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퐁나무
스퐁 나무 아래에서
김광한
캄보디아 유적지 가운데 정글 사원이 있다.1천년전에 축조한 사원들은 그후 승려들이 모두 떠나고 폐찰이 되었다.승려들이 왜 자취를 감추었는지 기록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그후 이 폐찰에는 열대에서 한없이 자라는 스퐁나무가 뿌리를 내렸다.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와 마치 커다란 구렁이가 몸을 감은 것 처럼 보이는 나무 뿌리, 그 뿌리가 사원을 독수리가 사나운 발톱으로 병아리를 움켜 잡듯이 사원 전체를 감싸버렸다.스퐁나무의 씨는 참새가 물어다가 다른 나무의 줄기에 던졌는데 이 씨가 본 나무를 죽이고 자랐다는 것이다.
정글 사원의 입구 앞에는 관광객, 주로 한국인들에게 유치원 나이쯤 되는 어린이들이 집에서 만든 물건들을 들고나와 팔고 있었다.내가 들고 있는 것은 바로 소년에게 1달라를 주고 산 왕골 껍질로 만든 피리이다. 사원입구에는 줄이 그어져 있고, 잡상인들은 이 줄을 넘지 못하게 되어있다.내가 한 소년에게 달라를 주자 여러명이 내 곁으로 달라붙어 자기 것도 팔아달라고 했다.그래서 우리 돈 1천원 씩을 골고루 나눠 주었다.환률이 달라보다 못하기에 거기선 그렇게 인기가 덜했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밝았다.
내가 사원입구의 줄을 넘자 아이들이 손을 흔들었다.모두가 밝고 건강했다.돈 만원이라면 오천원짜리 식사 두번인데 그돈이면 열명의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돈이다.아직도 돈은 좀 남았는데 캄보디아에서 왜 다 쓰고 오지 않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산다는 것은 곧 나눔이다.부자는 나눔을 많이 하라는 신의 뜻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