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단상 말머리가 사라진 겁니까!!
가장 최근 본 책은 세 권 시리즈로 된 책입니다. air-넬, earth-리플리, fire-미아. 노라 로버츠라는 작가의 책인데 다른 건 본 게 없지만 이 세 권만 놓고 보자면 참 괜찮습니다. 보고 난 뒤의 느낌은 "마녀가 나오는 할리퀸?" 이었습니다만.
그러니까 넬, 리플리, 미아는 마녀입니다. 이야기는 전설에서 시작되지요. 300년 전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세 마녀, air, earth, fire는 땅 한 덩어리를 뚝 떼어서 바다 한 가운데 섬을 만들었습니다. 마녀와 마녀의 자손을 보호할 섬이었지요. 그 섬은 세 자매 섬이라고 불리며 300년동안 자손들을 보호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악에 대항하여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일만이 남은 것이죠.
세 마녀가 나오는 할리퀸이라면 당연히 세 남자가 나올 것이고 악으로 찍힌 가엾은 적이 등장합니다. 적을 포함한 모든 남자들은 돈과 권력과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입니다. 넬의 상대인 잭은 리플리의 오빠인데 리플리와 함께 세 자매 섬의 유일한 마을의 보안관입니다. 리플리의 상대인 맥은 가진 게 돈 밖에 없어 초현상을 연구하는 진짜 늘씬한 미남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아의 상대인 샘은 부모자식간에 호텔을 돈 주고 거래하는 부자집 아들인데다가 끝장나는 미남이고 여기에다가 마법사이기까지 합니다. 적의 수족인 에반마저도 할리우드의 막후세력으로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잘 생기고 돈 많은 권력자였지요. 무엇보다 대단한 점은 이런 남자들이 완벽하게 조연밖에 안 된다는 점입니다.
넬은 요리가 특기이자 취미이고 재능인 금발벽안의 미녀입니다. 그의 요리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가끔 오오 이맛은! 이라면서 배경에 방사형 사선이 그려져야 할 것 같은 컷도 연출할 정도입니다. 리플리는 보안관 일을 할 정도로 탄탄한 체력에 야성적이고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요. 미아는 보기만해도 다리에 힘이 풀린다는 불세출의 미녀인데다가 수완 좋은 사업가입니다. 게다가 셋 다 강력한 마녀이지요.
여기까지 놓고 본다면 화려한 캐릭터에 내용이 묻힐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각 권이 각 마녀의 사랑과 악에 승리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가닥, 300년만의 재대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그 하나하나가 승리하는 과정인 것이죠. 넬이 이기고 리플리가 이기고 미아가 이기는.
솔직히 말한다면 충분히 예상되는 결말을 어떻게 그리느냐가 매우 어려웠을 텐데 그럭저럭 잘 마무리진 것 같습니다. 조금은 실망이 되기도 하는 결말이었어요. 저는 미아가 네 이놈자식! 이라면서 번개를 내리쳐서 섬을 가라앉힐 줄 알았거든요[…]
세 권은 각각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모두 내면의 공포와 두려움에 대항해서 싸웠습니다. 넬은 악이 추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걸 말해줬습니다. 아름다운 것이 모두 선하지는 않습니다. 악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와 조금씩 스며드는 독물과 같이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결국 믿음이라는 거겠죠.
가장 좋아했던 커플은 미아와 샘이었지만 세 권 중 가장 좋았던 권은 리플리 편이었습니다.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아니 무시하고 싶은 악이라는 걸 굉장히 예리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내용이 웃기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리플리가 승리하는 장면은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리플리는 힘을 증오했던 데다가 두려워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세 승리 중에서 가장 인간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아와 샘의 이야기는 샘이 그나마 가장 내용의 중심에 가까이 있는 조연이었기 때문에 좀 강력하게 등장했습니다. 때문에 두루 내용이 두 사람의 밀고당기기였고 조금 긴장감이 떨어지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배려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등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가 있긴 합니다만 역시 보고 나면 샘 니마 지존 -ㅁ-b 아마도 여성이라면 대부분 바라는 남성상이 아닐까 싶어요. 키가 크고 잘 생긴데다가 돈도 많고 재능도 뛰어나고 머리도 좋고 강한 마법사이기까지 한 남성이 난 너밖에 없다! 라고 온 몸으로 외치면서 꽃바구니 같은 애교를 부리며 들러붙는다면 말입니다. 물론 상대가 그만한 미인긴 합니다만.
아무튼 골수 페미니스트가 보자면 자립적인 여성상은 환영할 만하나 결국 남성과 맺어지는 결말이 반 페미니즘적이라고 주장할만하고, 드라마를 싫어하는 남성들이 보자면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자극하는 유치찬란한 판타지라고 할만하지만.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자면 눈이 즐거운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려운 내용은 하나도 없지만 힘과 섹스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껄끄러울 수도 있으니 유의하세요.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 그 책을 읽었다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