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전주에 와서 처음 맞는 봄이다.
왠지 올해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막연히 번뇌로부터 해탈하여 새로운 세계를 맞을 것 같다.
봄철 최대 마라톤 행사인 동아마라톤도 지난 주에 끝이 났다. 지난 겨울 동아마라톤을 위하여 농생명로 달리기를 반복하였고 이젠 동아마라톤도 끝나고 봄이왔다. 봄이오면 새로 정착한 전주의 사방을 둘러보고 싶다. 해서 변재완 훈련부장에게 삼천을 달릴 수 있는 도청에서 만나자고 제안하였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강을 끼고 발달한다. 북쪽에 대표적인 산이 있고 이 산에서 발원한 물이 도시를 관통해서는 더 큰 내에 합쳐지거나 바다로 간다. 수원의 경우에 북쪽 광교산에서 발원한 물이 수원천이 되고 도시를 관통하고 의왕에서 흘러온 황구지천과 합쳐져서 서해로 흐른다. 전주는 다소 특이하게 모악산 등의 남쪽에서 발원한 물이 삼천을 통하여 전주를 적시고 전주천과 합쳐 만경강에 이르러 새만금으로 해서 서해로 간다. 우리나라 도시 중에서 동남서가 산악지형이고 북쪽이 입구가 되어 북쪽으로 물이 흘러가는 도시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을 따라가면 어디든 갈수 있다. 수원 시절에는 수원천을 따라서 광교산을 오를 수 있었고, 서호천을 따라 광교산을 넘어 안양천을 타고 한강까지 갈 수 있었다. 전주도 도청에서 삼천을 따라 북쪽으로 10 km 내려(?)가면 만경강에 이르고 이를따라 25여 km를 가면 서해 새만금에 이른다. 만경강을 따라 동으로 가면 현대자동차가 있는 봉동, 고산면을 지나 대둔산까지 갈 수 있다.
반대로 삼천을 거슬러 남으로 올라(?)가면 구이저수지에 이르고 구이저수지에서 제를 넘으면 옥정호인데 이물은 우리나라 강줄기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섬진강 길이 되어 남해에 이른다.
전주 주변의 물길을 구경하고 싶다.
서론이 매우 길었네요.
김둘이, 김정곤, 윤형주, 홍승범이 도청 남문주차장에 모였습니다. 역시나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재잘거리면서 몸을 풀고 김정곤님이 가지고온 지리산 뱀사골 고로쇠물로 목을 축이고는 삼천을 향합니다. 다소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한옥마을 대신에 만경까지 달리기를 권했고 이에 동의를 합니다.
도청 쪽문을 나와 도로를 건너고 효자교 아랫녘에서 바로 삼천으로 내려갑니다. 포장 길이 넓고 바르고 사람도 많지 않아 여기서 거리훈련, 속도훈련, 모든 훈련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몇년전인가 서호천의 수원성 교회 옆의 화산교에서 물을 갖다 놓고 가슴다리 까지 시간을 재어가며 속도 훈련하든 생각이 납니다. 여기도 충분히 그런 속도훈련이 가능하겠습니다.
곧 마전교입니다. 다리 밑이 넓습니다.
과천에서 모여서 한강을 향해 뛰어가다 보면 큰 다리들이 나오고 이 다리 아래에는 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시설들이 있고 어떤 다리 아래는 마라톤 동호회의 모임장소가 있었습니다. 마전교는 이런 목적으로도 훌륭할 것 같습니다.
마전교를 지나서는 삼천의 동안(東岸)으로 건넙니다. 더 내려가면 서안(西岸)길이 끊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여기서 삼천을 가로 질러야 한옥마을을 가든 만경강으로 갈수 있습니다. 삼천의 동안길 역시 매우 훌륭합니다. 무었보다도 삼천은 물줄기 양쪽으로 습지가 넓어 경관이 좋고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다보면 뱀출현주의라는 푯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표시입니다.
이윽고 홍산교를 지나면 전주천과 삼천이 합수되는 요지에 편한세상 아파트가 있습니다. 이편한세상 아파트를 끼고 우측으로 돌면 전주천이고 곧 이 천을 건너는 옛날 다리를 재현한 섶다리가 있습니다.
두 하천이 만나 수량이 많아지고 물의 속도도 빨라집니다.
글쓰는 속도도 빨리 해야겠습니다.
전주천을 따라 만경강으로 가는 길은 넓고 바르고 사람도 적습니다. 뛰기에는 매우 좋습니다만 다만 햇빛을 가릴 것이 없어 여름에는 많이 더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오월까지는 훈련하기에 매우 훌륭한 장소로 생각됩니다.
전주천 변으로는 다양한 식물들이 많습니다. 야생의 냉이, 소리쟁이, 갈대 등등에 시에서 조림한 싸리나무, 구근식물 등등 제철이 되면 정말로 이쁠 것 같습니다. 물도 도심을 흘러내려온 물 치고는 이정도면 좋습니다. 규모로 치면 서호보다는 훨씬 커지만 맑기는 거기에 버금갑니다. 만경강에 다다르면서 간혹 축산 분뇨 냄새가 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건강한 자연의 향입니다.
도청에서 편한세상 합수부까지 2 km, 합수부에서 전주천을 따라 만경강까지 8km해서 10km를 달려 만경강에 다다랐습니다.
만경강은 그야말로 강입니다. 엄청 넓습니다.
저만치에 삼례의 우석대학교가 보이고 만경강가로 심겨진 벚나무가 보입니다. 한달까지는 아니고 보름 좀 더 지나면 만경강 가의 길이 벚꽃으로 장관일 것입니다. 그 때에 저 길을 자전거로 누볐으면 합니다.
전주에서 삼례로 만경강을 가로지르는 소로가 나있습니다.
운치있는 시골길 같은 느낌이라 이를 즐기기 위하여 살랑살랑 걸어봅니다. 각종 풀들 꽃들, 나무들이 정겹습니다. 농업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분들이라 이 넓은 공간을 잘 활용할 묘안이 없을까 궁리해 봅니다.
구 1번 국도를 가로지르는 삼례교 가까이에 오면 만경강을 모두 건넙니다. 마지막 부분은 예쁜 돌 벽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만경강을 완전히 건너서 만경간의 북안(北岸)에 다다랐습니다. 농어촌공사 건물이 있고 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만경강을 가로지르는 이 길이 약 1.5 km나 됩니다.
돌아오는 길 역시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만경강을 가로질러 와서는 다시 달립니다.
이번에는 전주천 안길이 아니라 제방뚝길로 달립니다. 간간히 차가 다니기는 하지만 안전에 문제가 없고 시야기 트여 달리기 좋습니다.
갔던 길을 돌아오는 것은 모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빠릅니다.
다시 8km를 달려 이편한세상의 합수부에 다다랐고 전주천의 섶다리를 건넙니다.
이어 삼천으로 갈아타고 다시 1 km를 달려 삼천의 동안부로 건넙니다.
Cooling down을 위하여 그리고 삼천을 즐기기 위하여 설렁설렁 걸어서 건넙니다. 삼천의 물이 쓸만합니다. 회원님들이 다리 위에 그리고 물속에 똑 같은 선명도로 있습니다.
이렇게 삼천 2km, 전주천 8km, 만경강 1.5km를 반복하여 23 km를 7시부터 10시반까지 3시간 반동안 달리고 즐겼습니다. 지난 주에 동아마라톤을 뛴 선수들이라 20km미만을 달려야 하는데 만경강이 너무 멋있어 다가가고 그리고 건너는 바람에 20km를 훌쩍 넘겨 죄송한 맘입니다.
하지만 화창한 봄날씨에
건강한 삼천, 전주천, 만경강을 건강한 심신으로 봄을 즐기면서 달렸기에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 기운을 이어 다음주에는 삼천을 남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구이저수지까지 달려보자는 의견입니다.
변재완 훈련부장님 들어 주세요.
오늘 뛴길입니다. 우리가 뛴길은 하늘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그린 것이 아니라 트랭글프로그램이 그린것입니다.
지도를 확대해 봅니다. 아래 하늘색 부분이 우리가 뛴길이고 11.5km입니다. 새만금, 대둔산, 구이저수지 아래 옥정호 등이 멀지 않지요? 모두 뛰어 갈 수 있겠지요?
첫댓글 의미있는 훈련이었습니다.
삼천, 전주천, 만경강가로 길이 잘 나 있어서
마음만 뭉치면 우리청에서 뛰어서 이 강변을 따라 새만금까지 갔다가 오는 것도
그리고 삼례, 봉동 등 어디까지라도 강변의 좋은 길을 따라 마음껏 달리고 올 수 있습니다.
정겹게 펼쳐지는 만경강의 풍치가 따스한 봄날에 연인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온 느낌이었습니다. 달리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교훈으로 삼겠습니다. 특히 물그림자의 사진은 일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