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새벽에 눈을 뜨면 점령군이 소리 없이 온 묵호시내를 장악한다. 해무다!
해군으로 무장한 점령군이 상륙하면 도시의 골목마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사람들은 마치 꿈꾸듯 점령군의 눈치를 보면서 꾸역꾸역 일터로 향하는 것이다.
묵호등대가 슬피 울기 시작한다. 온 바다가 점령당해 전혀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등대에서 비추는 불빛 마저 점령군들에게 삼켜졌기 때문이다.
점령군이 들어 선 날에는 사람들은 꿈처럼 움직이며 하루 종일 등대의 슬피 우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밤 사이 소리없이 진군하여 마을을 전부 장악하고 말았다.
그들의 카리스마는 너무나 당당하여 사람들 누구도 그들에 대항할 저의를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당연한 것이고 사람들은 그들의 요구를 전부 들어 줄 수 밖에 없다.
가끔 새벽에 눈을 뜨면 점령군이 소리 없이 온 묵호시내를 장악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마치 꿈꾸듯 점령군의 눈치를 보면서 꾸역꾸역 일터로 향하는 것이다.
해무가 시작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마치 들판에서 불이 시작하는 것과 같다. 작게 연기처럼 피어오르다 순식간에 바다를 장악하고, 마치 점령군처럼 육지로 밀려오는 것이다.
등대가 우는 이유는, 어선들에게 육지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등대의 불빛은 해무 때문에 가려져 어선들이 볼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묵호항 사람들은 해무가 오면, 등대의 구슬픈 소리를 15초 간격으로 들어야 한다. 그 소리가 울음소리로 들린다.
묵호등대는 방파제에 있지 않고 묵호항을 내려다 보는, 동문산 끝에 있다. 주문진 등대도 그렇다.
태백산맥이 남쪽을 향해 달려 오다가, 백봉령에서 한 갈래가 동해 바다로 향한다.
그것이 옥녀봉을 이루고, 동해를 감싸안고 있는 초록봉이 되고, 망상해수욕장에서 넘는 작은 고개 사문재를 지나면 묵호항을 안고 있는 동문산이 된다.
묵호는 강릉에 비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그 이유가 태백산맥의 가지 하나가 곧 바로 동해 바다와 닿아있어 기온을 그렇게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태백산맥을 넘어 온, 뜨겁고 건조한 바람인 높새바람이 드디어 바다에 도착하면, 차가운 한류와 만나고, 수증기가 안개가 된다. 해무(海霧)가 나타난다.
안개는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서, 온 마을을 한 순간에 장악하지만, 해무는 시작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한류의 가느다란 지점에서 마치 연기처럼 시작되다가, 서서히 바다를 장악하고, 육지로 몰려 온다.
특히, 해무와 안개가 무지막지하게 박치기하는 광경은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첫댓글 작가님의 글은 읽다보면 황석영/장길산 김홍신/인간시장 이외수님의 칼 들개등을
읽었을때와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저는 마구 쓰는 편입니다. 속도도 너무 빨라요. 말하는 속도와 비슷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