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개요
裁判 / Trial[1]
마를 재, 판단할 판, 여기서 '마르다'는 물기가 마르다가 아닌 '마름질'의 마르다로 '옷감을 치수에 맞게 자른다'는 뜻이다. '재단', '재봉'이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즉 정확하게 잘라 판단한다는 의미로, 옳고 그름을 살피어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재판기관(대한민국의 경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이 하는 재판을 지칭한다.
2. 설명
법적 쟁송(爭訟)의 구체적 해결을 위해 법원 또는 법관이 내리는 판단 내지 그러한 판단을 하기 위한 절차. 법원이 하는 재판에는 쟁송의 목적이 되는 사실의 성질에 따라 민사·형사·행정 재판의 세 가지가 있으며, 그 형식에 따라 판결·결정·명령 등이 있다. 쉽게 풀이하자면 일방적 내지 쌍방적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법적인 기준을 근거로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리기 위해서 행하는 심사 행위이다.
그냥 피고 측과 원고 측의 이야기를 딱 듣고 양측이 제시하는 증거 등을 취합해서 바로 결단을 내리면 그만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절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재판까지 올 정도면 당사자들의 삶을 좌지우지할만큼 큰 문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서 사소한 사건 정도라면 보통 판사 한 명이 능히 정리할 수 있겠지만 큰 사건이라면 판사가 여러 명이 매달려야 하며 그 과정에서 판사들 간의 의견 조율도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늘어난다. 그리고 더불어 대체로 사건이 법률에서 제시한 기준에 명확히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고 따라서 법률을 상황에 맞게 해석 및 적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렇게 어려운 문제이니까 당사자 선에서 해결이 안 되고 법정까지 오는 것이지만. 더불어 양측이 제시한 증언이나 증거의 허점이나 위증 여부 등도 잘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자료 분석에도 엄청난 시간을 요구한다. 더불어 판결을 선언할 판사가 사건 하나만 붙잡고 사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여러 개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이 빠듯해진다. 때문에 보통 수개월 내에 끝나지만 길어질 경우 1년 이상 가기도 하고 2년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회에서 주목하는 흉악범죄의 경우 죄상이 명백한 현행범이더라도 유죄만 확정이지, 양형 부과는 이야기가 달라서 정상 참작, 감형 혹은 가중형 사유 한두개만으로도 징역 수년치의 증감은 기본에 간혹 무기징역이냐 유기징역이냐가 뒤집히기도 하므로[2] 검찰은 물론 재판부까지 집중심리를 하고도 기본이 1년 이상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대법원은 상고 기각 기준을 두고 있는데, 우선 검찰의 상고는 사실관계에 심각한 오인이 없으면 받아주지 않는다. 피고인의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한정하여 받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양형부당이 이유일 때는 무조건 기각한다.[3]
이렇게 언뜻 들으면 매우 멀어보이는 단어지만 성범죄 같이 피해자의 명예 및 신원 보호를 요하는 재판이나 영장실질심사, 혹은 판사가 사안의 특성을 감안하여 비공개로 결정하는 등의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재판은 공개 재판을 원칙[4]으로 한다. 따라서 열댓 명이 우르르 몰려가는 게 아닌[5] 한 두 명 정도는 사전 신청 필요 없이 아무 법원으로나 몸만 가도 특별한 결격 사유[6]가 있는게 아닌 한 어떤 재판이든 얼마든지 방청할 수 있다. 재판 일정 역시 법정 앞에 '오늘의 재판' 이라는 식으로 모두 걸려있다. 단, 세간의 주목도가 높은 유명 재판같은 경우는 방청 희망자가 많이 몰려서 추첨을 통해 방청객을 선정한다. 그리고 법정도 엄연한 관공서이니만큼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재판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 더불어 세간의 주목도가 높은 유명 재판은 보통 미디어에서 취재를 목적으로 몰려들 게 뻔하므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법정 앞에 놓여진 수많은 카메라들 사이로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라...).
3. 판결, 결정, 명령, 심판
재판은 그 주체와 형식, 성립절차, 효력 등에 따라 판결, 결정, 명령으로 구별된다.
판결 | 결정 | 명령 | |
주체 | 법원[7] | 법관 | |
형식 | 법관이 기명날인한 재판서(이유 기재 필요) | 법관이 기명날인한 재판서(이유 기재 불요) or 조서에 기재 | |
변론 | 필요적 | 임의적 | |
효력발생 | 선고기일에 선고 | 고지(말로 고지 또는 재판서 송달)[8] | |
자기구속력[9] | ○ | × | |
불복방법 | 항소, 상고 | 항고, 재항고 |
주의할 것은, 법에서 '○○명령'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재판이라도 재판의 주체가 법원이라면 그 법적 성질은 명령이 아니다(대개 '결정'에 해당한다).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사비송사건 제1심에는 '심판'이라는 특유의 재판형식이 있는데, 이는 판결과 결정의 중간적 성질을 지니는 재판이다. 이는, 기일 외에서 할 수 있고 법관이 기명날인하며 즉시항고로써 불복하여야 한다는 것은 결정과 유사하지만, 재판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자기구속력이 있으며 상소기간이 14일이라는 것은[10] 판결과 유사하다.
4. 3심제
자세한 내용은 3심제 문서
를
참고하십시오.
재판의 제원칙(자유심증주의, 처분권주의, 직접주의), 판결의 경정, 재판의 누락에 관해서는 민사소송법/내용 참조.
행정소송의 재판도 그 효력(기속력 등 행정소송 특유의 법리가 있다) 외의 사항은 민사소송의 그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판결서 문서
를
참고하십시오.
판결은 선고로 효력이 생긴다(민사소송법 제205조).
변론기일에 당사자가 출석해야 하는 것과 달리, 판결은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하여도 선고할 수 있다(같은 법 제207조 제2항).
실제로 법정에 가 보면 재판장이 본인소송을 하는 당사자더러 "판결문은 댁으로 보내 드리니 선고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안내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판결은 재판장이 판결원본에 따라 주문을 읽어 선고하며, 필요한 때에는 이유를 간략히 설명할 수 있다(같은 법 제206조).
5.1.3. 판결서의 송달
판결서는 정본으로 송달한다(민사소송법 제210조 제2항).
판결문을 받아 보면 맨 뒷 페이지에 '정본입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문서가 정본(원본과 같은 효력이 있는 사본)이라는 뜻이다.
5.2. 결정, 명령
민사소송법 제221조(결정ㆍ명령의 고지) ① 결정과 명령은 상당한 방법으로 고지하면 효력을 가진다. ② 법원사무관등은 고지의 방법·장소와 날짜를 재판의 원본에 덧붙여 적고 날인하여야 한다. |
결정서나 명령서를 만들어서 송달하는 방식으로 고지하거나, 기일에 말로 고지하고서 이를 기일조서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고지한다.
제1심 결정은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청을 기각할 경우 결정문에다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라는 한 문장만 덜렁 적어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왜 신청이 기각되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추측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심지어 변호사가 사건을 진행했는데도 왜 신청이 기각되었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민사소송법 제222조(소송지휘에 관한 재판의 취소) 소송의 지휘에 관한 결정과 명령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제224조(판결규정의 준용) ① 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결정과 명령에는 판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다만, 법관의 서명은 기명으로 갈음할 수 있고, 이유를 적는 것을 생략할 수 있다. |
5.3. 심판
가사소송법 제39조(재판의 방식) ① 가사비송사건에 대한 제1심 종국재판(終局裁判)은 심판으로써 한다. 다만, 절차상의 이유로 종국재판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심판서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고 심판한 법관이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심판한 법관이 기명날인하는 데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법관이 그 사유를 적고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1.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2. 주문(主文) 3. 이유 4. 법원 ③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심판서에는 이유를 적지 아니할 수 있다. ④ 심판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중 결정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40조(심판의 효력발생 시기) 심판의 효력은 심판을 받을 사람이 심판을 고지받음으로써 발생한다. 다만, 제43조에 따라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심판은 확정되어야 효력이 있다. |
통상 "공판"이라 불린다.
공판은 예로부터 전제정권의, 합법적인(?) 사인 조지기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바, 이러한 폐단을 제거하기 위해 헌법에는 여러개의 원칙들이(고문금지, 영장주의, 자백배제법칙 등)이 고안되었다.
이 외에도 형사소송의 경우 피고인과 검사간의 실질적 불균형이 극심한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하였다(무기대등의원칙). 결과적으로 현행 형사소송은 절차법(형사소송법)을 굉장히 중요시하며 특히 증거능력에 대해 정교하고 치밀한 법리를 구성하게 되었다.
통상적인 공판은 모두절차(진술거부권고지 → 인정신문 → 검사모두진술 → 피고인모두진술 → 재판장의 쟁점정리 질문 →입증계획 진술) → 증거조사 → 피고인신문 → 최후진술 → 판결선고 순서이며 자세한사항은 해당 문서를 참고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헌법재판 문서
를
참고하십시오.
헌법재판소의 재판 형식은 '결정'뿐이다.[11] 즉, 헌법재판소는 '판결'이라는 명칭이 붙은 재판은 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명령'이라는 명칭이 붙은 재판을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판례'가 아니라 '헌법재판소 결정례'가 올바른 표현이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헌법 재판이라고 하는 언론과 헌법재판관 본인들의 발언은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가르키는 표현이다.
왜 그런지는 헌법재판소 및 관련 기관들이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다.
7.1. 탄핵 심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일반인들에게 가장 유명하게 된 사유는 바로 탄핵 심판이다.
탄핵심판 절차의 목적과 기능은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
여기서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직무’란, 법제상 소관 직무에 속하는 고유 업무 및 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말한다. 따라서 직무상의 행위란, 법령ㆍ조례 또는 행정관행ㆍ관례에 의하여 그 지위의 성질상 필요로 하거나 수반되는 모든 행위나 활동을 의미한다. 헌법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에는 명문의 헌법규정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형성되어 확립된 불문헌법도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헌법재판)을 형사재판과 똑같은 걸로 생각하거나 똑같이 하라고 주장하는데 헌법재판소의 결정(헌법재판)은 형사 절차를 준용하되 탄핵심판의 성격에 맞춰 형사소송법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며 때문에 형법상 유죄니 무죄니는 탄핵 심판의 본질적인 판단 요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당연한게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유죄, 무죄를 반영하여 결정될 경우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은커녕 1,2심 하급심에 종속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유무죄 구형과 판단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 대해서도 헌법을 통해 법률의 위헌여부를 따지며 위헌 결정으로 법률의 법적 효력까지도 상실케 하는 헌법재판소에게 있어 이는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 심판을 할 때도 유죄니 무죄니의 판결 여부에 대해 아예 따지지도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이 이루어질 때는 판결은커녕, 아예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아서 법률상으로 유죄 상태도 아니였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탄핵도 법률의 판결은커녕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판단을 주요 근거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었다.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사건로 유명해진 헌법재판소의 결정.
정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오해받는데 오히려 정당을 보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를 통한 정당해산이 아닌 이상 정당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해산하지 않는이상은 그 어떠한 법률로도 정치 정당을 절대 강제로 해산할 수가 없다. 괜히 통합진보당 해산이 헌법재판소로 올라간게 아니다. 일부 종북주의자들이 무죄니 유죄니 여부를 따지며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비방했는데 형법상 무죄니 유죄니 여부는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당 해산 절차와 상관없다. 애초 정당 해산의 법률 근거는 헌법"이지 형법이 아니기 때문에 가당치도 않은 유죄, 무죄 프레임 주장에 의한 헌법 재판소 결정에 대한 비방일 뿐이다.
8. 대중매체
역전재판이나 단간론파 등이 이런 재판을 주제로 삼고 있는 작품이며, 이 외에도 법정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당연히 핵심 소재가 되고, 혹은 막장 드라마에서 주인공과 악녀의 싸움을 위해 묘사되는 등 은근히 재판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액션 영화처럼 붕붕 날아다니며 지향사격만으로 적을 수십명씩 사살하는 군인은 실존하지 않듯이, 실제의 재판 과정도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것처럼 원고측과 피고측간에 큰소리가 오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증거나 증인이 등장하는 등의 극적인 면모는 현실에서는 전혀 없다.[12] 때문에 공개 재판이라서 그런걸 기대하고 방청하러 갔다가 생각보다 조용하고 얌전한 실제 재판을 보고 김이 새는 경우도 많다(...).
더불어 마찬가지로 진행의 편의를 위해 판결이 첫 재판 당일 날에 바로바로 나오는 대중매체의 재판과는 달리 현실의 재판은 상기하였듯 기본 수개월에 심하면 년 단위를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에서 그런 재판은 없다고 봐야한다. 무한도전에서 이런 재판을 소재로 한 법정공방 죄와 길 특집에서도 멤버들이 변호사들에게 재판 결과가 나올때 까지 어떤 심정이냐고 물어보는, 즉 재판 결과가 그날 바로 나올것이라는 전제하에 질문을 던졌더니 변호사들이 판결이 당일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답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