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너무 일찍 깨지 않으려고 11시에 자는데도
새벽 5시에 깨어 뒤척이다 보면 허리아파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약수터 옆 오른쪽으로 야트막한 야산 비탈길이 이어집니다.
겨우내 헐벗었던 나무들이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조금 가파른 길이 숨을 몰아쉬게 하지만 죽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습니다.
약간 땀이 배일 정도가 되면 정상에 다다릅니다.
산에 오르다 보면 점백이 철쭉꽃을 만나고
꽃피다 지쳐 꽃잎대신 가벼운 실을 매단 할미꽃을 보기도 합니다.
뉘댁 조상님이신지??
돌아가셔서도 경치 좋은 곳에 계십니다.
만발한 철쭉, 영산홍 그리고 적단풍, 소나무와 전나무 등 여럿이 시묘살이를 합니다.
산에서 내려와 흥양천을 거닐어 봅니다.
물가에 예쁘장하고 먹음직한 것들이 개울에 쫘악 깔렷습니다.
맛나는 나물이 아닐까싶어 사진 촬영하여
모야모 사이트에 <이름이 뭐예요?>하고 질문했더니 3초에 바로 답이 옵니다.
큰 물칭개나물이라고.. 이미지검색해 보니 작은 꽃이 앙증맞습니다.
좀 있으면 그런 꽃을 만나볼 날이 기다려집니다.
작년 11월경에 부지런히 뭔가를 심던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작약, 국화, 플록스, 둥굴레 등을 심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뽑아갈 텐데 뭐하러 심으시냐고 여쭈었더니
"나 혼자 즐기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 더 값질 것 같아요
잘 가꾸어 놓으면 많은 분들이 꽃을 즐기고 나물도 뜯어 먹을 수 있지요."
나는 그 분이 어떤 도인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봄에 한번도 뵙지 못하여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많아진다면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더욱 살맛 날 것이라는
생각을 다져 보며 그 분의 야생화 텃밭의 풀을 뽑았습니다.
운동하며 지나가는 분들이 좋은 일 한다며 한마디씩 하십니다.
그냥 운동삼아 힐링하며 칭찬받으니 이게 바로 일타쌍피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