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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의 아침
어제는 역사이고, Yesterday is History,
내일은 미지이고, Tomorrow is a Mystery,
오늘은 선물이다. and Today is a gift.
―――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 팬더』(2008)에서
▶ 산행일시 : 2016년 5월 14일(토), 맑음, 오전에는 바람
▶ 산행인원 : 29명(버들, 자연, 영희언니, 모닥불, 스틸영, 은하수, 악수, 화은, 더산, 한계령,
챔프, 소백, 상고대, 사계, 진성호, 메아리, 신가이버, 두루, 일타, 맑은, 해마,
해피, 불문, 가은, 무불, 승연, 대포, 자유, 대간거사)
▶ 산행시간 : 17시간 20분
▶ 산행거리 : 도상 35.5km
▶ 교 통 편 : 대형버스 대절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22 : 0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2 : 00 ~ 02 : 10 - 상계사 입구 쌍계1교 앞, 산행준비, 산행시작
02 : 31 - Y자 국사암 갈림길
03 : 06 - Y자 불일폭포 갈림길
03 : 42 - 마지막 계류 건너는 통나무다리
04 : 16 - 능선마루, 상불재
04 : 44 - 1,299.0m봉
05 : 03 - 쇠통바위
05 : 43 - 내삼신봉(△1,355.1m), 아침요기
06 : 18 - 삼신봉(三神峰, 1,288.7m)
07 : 18 - ┣자 한벗샘 갈림길(폐쇄)
08 : 10 - 석문
08 : 25 - ┫자 의신 갈림길
08 : 47 - 음양수
09 : 20 - 세석산장
09 : 34 - 영신봉(靈神峰, 1,651.6m)
10 : 26 - 칠선봉(七仙峰, 1,558.3m)
10 : 51 - 덕평봉(德坪峰, 1,521.0m), 선비샘
11 : 39 ~ 12 : 10 - 벽소령(碧霄嶺)대피소, 점심
12 : 48 - 형제봉(1,452.8m)
13 : 20 - 삼각고지(1,484.0m), ┣자 능선 분기
13 : 43 - 안부, 음정 가는 ┣자 갈림길
13 : 58 - 별바위등(1,399.5m)
15 : 33 - ╋자 갈림길 안부
15 : 58 - 영원령(靈源嶺, 1,290.5m)
16 : 30 - 비리재, ┣자 갈림길, 오른쪽은 영원사 가는 길
17 : 20 - 삼정산(三丁山, 1,225.0m)
17 : 57 - 전망바위
18 : 55 - 약수암 근처
19 : 30 - 실상사 앞, 산행종료
20 : 53 - 실상사 근처 거목가든 민박(샤워, 저녁) 출발
24 : 10 - 동서울터미널 도착, 해산
1. 삼정산에서, 쌍실종주 후미팀 왼쪽부터 대포, 모닥불, 가은, 무불, 두루, 맑은, 소백(선두인
대간거사, 더산, 진성호, 해피 등 4명은 2시간 전에 이곳을 통과했다)
2. 왼쪽 아래 계곡 마을은 거림, 오른쪽 뾰쪽한 봉우리는 주산(831m)
【쌍실종주】
쌍실종주는 오지산행 고유의 작명으로 쌍계사에서 산줄기를 타고 실상사까지 가는 산행이
다. 도상 35.5km에 이른다. 예전에 오지산행에서 두 번이나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다. 한 번
은 연하천에서 산죽 숲을 헤매다 그만 음정 마을로 탈출하였고, 또 한 번은 벽소령에서 음정
마을로 하산하였다. 돌이켜 그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면 예고된 실패였다.
산행이 가능한 낮 시간이 절대 부족하였다. 그래서 이번에서 동서울터미널에서 22시에 출발
하였다. 또한 그때는 준비도 부실하였다. 지리주릉에는 곳곳에 대피소가 있어 식수를 보충할
수 있지만 벽소령에서 실상사까지 7시간 거리인 도상 14.2km에는 식수를 보충할 데가 없다.
아무튼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충분히 챙겨야 한다.
▶ 쌍계사~삼신봉~세석산장(15.8km)
혹시 동서울터미널 출발시간을 잘못 알고 있는 악우가 있을까봐 카톡으로도 알려주었다.
산행인원이 29명이다. 정확히 22시 정각에 출발한다. 그리고 쌍계사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산행을 시작할 것이라서-새벽 1시 반이나 2시쯤을 예상한다-조금이라도 더 잠을 자게 하
려고 곧바로 차내 소등한다. 오랜만에 만난 악우들과 정담을 나눌 틈도 없다.
쌍실종주를 앞두고 수일 전부터 술을 자제하는 등 체력향상에 각별히 유념했건만 불청객인
감기에 걸려 몸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하다. 눈을 감았으나 마른기침을 참다 보니 호남고속
도로 여산휴게소이고, 발작하는 기침하다 보니 쌍계사 입구다. 차문 열고 밖에 나오자 쌍계
는 부처님 오신 날 다투어 찬불가를 노래한다.
쌍계1교 건너고 발소리 숨소리 말소리는 물론 헤드램프 불빛까지 죽이고 간다. 매표소를 그
냥 통과한다. 직원은 자리를 비웠다. 설악동 신흥사 매표소는 24시간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분
으로 돈을 뜯어내는데 쌍계사 매표소는 아마 이때쯤은 어두워서 문화재가 보이지 않을 것을
고려하였으리라. 그리고 문화재를 이 밤중에 보려고 올 위인들이 아니겠고. 이번만이 아니라
저번에도 그랬다.
앞서가는 무불 님이 헤드램프를 깜박이는 줄 알았다. 다가가서 보니 반딧불을 쫓고 있다.
너울거리는 반딧불이 헤드램프 불빛만큼 밝고 크다. 중국 동진(東晉)의 학자 차윤(車胤,
330~400)이 반딧불을 모아 그 불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일주문 지나고
쌍계사 절집 마당을 가로질러 왼쪽 왕대나무 숲 옆 계단을 오른다.
절집 벗어나서 헤드램프를 켠다. 등로는 돌계단이거나 박석 깔린 대로다. 국사암 가는 Y자
갈림길에서 예전에 왼쪽으로 잘못 갔던 일을 생각하여 서슴없이 오른쪽으로 간다. 등로 양쪽
은 시누대로 알기 쉬운 그만큼 큰 산죽 숲이 빽빽하다. 환학대와 개활지 불일폭포휴게소 지
나고 오른쪽으로 불일폭포(0.3km) 가는 Y자 갈림길이 나온다. 고개 들면 이정표가 바로 보
인다. 그런데 선두그룹은 그리로 갔다. 내가 잠깐 선두가 된다.
3. 반야봉, 내삼신봉에서
4. 내삼신봉에서 남동쪽 조망, 가운데 뾰쪽한 봉우리는 주산, 그 앞 능선은 낙남정맥
5. 지리산 천왕봉, 앞은 낙남정맥으로 가는 남부능선
6. 가운데는 외삼신봉, 내삼신봉에서
7. 오른쪽은 천왕봉, 앞은 남부능선
8. 반야봉, 맨 왼쪽은 만복대
9. 내삼신봉 내리는 석문
10. 천왕봉, 내삼신봉 내리는 석문에서
11. 삼신봉에서 남동쪽 조망
박석 깔린 대로는 불일폭포 갈림길 지나고부터 소로로 바뀐다. 오르막길은 후덥지근하여 비
지땀 흘린다. 평지 나오면 내달아 이는 바람으로 땀 식히기를 반복한다. 새벽잠 없기는 검은
등뻐꾸기다. 그 우는 소리가 밤중 산골을 울린다. 시계를 보니 03시 17분이다. 우리들의 연
인 정윤희와 우리들의 우상 이대근이 열연한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의 의문에
그렇다 답한다.
등로 옆 시누대 같은 산죽 숲은 계속된다. 산자락 너덜 돌길을 돌고 돈다. 마지막 계류를 통
나무다리로 건넌다. 물소리 잦아들고 너덜 돌계단 오르막이다. 모닥불 님이 너덜지대를 헤매
다 나오더니 조금 더 가자 자유 님이 너덜지대에서 헤어난다. 선두의 헤드램프 불빛은 신기
루다. 저만치에서 반짝이기에 서둘러 가보면 또 저 멀리 물러나 있다.
아무쪼록 내 걸음으로 가자하고 다독인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이라고 한다. 소백 님과 함께 간다. 소백 님은 어부인께서 오늘 지리산 산행 도
중에 낙오하면 안 된다며 (챔프 님의 조언이 있었다)사흘 전부터 양지머리와 사골을 사다가
곰탕을 끓여 보신케 하였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소백 님 스스로 완주하겠다는 의지
를 공고히 하려는 뜻에서다.
능선마루 상불재다. 능선에는 바람이 세게 분다. 추울 정도로 찬바람이다. 주저앉아 목 추긴
다. 선두를 잠시나마 본 건 이때뿐이었다. 등로의 산죽은 여전하다. 산죽 부여잡고 바윗길을
오르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반야봉 그 은근한 관능을 엿본다. 세석산장 불빛이 가물가물하
게 보인다. 우에무라 나오미의 『안나여 저게 코츄브의 불빛이다』가 저랬을까? 아득하다.
혼자서라도 쇠통바위를 올라야 하는가? 그곳에서의 조망은 또 어떠할까? 고민이다. 그러나
그 고민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일출이 멀었다. 아직 어둡다. 얼른 쇠통바위 밑을 지난다.
봉봉 우회하는 길이 고맙다. 하늘 가린 숲속 길에서 일출을 본다. 05시 20분이다. 바윗길 밧
줄 잡고 절벽 오르면 내삼신봉이다. ‘三神山頂’이라는 정상 표지석이 있다.
삼각점은 ‘운봉 27, 1991 복구’다.
나는 만복대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주릉의 이런 장쾌한 모습을 보기를 소원하고 좋
아한다. 그 최적지가 이곳 내삼신봉이다. 생각이 빈곤할 때나 마음이 쓸쓸할 때 이 광경을 떠
올리면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산악인 김장호처럼 『나는 아무래도 山으로 가야겠다』를 다
짐한다. 내삼신봉 소나무 아래 공터에서 아침 요기한다. 샌드위치와 절편이다. 소백 님은 김
밥, 방울토마토, 바나나다.
12. 천왕봉
13. 반야봉의 아침
14. 삼신봉에서 동쪽 조망
15. 남부능선, 그 끝은 영신봉, 오른쪽으로 촛대봉, 천왕봉
16. 두루 님
17. 천왕봉
18. 쇠물푸레나무
19. 쇠물푸레나무
20. 거림골
내삼신봉 석문을 내리면서 그 사이로 보는 천왕봉이 가경이다. 산죽 숲길 쭈욱 내렸다가 안
부인 삼거리에서 슬랩 약간 오르면 삼신봉 정상이다. 여기도 빼어난 경점이다. 또한 각자한
‘三神峰’ 정상 표지석의 멋들어진 글씨가 힘나게 한다. 삼신봉 정상 아래에 있는 수산연구관
이었다는 魯雄 님의 추모비가 예전 그대로다. “山이 좋아 山을 찾아/山이 좋아 山에 올라/山
이 좋아 山에 누워/森羅萬象 벗을 삼네”
이제는 남부능선이다. 영신봉에서 시작되는 낙남정맥의 첫 구간이기도 하다. 길 좋다. 걷기
좋은 부드러운 흙길이다. 아침 햇살이 널리 퍼지고 신록은 눈부시다. 등로 풀숲은 새벽이슬
에 젖었다. 간혹 나무숲 사이로 머리 내밀어 산첩첩 감상한다. 고개 숙이면 금낭화가 지천이
다. 산죽 숲 고사목 지대를 지나고 짧은 슬랩을 연속하여 트래버스 한다. 슬랩은 젖어 있어
미끄럽다.
남부능선은 많은 부분 오솔길이다. 굴곡 심한 오르내림도 없다. 바람은 살랑살랑 분다. 봄날
을 간다. 봄날이 간다. 야트막한 안부인 ┣자 한벗샘 갈림길. 한벗샘(50m) 가는 길을 폐쇄하
였다. 등로 벗어난 전망 좋을 바위에는 꼬박 들려 멀리 광양의 백운산, 도솔봉, 똬리봉 가늠
하고 황장산, 통꼭봉 그 너머 왕시루봉도 다시 본다.
석문 지나고 1,270m봉은 왼쪽 사면을 길게 돌아 넘는다. 의신 마을을 오가는 ┫자 갈림길을
지나 한 피치 오르면 전망 좋은 1,402.7m봉이다. 촛대봉의 너른 품과 세석평전 가는 고원이
한 눈에 보인다. 봄빛이 황홀지경이다. 지리십경 중 하나로 세석철쭉이라고 했다. 온몸으로
활짝 핀 철쭉이 마치 꽃다발을 흔들며 우리를 응원하는 것 같다.
음양수. 괄괄 흐르는 물이 맛 좋다. 식수 보충한다. 여기 오는 동안 벌써 2리터를 마셨다.
거림에서 올랐다는 아가씨 한 분이 쉬고 있기에 서로 산행정보 교환하고 우리와 함께 실상사
로 갈 것을 권유했으나 대성리에서 일행과 모이기로 했다며 사양한다. 산을 참 좋아하는 아
가씨다. 그 아가씨가 세석에서 벽소령까지 우리 걸음을 2시간 30분으로 견적하였는데 딱 들
어맞았다.
음양수에서 세석산장 가는 길은 하늘 가린 숲속 대로다. 거림 오가는 ┣자 갈림길 지나고 박
석 깔린 완만한 대로 0.6km 오르면 세석산장이다. 우리(소백 님과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대포 님이 발바닥이 화끈거린다며 등산화를 벗고 쉬고 있다. 가은 님이 뒤따라온다. 그러
면 해마, 불문, 은하수는 어디 오느냐고 물었더니 30분쯤 뒤쳐졌다고 한다. 그들이 나를 살린
다. 부디 그렇게만 해다오.
21. 아래 마을은 거림, 오른쪽 뾰쪽한 봉우리는 주산
22. 멀리 왼쪽은 똬리봉과 도솔봉, 가운데는 황장산, 오른쪽은 왕시루봉
23. 멀리 가운데는 광양 백운산, 똬리봉과 도솔봉
24. 등로 주변의 철쭉꽃
25. 지리주릉의 촛대봉
26. 세석산장 가는 길, 오른쪽 주릉 바로 아래에 세석산장이 보인다
27. 반야봉
28. 등로 주변의 철쭉꽃
29. 앞은 칠선봉, 멀리는 반야봉
▶ 세석산장~벽소령~삼각고지(8.0km)
지리주릉은 몇 번을 와도 걷기 팍팍한 길이다. 울퉁불퉁한 너덜 돌길이다. 걸을 때는 땅바닥
에 눈을 박고 가야 한다. 화대종주 마라톤 경주하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가슴에 지역과 이름
을 쓴 표지를 달았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등산화도 걷기 거북한 이 길을 운동화로
달리니 대단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지만 영신봉에서 겔겔대니 낙오하지나 않을까 염려
된다.
지리주릉 연봉의 봉봉이 경점이지만 그중 칠선봉은 두드러진 경점이다. 온 길이 자랑스럽고
갈 길에 맘 설렌다. 다른 산길에서는 등산객과 마주치면 반가운데 지리주릉에서는 전혀 그렇
지 않다. 열 걸음에 서너 걸음은 돌길 비켜가거나 오르고 내리는 슬랩은 병목이라 줄서서 가
야 하니 성가시기만 하다. 그들도 그러리라. 수인사는 밝고 힘차게 나눈다.
덕평봉 선비샘은 감로수다. 얼음물보다 더 시원하다. 폐부가 다 얼얼하다. 덕평봉을 능선마
루로 넘지 않고 왼쪽 산허리 돌아 넘는 것이 예전부터 못마땅하다. 선비샘 때문이리라. 산허
리 길게 도는 돌길 따라 돌고 돈다. 낙석위험지대는 산상화원이다. 철쭉과 병꽃나무 쇠물푸
레나무 꽃이 한데 어울렸다. 두고 가는 경치가 아쉽고 앞의 경치가 궁금하다.
벽소령대피소. 앞마당 탁자에 내리쬐는 뙤약볕이 그다지 따갑지 않다. 점심 먹는다. 소백 님
은 메뉴가 아침요기와 동일하고 나는 밥 먹는다. 입맛이 쓰지만 먹어야 갈 수 있는 것. 입안
에 억지로 우겨넣는다. 그렇게라도 먹어대니 눈에 얼추 초점이 잡힌다. 벽소령 샘은 멀었다.
식수를 보충하려고 샘을 찾았는데(실상사까지는 샘이 없다) 왼쪽 사면을 적어도 200m는 내
려가야 했다.
더구나 형제봉을 간답시고 무심코 길을 잘못 들어 음정 가는 길을 한참 내렸으니 벽소령에서
녹아난다. 형제봉 오르는 길.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하다. 가파른 돌길에 땀을 비
오듯 쏟는다. 입가에는 버캐가 인다. 게거품을 물고 오른다. 완주할 수 있을까? 여기가 나의
한계인가? 의심이 부쩍 들면 묵묵히 앞서 걷는 소백 님을 보고 마음 추스른다.
부자바위 외부자바위를 카메라에 담기가 귀찮다. 길섶 봄맞이와 얼레지가 곱기도 하다만 엎
드려 눈 맞추기 일부러 피한다. 힘들어 게을러졌다. 삼각고지. 너른 공터다. 앞서간 가은 님
과 대포 님이 쉬고 있다. 해마, 불문, 은하수는 세석에서 백무동으로 탈출하였다고 한다. 아,
이럴 수가 있다니. 갑자기 내 발걸음이 다급해졌다. 그런데 가은 님이 뒤에 오는 맑은 님을
기다린단다. 다행이다. 맑은 님이 뒤에 있었다.
30. 천왕봉
31. 멀리 가운데 두 개 봉우리는 남덕유산 서봉과 동봉, 가운데 능선의 뾰쪽한 봉우리는 삼정
산, 그 뒤는 덕두산
32. 멀리 가운데는 광양 백운산, 똬리봉과 도솔봉
33. 멀리 가운데는 천왕봉, 그 왼쪽 뒤는 중봉
34. 소백 님, 칠선봉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35. 등로 주변의 철쭉꽃
36. 벽소령 가는 길
37. 덕평봉
38. 벽소령 주변의 봄
▶ 삼각고지~영원령~삼정산~실상사(11.7km)
경솔했다. 지도를 보았더라면 영원령 가는 능선은 삼각고지 공터에서 150m 정도 더 가야 하
는데 그만 공터에서 오른쪽 사면을 치고 내렸다. 흐릿한 인적이 그나마 사라지고 산죽 숲을
헤친다. 느닷없이 생오지를 간다. 왼쪽 사면을 대 트래버스 한다. 말인즉슨 산죽 숲에서 허우
적댄다. 이전에 연하천 쪽 산죽 숲을 헤매던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른다.
어렵사리 능선마루 잘 난 길에 들고 큰 한숨 내쉰다. 이때 입은 데미지가 상당히 컸다. 힘든
걸음한다. 쭉쭉 내린다. 암릉인가? 왼쪽 사면을 길게 돌아내린다.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
은 음정을 오가는 주등로다. 우리는 금줄을 넘어 직진한다. 등로는 산죽 숲 뚜렷하다. 지리주
릉보다 훨씬 낫다. 등산객들과 마주치지 않아서 좋고 돌길이 아니라 흙길이다.
조망은 무망이다. 그저 걷는다. 별바위등을 완만하게 오르고 그 너머가 멀리서부터 첨봉이
다. 곧추선 오르막이다. 나무뿌리 돌부리 움켜쥐며 긴다. 동행이 5명으로 늘었다. 맑은 님이
오도록 쉬었다가 오면 가곤 한다. 키 넘는 산죽 숲을 지난다. 산죽은 떼로 개화병으로 죽었거
나 죽어가는 중이다. 암릉이 출몰한다. 바위 슬랩을 밧줄 잡고 오르내린다.
겁나게 떨어진다. 능선은 영원령을 최대한 높여 놓고 오르려는 것이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이 나 있다. 오른쪽은 영원사로 가는 길이다. 머뭇거리다 마음 변할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지나쳐 퇴로를 끊어버린다. 영원령 오르는 길. 고행 혹은 수행의 길이 이러지 않을까?
갖은 생각을 폈다 접는다. 사실 무념무상은 어려운 경지다. 무념무상 또한 잡념의 한 갈래가
아닐까?
안부에서 영원령 정상까지 25분. 퍽 길었다. 두루 님이 식혜를 한잔 가득 부어 건네준다. 이
러는데 완주를 못할 까닭이 없다. 영원령은 고개가 아니라 산봉우리다. ‘영(嶺)’은 고개라는
뜻 이외에 ‘산봉우리’라는 뜻도 있다. 삼각점은 ‘운봉 306, 1981 재설’이다. 사방 트인 조망이
아주 좋다. 영원령에서 두루 님과 무불 님이 합세하여 동행은 7명으로 늘었다.
쌍실도 막바지다. 영원령 내린 안부는 ┣자 갈림길이 있는 비리재다. 오른쪽은 영원사로 간
다. 삼정산 가는 길이 아주 잘 닦였다. 이정표는 상무주암을 안내한다. 긴 한 피치 오르고 길
을 헤매던 모닥불 님을 만난다. 반갑다. 모닥불 님은 이로써 알바 대삼관(大三冠)을 달성하
였으니 산행거리로는 일행 중 가장 길 것이다. 1,190m봉 넘어 상무주암 가는 잘 난 길은 오
른쪽 산허리 돌아가고, 우리는 머뭇거리다 직등한다.
되게 가파른 오르막이다. 허벅지가 뻣뻣해진다. 흘릴 땀이 남았다. 그래도 전망바위에 들려
봄빛 찬란한 지나온 능선을 살핀다. 삼정산 정상. 기념사진 찍자하고 휴식한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삼정산은 정상 표지석이 있는 이곳 1,224.7m봉이 아니라 0.7km
더 간 1,156.2m봉이다. 그렇지만 거기는 터도 없는 잡목 숲일 뿐이다.
북진한다. 오르막은 남았다. 쳐다보기만 해도 허벅지에 쥐가 나려고 한다. 절벽 위 전망바위
가 나온다. 하늘금은 지리주릉 장릉이다. 천왕봉이랬자 별것 아니다. 밋밋하다가 약간 도드
라졌다. 그 혼난 형제봉은 짚어내기조차 어렵다. 급전직하한다. 암릉 오른쪽 수직사면을 내
린다. 정성재이리라. 약수암(1.8km)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오고 등로가 반질반질하다.
소나무 숲길이다. 줄달음한다. 해는 서산(바래봉일까?)에 한 뼘 남았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는 629.5m봉도 준봉이다. 산중에서 목탁소리 염불소리가 이렇게 반가운 적이 있었던가?
약수암이 가까웠다. 약수암을 곁에 두고 실상사까지 일직선을 그어 내리 빼버리자고 한다.
대장은 준족 가은 님이다. 가은 님이 쌍계사에서 영원령까지는 후미대장을 맡다가 영원령
이후는 선두대장을 맡는다.
소나무 숲 푹신하여 그 낙엽을 지치기 좋다. 약수암에서 내려오는 임도를 건너고 생사면을
내린다. 산행표지기 달린 소로와 만난다. 우리의 진행방향과 일치한다. 이윽고 대로가 나오
고 실상사가 보인다. 해마, 승연, 은하수가 길가 트럭에 숨었다가 깜짝 반긴다. 예의 준비한
냉맥주와 하드를 건넨다. 그리고 일행들의 쌍수 흔드는 격한 환영에 마침내 쌍실종주를 해냈
다고 실감한다.
39. 벽소령 주변의 봄
40. 영원령, 영원령은 고개가 아니라 산봉우리다. 왼쪽 바위 위가 전망바위인데 아쉽게도
들리지 못했다.
41. 가운데는 천왕봉, 영원령 정상에서
42. 가운데는 반야봉, 그 앞은 지나온 능선, 영원령 정상에서
43. 멀리 오른쪽은 명선봉, 그 왼쪽이 삼각고지
44. 삼정산 전위봉
45. 멀리 가운데는 천왕봉
46. 아래 마을은 남원 산내면
47. 투구봉(1,032.5m)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악수님 소백님 대단하셔요. 항상 건강하소서...
소백님도 맑은도 그리고 모두 다들 멋집니다. 산진이형 내년에는 태극종주하자고 하시는 거 아닌가 몰라.
그건 가은하고 해마하고 상의해봐 주세염.ㅋㅋ
지리산 태극종주 ~ 내년에 하실 생각이 있으신 건지요 !!! 으 ~~~~~~~~~~
말 나온김에 한번 하시죠^^ 왕복으로 ㅋㅋ
@사계 그것을 왕복으로요 ~~~
생각만 하겠습니다 ^^^^^^^
고생들 마이 하셨습니다...
내년에는 실쌍주로...거꾸로 하심이 어떠하신지요...정산이나 영원령에서의 지리주능을 새벽에 보는 맛은 어떤지 보기위해 고생많으셨습니다^^
대장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ㅋㅋ.
메대장님~~ 할거면 가을에 하심이 어떨런지요 !!!
조금 선선할 때가 좋을 듯합니다
^-^ -^- ^ ^ ^ !!!!!!!!!
@두루(종주) 농담입니다^^
삼정산 정상에서의 모습들이 실제보다 잘 나왔네요.행님! 제가 알바한 것을 그렇게 밝은 대낮에 외치시다니..ㅋ,ㅋ
힘들어 하시면서도 지리산을 사진으로 모조리 들고 오셨네요. 키득키득 ^.^ ♡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가고픈 지리산~~^^
언제나 산행기 맛깔스럽습니다~~
저희가 세석에 9시 40분도착이니 20분의 갭이었네요
아!!!~~~뒤 따를것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