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 용량 표기는 왜 다를까? 신형 BMW i3는 94Ah, 볼트 EV는 60kWh. 뭐가 크지?
전기차는 어느새 우리 곁으로 훌쩍 가다왔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아직은 생소한 부분 천지입니다. 자동차에서 다루던 마력이나 cc(배기량), km/l(연비) 같은 일상적인 단위가 아닌, 암페어니 킬로와트니 하는 전기 단위가 자꾸 나와서 혼선을 일으키지요.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데 굳이 이런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전기차라고 해서 그 조작 방식이 차이나는 것은 아니니가요. 하지만 이런 저런 개념들이 얽혀 있는 배터리와 충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전기지식을 가지는 쪽이 유리합니다. 다가올 전기차와 일상을 보내는 것이 훨씬 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지고 보면 그 개념이 그다지 어렵거나 복잡하지도 않답니다.
암페어(A)와 볼트(V), 위대한 에너지의 실체화
실체가 없는 에너지를 이해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은 실체가 있는 것에 대입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기의 경우 가장 좋은 대상은 ‘물’이였습니다. 전기는 전자의 흐름인 만큼, 이것을 물로 바꾸어 생각한 겁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이 발상의 전환이 인간의 문명에 대 전환을 가져옵니다.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문명은, 바로 전기의 이해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낙차와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물의 성격을 통해 우리는 전기라는 에너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침내 이것을 수치화한 뒤 자유롭게 이용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전기의 압력인 전압, 그리고 전기의 흐름인 전류, 이것이 바로 볼트(Volt, V로 표시)와 암페어(Ampere, A로 표시)입니다.
파이프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물이 있습니다. 물의 압력과 양이 높아질수록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의 힘도 같이 커질 것입니다. 양과 압력, 서로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는 이 두 가지를 곱한 것이 바로 이 물줄기가 가진 힘의 크기가 됩니다. 전기의 출력, 바로 전력을 나타내는 단위인 와트(Watt, W로 표시)는 전압과 전류를 곱한 것입니다.
전류 A(암페어) × 전압 V(볼트) = 전력 W(와트)
물과 전기의 상관관계를 그린다면 대략 이런 식이 된다
전력은 와트, 와트는 충전
W(와트)를 이용하면 전기를 이용할 때의 에너지를 구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전력을 나타내기에 W는 매우 적은 양만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00W를 뜻하는 1kW(킬로와트)가 주로 쓰입니다. 이것보다 천배 커지면? 메가와트입니다. 또 천배 커지면? 기가와트죠. 또 천배……, 그만할게요.
그럼 전력량을 계산하는 실전 문제입니다. 가정용 콘센트 전원을 예로 들겠습니다. 우리나라 가정용 콘센트의 전압은 다 아시겠지만 220V입니다. 콘센트의 최대 전류량은 15A죠. 그렇다면 가정용 콘센트의 최대 전력은 얼마일까요?
15A × 220V = 3,300W = 3.3kW
계산대로라면 3.3kW가 가정용 콘센트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전류가 되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류는 3kW로 제한됩니다. 이것은 콘센트에 꽂는 방식의 전기차용 휴대용 충전기가 쓰는 최대 전류와 동일합니다. 전기의 배전과 통전은 최대 상한선까지 쓰지 않고 여유 마진 10%를 두고 있습니다. 만약 콘센트에 연결된 장치가 3.3kW가 넘는 전력을 요구할 경우 전선이나 콘센트가 허용량 이상의 전류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납니다. 화재로 연결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입니다. 그 이상이 흐르는 경우에는 보호장치가 작동합니다. 소위 말하는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상황인 거죠.
가정용 220V 콘센트에서 나오는 전력은 보통 3kW를 넘지 않는다.
와트(W)는 알겠는데 그럼 와트시(Wh)는 또 뭘까?
와트는 전력을 뜻하기도 하지만 1초당 1J(주울)만큼의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한 일의 양이라는 의미에서 이걸 ‘일률’이라는 어려운 말로 설명하기도 합니다(이번 주제가 아니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에너지는 그것이 전기가 되었든 열이 되었든 동력이 되었든 간에 그 총량을 계산하기 위해 시간의 개념이 들어갑니다. 어떤 기계장치가 1kW의 전력을 두 시간 동안 계속 소모한다면, 그 두 시간 동안 사용한 전력의 총량이 전력량이 되는 것이지요. 배터리는 전기 에너지를 담고 있는 그릇이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 안에 담긴 전력량을 표현하는 데에도 시간의 개념이 들어갑니다. 1kW를 두 시간 동안 계속 쓴 경우 그 전력량은 다음과 같이 표시됩니다.
1kW × 2hour = 2kWh(킬로와트시)
어디서 많이 보던 거죠? 우리가 매월 받는 전기요금 고지서의 전력량 단위가 바로 킬로와트시입니다. 요즘 가정의 에어컨 사용량으로 늘어난 누진제를 따지는 데 쓰이는 것도 바로 이 킬로와트시입니다.
전기차에서 킬로와트시는 배터리의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쓰입니다. 전기차의 성능과 주행거리를 판단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표의 단위가 kWh인 것이지요. 한 가지 더, 그러면 2킬로와트를 한 시간 동안 쓰는 경우의 전력량은?
2kW × 1hour = 2kWh(킬로와트시)
그렇습니다. 양쪽 모두 사용한 전력량, 그러니까 에너지의 총량은 같습니다. 만약 2kWh의 용량을 가진 배터리가 이 일을 감당해야 했다면, 첫 번째는 두 시간을 버텼겠지만 두 번째는 한 시간밖에 못 버티는 상황이 되었을 겁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전력계량기의 모습. 디지털 게이지 창 위로 kWh 표시가 보인다
웃기고 있네, 휴대폰 배터리 용량은 Ah로 표시하거든?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배터리 용량표기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Ah일 겁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전류(A)에 시간을 곱한 전류량(Ah)으로 용량을 표시합니다. 그렇다면 전기차 배터리도 휴대폰처럼 Ah로 표시하면 되지 뭐하러 Wh를 쓰는 걸까요? 바로 전기차마다의 전압이 제각각이라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은 전압이 3.7V로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전류량만 가지고도 성능을 판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개발한 회사에 따라 내부 전압이 다릅니다. 어떤 차는 78V를 쓰지만, 다른 차는 355V를 쓰기도 합니다. 같은 전류량을 가진 배터리라면 전압이 높은 쪽의 에너지 총량이 당연히 높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기차 배터리는 휴대폰 배터리(Ah)와 달리 kWh를 사용해 용량을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과거 삼성의 탈착식 스마트폰 배터리. 1,200mAh(1.2Ah)의 용량을 Wh로 환산하면(1.2 x 3.7) 대략 4.4Wh다
여기서 예를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올해 발표된 BMW의 신형 i3의 개선 포인트는 배터리의 대용량화와 이를 통한 주행거리 증가입니다. BMW는 신형 i3의 배터리 용량을 94Ah로 명기하고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전기차들의 표기방법과 달라 조금 헷갈립니다. 지난해부터 판매 중인 쉐보레 볼트 EV의 배터리 용량은 60kWh, 현대 아이오닉 EV의 배터리 용량은 28kWh인데 신형 i3는 94Ah라니 언뜻 가늠이 잘 안 됩니다.
그렇다면? 계산해보면 되죠. i3의 배터리셀은 삼성SDI에서 공급하고 있는데, 개별전압 및 전류가 3.7V에 94Ah입니다. 이것을 96개 모아서 직렬로 연결해 배터리팩을 만들므로 계산은 이렇게 됩니다.
3.7V × 94Ah × 96개 = 33,388.8Wh(약 33.4kWh)
그러니까, 신형 i3의 배터리 용량은 33.4kWh인 것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죠?
삼성SDI의 배터리셀 모습. 맨 뒤에 94Ah셀의 모습이 보인다
삼성SDI 94Ah 배터리셀 96개를 직렬로 연결한 BMW i3의 배터리팩. 과거에는 60Ah셀을 썼지만 신형은 94Ah셀로 바꾸면서 주행거리가 늘었다
이번 편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간단한 물리 상식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다양한 충전 방식을 이용해 배터리를 채울 때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