내에 울려 퍼진다. " 손님! 안녕하세요? 저는 봉호운수의 허남수라 합니다. 먼저 제 택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본 택시는 달리는 음악감상실 택시 입니다. 먼저 손님께 세가지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손님을 편안하고 즐겁게 모시는 택시 둘째, 손님을 먼저 배려하는 택시 셋째, 사랑과 따듯한 정이 넘치는 택시를 만들겠습니다. 이 세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몇가지 서비스를 준비 해 놓았습니다. 손님! 이 택시는 달리는 음악감상실 입니다. 손님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즐겁고 편안하게 가시라고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실내 장식을 하였고 의자 앞에 음악차림표를 준비 해 놓았습니다.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신청하시면 틀어 드리겠습니다." 맨트는 계속 이어졌다. 세자매 소개와 울 달리는 음악감상실 카페 소개도 이어졌다. " 와~ 아저씨 목소리도 멋지시네요." " 감사합니다. 이 배경음악은 실은 제가 키타로 연주한 곡이야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타레가의 '알암브라궁전의 추억'이라고요." " 들어 봤지요. 나도 이 음악을 무지 좋아하는데..... 진짜 이러다 아저씨가 좋아지면 어떻하지요?" " 우하하하 아저씬 음악 재능이 있나보다." 굽이굽이 1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바리개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다 왔나 보다. 경비아저씨가 길을 막고 입장료를 내라 하신다. " 손님! 여기에서 오봉산 등산하시고 오시면 되요. 그리고 여기서 한 30분쯤 걸어 내려가시면 천년의 사찰 청평사가 있어요. 구경하시고 계곡따라 내려가시면 아름다운 폭포도 있구요. 그리고 더 내려 가시면 토종 음식을 파는 식당들도 많이 있으니 배도 출출하실텐데 드시고 가세요. 선착장에서 배 타시고 소양땜까지 배타고 가시면서 경치 구경하시면 좋아요. 참! 이따 내려가시다 춘천에 들려 닭갈비 드시고 가는거 잊지 마시고요." "예 고마워요. 요금 얼마세요?" " 3만원 나왔네요." " 이거 4만원인데 나머진 세자매한테 넣어 주세요." " 고맙습니다." 난 만원을 돼지저금통에 넣어 주었다. " 아저씨 고마워요. 참! 사진 찍어 주셔야지" 나는 일행과 같이 사진을 찍어 드리고 또 경비아저씨께 부탁해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서로 헤어짐을 아쉬어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아저씨 다음에 오면 또 전화 할께요. 핸드폰에 입력 해 놨어요." " 고마워요. 다음에 막국수 축제때 한번 더 놀러 오세요." " 예 고마워요. 꼭 놀러 올께요." 손님들은 계속 인사를 하며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핸들을 돌려 오는데도 안보일때 까지 손을 흔들어 준다. 나도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 우리 달음실 카페에서 만나요." 잠간 만난 사인데 정이 들었나보다. 오랜 친구를 보내는 이 기분.... 허전하다. 혼자 돌아오는 길이 행복감에 나를 미소 짖게 한다. 언제 다시 볼 수가 있을까? 더 친철하게 해 드릴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처음 춘천을 찾는 손님들께 나로 하여금 좋은 이미지로 남아 다시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돌어오는 길이 푸른 하늘에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연록색의 숲이 나를 한결 가슴 벅차게 한다. -끝- ★웃지 않고 보낸 날이 가장 헛되이 보낸 날이다.★
[ 춘천 의암호 ]
[ 춘천 소양 2교 ]
[ 춘천 소양2교 ]
[ 단풍나무 ]
[ 춘천 중도 ]
[ 황명산 ]
[ 춘천 문배마을 ]
[ 오봉산 ]
[ 춘천 소양호 ]
첫댓글 시간나면 한번 들릴께요.. 이글에서 나오는 바로 그분이신가요..그렇다면 아주 반가운 님이시네요..만나뵙게 되서 반갑고요..여기에 자주 오세요.춘천 소양호 바로밑에 흐르는 강가에서 겨울철에 빙어잡는 재미와 빙어맛 정말 좋았는데 이번 겨울 다시 가봐야지..여기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화이팅!!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