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투수가 자주 나와서 많이 던지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그 투수가 너무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어서 타자를 압도할 만한 힘이 있거나] 아니면 [팀 사정상 여기서 막아줄만한 다른 투수가 없거나] 보통의 경우, 약팀이라면 후자에 가깝겠지요. 지금의 한화이글스처럼 말입니다.
얼마나 던지면 괜찮고 또 얼마나 던지면 무리(혹은 혹사)냐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진 됐고 이제부터는 안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습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끊어주지 못하면 결국 투수가 퍼질 수 있는데 언제 어떻게 끊어야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끊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탈이 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굳이 주형광 염종석 같은 20여년 전 케이스를 들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잘 던지다 금새 구위를 잃어버리는 투수는 지금도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한화 김응용 감독만 그러는게 아니라 다른 팀 감독들도 대개 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2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불펜은 원래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 vs "불펜은 그럴 확률이 높으니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저는 후자쪽 입장입니다. 불펜쪽에서는 그런 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되는데, '원래 그래~' 하고 손을 놓아버리기엔 그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특히, 한화는 다른팀에 비해 더욱 더 그렇습니다.
한화이글스 투수진은 현재 팀ERA최하위입니다. 9개구단 중 투수력이 가장 약하죠. 그래서 위기에 잘 막아줄 투수도 다른팀보다 더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매한 상황에서 주력 투수들이 자꾸 등판하게 됩니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뭐냐면, 그 투수의 부상이나 부진은 우리 팀 사정을 가려가며 찾아와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팀 사정이 어렵고 던져줄 투수가 없어도 투수의 부상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잘 던지던 투수가 퍼지면 우리는 다른 팀보다 더 큰 수렁에 빠집니다.
삼성은 심창민이 부진해도 안지만과 권혁이 버텨줄 수 있고 넥센은 조상우가 다쳐도 한현희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승리조 중에 한두명이 아프거나 부진하면 그 자리가 바로 휑한 공백이 됩니다.
이건희 회장 같은 사람은 암보험이나 실비보험 같은 것을 들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몸이 아파도 비싼 치료비를 내고 좋은 병원에 가면 되거든요. 하지만 1번선발 같은 사람은 암보험이나 의료실비 보험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갑자기 병이 나서 회사를 못 다니면 치료비가 없으니까요. 1억 정도는 푼돈인 사람이야 아파도 돈을 들여 치료할 수 있는데, 1천만원 땡겨 쓰기도 버거운 저 같은 보통 사람은 월급 들어올 때 그 돈을 쪼개고 또 쪼개서 모아놔야 합니다. 그래야 급할 때 씁니다.
정용진 부회장 같은 사람은 돈이 넘쳐나겠지만 굳이 적금 같은 것을 들어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투자하고 자산을 불리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월급 받아서 한달 카드값 내기도 빡빡하지만 그걸 또 쪼개 단돈 몇십만원이라도 적금을 들어야 됩니다. 먹고 쓰기도 모자른데 왜 적금을 들겠습니까. 나중에 더 급해지면 써야 되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야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투수가 없는데 어떡하냐' 싶겠지만, 투수가 없으니까 아껴써야 됩니다. 투수가 많으면 그냥 써도 됩니다. 이 투수가 없어도 저 투수가 나온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안 그렇잖아요. 없는 살림에 그나마 남은 월세 보증금마저 밥 사먹는데 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거리로 나앉아 노숙자가 되지 않겠습니까.
투수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투수가 없으니까 남들보다 더 아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주, 다음달, 그리고 내년 경기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적절한 비유시네요.
매년 우리도 불펜의 에이스 나왔다고 좋아하지만 그 선수들이 1년을 못버텼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즌초부터 역전패당하며 일찌감치 최하위--;
내년엔 이런 패턴이 반복되지않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멋져요...
지금은 작년에 송창식 하나로 버티던 시절보다는 많이 좋아지긴 했죠. 안영명, 박정진, 윤규진이라는 세명의 필승조가 있습니다. 이 세명은 내년에 구위보존이 될 수 있도록 아껴줬음 하는 바램이 있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올 해를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무리는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최대치로 다 써버리고 내년에 사용할 수 없게 만들면서 간신히 8위하는 거 바라지 않아요. 순리대로 선수들도 다 살려두고 그래도 안 된다면 꼴찌를 하더라도 적어도 내년에는 해볼만 한 상태로 팀을 운영해주시길 바랍니다
공감입니다. 점수차가 5점이상 이기고 있어도 안정진트리오 나옵니다. 점수차가 2-3점 지고 있어도 안정진트리오 나옵니다. 감독님은 안정진 트리오가 최다이닝이 목표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그러는지 몰라도 그런걸 조절하라고 비싼 연봉주고 감독자리에 앉혀놓은거란걸 잊은듯 합니다. 정대현,최영환,김기현,윤근영,김혁민 모두를 패전조로 쓰기엔 문제가 있는거죠
정말 너무너무 뻣속까지 공감합니다ㅠ.ㅠ
지나치게 특정선수를 쓰는거 같습니다. 작년 송창식, 김혁민처럼 될까봐 걱정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주력 불펜투수들을 휴식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좀 늦은거 같긴하지만요. 코칭스탭은 나름 주기를 두고 등판시킨다고는 하지만 너무 짧은주기에 자주, 그리고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거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물론 기록을 봐야겠지만요
적절한표현이시네요 불펜투수들은 과부하가 더빨리올수밖에없죠 우리나라보다 관리를 더해준다고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조차도 불펜투수가 장수하기더 힘든편이죠 그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갠적으로 울팀불펜투수들은 나이가30대 넘어가는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거기다크다면큰부상경력도 있는선수들이죠 더욱철저한관리가 필요한이유입니다 더욱이 현대야구가 점점 불펜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울팀이 강팀이 되기위해서는 더욱이 현필승조가 필요합니다
이 양반 정말 글 잘쓰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어요.
한화의 보물!!!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생각 없으신듯,,그냥 울해 등수만 올려 망신면하려는 그런분인듯,,,;;;
정말 공감 가는글입니다.....잘보고 갑니다^^;;