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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의 슬픈 사랑 그리고-02
-만남들과 이별-
잘 요리된 돼지고기 제육볶음과 장 초희가 만들어 두었다는 시원한 물김치와 배추김치만으로도 식사는 푸짐하고 맛있다고 모두들 느꼈다. 그리고 제임스는 거실에 붙어있는 창가 베란다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담배는 많이 자주 피십니까? 제임스."
"글쎄... 나는 목으로 넘기지 않는 소위 뻐끔 담배를 피는데, 하루에 약 반갑 정도 피네. 자네는 어떤가?"
"아~ 뻐끔 담배라고 말하는 군요. 저도 그렇게 핍니다. 언제든 피지 않을 수 있어요. 동료들과 대화를 위하여 피우니 아마도 하루에 5개피 정도 일 겁니다."
"잘하네. 멋져. 그런 뻐담의 의미와 멋을 알고 있다니 자네야말로 최고의 남자이네 하하하."
그때 미나가 합석하였다.
"뭐가 그리 재미있어요? 저도 끼워 주세요~"
얼굴에 고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리고 제임스를 보며 망설이듯 하였으나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제임스 아저씨. 부탁이 있는데요, 들어주세요."
이건 아닌데...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에게 연달아 부탁이라니... 그러나 자기는 손님 아닌가? 그는 긴장된 얼굴로 미나를 보며 물었다.
"무슨 부탁이지요? 제가 들어 들일 수 있는 입장이 아닐 텐데..."
애매하게 말하고 나서 미안하여 자리를 고쳐 앉으며 담배를 다시 꺼내 입에 물었다. 의아한 얼굴 모습으로 마이클이 라이터를 켜 불을 붙여 내밀었다. 미나는 잠시 마이클을 보았다.
"I'm okay.You can say it about anything. But I don't know that's yes or no. (미나, 나는 좋아. 당신은 무어라도 말할 수 있잖아. 그래도 나는 확실히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모르겠네)"
일단 그는 주저 없이 말하였다.
"ㅎㅎㅎ 제가 가족 전체를 대신해서 여쭈어보는 거예요. 제임스 아저씨한테. 마이클 걱정 마요. 오케이?"
미나는 다시 제임스 쪽으로 얼굴을 돌려 말하려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먼저 말했다.
"마이클이 말한 것 같이 하십시오. 옛스 오알 노(yes or no)는 저도 듣기 전에는 말할 수 없어요. 오케이!"
마이클이 궁금하단 듯 얼굴에 미소를 띠며 다시 말하였다.
"우리 모두 들어가 쇼파에 앉아서 이야기하시지요. 추워서 감기 들겠어요"
"그래요. 아저씨, 들어가세요."
제임스는 좀 불편함을 느꼈다. 말의 핵심 속에 자기가 있는 느낌, 같은 움직임 들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두 장의 티슈를 뽑아 그 위에 담뱃재를 부어 잘 싸서 들어오며 부엌의 쓰레기통에 넣고 재떨이로 사용했던 작은 그릇까지 티슈로 닦은 후 싱크대에 올려 두고 거실로 들어가 창가 쪽 싸이드 의자에 앉으며 긴장된 분위기에 흠칫 놀랐다. 다시 말을 시작한 것은 미나였다.
"아저씨~ 언제 떠나실 거죠?"
응!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내가 너무 오래 있었는가? 그는 왼 팔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오후 7시였다. 거의 3시간을 머문 셈이다.
"어이구, 너무 오래 머물렀군요. 이제 떠나야지요."
"아저씨~ 그게 아니고요, 더 계셔도 좋아요. 오늘 밤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떠나시면 안 돼요? 그렇게 해 주세요. 실은요~"
그녀가 말을 멈추고 어머니인 장 초희를 보고 마이클을 보고 안고 있는 스잔나를 다시 추슬러 안았다.
그는 무엇에 대한 부탁인지에 대하여 궁금하였다. 미나의 도톰하고 매력적인 입을 보며 기다렸다.
"저 다름이 아니고요..."
미나는 주저하였다. 그는 미나의 입을 바로 보고 있었다.
"미나야~ 내가 말씀드리마.”
옆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던 장 초희가 드디어 제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어, 사실은요, 저를 밴쿠버까지 데려다주세요."
장 초희가 말을 마치자 미나가 탁자 위에 올려진 소설책 속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그제서야 그는 그 소설책을 보았다. 제목이 "영혼 사랑"이었다. 그는 미나가 말하기 전에 그 책을 잡고 다시 표지를 보았다. 그때 미나가 흰 봉투를 그의 앞에 밀어 놓았다.
"여기 현금 3천 불이 있어요. 저의 어머니를 밴쿠버에서 일주일만 관광하게 하여 주시고 한국으로 보내 주세요. 충분치는 않지만, 마이클과 저가 어머니를 위하여 모아 둔 돈이에요. 아저씨가 저희에게는 예사로 느껴지지가 않아요."
그는 허리를 펴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미나에게 물었다.
"아니, 저를 어떻게 믿으시고... 그러다 아프기나 어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저와는 초면인데..."
장 초희가 말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이번 이 기회가 아니면 밴쿠버는 영영가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 뵙지만, 저를 잠시 맡겨도 된다고 마음이 말했어요. 부족한 돈은 저가 보태겠어요."
그 사이 미나와 이야기하던 마이클이 입을 열었다.
"제임스. 저는 제임스를 모릅니다. 그러나 처음 만난 사람을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눈이 말했어요.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머님을 부탁해도 된다고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이런 일이 왜 지금 나에게 생긴 것인가? 또한 이 사람들은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 살며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사는지 제대로 알기나 하고 이런 부탁을 하는지? 헷갈려 도저히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
"언제부터 이런 계획을 하셨습니까?"
미나가 조금 안도하며 자리를 고쳐 앉았다.
"어머니가 밴쿠버를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돈은 그래서 비행기표 값과 여행 경비를 준비했고요. 그런데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겨울이고 펜데밐-19 상황이라 날짜를 잡지 못했어요. 저나 마이클이나 함께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뜻밖에 저를 큰 난관에서 구해 주신 아저씨가 어머니를 도와줄 그 무엇으로 나타나셨어요. 참 신기하잖아요."
"ㅎㅎㅎ 그런데, 그건 미나 씨의 생각이고 나는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황당할 뿐입니다. 그리고 가는 길도 하루 이틀이 아닌 근 10일 정도 걸릴 테고, 그래서 먹고 자고 하는 일에서 밴쿠버에 도착했다 하여도 한국으로 떠날 때까지는 저의 집에서 함께 기거해야 하는데... 등등 부부끼리도 함께 가기 힘든 길인데 어떤 일로 그리고 어떤 각오로 함께 갈 생각을 하시는지요? 솔직히 말해서 저의 생각을 움직일 뭔가 있어야 하는데, 돈? 그 정도면 되고 부족하면 저에게도 돈은 있으니 됐고, 건강?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 이지요. 그리고 성격? 근 10일을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 침묵도 간섭도 무관심도 게으름도 다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줍니다. 이렇게 따져 보십시오. 쉬운 여행이나 가능한 여행입니까? 제 생각입니다. 저는 일어나겠습니다."
제임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 초희가 말을 받았다.
"잠깐만요. 됐어요. 저는 더, 함께 졸지의 여행을 하기로 작정했어요. 제임스, 당신을 믿고 함께 여행하기로 결심했어요. 제임스가 걱정하는 것들 하나도 문제 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서 힘 나는 여행이 되도록 할 것 이예요. 다만, 밴쿠버에서는 3일만 머물 것이에요. 약속해 주실 것은 그때 저를 한국으로 떠나게 해 주신다는 것이에요. 제임스, 당신의 말을 들으니 당신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좋다고 가자고 했으면 저는 거절하고 부탁을 거두어들였을 거예요."
햐~ 이거야말로 코너에 몰려 버린 상황이 되었다 고 생각 한 제임스는 마이클, 미나 그리고 장 초희를 보고 미나가 안고 있는 스잔나를 본 후 입을 열었다.
"여기 이 봉투에 3천 불이 들어 있다고 했지요? 2천 불을 지금 곧 현금으로 더 주십시오. 그러면 무사히 한국으로 떠나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허리를 펴고 고개를 돌려 창밖에 내리는 눈을 봤다.
장 초희가 일어나 벽 화장대 위의 검은색 여행용 작은 가방을 열고 지퍼 백 안에서 뭔가를 꺼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제임스~ 여기 2천 불 하고 제 여권이에요. 다 맡아 가지고 계세요. 제가 밴쿠버 공항에서 떠날 때까지 죽이든 삶아 먹든 책임지고 하세요. 저는 당신만 믿고 하라는 대로 하겠어요. 됐어요?"
“어~ 엄마~”
장 초희의 말을 들은 마이클과 미나는 놀랐다.
"아하하하~ 엄마! 혼인서약하는 것 같아~ 너무 좋다. 마이클, 당신도 그렇지?"
미나의 이야기를 들은 마이클도 웃으며 거들었다.
"맞아. 굉장한데. 장모님, 너무 멋집니다. 나중에 한국에 도착하여 알려 줄 결과가 벌써 궁금합니다. 잘 결정하셨어요. 동감합니다!"
마이클은 주춤 주춤하며 그래도 한국말로 할 말은 다 했다. 그리고 모두 제임스의 입을 보고 있었다. 그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거든.
"잠깐만 시간을 주십시오. 담배 한 개비 피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는 그들을 남겨두고 베란다로 나갔다. 그는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약 10분 후에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나이가 64세이다. 오래 생각하고 판단할 그런 하수는 아니다.
"좋습니다. 제가 이것을 맡아 가지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2천 불은 도로 받으시고, 가는 도중 제가 연락하면, 적당한 곳의 호텔은 미리 예약해 주시고 이 2천 불로 사전 지불이 필요하면 지불하고 알려 주십시오. 운행 중에 호텔을 찾고 예약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을 챙기는데 도와주십시오. 제가 64세입니다. 이 나이에 처음 만난 사람이 저를 믿고 긴 여행을 함께 하겠다고 하니 책임감과 스트레스 등이 엄청날 것 같으나 낯선 사람과 동행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 저는 더 나아갈 희망이 있습니다. 삶의 의욕이 증가한다는 말이지요. 더 말이 필요 없고 지금이 8시이니 우린 10시에 출발하겠습니다. 지금 출발하나 아침에 출발하나 눈길 운행은 똑같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들은 바랐으나 실제 그 바램이 이루어지니 오히려 당혹하였다. 이렇게 빨리 떠나는 시간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하였던 같았다.
"그렇게 빨리요? 당장?"
장 초희가 놀라며 물었다.
"예. 어차피 가는 길 주저할 것 없어요. 저는 차로 가서 준비 좀 하고 오겠습니다. 필요한 것은, 깨끗한 수건 10장 정도, 장 선생님이 갈아 신을 양말 5켤레 정도, 혹시 준비해 둔 라면이 있으면 몇 개 그리고 얇은 이불 있으면 하나만 챙겨 주십시오. 아! 그리고 가져갈 휴대폰의 충전기를 챙겨야 할 겁니다. 또한 중요한 것을 말해 주셔야겠습니다."
"그게 뭔 대요?"
"혹, 불편한 곳이나 아픈 데가 있습니까?"
제임스로서는 늦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알고 준비할 수 있어야 했다.
장 초희가 한발 제임스 쪽으로 나서며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그가 한참 컸거든.
"잘 질문하셨어요. 저는 아직까지 별문제 없어요. 음식을 잘 조절해서 먹고 있어요. 그런 제임스는 어떤가요? 그리고 키는 얼마예요? 혈액형은 요? 저는 65세이고, 165센티에 B형이에요."
그는 장 초희를 바로 바라보았다. 쌍꺼풀 진 눈이 깊고 검고 아름다웠다. 입술도 도톰하여 섹시하였다. 얼굴은 갸름하며 작았다. 젊었을 때는 좀 활개치며 다녔을 것 같았다. 허나 65세인 할머니인데... 어쩌랴.
"저도 별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십 년째 몸에 갸웃(Gout=통풍)을 가지고 달래며 살고 있습니다. 나이는 64세이고, 키는 188센티에 O형입니다. 됐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자 그 자리를 떠났다.
미나와 마이클 그리고 장 초희는 황당한 상황에서 그가 대문을 나서는 것을 보고 움직였다. 스잔나는 눈을 뜬 채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엄마. 정말 실행할 거예요?"
"그럼, 이제 다 결정한 거잖아. 어차피 떠나기로 한 것, 지금 가야지. 내가 가면서 연락할게. 그리고 한국 가서 연락하면 스잔나와 함께 한국에 다니러 와. 저 사람, 믿을 수 있겠어."
"저도 믿습니다. 나이 들어도 눈은 속이지 않거든요.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즐겁게 여행 잘 하시고 집에 가셔서 곧 연락 주십시오."
장 초희는 스잔나를 안았다. 눈물의 이별을 하고 미나에게 안겨주었다. 그리고 챙겨야 할 것들을 챙겨 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 한 달을 딸네 집에서 편안하게 잘 보내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 돌아가는 길이 갑자기 묘하게 이루어졌지만.
"마이클, 우리 미나와 스잔나 잘 챙겨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부탁하네."
그녀는 사위의 두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하였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은 간단하였다. 그가 들어왔거든.
"자. 떠나시지요. 마이클, 건강하게 가족을 돌보며 행복하게 잘 지내게. 미나, 이것도 인연이니 좋은 끝이 되도록 합시다. 스잔나야~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 엄마 아빠 행복하게 해 드려라~"
-밴쿠버로-
첫댓글 좋은 작품 감명 깊게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