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가 주도하는 정비사업이 재건축을 넘어 서울 재개발 사업지로 확산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흑석11구역 재개발 조합은 사업대행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신탁사 공모에 나섰다. 서울 재개발 사업지가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은 지난 2015년 조합이 설립된 곳으로, 서울시 공공지원제의 적용을 받는 사업지다.
그러나 조합설립 이후 조합설립인가취소 행정소송에 휘말리며, 서울시 융자지원을 받을 수 없게 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조합은 신탁방식을 도입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침이다.
최형용 조합장은 “지난 2월부터 4차례에 걸쳐 개최한 신탁방식 설명회 반응이 우호적이었다”며 “우리 사업장은 재개발 사업지이기 때문에 초과이익환수제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사업관리, 자금관리 등 신탁사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 최초로 ‘시행자 방식’이 아닌 ‘대행자 방식’으로 추진되는 사업지가 될 예정”이라며 “신탁보수보다 공사비 절감액이 더 커 조합의 수익성이 향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여의도 시범ㆍ공작ㆍ수정아파트, 강동구 삼익그린맨션2차, 서초구 방배7구역 등 신탁사가 수주한 사업지는 모두 ‘시행자 방식’으로 추진되는 재건축 사업지다.
시행자 방식은 신탁사가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되기 이전 단계인 정비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비사업의 시행자로서 사업을 총괄한다. 기존 조합을 완전히 대체하기 때문에 전체 소유주의 4분의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신탁사가 땅을 위탁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반면 대행자 방식은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을 이룬 중간 단계에서부터 신탁사가 참여한다. 통상적으로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사업지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조합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신탁사가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지방에서는 부산 동삼1구역, 범일3구역, 인천 작전태림연립구역, 부개3구역 등의 사업지에서 사업대행자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흑석11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27일 입찰을 마감한 후, 5월 말이나 6월 초에 총회를 개최해 사업대행자 역할을 맡을 신탁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304번지 일대에 아파트 1400여가구를 신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