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터 아들넘이 포항에서 병원개원을 한다기에 어제 하루를 짬내어 다녀왔다.
그전에 한두번 다녀왔었지만 내장을 끝내고 나니 제법 병원 같아 보였다.
병원은 4차선 네거리에 코너 건물로 전면이 라운드형으로된 건물이라 내장 하는데
좀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어려움이야 돈이 말하는거 아닌가.
2층인데 혼자쓰기에는 좀 넓고, 일부를 떼내기에는 구조가 좋지 않아서 월세를
싸게 주겠다는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를 쓰기로 하니 꽤나 넓어 보였다.
개원 하루전이라 컴퓨터의 작동을 실험하는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하여 간호원이
다나와 있었다.
갈때 면도를 께끗이 하고 모자를 쓰고 가서 그런지 처음보는 간호원들이 나보고
젊어 보인다나...기분좋은 말이다.
첫손님으로 내 귀를 들이대고 내시경과 컴과의 연결 상태를 점검했다.
난 해외 나가기 전에는 친구 병원에서 귀지를 청소하고 가는 버릇이 있다.
아들넘한테서 귀를 치료하는게 처음인것 같다.
병원을 개업하는데 든 비용은 그동안 모은돈과 작년에 울산에 있을때 며느리가 분양
신청을 해서 전매했던데서 꽤나 많이 벌어서 비용의 반을 부담할 정도가 되니 많이
수월해 보였고 대견하기도 했다.
나머지 반은 은행융자를 쓰겠다고 하기에 내가 무이자로,장기조건으로 주겠다고 하니
비용처리 관계도 있고해서 융자를 쓰겠다고 거절한다.
장기 조건이라지만 자식이 상환하지 않으면 자기것 되는건데...
내칼도 남의 칼집에 있을때는 내것 아닌것 아닌가?
물론 남의 칼도 내 칼집에 있을때는 내칼이지.
난 아들넘을 의과대학에 입학시켜놓고 지금까지 매년 조금씩 개원 준비를 위한
저축을 하여왔었다.
물론 아이들이 너댓살 될때부터 결혼을 준비하기 위하여 저축을 했던거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말이다.
박봉으로 생활했던 시절과 나이 50이 넘어서 시작한 조그마한 업이라 그리 목돈을
만지기에는 힘이 들것 같아서 였다.
항상 미리 준비하면서 살아온 방법이 그래도 훗날 나를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하는것이 나의 존재의 이유인것 처럼....
아이들 결혼도 마찬가지였고,아들넘 개원 준비자금도 그렇게 해서 마련해 놓았는데
아들넘이 거절을 하니 많이 섭섭한 마음이다.
내 친구중에 70년 중반에 개원을 했던 친구가 있는데 너무 어려움을 느꼈는지
부모가 한푼도 거들어 주지 않었던것에 대한 불만을 종종 들은적이 있다.
더우기 친구 부인의 불만은 나중에 시아버지를 모시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걸 보아왔던터 였다.
그래서 난 미리 준비를 해 왔었다.
또 언젠가 닥쳐올 내 노후의 자식들로 부터 보험을 드는 마음도 있고해서...
그런데 아들넘이 사양을 하니 갑자기 내 설자리가 없는 황량한 마음이 든다.
어제 메일로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나의 제안이 아직도 유효하니 언제라도
오퍼를 띄우라고 했다.
지금이 9시 20분이 지났으니 첫손님이 왔을까?
그냥 노파심에서 걱정만 할 뿐이다.
지난번 백두대간 시산제때 오직 이넘의 개원만 빌었는데...
서부영화음악-역마차(the stageco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