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삐삐요금 안내면 신용불량자 ?

[버팀목]

며칠 전 '(주)성민자산관리'라는 곳에서 '채권양도통지문'이라는게 날아왔습니다.
함께 날아온 통지서에는 103,820원이 적혀 있더군요.

보내온 내용을 보면,

2001년 기업부도로 법정관리 신청을 한 (주)해피텔레콤 채권을 매입한 (주)성민자산관리 입니다.
당사가 귀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아래 기재의 채권 및 이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2008년 6월 30일 부로 양수인인
성민자산관리주식회사로 양도하였기에, 민법 제 450조에 의거하여 통지하오니, 차후 본 채권의 채무에 관한
일체의 사항 (채무금변제 등)은 본 채권의 양수회사인 성민자산관리주식회사와 협의하여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적혀 있군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작년 가을인가 한 번 비슷한 내용의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무시무시 하게도 돈을 안내면 '신용불량'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죠.
금액도 당시에는 12만워 정도로 지금보다는 2만원 정도 비쌌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온 통지서는 어머님이 받아보셨는데,
아들이 신용불량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바로 내실 뻔 했습니다.
다행히 은행가시기 직전에 저와 통화가 되어서 밀린게 있으면 내더라도
무슨 내용인지 확인은 해보고 내자고 일단 어머님을 말렸습니다.
작년 이맘때 핸드폰 요금이 얼마 나왔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십여년 가까이 된 삐삐요금을 내라니, 우선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눈팅계의 귀족이라고 불릴정도의 수집력을 가지고 있는 전,
생활화된 검색을 했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저와 같은 통지서를 받으신 분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인 듯한 어느 분이 한마디로 정의하신 것을 보면 이렇습니다.

"새가슴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기치려는 수작"

일단 전화부터 하고 보시는 분들은 이미 전화를 하셨고,
그 통화 내용을 요약하자면,

해피텔레콤이 파산되어서 자기네가 인수하고, 어쩌구 저쩌구,
이자까지는 내시지 마시고 원금만 내라고,
124,070원이라고 고지된거 말고 70,470원만 내라고 한다네요.
(믿음이 안간다, 회사 이름도 처음 들었다, 고 말하면)
조금 안좋게 말씀하시고 그러면 우선 순위로 블랙리스트에 올린다음
신용불랑쟈로 올린다, 고 한다네요.
(서류에는) 월급부터 예금, 통장, 보증금, 가전집기류 압류까지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검색을 더 하니,
체납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10만여명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그 들중 일부는 벌써 냈으리라 생각합니다.
1%만 납부를 해도 1000*100000 = 100,000,000 일억이군요.

멋진 낚시 입니다.
편지 보내서 낚으면 10만원씩.

낚시가 아닐지도 모른다구요?

네, 사실 저도 민법책이라고는 K모군(27세, 한양대법학과휴학,현재편의점알바중)의 방에서
번갈아가며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라면냄비 받침으로 밖에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민법 뭐 몇 항 어쩌구 하면, 싸우자고?, 라는 소리로 밖에 안들립니다만

25일 한국소비자원, 대한법률구조공단 및 성민자산관리 등에 따르면 통신요금 채권 소멸시효는 3년이며 통신업체가 법정관리, 또는 매각될 경우 채무자에게 최고서를 발송, 6개월간 소멸시효를 연장한 뒤 소송 등을 통해 채무관계를 해결해야 한다.

또 업체가 법원에 예외규정으로 채무회수 관련 단서조항 등을 게재했다면 (채권회수) 법적 효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지만 이럴 경우에도 소송을 통해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에 따라 성민자산관리에 앞서 H통신업체 채권관리를 위탁받은 A신용정보는 7년간 매년 2차례에 걸쳐 '체납 통신료를 지불하라'는 통지문을 발송하는 등으로 30만여명으로부터 통신료를 회수한데 이어 성민자산관리는 나머지 10만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초부터 '법원소송진행예정통보서'와 '채권양도통지문'을 발송, 납부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9월 26일자 파이낸셜뉴스의 박인옥기자가 쓴 기사에는 이렇게 나와있네요. 

그 기사를 보고, 법률상담을 받은 결과도 검색하니 나오더군요. 

1. 채권 추심업체의 말이 전부 사실일 경우, 지난 삐삐대금을 법적으로 갚아야 하는지요?

2. 독촉장은 받아본 일이 없습니다. 업체는 "당신이 직접 받지 못한 것일 뿐" 이라 답하고, 
     원 통신업체는 법정관리만 3-4년간 이어습니다. 독촉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3. 추심업체의 소송등으로 법원에서 무언가 날아올 경우,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답변)

삐삐 이용요금의 소멸시효가 완성했는가에 관한 다툼으로 보입니다. 질문에 이미 있는 것처럼 시효기간은 3년이며 기산점은 이용요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입니다.

문제는 추심업체에서는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있는데, 그 중단사유로 A신용정보의 '체납통신료를 지불하라'는 통지문과 성민자산관리의 '법원소송진행예정통보서'와 '채권양도통지문'을 들고 있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최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법 제174조에 의하면 최고는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 여러 차례의 최고가 있는 경우에는 6월 내에 위와 같은 절차를 취한 최고만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1. 채권추심업체의 말이 모두 사실이더라도, 질문에 적시된 사실관계에서라면, 통지문 내지는 독촉장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후 6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 않고, 달리 채무자의 승인 등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볼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통신요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약 9년이 지난 삐삐대금을 갚아야 할 법적 의무는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2. 민사소송법상 입증책임분배원칙에 따르면, 독촉사실은 소멸시효의 중단을 주장하는 성민자산관리측에서 독촉장이 채무자에게 도달했음을 주장,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채무자측에서는 소멸시효완성사실만 주장하면 되므로 별도로 독촉사실을 확인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하여 독촉사실을 확인받고 싶으시다면 법원을 통하여 우체국에 사실조회신청을 하시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법원에서 소장부본과 소송안내서 등을 발송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셔야 할 것입니다.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변론없이 패소판결을 받을 수 있고, 통신요금을 납부할 의무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정되고 그 채무는 재판확정일부터 새로이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답변서를 제출하고 적극적으로 다투신다면, 1.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통신요금납부의무가 소멸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뭐, 완전한 답변은 아니지만 꽤 도움이 되는 얘기입니다. (꽤가 아니고 많이군요)

일률적으로 같은 액수를 적어서 날린 걸 보면, 
뚜렷한 체납액에 대한 자료가 없는 듯 보입니다. 
사용내역서를 보내달라거나 알려달라는 일부의 요구에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하고, 낼거면 내고, 안낼거면 내지마라, 
단, 안내면 법적으로 한다는 식으로 답변했다네요. 

10년 전이면, 제가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인데 
제가 제돈으로 삐삐요금을 냈을리는 없고, 아마 부모님께서 내 주셨을 겁니다. 
당시 삐삐요금이 십만원 가까이 나왔을 리도 없고, 
체납액이 있다고 해도 해지하면서 생긴 잔돈이거나 한달치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뭐, 전화를 해서 따지면 이자는 말고 원금만 내라고 깎아줄 정도니, 
경제가 어려워서 점포정리 하는 것도 아니고, 참 한숨만 나옵니다. 

압류나 소송이 보통 등기로 오는 것에 반해, 
성민자산관리에서 온 통지서는 일반우편으로 왔습니다. 

거기에 더 황당한건, 
성민자산관리로 검색을 하니 이미지가 나오는데,
'전화로 진상을 부렸더니 보내준 것' 이라며 올린 그 게시물에는 
"채권종결에 따른 확인서"가 있네요. 

목소리 큰 사람은 안갚아도 된다는 건가요?
아니면, 일단 반발하면 안갚아도 되니까 
갚을 사람만 갚아도 상관 없다 이런 건가요?

KBS울산방송에 보도된 것을 보니, 
불법 채권 추심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내용증명발송등의 간단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하네요. 

회사에 있으면
 
'우체국입니다.'
(등기 받을거 없거든)

'국민은행입니다.' 
(형 요즘 신한은행쓴다.)

'귀하의 신용카드로 결재한 내용입니다.'
(미안하다. 신용카드 없다.)

'니 아들을 납치했다.'
(제가 아버지 맞다고 하나요? 아직 장가 안갔는데. 전화 잘못 거신듯)

'대학에 합격되어 안내드립니다.'
(두 번 가라는 거냐?)

'정말 좋은 부동산 투자정보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렇게 정말 좋으면 니가 사세요)

'의료보험료를 환급해 드립니다.'
(에이, 얼마 안될텐데, 그냥 너 쓰세요)  

이런 전화가 상품문의 전화보다 많이 오는데,

이젠 십년전 삐삐요금이 연체되었다며
아무 근거자료도 없이 일단 찌라시처럼 돌리고 보는건가.

십년 정도 더 지나면

핸드폰 요금 연체되었다고 또 찌라시 돌리겠구만.


+ 추천해주시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신용불량이라니, 일단 입금'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